#55. [Q and A] 요것이 궁금하진 않으셨나요? (생활+멘탈편)

[잘하고있잖아]

오늘은 멘탈관리와 생활관리쪽 질문들을 모아 봤습니다. 제가 미처 가져오지 못한 것이 궁금한 분들은 댓글로 편안하게 물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민 없는 날로 먹기성의 질문만 아니라면, 답변은 비록 신속하진 않더라도 최대한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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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1. 시험에 떨어졌어요. 그러고서 도저히 공부가 안 됩니다. 어째야 하나요... ㅠ.ㅠ

그땐 공부법이나 정신력은커녕 개 코도 없어요. 삼라만상이 괴로움+괴로움+괴로움입니다. 그냥 공부 자체를 떠나야 돼요. 길면 한 달까지도 쉬어야 됩니다. 좋지 않은 기억으로부터 멀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려요. 그간 못 해봤던 것들을 하며 완벽하게 놀길 권합니다. 그러다가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내 스스로의 모습을 관조할 수 있는 때가 오는데, 그때부터 공부자극성 글들을 찾아 천천히 정독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어 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Q-12. 시험이 코앞인데 준비 상태가 부족해요! 어차피 붙지도 못할 시험인데 안좋은 기억만 남길 것이 우려됩니다. 그냥 안 가는 게 나을까요?

계산이 안 나오는 공부를 했을 때는, 필연적으로 시험 막판에 최종정리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애초에 목표 공부량을 현실성 있게 책정하고 들어가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공부하고 이리저리 남들만 따라하며 그렇게 다수를 따라 하향평준화되다가 막판 가서 비로소 '어이쿠' 소리가 나오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그렇다고 시험장에 안 가면 다음에도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한다는 것입니다. 한 번 털리는 걸 체험하면 그간 내가 하지 말았어야 할 공부가 무엇이었는지 걸러지고, 시험날 떠올려 낼 수 없는 공부는 모조리 헛수고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힘들다'라는 게 곧 '잘 하고 있다'는 전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자기만족적 공부가 아니라 점수화되는 공부를 해야 함을 깨닫게 되고, 그러려면 이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무조건 가셔야만 해요. 무조건.

안 그러면 다음 번에도 가망 없어요.

제일 치욕스럽게 떨어지는 게 그거고, 제일 먼저 1등으로 떨어지는 것도 그거고, 얻는 것 제일 없이 떨어지는 것도 그겁니다. 그런데 왜? 자존감 다치기 싫어서? 수험생 자격 없습니다. 이런 사람일수록 자기위안성의 편한 공부만 편식하는 경향이 뚜렷하기도 합니다. 무의미하게 시간낭비하지 말고 일찌감치 공시 포기하는 게 옳습니다.

Q-13. 기본서를 완벽히 이해하고 문풀 들어가려 하지 말고 6~70% 정도 이해되었다 싶으면 과감히 문풀 들어가라고 하셨는데, 내용도 완전히 이해 못하고서 하는 문풀이 도움이 될까요? 자신감만 떨어지면 어쩌죠? ㅠ.ㅠ

이 질문이 나오는 건 문풀은 오로지 테스트를 위한 거라고 보는 사고 때문입니다. 그건 학습의 또다른 방식일 뿐이에요. 70% 정도의 이해수준에 이르면 거기서부터는 암만 기본서를 붙잡고 박박 긁어도 이해도가 더 올라가지 않아요. 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들고 들어가려다가 문풀 돌입 시점을 너무 뒤에서 잡게 되고, 이렇게 되면 이론 자체의 숙지도도 낮지만 결국 연습량 자체도 부족한 상태로 시험장에 가게 될 겁니다.

테스트를 한다는 기분보다, 문제집 또한 다른 방식의 또 하나의 이론서라고 생각하고, 신나게 틀리고는 역으로 기본서를 참조해 가며 공부하라는 것입니다. 근데, 어디 가서 이러면 대체 무슨 소린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 열에 7~8 정도였습니다. 딱 허수지원자만큼의 비율인데요. 이게 그냥 얄궂은 우연인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Q-14. 경쟁률이 자꾸 신경쓰여요!

