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한강/문학동네
책을 읽는 내내, 제주의 중산간 지역에서 홀로 살면서 제주의 아름다움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지병으로 사망한 김영갑 사진작가가 어른거렸다. 그의 아름다운 작품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전시되어 있고, 그의 유해도 그곳 나무 둥치 밑에 있다고 한다.
또한 몇 해 전에 봤던 영화 <지슬>도 생각이 났다.
글 전체가 환상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제주, 동서로 긴 땅콩 모양의 제주가 품고 있는 슬픔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가끔씩은 가깝게 다가가다가도 다시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그런 느낌으로 그 담담한 슬픔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인사만 하지 않는 거야.
완성되지 않는 거야, 작별이?
미루는 거야, 작별을? 기한 없이?
제목은 그 역사의 진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기에, 작별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아니 내가 적극적으로 작별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아닐까?
제대로 마무리가 안 되었기에 작별을 할 수 없는 것이니, 제대로 작별할 수 있게 온전히 해결되기를 바란다.
어쩌면 제주는 그 담담한 아픈 역사를 먹고, 자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립된 섬의 아픔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역사를 품은 채로, 뭍의 사람들의 수많은 방문을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뭍의 사람들의 발자국에 제주의 담담한 아픔이 묻혀서 다시 뭍으로 돌아갔을 때, 서서히 번져나가서 제주의 진실이 언젠가는 당당하게 해결되길 바라본다.
첫댓글 그치 않아도 언니의 독서 후기가 없어 아쉬웠는데 어느새 올리셨네요. 저희도 공감하는 마음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