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구리남양주지회에서 만들었던 동시공부 자료를 옮겨 왔습니다.
감성을 살리는 동시 감상 지도
김은영(동시인, 남양주송라초교사)
1. 시작하는 말
나는 '동심'이란 말을 들으면 자신이 없다. 더군다나 동심을 이해한다는 말 앞에는 더욱 주눅이 든다. 늘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교단에 서면 아이들에게 지식을 넣어 주려하고, 훈련시키고 훈계하려들어 깜박 잊어버리기 일쑤고, 동시를 쓸 때에도 오로지 아이들만을 생각해서 썼느냐고 자신에게 되물어도 '네'라고 떳떳하게 대답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 nbsp; '동심'이란 교사든, 어린이 문학을 하는 사람이든, 독서 지도를 하는 사람이든 평생을 탐구하고 마음을 바로 하고 가다듬어야 가까이 갈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더없이 맑고 깨끗한 세계나 구도자가 바라는 높은 이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말과 생각과 아픔과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고 시로 나타내려는 마음이야말로 '동심'이 아닐까 생각하며, 그런 노력이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출발점이라고 본다.
& nbsp; 따라서 시를 쓸 때나 읽힐 때에도 아이들을 이해하려 들지 말고 먼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본다.
& nbsp;
2. 동시의 정의
& nbsp; 동시란 무엇인가? 많은 교사나 학부모들, 그리고 시 지도를 하고 잇는 사람들조차도 '동시'의 개념을 뚜렷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이 기회에 다시 확인하기 위해 사전을 펼치니 다음과 같았다.
& lt;동아새국어사전, 동아출판사 1994년 1월 개정판, 감수 문학박사 이기문>
동시 - ① 어린이를 위한 시
② 동심의 세계를 표현한 시
③ 아동시 어린이가 지은 시
그러나 안타깝게도 다른 사전들은 '동시'와 '어린이 시'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동시'라고 정의하고 있다
동시란 어른이 어린이를 위해 동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느낀 것을 쓴 것이고, 아동시(어린이 시)란 어린이가 지은 시인 것이다.
3. 동시의 독자
& nbsp; 동시의 독자는 누구인가? 이 물음은 왜 동시를 쓰는가? 하는 물음과 직결되며 왜 아동문학을 하는가, 동화의 독자는 누구인가, 왜 독서지도를 하는가? 라는 물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왜 동시를 쓰는가를 깨닫는다면 이런 물음은 한갓 부질없는 어리석은 질문에 불과할 수 있다. 동시나 동화의 주된 독자는 어린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기본이 되는 질문조차 자주 돌이켜 생각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기가 십중팔구이다. 아직도 독자를 생각하지 않는 동시, 독자를 무시한 채, 어린이가 아닌 시인 자신만을 위한 듯한 동시가 버젓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 nbsp; 동시를 왜 쓰는가, 라는 기본 물음조차 해 본 적이 없이 작품을 쓰는 듯한 동시인들, 비평이 없는 무질서한 공간 속에서 닥치는 대로 발표되고 있는 동시 작품, 최소한의 거름 장치도 없이 작품을 무사통과로 실어 주고 있는 어린이잡지 편집자들, 이러다 보니 자기 검열은 물론 타자의 검열조차 없는 동시문학은 점점 더 진창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생각을 쉽게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이런 연유로 하여 독자를 무시한 비동시만이라도 걸러 내야 한다는 생각과, 또 한편으로 어린이 독자를 위한 감상용 시조차 될 수 없는 비동시도 가차없이 걸러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절실하다.
& nbsp;
4. 동시가 갖추어야 할 조건
그러면 최소한 어떤 조건을 갖춰야 동시가 되는가? 하는 물음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이런 조건은 작가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기본 조건은 이렇다고 본다.
& nbsp; 첫째로, 소재가 적절해야 한다.
소재라는 것은 시인에게서 정서와 사상을 끌어내는 재료인 동시에 작품의 주제도 직·간접으로 끌어내는 기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동시에서 소재가 어린이들에게 적당치 못하면 주제 또한 적당치 못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소재나 주제가 어린이들에게 적당치 못하면 어린이들이 이해, 공감할 수 없으며 건강한 정서의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것은 불은 보듯 뻔한 이치이다. 그렇다고 어린이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대중문화나 유행가 가사, 또는 연예인 등 세속적인 소재를 선택하는 것은 건강한 정서를 길러주기에는 부적합하다.
