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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4월23일.토요일 날씨: 맑고갬 그리고 매우쌀쌀한 봄날.
여느때처럼 문예회관앞을 출발한 버스는 서울방면으로 기수를 돌려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차안에서 인원파악에 여념이 없는 임원님들 얼굴 표정이 조금 어둡다...
아마도 산행신청을 하고 아무런 통보 없이 불참한 회원님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많았나 보다....
예산에서부터 진행절차 등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까 조바심을 내는 눈치시다...
이제는 차에서 나누어 주는 시루떡이 습관처럼 기다려진다..
예전에는 아침한끼를 대신하기 위해 바쁘게 김밥집에 들러 김밥 한줄을 손에들고
뜀박질을 해 간신히 차에 오르곤 하던것이....
이젠 자연스레 습관처럼 앉아서 시루떡을 기다린다..
오늘은 하얀 백설기를 받아 들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그맛이 참 달면서도 쫀득쫀득하다...
역시 오늘도 그 맛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고마운 마음이 앞서기보다 당연한 순서인 듯 얼굴이 두꺼워만 간다...
또한 그 다음순서로 이어지곤 했던 순두부 잔치도 천연덕스럽게 기다린다..
참으로 염치없이 뻔뻔스럽게 변해가는 내 마음이 부끄럽다...
죽전휴게소 한켠에서 펼쳐놓은 오늘의 아침메뉴는 의외로 순두부가 아닌 황태해장국이었다...
황태를 맑게 우려낸 국물에 살짝 데쳐얹은 콩나물과
푹삶아 올린 황태살점들이 어우러져 그 감칠맛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담백하고 깔끔하면서도 그 맛이 시원스럽게 속을 거침없이 풀어낸다...
곁들어진 풋김치, 깍두기.. 그 싱싱하고 청순한 맛에 더 매력에 빠져 드는것 같다.
다만 거기에 고춧가루 한스푼 푹 집어넣고 싶은 아쉬움이 조금 남기는 하다...
황태해장국..
그 맛에 푹빠져들어 무아지경에 이를때쯤...
내 옆에 계신 어르신한분이 갑자기 투정을 부리신다....
"이렇게 좋은 해장국이 있는줄 알았더라면 아침식사를 안먹고 나오는건데~~.."
아침식사를 하고 나온게 무척 후회스런 모양이다.
그러시면서 한 숟가락을 뜰때마다 국물이 담백하고 시원하다고 찬사에 찬사를 거듭하신다..
황태해장국으로 든든하게 빈속을 채우고 다시 차에 올랐다.
차에 올라 자세를 고쳐 앉기도 전에 버스는 한남대교를 건너가고 있었다..
드디어 서울에 입성하는 순간이다..
시원하게 한강의 물줄기가 끝없이 찰랑거리며 펼쳐지고...
그 위아래 상류, 하류까지 주변으로 몇 개의 한강대교와 철교가 시야에 더 들어온다..
그리고 멀리서 시선을 잡아 당기는 고층빌딩들이 한강변에 즐비하다..
<한남대교를 건너 서울에 입성하는 중입니다..>
서울에 입성하는 감회가 새로운 듯 갑자기 주변이 웅성거린다...
저마다 남아있는 한웅금씩의 서울추억이 주마등 처럼 스쳐지나 가나보다...
그리고 이내 무용담이랄까... 해프닝이 할까... 저마다의 기억을 풀어 놓는다...
어떤이는 서울의 전철 노선이 너무 복잡해 서울 공포증이 있다고도 했고....
또 한분은 과거 서울에서의 잘나가던 일을 기억해 자랑을 늘어놓기도 한다..
마치 시골사람들이 서울 구경을 나온듯 한 분위기가 잠시 연출되는 순간이다..
그중 "타올나라"님이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몇 년전 딸아이와 함께 승용차를 끌고 서울에 왔던 모양이다..
첨단장비인 네비게이션으로 무장하고 과감하게 5호선 장안평역을 찾아간 모양이다...
근처에 도달해서 수없이 거리를 돌고 돌면서 헤매어도 역사가 안보이 더란다...
아시다시피 서울에 지하철역은 역사가 지하에 있지 않은가....
다만 입출구만 조그많게 지상으로 돌출되어 있을뿐.....
아마도 평택이나 서정리, 송탄처럼 웅장한 지상역사를 염두에 두고 찾았었나 보다....
