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도 이론
초기 정신분석, 즉 이드심리학의 두 번째 초석은 정신성욕설(psy-cho-sexuality)인 리비도 이론이다. 프로이트는 sexual을 신체나 장기(꼭 성기뿐만 아니라) 비롯되는 관능적인 쾌감을 지칭하는 데 사용하였다. 그리고 리비도(libido)는 그러한 관능적 쾌감의 기저에 있는 가설적인 에너지의 의미로 사용하였다.
리비도 이론은 일차적으로 내부 과정에 의해 생성되는 행동이나 정신활동을 설명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다. 생리학자로서 프로이트는 정신활동의 신체적 기원을 찾기 원했고, 그 결과 본능(instinct, 독일어로는 treib, drive로도 번역 가능하다)의 개념을 사용하였다. 생물학에서 본능은 종 특유의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행동 메커니즘을 말한다. 물론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본능은 생물학에서 말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프로이트(1915)는 본능을 "정신과 신체 사이의 경계 개념" "조직 안에서 시작된 자극의 심리적 표상이 정신에 도달하는 것" "마음이 작용하도록 요구하는 것" 등의 의미로 정의하였다. 생리학적으로 어디서 시작되었든 상관없이, 본능은 정신적으로는 강제적인 충동 또는 자극으로 경험된다.
이후 프로이트는 1921년 「집단심리학과 자아의 분석」에서 리비도는 사랑 혹은 사랑-힘처럼 보다 광의적으로 고려되어야 하고, 성욕동은 단지 리비도의 한 표현으로 봐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실제 임상적 의미에서 리비도는 넓은 뜻의 성욕동, 성적 욕동과 상호 교환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Tyson & Tyson, 1990).
리비도 이론이 처음 발표된 것은 1905년의 「성욕 이론에 관한 세가지 에세이」에서다. 이 시기의 리비도 이론은 다음과 같은 가설들로 구성되었다.
· 리비도는 주된 심리적 에너지다.
· 여러 리비도 단계로 구성된 발달단계가 있다.
· 리비도 욕동은 만족되거나 억압되거나 반동형성 또는 승화로 처리될 수 있는데, 이 가운데 승화(sublimation)가 가장 정상적인 적응이다.
·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본능을 다루는 방식에 의해 성격 구조가 형성된다.
· 신경증은 유아 성욕의 어떤 시기에 고착되거나 퇴행이 깊을수록 정신병리도 커진다.
프로이트는 리비도 욕동을 근원(source), 목적(aim), 대상(object) 그리고 압력(ressure)의 네 가지 관점으로 개념화하였다. 그는 리비도의 근원이 신체적인 것(somatic)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목적은 만족(gratification)이고, 그러한 만족을 얻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대상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렇기에 초기 유아는 '전체 대상으로서 어머니'에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만족시켜 주는 기능'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본능적 욕동은 강제적 · 충동적 성질을 갖고 있는데 압력이 그런 힘의 양적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프로이트(1915)는 리비도가 마음속 타인 표상이나 심리 구조 자체에 투입되거나 배속될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리비도(libido cathexis)이라 하였다. 타인의 심리적 표상에 부착되는 리비도는 대상 리비도(object libido)이며, 자아 혹은 자기 표상에 부착되는 리비도는 자아 리비도(dgo libido)다. 리비도 이론은 19세기 독일 과학에 근거한 것이라는 이유 때문에 비난받고 있지만, 쾌락과 애착 그리고 정신활동을 역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유용한 비유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영민, 「대상관계이론을 중심으로 쉽게 쓴 정신분석이론」, 학지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