& nbsp; 둘째로, 내용이 적절해야 한다.
소재는 적절하게 선택되었으나 그 소재에 대해 시인이 부여한 의미나 감정, 다시 말하면 시의 내용이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엔 거리가 있는 경우이다. 거리가 있다는 것은 이해와 공감을 얻기에 어렵다는 뜻이다. 또 시인의 눈으로 본 생각이나 심상, 또는 교훈조의 내용 같은, 이미 옛 것이 된 것은 오늘날의 아이들에겐 이해 공감이 되지 않아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이 경우는 대체로 시인 자신의 어린 시절의 경험이나 혹은 그 때의 가치관을 그대로 어른의 말투로 표현한 탓이다. 또 지나친 비판이나 대중적인(통속적인) 주제는 걸러내야 한다. 동시를 읽어서 즐거움도 있어야 하지만 가치도 있어야 한다. 이것은 문학 원론적인 이야기이며, 문학의 효용성 문제이기도 하다. 문학의 효용성에는 <쾌감(즐거움)과 교훈(가르침)> 두 가지가 있다. 쾌감 쪽으로만 가면 예술을 위한 예술로 빠지고, 교훈 쪽으로만 가면 예술성이 문제가 된다. 쾌감도 고상한 쾌감을 주는 것이 있고 천박한 쾌감을 주는 것이 있다.
& nbsp; 셋째로, 표현에 별 문제가 없어야 한다.
문장에서 앞뒤 연결이 어색하거나 불필요한 말, 애매 모호한 비유들이 끼어 들어 결과적으로 작품 구조상에 결함을 드러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경우는 의미 해석에서 모호함이 커 정확한 이해와 판단을 하기가 어렵고, 또 잘못 해석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표현상의 부족함이라 볼 수 있다. 반대로 애매 모호함은 없으나 그 표현이 잘못된 경우도 볼 수 있다. 즉 담긴 내용은 어린이의 것인데 말투는 어른의 것인 경우와 반대로 담긴 내용은 어른의 것인데 말투만 어린이 것으로 된 경우이다.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된다고 볼 수 있다.
& nbsp; 이상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아 보았는데, 설령 세 가지가 충족되었다 하더라도 얕고 깊음에 따라 또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5. 동시의 특성과 한계성
동시에는 '특성'과 '한계성'이 분명히 있다.
'특성'이라면 -어린이의 눈이나 마음으로 써야하며,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어린이의 정서에 맞는 시라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 nbsp; '한계성'이라면 -바로 소재나 표현의 한계성을 말하는데, 주로 어른들의 생활 감정과 흥취에 속하는 것으로 보면 되겠다. 굳이 예를 들면 '인생 회고' 같은 '어른인 작가의 감정 토로'나 '음풍농월' '어른의 흥취'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여튼 어린이들이 이해 못할 어른들의 추상적 사유나 관념 세계, 감정, 흥취의 표현 같은 것이다. 표현에 있어서는 지나친 비유법, 즉 은유보다는 직유법을 쓰고 상징이나 비약은 물론 시어는 어린이의 눈 높이를 겨냥해야 한다는 따위이다.
& nbsp; 동시 문학의 세계를 가는데 있어 이런 물건들은 술처럼 어른들의 것이지 어린이들의 것은 아니다. 그밖에는 모두 도움이 되고 필요하다고 본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은 과자나 아이스크림 같은 것이지만, 김밥, 각종 음료수, 닭튀김, 족발, 오징어도 아이들은 좋아한다.
& nbsp;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동시라면, 아이들용 과자나 빵, 사탕, 아이스크림, 피자, 핫도그 같은 것만 연상하고 제한하려 든다. 예를 들면 '꽃이나 나비 같은 동식물과 사물의 묘사' '봄 여름 같은 계절' '교실이나 집에서 보고 겪었던 일이나 놀이' '아기들의 재롱' 따위로 말이다. 이런 소재에 머무르다보니 동시가 천편일률적이다. 표현 기법도 엇비슷하여 그게 그거다.