결국에는 딸아이의 재치로 역사가 지하에 있슴을 알아채렸다고 한다....
지방생활이 몸에 익다보면 생각까지도 고정관념의 테두리 안에 갇히나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하는 듯 연실 고개를 끄덕였다..
결코 남의 이야기만은 아닐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 되었나 보다.
버스는 동부간선도로에 접어 들면서 의정부 쪽으로 방향을 잡는듯 했다.
자유로를 이용해 파주쪽 으로 접근 할것으로 생각했던 나의 예측이 빗나갔다...
동부간선도를 한참달려 벗어날 즈음 왼편으로 멀리서 북한산 도봉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북한산의 인수봉은 언제 보아도 장엄하고, 도봉산의 자운봉은 운치가 빼어나다.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이번에는 수락산이 올려다 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곳이 관악산을 제외하고는 서울의 명산이 모두 밀집된 지역이다...
버스는 한시간쯤을 더달려 감악산 들머리인 범륜사 입구에 멈추어 섰다.
버스에서 채 내리기도 전에 기념촬영을 하느라 벌써 스크럼을 짜고 대형을 갖추고 있었다...
황급히 달려가 옆에 서려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낮익은 얼굴들이 아니다...
흠칫놀라 뛰쳐나와 돌아보니 다른 산악회 일행들이다...
내 뒤를 따라 달려오던 일행들은 영문도 모른체 그 옆에 자세를 잡았고
그 분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마치고는 민망해 하는 모습이 여간 우수꽝스러운게 아니다...
이를 지켜보던 회원님들은 박장대소하며 폭소를 쏟아냈다...
우리 일행들은 오늘 별도의 기념촬영 없이 산행에 나섰다..
범륜사로 오르는 도로는 승용차 두 대가 간신히 비켜설정도로 협소한 도로지만
깨끗하게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있고 차선도색까지 새로칠해 선명하고 깔끔하다...
이 사찰의 재력이 꽤 넉넉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륜사로 향하는 협소한 도로지만 포장이 깨끗하게 되어있습니다..>
도로를 따라 오르는 산기슭에는 봄이라고는 하나 아직 무척이나 쌀쌀하다..
계절이 봄이라고 해서 옷을 얇게 입고 나온것이 무척 후회스러웠다..
쌀쌀한 기온인데도 진달래가 만발한걸 보니 계절의 섭리는 거부할수 없나보다.
산모퉁이를 돌아 오르니 범륜사가 눈에 들어온다...
한가운데 대웅전 건물을 중심으로 주변으로 크고작은 전각들이 사찰의 터가 넓어서인지
널찍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늘어서있다.
도로도.. 건물도.. 사찰입구 교량도.. 모든 시설이 새것처럼 보였으며 현대적 감각이 느껴진다..
범륜사를 뒤로하고 걸음을 옮기니 험난한 돌밭길이 나타난다...
어떤이는 이를 가리켜 "너덜길"이라 할만큼 체력이 소진된 하산길에서 만나면
발걸음의 정확한 착지를위해 다리에 힘이 들어가야하니 고통스런 길이 아닐수없다..
<고통스런 돌밭길이 나타났습니다...>
이 돌밭길은 숯가마터있는 곳 까지 1키로미터 가량 이어진다....
숯가마터를 지나 조금 올라가니 만남의 숲이 나타난다...
만남의 숲이라고 해야 별다른 시설이 있는건 아니고 벤치 몇개가 놓여 있을뿐이다.
여기서 오른쪽 방향으로 길을잡아 오르니 가파른 깔닥고개가 나타난다...
이 깔닥고개는 그동안 내가 체험했던중에 가파르긴해도 의외로 짧아보였다..
단숨에 깔닥고개를 올라 임꺽정봉으로 뻗어있는 주능선에 오르니 산의 중턱인듯하다.
아래 산기슭에 만발했던 진달래가 중턱에서는 이제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듯...
절반의 피어났고 절반은 아직 꽃봉우리를 그대로 매달고 있다.
명색이 중부 내륙지방이니 산의 표고차에 따라 기온차가 명백함을 잘 설명해주는 듯 하다.
<산아래 기슭에는 진달래가 만발했습니다..>
<중턱쯤 오르니 진달래가 이제 막 피어나고 있습니다..>
<정상 가까이에는 진달래가 아직 피어나지 않았습니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비교적 순탄했다...