이 세상 모든 시험의 경쟁률은 2:1입니다. 붙는 나와, 떨어지는 나. 순전 내 점수만 달성하면 끝나는 일이고, 각 과목별로 내가 받아야 했던 점수 모두 받고서 고개를 들어보면 모두들 어디론가 연기처럼 사라지고 아무도 없습니다. 제 스스로 직접 체험했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Q-15. 스터디는 해야 될까요?

저는 해 본 적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스터디는 무용하다는 식의 자기중심적 주장을 하고 싶진 않아요. 다만, 제가 안했던 이유를 들어 보시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첫째, 시간 역순으로 세워 놓았던 제 나름의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에 맞게 가고 싶었고, 괜히 스터디에서 짜는 일정에 맞추어야 한다면 그 실질적 효과성도 의문이지만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것이 싫었습니다.

둘째,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가 생길 수도 있는 게 싫었습니다. 받을 줄만 알고 줄 줄은 모르는 사람, 매사 남 탓만 하는 사람, 스터디원 상대로 신경전을 하려는 사람,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는 사람 등이 있을 위험성이 늘 존재하고 그런 잠재적 요인은 생활에서 빼고 싶었습니다.

스터디 무용론을 펴는 게 아닙니다. 막상 해 보니 완전 신세계더라, 능률이 확확 오르더라, 그러면 계속하면 됩니다. 들이는 만큼 얻는 게 많지 않다, 혼자 하는 게 기회비용적으로 옳겠다 싶으면 미련 없이 그만두어야 합니다. 다만 적어도 '남들 다 하는데 나도 해야 하지 않겠나' 이런 마음으로 하는 건 아니어야 합니다. 주체적으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Q-16. 운동은 꼭 해야 해요?

무조건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반례도 만만찮게 많습니다. 나는 운동을 안하고는 도저히 공부를 할 수가 없다면 그 분은 하시는 게 맞습니다. 다만 그게 운동 그 자체를 위한 운동이어서는 안됩니다. 공시생에게 운동이란 스트레스 해소를 통해 공부할 힘을 얻는 게 목적입니다. 운동을 해도 그걸 벗어나진 말길 바랍니다.

저의 경우 최고의 힐링은 찜질방에서 혼자 뒹굴며 쉬는 거였습니다. 더운 방에서 자가고문하며 끙끙 괴로워하다가 그 방을 뛰쳐나오는 순간 시원한 공기가 옷 속을 파고들면 그 아찔한 느낌이 눈물나게 좋았어요. 그렇게 나름의 방법이 하나 있음 되고, 그게 꼭 운동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혹시 '체력을 키워야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하시고 싶으시면, 공부하다 지치는 것은 체력보다는 다른 이유라고 말씀드렸던 칼럼 #44회를 '꼭'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Q-17. 공부 장소는 도서관이 좋아요, 독서실이 좋아요?

내 현재 공부하는 장소에 특별히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대로 가면 되는 거죠. 근데 그 장소를 찾는 건 수험생활 극초반에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내 공부량이 제일 많이 나오고 가장 잘 집중되는 그 스팟(spot)을 빨리 찾아야 합니다.

그게 사람에 따라선 심지어 집구석일 수도 있습니다. 집공한다면 무시하는 사람들 있던데, 집공이면 어때요? 굳이 분류하면 저는 동네 도서관파였지만 도서관 휴관일에는 집공을 했는데 집공하는 날 일어나자마자 한 일은 침대 매트리스를 들어다 방 밖으로 내놓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집공의 단점을 잘 극복할 나름의 요량이 있다면 집도 훌륭한 공부장소입니다.

어떤 공시생 블로거가 사람들 모인 곳에서 공부하지 않는 당신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요지의 포스팅으로 같은 공시생들에게 호통을 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너무나도 자기중심적인 사고입니다. 집공 합격자 무수히 많고 심지어 집공한 수석도 버젓이 존재하는 마당인데 얼마나 모르면 저렇게 용감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형식적인 부분에 이래야 맞다 저래야 맞다 식으로 접근하지 말고, 일각에서 생활습관 관련해서 외치는 정언명령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말고, 내게 가장 적합한 것을 찾아 내는 것도 무척 중요한 수험기술입니다. 그걸 잘하셔야 합니다.