& nbsp; 따라서 시인에게는 소재와 주제, 표현 기법의 확대가 필요하듯, 아이들에게도 시를 통해 여러 가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1, 2학년을 위한 즐거움 주기의 동시에서부터 5, 6학년 이상을 위한 세계와 삶의 문제에 이르는 폭 넓은 것에 이르기까지 일차적인 역할은 시인의 몫이지만, 그 다음은 시를 지도하거나 읽기 지도를 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6. 좋은 동시와 좋지 않은 동시
가. 좋은 동시
좋은 동시란 어떤 동시인가? 좋은 동시들이 지닌 공통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좋은 동시의 요건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진실하고 절실한 삶이 담긴 시
·쉽고 이해할 수 있으며 재미있는 시
·소재와 대상과 주제가 명확하고 신선한 시
·자연사물이나 사회현상 및 인물 등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시
·정서나 심미의식이 풍부한 대다 묘사력이 뛰어난 시
·표현이 눈에 보이듯 실감나고 말의 울림이 있는 시
(예 1)
& nbsp; * 좋은 동시 - 쉽고 재미있으며 어린이 마음을 잘 표현한 시
& nbsp; 고양이가 내 뱃속에서
& nbsp; 넷째 시간에
갑자기 뱃속에서
야옹- 하더니
꼬르륵- 하고
소리가 났다
& nbsp; 고양이가 내 뱃속에서
급식 먹을 때 되었으니
어서어서
급식 먹자 하는 것 같다
& nbsp; 나도 빨리
급식 먹었으면 했다
권오삼『고양이가 내 뱃속에서』중에서
(예 2)
& nbsp; * 좋은 동시 - 주제가 명확하고 시정신을 느낄 수 있는 시
& nbsp;
& nbsp; 숲 하나
& nbsp; 저기
포크레인 덜컹거리는
숲에는
& nbsp; 소쩍새 부엉이 비둘기 꿩 지빠귀 꾀꼬리 솔새 휘파람새 까치 까마귀 할미새 다람쥐 산토끼 들고양이 청설모 너구리 오소리 고라니 꽃뱀 구렁이 족제비 멧돼지 산나리 원추리 둥글레 고사리 취 으아리 두릅 잔대 더덕 머루 다래 칡 잣 솔방울 두메부추 소나무 잣나무 옻나무 참나무 밤나무 엄나무 자작나무 물푸레나무 영지버섯 국수버섯 싸리버섯 밤나무버섯 독버섯 진달래 철쭉꽃 찔레꽃 제비꽃 할미꽃 조팝꽃 싸리꽃 산나리 물봉숭아 엉겅퀴 패랭이꽃 산도라지 달맞이꽃 솔이끼 돌멩이 바위 개미떼 벌 나비 개구리 옹달샘 골짜기 바람소리 물소리 가을단풍 겨울눈꽃 오솔길
& nbsp; 숲 하나에는
내가 아는 것만도 이렇게 많은데
너도 아는 것 동그라미 쳐 가며 읽어 보고
내가 모르는 것도 써 주렴
& nbsp; 숲 하나
이제 영영 사라지고 마는데
숲 하나에 있던 모든 것들
다만 이름이라도 남겨 놓아야 하지 않겠니.
& nbsp; 김은영『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중에서
(예 3)
& nbsp; * 좋은 어린이시 두 편 -표현이 실감나고 눈에 보이듯 한 시
화장실
경북 지산 6학년 박승운
창자에서
전보가 왔다.
& nbsp; 급한 김에 휴지도 안 가져
& nbsp; 옷을 다 내리는 차에
푸드득!
& nbsp; 아, 시원하다.
& nbsp;
& nbsp; 그런데 휴지가 없다.
& nbsp; "엄마, 휴지 좀 갖다 줘!"
& nbsp;
& nbsp; 그래도 떡국을 다 빼고 나니
시원한 뱃속!
& nbsp; 『어린이 시 이야기 열두마당』중에서
* 정서나 심미의식이 풍부한 대다 묘사력이 뛰어난 시
저녁놀
일본 돗도리 1학년 고시니 유키에
& nbsp; 어제
저녁놀이었습니다.
& nbsp; 야채를 씻었습니다.
& nbsp; 노래를 부르며 씻었습니다.
& nbsp; 냇물 속도
저녁놀이었습니다.
& nbsp; 야채를 씻으면
저녁놀이
가슬가슬 부서지기 때문에
나는 살짝 씻었습니다.
& nbsp; 야채를 움직이지 않게
씻었습니다.