가파르지도.. 완만하지도 않은 무난하고 편한길이 굽이굽이 능선으로 이어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마침내 임꺽정봉에 다다랐다...
그 아래는 크고작은 능선들이 아름답게 얽혀있고.....
능선이 끝나갈 무렵에는 아름다운 저수지가 수풀과 들판사이로 뻗어있어 수려한 경관을 연출해낸다..
뒤를 돌아보니 임꺽정봉을 알리는 석조물표지판을 부여잡고 기념촬영을 하는
인파로 인산인해다..
누가 우리 일행인지... 아군과 적군을 가늠해내기 조차 수월치않다...
얼른 혼잡한 이곳에서 탈출하다시피 내려와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에 큰 바위 두 개가 우뚝 서있다...
그 앞에는 "고릴라 바위"는 표지판이 놓여져있다...
아무리 보아도 내눈에는 고릴라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대체 어떤 고릴라가 저렇게 생겼단 말인가....
몇 번이고 훝어보고 돌아보았지만 납득하기 어려웠다...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한채 돌아서서 몇발자국 올라 옆쪽에서 멀리 바라보니...
그제서야 "아 하~~ 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정말 고릴라 가 우뚝 서있었다....
자연의 창작물이 신비의 예술인것일까...... 인간들의 작명이 경지에 이른것일까...
어떻게 저 암석의 예술성을 발견하고 그럴듯한 이름을 갖다붙였는지....
이번엔 인간들의 작명능력에 더 한표를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임꺽정봉 바로아래서... 이여인은 누구를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을까요... 애처롭네요..>
<임꺽정봉 정상입니다...>
<측면에서 바라뵈니 영락없는 고릴라네요..>
고릴라바위를 돌아 몇걸음 안떼어 오르니 정상이다...
정상에는 헬기장인듯... 커다란 공터가 눈에 들어왔고
공터모퉁이마다 점심식사를 위해 둘러앉은 군중들이 빼곡하다...
정상의 조망은 임꺽정봉에 비해 초라한 편이다.
오히려 우직한 군건물과 통신시설, 하늘로 피로침처럼 솟아 있는 송,수신탑등..
주변을 둘러싼 군사시설에 중압감을 떨쳐낼수가 없어서 개운치가 않았다..
정상에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아늑하고 아담하게 내려다뵈는 까치봉을 향해 하산길로 접어 들었다..
계곡과 능선으로 이어지는 곡선이 아름답긴 했으나 일반적으로 여느산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으로 내 머리가 가득 채워져 별다는 감동을 얻지는 못했다..
까치봉에 이르러서 조망을 살피니....
산아래조망과 정상의 조망과 하늘을 한번에 감상이 가능한 지형이었다...
아미 이코스로 등반한 사람들에게는 제일 처음으로 시야가 탁트이는 조망지대 일듯하다...
그러나 아직도 왜 "까치봉"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풀지는 못했다..
여기서부터 이어지는 하산길은 나무와 숲으로 이어진 평탄한 길이었다...
하산길이 너무 편해 좋았다..
<정상에서 내려다 뵈는 까치봉입니다..>
길을 조금 더 내려오니 사람들이 둘러서있는 가운데 신기한 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나무 두그루가 몸통이 합쳐져있고 조금 올라가서 또 다시 서로 제갈길을 가기라도 하듯
갈라서서 자란 나무다...
아.. 이런 나무를 "연리목"이라고 하는가 보다....
처음 본 나로서는 마냥 신기해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발걸음을 떼지못하고 한참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만져보고 살폈다...
정말 나무가 허공에서 서로 몸통이 합쳐지는 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한것일까...
그런데 연리목이라고 하기에는 두나무가 너무 가까이 붙어있다...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더 그랬다.. 혹시 지하에서... 그리고 뿌리에서...
"그렇다.. 혹시 한뿌리에서 함께 뻗어오르다 나뭇가지가 살짝 접목 되었던건 아닐까...."
호기심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삽이라도 가져다 땅을 파보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짓누르고 발길을 돌렸지만
끝내 의구심을 떨쳐 내기는 어려웠다...
<삽을 들고 땅을 파헤쳐 보고 싶었던 연리목입니다....>
하산을 끝내고 주차장에 내려오니....
신협 한순희 상무님과 그 일행분들 뒤풀이 준비에 매우 분주하다...