Q-18. 일주일에 하루는 무조건 쉬어야 해요?

그런 거 없어요. 휴식은 필요하지만, 일주일에 하루는 무조건 제 경우는 특정 요일을 정해 놓고 쉬는 게 아니고 그냥 오늘 무슨 요일이지 이거 신경쓰지 않고 계속 하다가 어째 좀 페이스가 떨어졌다 싶으면 그때그때 판단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거나, 찜질방에서 힐링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때그때의 내 상태를 봐서 판단하면 되는 일입니다.

다만 쉬는 것도 요령이 필요한데, 만약 오늘은 일요일이니 하루 쉬자고 작정했다면 토요일 늦게까지 공부하다 잠들고 일요일 통째로 째버리고 월요일부터 다시 공부 시작하는 것보단, 토요일은 이른 오후까지만 하다가 일찍 접고 놀고, 일요일 오후부터 시동거는 것도 괜찮음을 경험상 권해봅니다.

일요일 오후에 도서관에 가 보면 사람들이 별로 없는데, 실질적으로 쉬는 시간은 똑같지만 뭔가 내가 앞섰다는 뿌듯함도 있을 것이고, 월요일 책상에 앉았을 때 뭔가 낯설지 않고,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실제로 더 쉬울 겁니다. 공부는 흐름(flow)이니까요(★이 flow에는 놀랍게도 '몰입'이라는 뜻도 존재합니다!)

Q-19. 그럼 주 7일 연속으로 공부하는 것도 가능한가요?

요령이 필요합니다. 하루 7시간 자는 사람을 예로 들면, 매일 7시간 자고 7일 공부... 이건 장기적으로 어려워요. 그런데 월화수목금 5일에 30분씩 일찍 일어나고 토일에 1시간 반 정도씩 늦게 일어나면 누적 수면 시간은 결국 거의 똑같지만 몸이 느끼는 피로는 훨씬 적습니다. 다분히 조삼모사성이긴 한데, 의외로 이게 먹힙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영 꽝이거나 하는 이유로 쉬고 싶을 때가 언젠가 오는데, 처음부터 '어느 날, 무슨 요일' 이렇게 정해놓지 말고 그런 신호가 올 때 쉬면 됩니다.

훨씬 적은 날을 쉬고 동일한 휴식효과를 얻는 걸 체험했는데, 저처럼 공부 흐름 끊어지는 게 극도로 싫은 분은 이렇게 가셔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응용하면 조금 더 자는 날을 토일 말고 수토로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여기서 "남들 다 노는데 왜 나는..." 이런 식의 자괴감이 느껴지고 그 자체에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라면 이 패턴수면법을 쓸 수 없는 사람입니다.

Q-20. 철저히 혼자인 공부하기에는 가장 좋은 상태라고 하셨는데, 공부 친구가 있다면 슬럼프에 빠졌을 때 서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외로움은 수험생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 여기고 혼자 이겨내는 게 제일 나은 생각 아닐까 합니다. 

둘이서 정확히 같은 시기에 같은 주기로 슬럼프를 겪는다면 모를까, 근데 쌍둥이도 그건 안돼요. 한 번 겪을 슬럼프를 두 번 겪는 결과밖에 안 됩니다. 내가 힘들다고 친구한테 징징대면 나중에 친구도 힘들다고 징징... 상대가 슬럼프나 또는 사생활적 이유로 하소연을 해 올 때에 공부해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할 수도 없어지고, 만약 거절하면 '섭섭하다'가 되고, 실망했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이렇게 되면 정말 서로 힘들어집니다.

최악인 건 여러 명 무리지어 다니며 공부하기입니다. 누가 슬럼프래... 누가 남친이랑 헤어졌대... 또 누구 생파, 누구 생파.. 실제로 합격자는 그런 환경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2019. 6. 12.

잘하고있잖아

[당차게~]

경쟁률2:1 쉬는 방법등 여러가지 설명 감사합니다~

[잘하고있잖아]

아주 작은 것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도 엄청 많이 바뀌는 것들이 몇 가지 있더라고요. 애써 발견하고는 혼자만 덕보고 사라져 버리기엔 어딘가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