& nbsp; 김녹촌 엮음, 『일본 어린이 시』중에서
나. 좋지 않은 동시
좋지 않은 동시는 좋은 동시가 갖춘 요건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좋지 않은 시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시인의 시정신이 담겨있지 않은 시
·어렵고 이해할 수 없는 시
·어른의 감정을 표현한 작위적인 시
·소재나 주제가 낡고 평이한 시
·사물이나 자연 현상의 설명에 머문 시
·절제되지 않은 시어로 메시지를 전달하려하기
·아무런 맛을 느낄 수 없는 시
·유아적 발상으로 말 재롱을 부린 시
대부분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기에 여기엔 그 제목만 제시해 본다.
& nbsp; 태양의 길, 봄날의 아침은, 야영의 촛불, 어촌일기, 새떼는 하늘에서, 아가위나무에 대하여, 날마다 이 시각이면, 고향의 그 빛 때문에, 세상을 그리움으로, 기계라는 것 야릇한 것, 하늘문에 들어설 땐, 가을, 은행나무 언덕. 강물에서 건져 올린 생각, 중국땅 도문에서, 고요(96), 그날 밤, 반달은. 그 겨울날 오후 창가에서, 별들이 나를 데리고, 빈 농가를 바라보며, 꽃소식을 접하며, 출생신고서를 접하며, 부들부들, 삐죽삐죽, 저런 저런, 탁 쿵. 고향을 딛고 서서, 들길에서, 숲 속에서, 구절초 피어나면, 봄을 위하여, 봄 들녘에 나가면, 구절초 한 송이가, 꽃잎으로 흐르는 도갑사, 꽃집에서, 산길에서, 바닷가 보이는 산언덕에서, 봄비 오는 창가에서, 수박을 보면서, 미루나무 숲길에서, 은행나뭇길을 거닐면서, 느티나무 아래서, 구름을 볼 때마다, 대추나무 밭에서, 숲 속 그늘에는.
'태양의 길' '꽃소식을 접하며' '출생신고서를 접하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제목이 성인의 감정을 담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나 추상적인 것 또는 유치한 것은, 아이들에게 거부감을 주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따라서 동시의 제목은 구체적이고 단순 소박 또는 아이들의 생활 감정이나 이해에 맞는 것으로 해야 한다. 다른 제목들도 성인 시에 어울릴 제목이거나 아니면 추상적, 유희적인 것이어서 아이들이 제목만 보고도 거부할 것들이다. 또 이런 제목의 동시는 읽어보면 그 내용이란 것이 거의 전부가 어른인 시인 자신의 사물에 대한 관조, 추억, 상념 ,회상, 흥취, 관념세계, 음풍농월조의 것이어서 아이들의 감정이나 정서, 관심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거부감을 주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는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러므로 동시의 제목은 구체적, 단순, 아이들의 생활 감정에 가까워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우선 동시의 소재, 내용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표현상의 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7. 어린이들이 감상할 수 있는 비동시
& nbsp; 비동시의 범주에 속하는 시라도 고학년이나 중학생 정도면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시에 대해선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대두된다. 즉, 청소년시에 해당할 수준의 시 -성인시 중에서도 내용이 단순하고 표현이 소박한 시 -에 대해선 이를 동시에 포함시킬 것인가, 안 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다.
& nbsp; 아동문학의 영역을 중학생이나 그 이상으로까지 잡았을 때, 청소년시는 동시의 범주에 포함시켜도 된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상으로 그런 것이고, 현실적으론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본다. 만약, 시가 아니고 소설이라면 이는 충분히 가능하다. <돈키호테> <레미제라블> <햄릿> <삼국지> <수호지> 같은 동서고전들이 어린이·청소년용으로 편집되어 읽히고 있으니까.
& nbsp; 그러나 시는 소설과는 다르므로 요약, 또는 읽기 쉽게 편집되어 출판될 수가 없고, 읽힐 수도 없다. 따라서 아무리 빼어난 시라도 어린이들의 나이를 무시하고 감상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어디까지나 동시는 동시이고, 소년시는 소년시이며, 성인시는 성인시인 것이다. 그러므로 동시의 독자를 초등학생까지로 잡아야 한다고 보며 동시에 대한 독자 설정도 좀 더 세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렇게 볼 때 소년시의 독자는 중학생 이상이 된다고 본다.
& nbsp; 따라서 동요는 유치원이나 저학년, 동요시는 중학년, 동시는 고학년, 소년시는 중학생에다 맞추어야 할 것이다.