계곡의 봄바람이 세차게 부는지라 은페가 용이한 장소를 찾느라 애를 쓰신다.
처음으로 그 준비에 동참해서 거들었더니 뿌듯한 마음이다...
그제서야 막걸리 마실때 덜 미안할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인것 같아서다..
그래봐야 짐몇개 날다준것이 고작이다...
그래도 뒤풀이 장소를 찾는데 기여한 공로가 있는건 사실이다.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던 그날...
바람을 피해 잡은 아늑하고 시원한 냇물가에 넓은공터......
꽤 괜찮은 장소였다는 생각이 든다.. 야전에서 그만하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뒤풀이메뉴는 도토리묵, 손두부, 선지국....등 푸짐하고 맛난 음식들이다...
체력이 소진되어 출출할 때 벌어지는 뒷풀이 잔치는 언제나 활력이 넘친다...
내가 좋아하는 도토리묵이 제일 인기가 있어 금새 동이났다...
하지만 두툼하게 썰어진 촌두부에 양념간장 흠뻑재워 김치와 곁들이니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오늘의 메뉴는 막걸리 메뉴로 안성맞춤 인가보다...
소주를 더 즐기는 나도 오늘은 소주보다 막걸리에 손이 더간다..
아마 나만 그런것이 아닌가 보다...
소주병은 그대로인데 막걸리 주전자는 연실 비워대니 서빙해주시는 임원님들
수고가 여간 번거러운게 아닐게다....
오늘도 역시 임원님들과 신협 직원들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중에서 오늘은 총무님의 수고가 돋보이신다...잠시도 쉬지않고 서빙해주시고....
바로 옆에서 살펴보니 먹다가도 벌떡 일어나 막걸리 주전자를 들고 달려가신다.
늘 임원님들께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어느덧 취기가 가득 올랐다...
그렇게 뒤풀이는 성공적으로 끝나고 곧이어 버스에 올라 귀향을 서둘렀다...
차안을 흘깃 흝어보니 남녀노소 할것없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능금빛 스마일이다..
취기가 오르니 출발과 동시에 저절로 잠이 들어버렸다.
한참을 그렇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나보다...
그런데 몸속 깊숙이 밀려오는 고통에 잠에서 깨어 눈을떴다...
막걸리 잔치뒤에 곧잘 일어나는 사고에 대비해 차를 타기전 분명 화장실도 다녀오고
볼일을 충분히 마치고 만반에 준비를 다했건만....
한시간도 채안되어서 오늘도 여지없이 비뇨계통에 사고가 생긴 듯 하다..
어찌하면 좋을까...
창밖에 고개를 돌려 살펴보니 도봉산의 제일높은 봉우리인 자운봉이 지척인걸 보니
이제서 겨우 도봉산역을 지나는가보다...
서울을 빠져나가서 경부고속도로에나 올라서야 휴게소가 나올듯한데...
교통흐름이 양호하다고 해도 1시간은 족히 걸릴것이다.
다시한번 눈을 크게 비벼뜨고 창밖을 자세히 살피니...
설상가상으로 도로가 정체되어 버스는 가다서다를 반복하고,완전 거북이 운행이다.
참으로 참담한 심정... 이를데가 없다...
그냥 이를 악물고 버티는 수 밖에는 방법이 없는듯 하다.
억지로 다시 잠을 청해보는데... 잠이 올 리가 없다...
그런데 잠시후 차내가 술렁인다..
알고보니 이런 고통은 나혼자만 겪고 있는것이 아닌가보다...
드디어 내뒷편 일행들 절규의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마침내 고성이 터져나온다.
누군가 일어서서 큰소리로 부회장님(꼬끼오님)을 불러댄다...
영문을 모르고 황급히 달려온 부회장님께 다그친다...
빨리 아무데나 차좀 세워보라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부회장님 기사한테 달려가신다....
잠시후 부회장님께서 돌아온대답은...
"여기는 도저히 차세울곳이 없다. 경부고속도로 만남의광장 휴게소 까지 가야한다"
이번에는 그동안 숨죽이며 눈치를 살피던 여성들이 일제히 자지러지며 아우성이다...
어떻게 그때까지 참을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당황한 부회장님...
몇마디 더듬더니 이내 돌아서서 그대로 달아나 버린다...
이제는 고통을 호소하는데 남녀가 따로없다...
