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오명석(28)씨에게 지난달 30일은 뿌듯한 하루였다.
패스트푸드 전문점 맥도날드가 이날부터 어린이용 세트 메뉴 '해피밀'을 사면 '슈퍼마리오 토이' 4가지 중 1개를
무료로 주는 행사를 시작했는데 치열한 경쟁을 뚫고 4종 전부를 모으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날은 회사 노동조합 창립기념일이라 휴무였다.
그는 차를 몰고 인천과 서울을 오가며 총 세 군데 매장에서 해피밀 4개를 샀다.
맥도날드가 준비한 '슈퍼마리오 토이' 물량이 전국적으로 모두 동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일.
맥도날드 관계자는 "행사 첫날부터 조기 품절되는 매장이 속출했다"면서 "고객센터와 각 매장에 '아직 남아 있는 매장을
알려 달라' '재고가 있느냐' 등의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 열광한 건 어린이가 아닌 어른들이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엔 "넥타이 부대가 (맥도날드에) 떼로 들어와 '해피밀'을 외치고 있다"
"점심시간에 회사 동료들과 '해피밀 원정대'를 긴급 결성해 인근 맥도날드를 모두 뒤졌다" 등의 이야기가 잇따랐다.
'4종 전부 모으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의 글과 인증 사진도 줄을 이었다.
심지어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에선 '슈퍼마리오 토이' 1종이 해피밀 가격(3500원)보다 비싼 1만원 내외에 거래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회사원 소주현(여·25)씨도 다섯 군데의 매장을 돌아 2종은 구했으나 나머지 2종을 구하지 못해
결국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를 찾았다.
소씨는 "4종을 4만원에 파는 분을 발견해 간신히 전부 모을 수 있었다"고 했다.
주(主)상품을 사면 증정하는 인형이 품귀(品貴) 현상을 빚은 건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해 말 던킨도너츠의 '플라잉 재키' 증정 행사(1만5000원 이상 구매 시 2000원에 증정) 때도 그랬다.
플라잉 재키는 일본의 곰돌이 캐릭터 재키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한 인형인데,
당시 준비한 10만개가 1주일 만에 매진됐다.
던킨도너츠 측은 급히 2만개를 추가로 마련했지만 이 역시 5일 만에 동났다.
'인형 증정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까닭은 뭘까.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지금, 여기가 아니면 못 구하는 한정품'이란 사실이 증정품의 가치를 크게 높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람들에겐 '너도 구했니? 나도 구했다' 하며 소속감과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는데,
SNS 등을 통한 교류가 이를 더욱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맥도날드 행사에서 '슈퍼마리오 토이' 4종을 모두 모은 IT업체 직원 박세미(여·27)씨도 "전부 모은 직후 페이스북에
인증 사진부터 올렸다"며 "대세에 합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곽 교수는 어린이를 위한 행사에 어른이 더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선 "인형 증정품은 안락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
활력소가 돼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1981년 일본 닌텐도에서 첫선을 보인 '슈퍼마리오'는 국내 20~30대에겐 어린 시절부터 접한 매우 친숙한 캐릭터다.
사회생활에 지친 직장인들이 작은 '슈퍼마리오' 인형 등을 통해 스트레스가 가장 적었던 시절의 기분을 느끼고 싶어하는 셈이다.
맥도날드 관계자도 "서울 강남이나 종로 등 오피스 밀집 지역에서 가장 빨리 품절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