& nbsp;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아동문학의 중심 독자의 나이가 자꾸 아래로 내려가 지금은 저학년이 - 어린이들을 크게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누었을 때- 아동문학의 중심 독자가 되었다. 이런 현실 속에 청소년시나 일부 성인시까지를 동시의 범주에 넣는다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이런 점과 함께 작품 수준이 또한 문제가 될 것이다. 즉, 좋은 동시가 눈에 띄지 않으니까 고육지책으로 성인시 중에서도 내용이 단순한 것을 뽑아 어린이들을 위한 감상용 시로 선을 보이기도 했다.
& nbsp;
(예 1)
& nbsp; 떠나 보고야
& nbsp; 멀리 떠나 보고야 알았습니다.
& nbsp; 어머니 품, 가슴이 그리운 것을.
& nbsp; 멀리 떠나 보고야 알았습니다.
& nbsp; 오막살이 내 집이 그리운 것을.
& nbsp; 멀리 떠나 보고야 알았습니다.
& nbsp; 내 고향 옛 동무 그리운 것을.
& nbsp; 권태응『감자꽃』중에서
& nbsp; 이 시는 7·5의 자수율을 가진 정형시이다. 그런데 이 시를 동시라고 하여 동시집에 넣었다. 엄밀히 따지면 위의 시는 동시가 아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이 시의 화자가 어른인데다가 어른의 목소리로 어른의 감정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시의 내용이나 표현을 보면 성인시에 해당하는 것이고, 또 제목 '떠나 보고야' 도 성인의 경우에나 해당하는 말투요 경험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nbsp; 하지만 이 시는 내용이나 표현이 단순하고 명확하여 고학년 어린이들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동시의 범주에 넣을 수는 없어도 고학년 어린이를 위한 감상용 시, 또는 중학생 독자를 위한 소년시로서는 적당하다고 본다.
& nbsp; (예 2)
& nbsp; 바다
눈물은 / 바닷물처럼 / 짜구나. // 바다는 / 누가 울은 / 눈물인가. //
& nbsp; (오장환, 겨레아동문학선집 '10권')
& nbsp; 화자의 말투나 발상을 보면 분명 소년시에 해당한다. 그러나 내용이나 표현이 단순하여 어린이들도 충분히 이해, 감상할 수 있다고 본다.
& nbsp; 2) 성인시여도 어린이들이 감상할 수 있는 시
감꽃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셋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 nbsp; 김준태『참깨를 털면서』중에서
8. 동시 감상 지도
가. 동시 감상의 목적
동시를 읽어서 즐거움도 있어야 하지만 가치도 있어야 한다. 이것은 문학 원론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린이들에게 왜 동시를 읽혀야 하는가? 동시를 읽으면 왜 좋은가? 하는 물음에 앞서 어린이들이 여러 경향의 좋은 동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자세한 안내가 필요한 것이다.
& nbsp; 동시 감상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 nbsp; 1) 바르게 꿋꿋하게 살아가는 길
2) 건강한 정서의 함양
3) 사물에 대한 아름다움
4) 사랑 (사람과 자연에 대한 사랑)
& nbsp; 5) 아름다운 운율과 우리 말에 대한 것
6)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
7) 세계에 대한 눈뜸
8) 동심을 잃지 않게 지켜주는 일
나. 동시 감상 지도 방법
실제로 시의 감상 지도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김녹촌' 시인이 제시한 효과적인 시 감상지도는 다음과 같다.
& nbsp; 첫째, 어린이들의 시 감상 지도에는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하나의 작품만을 가지고 한 시간 또는 두 시간에 걸쳐 철저하게 깊이 맛보게 하는 것이고, 또 하나의 방법은 몇 편의 시를 한꺼번에 내놓고서 얇게 많이 맛보게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을 필요에 따라 적절히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 nbsp; 둘째, 먼저 감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시를 읽히기 전에 미리 '이 시를 읽고 어떻게 느꼈는지 나중에 발표해 주기 바랍니다.' 하고 읽기의 목표를 주고 읽히는 것이 좋다.
& nbsp; 셋째, 시의 내용을 살펴볼 때에는 발표나 토론을 통해 감동적인 부분과 다른 부분과의 관계도 밝히면서, 작품 전체의 가치도 알게 해야 한다. 또 시어 하나하나의 반짝임이나 울림이나 상호작용을 알게 하고, 행 사이와 시어 사이에 흐르는 서정과 여운도 알게 해야 한다. 그리고 시의 내용을 어린이 자신의 생활 체험과도 비교시켜 감상하도록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 nbsp; 넷째, 시 감상 지도의 성공 여부는, 오로지 감상 작품의 올바른 선정 여하에 달려 있다.