이미 체면이나 품위는 사치가 되어버렸다..
그저 입에서 나오는대로.. 생각나는대로 아우성이고 몸부림이다.
맨 뒷좌석을 차지한 소사벌 일행들...
잠시라도 고통을 잊어보려는 요량인지 썰렁한 개그가 시작 되었다...
평소에는 별로 우습지도 않았던 그 개그....
음료 페트병을 들이대며 해결해보라는 개그..
막걸리통을 통째로 가져다 내밀며 한잔 더먹고 뻗어버리라는 개그..
이미 평소에 수차례 익히 들어 알고있던 평범한 그 개그에
의외로 모든 남녀가 환호하고 폭소를 쏟아낸다...
내눈에는 그 환호와 폭소가 분명 반쯤은 가식으로 보였다...
그렇게 해서라도 잠시나마 고통을 잊어보겠다는 공감대가 형성 되어가고 있었다..
그만큼 입장이 절박하다는 증거일게다...
그러는사이 버스는 중량천을 따라 이어지는 동부간선도로에 접어 들었다.
다행히 그 도로는 체증이 해소되어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마침내 한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한강북로에 버스가 진입하고 한강이 시야에 들어왔다....
한강이 내다보이자 버스안에는 다시한번 환호성이 터졌다...
이제 한남대교만 건너가면 될터이니 그만큼 휴게소가 지척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환호도 잠시일뿐....
한강북로는 완전히 정체되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실망의 한숨과 탄식이 흘러 나왔다....
어떤 여성회원은 식은땀이 얼굴에 맺혀 내렸지만 애써 표정을 감추느라 안절부절이다.
또 어떤이는 긴장으로 표정이 굳어있고.. 어떤이는 인상파 모델이 되어버렸다..
버스는 여전히 가다서다를 반복하고....나는 모든걸 체념한채 눈을 감아 버렸다....
눈은 감고 있었지만 신경은 한곳으로만 집중되었다...
신경을 의도적으로 다른곳으로 분산시켜 보려 별 공상을 떠올리며 애를 써보지만....
애를 쓰면 쓸수록 그 쪽으로 더욱 신경이 집중되니...
다시 감았던 눈을 뜨려는데 버스안에 다시한번 동요가 크게 일었다...
버스가 건너가야할 한남대교를 그대로 지나쳐 버린것이다..
운전기사가 타이밍을 놓친것인지... 진입로를 찾지못해 지나친것인지...
버스안은 온통 기사에 대한 원성으로 들끓었다...
운전기사의 자질까지 들먹이며 원성은 분노로 변해가고 있었다.
버스는 황급히 이면도로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아마도 한남대교 쪽으로 다시 돌아 가려는 듯 하다...
그런데 다시 골목도로를 들어서서 좌우로 누비며 넘나드는 솜씨가 능숙하다....
아마도 이쪽 길을 훤히 꿰뚫고 있는듯 보였다...
처음에는 길을 잃고 헤매는 것처럼 보여 걱정했더니 다행스럽게 기우였나보다.
그러더니 바로 눈앞에 청와대와 분위기가 흡사하면서도 다소 고풍이 풍기는
웅장한 현대식 건물하나가 우뚝서있다..
깜짝놀라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니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이었다..
우리버스는 그건물 정문을 향해 곧장 돌진했고 이내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 한켠에 보이는 화장실이 시야에 들어오자 남녀누구랄것도없이 일제히 환호성을
외치며 함성을 내질렀다...
갑자기 버스안에는 잔치 분위기가 형성되어버렸다...
재치있는 기사님....
쏜살같이 차를 몰라 화장실 문앞에 한치의 오차없이 정확하게 정차를 하니
차안에 있던 남녀모두 일제히 일어서서 함성과 함께 기립박수를 보냈다.
모두들 추호의 가식없이 진심으로 감격스러워 하는 표정이 역력해 보였다...
이날 만큼은 기사님이 연예인 "현빈"부럽지않은 스타였다..
화장실을 나서서....
잠시 주변을 살펴보니 조경이 깔끔하게 그리고 우아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건물또한 고풍스러우면서도 품위있는 현대식 건물로 말끔히 단장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몇 년전...
그동안 광화문의 일제 총독부건물을 중앙박물관으로 사용해오던 것을
일제잔재를 청산하는 의미로 총독부건물을 철거하고 이곳 용산에 새사옥을 지어
이사를 한다고 매스컴이 온통 야단법석을 해대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곳이 바로 내가 서있는 이곳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다시 버스에 올라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얼굴에 행복이 가득해보였다.
