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 전화가 온다.
“언니 미역국 좋아하시지요? 미역국 끓였으니 아침 잡수시러 오세요.”
며칠전 우리 앞동으로 이사를 온 요양보호사다.
오이 소배기도 담그어 오고 어제는 카네이션 화분도 사가지고 왔으니
우리집 방문이 잦은 편이다.
아침 식사를 마늘빵 두쪽으로 해결하다가 오랜만에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었다.
“돌미나리도 맛있어요. 잡숴보세요.”
사람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을 기피하던 내가 요즘은 다가오는 사
람을 막지 않는다.
아침 열시쯤 되니 또 전화벨이 울렸다.
자서전 방에서 함께 강의를 듣는 사람이다.
나보다 여덟살이 많은 할머니인데 영어선생이 꿈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예전에 돈이 없어서 야간대학 영문과를 일년밖에 다니지
못했다고 했다.
자서전 방에서 제일 열심히 공부를 하는 사람이다.
선생님 말씀을 전부 필기를 하는 것을 보며 나는 웃는다.
황반변성을 앓고 있어서 시력이 좋지 못하니 습관적으로 나는 시각
장애인에게 친절을 베풀게 되었다.
작은 글씨는 읽어주기도 하고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주위를 주기도
했다.
이런 나의 친절이 그가 내게 다가온 이유이기도 하다.
“희경씨 복지관에 왔는데 왜 문이 잠겨있지?”
“오늘 노동절이라 복지관에 오지말라고 했잖아요.”
“그랬어? 난 그것도 모르고 왔네.”
“그럼 우리집으로 오셔서 차 한잔 하시고 가세요.”
사람을 집으로 불러들이는 것을 잘 해야 노후가 외롭지 않은거라던
큰아들 말대로 요즘은 우리집에 놀러오세요를 잘한다.
“그래도 되겠어?”
너무나 좋아한다.
복지관으로 가서 그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녹차를 끓여주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팔십년 이상 살아온 사연이 끝이 없다.
남편과 재혼한 이야기도 털어놓았고 바람난 남편의 이야기도 들려
주었다.
바람이라면 나도 할 이야기 많았지만 참았다.
우연히 내 남편과 같은 납골땅에 안치되어 있다고 한다.
|“어버이날 함께 납골땅 갈까?”
“고건 안하고 싶으네.”
내 말에 그녀가 까르르 웃는다.
점심에 치킨을 시켜서 함께 먹고 버스를 타고 오산시장도 함께 갔다.
오월 첫날
오늘 하루가 그렇게 갔다.
첫댓글 오월의 첫날을 아주 훈훈하게 시작하셨어요.
요즘은 저는 다음에 이사를 간다면 어디로 가나? 생각을 많이해요. 노인강좌를 많이 하는
심리과 여교수가 전에 티비에서 나이들면 특히 혼자라면 복지관이 있는 동네로 이사 가라고 해요.
라라님 요즘 복지관이 다니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 요즘 간접 경험하고 있어요.
복지관 근처에 사는거 좋지요.
버스 타고 힘들게
오는 사람들은 나를 엄청 부러워해요. ㅎ
인연을 적당히 만들면 좋을거같아요.
나와 코드가 맞고
적정선을 넘지 않는 그런 분들과의 관계는
정서적으로도 좋을듯 해요~
요양사님도 참 고맙네요,
그 분 도 라라님이 좋은 분이란걸 아는거지요~^^
외로운 나이가 되어서 사람들과의 만남이 참 귀하다고 느껴져요.
5월의 첫날 노년으로 가는 지혜의 첫날이 된것 같습니다
좋은 이웃이 있어 다행입니다
좋은 이웃이 재산인것 같아요.
오월의 시작이 훈훈하고 밝습니다.
ㅎ 여러모로 참 좋습니다.
그렇지요?
이런 세상맛을 보게 될줄 몰랐어요.
라라님의 오월에서
아카시아 향기가 납니다.
좋은 관계 많이 만드시고
좋은 글도 쓰시면서 주변에 널리널리
그 향이 퍼져 나가면 좋겠습니다.
그럴게요.
좋은 계절에 따뜻한 시간 가져야지요.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모습 보기좋아요.
차츰 음지에서 햇살 포근한 양지로 나오시는것 같아 좋습니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오니 참 좋아요.
ㅎㅎㅎ
희경씨~
참 정겨워요.
이름도 참 이쁘세요~^^
빛날 희에 벼슬 경이랍니다.
잘 살고 계시네요~ 라라님의 따듯한 성품이 느껴집니다. 즐겁게 지내시다 보면 여기저기 아픈곳도 날아 가실거에요. 하루하루가 마음편안하시고 즐거우시길 바래요~
봄이 곳곳에 만발해 생동감이 전해져 산책이 즐거운 계절입니다^^
신세계가 펼쳐진거지요.
모든것이 새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