& nbsp; 다섯째, 시의 감상 지도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그 시가 과연 시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일이다. 사람마다 시관(詩觀)이 다르고 한 작품을 두고도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시를 보는 눈을 길러 주기 위해서라도 어떤 관점에서 어떤 기준(좋은 동시의 기준)을 가지고 작품을 살펴볼 것인가를 제시해 주는 게 좋다.
& nbsp; ① 시의 내용이 쉽고 재미있는가, 아니면 어렵거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가?
& nbsp; ② 표현이 눈에 보이듯 실감나고 가슴에 와 닿는가, 아니면 아무런 느낌이 없는가?
& nbsp; ③ 절실한 자기의 삶을 바탕으로 해서 진실성 생동감이 넘치는 시인가, 아니면 남의 작품을 모방하거나 글재주 또는 말장난으로 쓴 시인가?
& nbsp; ④ 주제가 명확하고 이미지가 선명하게 그려지는가?
& nbsp; ⑤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자기 말로 쓴 시인가, 아니면 어디서 많이 본 작품처럼 낯익은 작품인가?
& nbsp; 위에서 간단하게나마 동시감상지도 방법을 살펴보았다. 어린이들에게 동시 감상 지도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동시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위에 제시한 요건 중 어느 한 두 가지만 갖추었다 해서 반드시 좋은 동시라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동시를 많이 읽어야 한다. 읽다보면 좋은 동시를 보는 눈이 길러질 것이다.
다. 동시 감상지도의 예
1). 즐거움을 주는 시
초등학교 높은 학년쯤이 되면 이미 아이들은 시가 가지고 있는 외형적인 특징을 대부분 잘 알고 있다. 이를테면 시는 연과 행으로 나뉜다느니 짧은 말로 되어 있다느니 비유를 쓴다느니 해서 시가 어떤 겉모습을 지니는지를 잘 안다. 국어시간에 이미 백여 편이 넘는 시를 듣고 읽고 쓰고 했으니 이런 지식쯤을 얻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시의 이런 특징을 아는 것 말고 한 편의 시를 나름대로 이해하고 감상하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선뜻 그렇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 아이들은 시의 겉모습이 이런 것이다 하는 것은 잘 알고 있는 듯하지만 실제 시를 제대로 느끼고 이것을 스스로 가까이하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시가 지니는 외형적 특징이 이런 것이다 하고 주워섬기는 것은 시를 제대로 이해하고 느끼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시는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 nbsp; 높은 학년의 아이들은 시를 가슴으로 느끼려하기보다 그저 머리로 받아들이고 또 될 수 있으면 쉽게 잊으려 한다. 아주 특별한 몇몇 아이들을 빼놓고 본다면 제 스스로 시를 찾아 읽으려 하는 아이는 거의 없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은 종종 어떤 일들을 하는가. 머릿속에 억지로라도 이것을 집어넣으려 하기 일쑤다.
& nbsp; 선생님 옷에서는
엄마 냄새가 납니다
옷깃에 분필 가루
털어 드리면
하얗게 웃으십니다.
& nbsp; 교실 꽉 찬
선생님의 향기
피어나는 웃음
즐거움만으로
가득 찬 무지개 교실
-「선생님」부분,
& nbsp; 위 시는 얼핏보면 흐뭇한 생각을 주는 시이고, 특히 나처럼 분필가루에 묻혀 사는 교사에겐 더없이 즐거움을 주는 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이들 입장에서는 과연 이 시가 어떻게 느껴질까. 이 시는 아이들 가슴으로 다가가는 시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나쁘게 보면 이것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억지로 꾸며낸 글이지 결코 아이들의 동심에 호응하는 문학이라 볼 수는 없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시를 외우게 하고 외워 쓰고 암송하는 대회를 열기도 한다는 것이다.
& nbsp; 이런 엉터리 시 교육이 왜 벌어지는가. 그것은 어른들이 시가 즐거움을 주는 문학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시를 가르친다'에서 '시'에 중심을 두지 않고 '가르친다'에 더 강한 강박관념을 갖기 때문이다. 사실 좋은 시 - 아이들 동심에 호응하는 시 - 는 어른이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아도 아이들 자신이 먼저 가슴으로 느낀다. 가슴으로 느껴지는 시라면 어른이 굳이 외워라 하지 않아도 저희들이 알아서 먼저 외운다. 어른들이 할 몫이란 그저 아이들 가슴에 다가가는 시를 찾는 일, 그리고 그것을 들려주고 아이들의 반응에 귀 기울이는 일이다.