저마다 희희낙락하며 희색이 만면하다...
버스는 다시 출발하고 차안은 이제 평화가 돌아오고 안정을 되찾았다.
오늘은 한바탕 홍역을 치루어 낸탓인지....
시간이 지나도 노래자랑이나 여흥을 즐기자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어느새 다시 달콤한 수면에 빠져든사람....
옆사람과 재잘거리며 수다를 떠는 여인들....
묵묵히 창밖에 시선을 묶어두고 깊은 사색에 몰두하는 나그네....
표정은 모두가 평온하고 행복해 보인다.
잠시 눈을감고 앉아 있다가 그만 혼자 실성한 사람처럼... 싱긋이 실소를 머금었다.
박물관 안으로 버스가 돌진해 들어가던 광경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정문을 지키던 청원경찰이 한눈파는 사이 쏜살같이 돌진해 들어가자
당황한 경찰들이 지나간 버스 뒤에서 허공에 대고 헛손질을 해대는 모습...
주차장은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 통로만 확보해 두었다가
폐장시간을 한시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버스 두 대가 들이닥치자
경비원들이 바리케이트를 들어 옮겨 통로를 확보하느라 허둥대던 모습...
매표소 여직원들 매표구를 닫아놓고 그 앞 벤치에 앉아서 커피잔 들고 노닥거리다..
들이닥치는 버스 두대를 보고 놀라 매표소 안으로 허겁지겁 뛰어 들어가던 모습..
모두가 슬라이드 영상처럼 눈에 선하다....
폐장시간 한시간도 채 안남기고 두 대의 버스가 들이 닥치니 허둥대면서도
한편으로는 늦으막하게 대박이라도 터지는 줄 알았을게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볼일만 보고 나가는 걸 보고 얼마나 허탈했을까...ㅋㅋ
주차장관리도 용역업체에서 위탁운영을 하는 듯 한데 30분도 안되어 빠져 나가니
무료주차가 되었을테다...
지금 생각해보니 재미있기도 하지만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내 언제 중앙박물관을 일부러 구경할 기회가 있으랴...
수학여행이나 아니면 자녀들의 학습을 돕기위해 나서지 않는한...
물론 단순한 시골 관광객도 더러 있긴 하지만...
사실 박물관에 다녀 온다는게 쉬운일은 결코 아니다...
역사적 사실에 관심이 많거나 이에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
고미술품이나 고고학에 지식이 있는사람...
아무튼 사회적으로 연구를 하거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사람이 주로 찾는곳이 아닌가..
오늘 등산은 감악산 산행에 이어 또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간다...
누구랑 대화를 나눌때도...
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품격이 높아 보일것 이며
나를 대하는 사람도 지식인으로 예우를 하지 않겠는가...
사실이든 아니든 생각만 해도 얼마나 즐겁고 신나는일 아닌가....
이를 두고 일석이조라 해야할까...일거양득 이라고 해야할까....
어쨌든 대단한 수확을 얻었다는 말 아니던가....
오늘 감악산 산행은 커다란 수확을 거두어 돌아가는 뜻깊은 산행이 된셈이다...
이 모두를 위해 애써주신 임원님들...
그리고 신협 직원분들....
또한 이날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의 수고에 머리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꾸 벅~~^^*
2011. 04. 28.
성공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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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안녕하세요ㅡㅡㅡ 역시,,멋지네여~~^*^ ^*^
좋은 산행후기,,잘 정독하고 갑니다,,,, 고생들 많으셨어요,,,,
수도권이나ㅡ... 행사관광지에,,,여행가면,,,가끔 경험가게 됩니다,,,, 화장실땜시!!^*^
그래서 저는..막걸리,,맥주,,음료 등은 ,,잘 하지 않습니다,,,ㅋㅋ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감사하고요,,, 오랜동안,,,좋은 만남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5월시작하시고
5월 산행도 꼭 함께하시어
또새로운 산행후기 부탁합니다
성공나라님의 산행후기을 보면 항상 그날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네요
수고많이 하셨네요
5월에도 기대할께요
물론 오줌보를 붙잡고 창밖만 바라보던 생각도 나구요^^
늘 머찐후기 감사드립니다.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들 부자되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