& nbsp;
& nbsp; 우리 교실
감꽃 피면 감꽃 냄새
밤꽃 피면 밤꽃 냄새
누가 누가 방귀 뀌었냐
방귀 냄새
& nbsp; 김용택『콩, 너는 죽었다』중에서
& nbsp; 얼마나 재미있는 시인가. 이것은 재미있는 시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아름다운 시이기도 하다. 이런 시를 쓰는 시인은 시집 앞에 적어놓은 머리말에서 이 시집에 실린 작품들이 모두 '아이들이 나에게 가르쳐준 동시'라는 겸손의 말을 하고 있다. 이것은 이미 성인시에서 나름의 평가를 받는 시인이 그저 겉치레로 하는 인사말이 아님을 우리는 꼭 유념해야 할 것이다. 시로 자꾸 무엇을 가르치려 드는 어른은 결코 아이들에게 좋은 문학교육을 할 수 없다.
& nbsp; 2) 아이들 마음에 호응하는 시
흔들리는 마음
공부를 않고
놀기만 한다고
아버지한테 매를 맞았다.
& nbsp; 잠을 자려는데
아버지가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왔다.
& nbsp; 자는 척
눈을 감고 있으니
아버지가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 nbsp; 미워서
말도 안 할려고 했는데
맘이 자꾸만 흔들렸다.
& nbsp;
& nbsp; 위 시는 얼마 전 예기치 않은 병마에 세상을 떠난 임길택 시인이 쓴 동시다. 이 시에 나오는 시적 화자의 '흔들리는 마음'은 어른의 관념에 가까운 것이기 보다 진정으로 아이의 마음에 가까운 것이다. 아무리 너그러운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일지라도 누구나 한번쯤 이 시의 화자와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시를 읽는 아이들은 그래서 저절로 '아, 그래 나도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지' 하며 이 시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시를 읽고 느낀 것을 말하라고 할 때 아이들에게서 나오는 반응은 위에 소개한 「방글방글」과는 차원이 분명 다른 것이라 할 만하다. 이를테면 이 시는 아이들 삶이나 정서와 밀착된 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어서 앞의 시보다 더욱 풍부한 감상의 기회를 아이들에게 제공하게 된다.
& nbsp; 우리들은 아이들에게 이런 풍부한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는 시를 부지런히 찾아 읽혀야 할 것이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어떤 시가 아이들 마음에 호응하겠는가를 고민하는 것은 올바른 문학교육을 하려는 교사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이다.
& nbsp; 3) 머리로 꾸며 쓴 시와 몸으로 느끼고 가슴으로 쓴 시
시를 감상하게 하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 것이 바로 아이들로 하여금 시를 쓰도록 하는 것이다. 교과서는 시의 외형적 특징 - 이를테면 줄글과의 차이 같은 것 - 을 강조해 시를 쓰도록 하지만 이것은 엄밀히 말해 올바른 시쓰기 교육이라 할 수 없다. 그것은 시를 삶과 연관되어 있는 문학이라고 느끼기보다 마치 연과 행으로 나뉜 짧은 글이라는 또 하나의 상투적인 관념을 심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 nbsp; 시를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곧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다. 그것은 이전에 누구도 보지 못한, 그리고 누구도 느끼지 못한 자기만의 생동감있는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다.
& nbsp; 분필
모든 어린이들에게
착하고 예쁜 마음을
가르쳐 주고 있는
하얗고 하얀 분필
분필은 우리의 예쁜 마음을
때묻지 않게 하려고
매일같이 하얀 옷만 입고
하얀 착한 마음만 내놓지요.
& nbsp; 이런 식으로 쓰는 아이들의 시를 우리는 흔히 본다. 그저 연과 행으로만 나누어, '-했지요' 하는 말을 쓰는 이런 글을 우리는 과연 시라고 볼 수 있는가. 과연 이 작품에는 아이들만이 가지는 눈 같은 게 느껴지는가. 어떤 삶의 모습이 엿보이는가. 이 작품에서 엿보이는 것은 삶이 아니라 그저 공허한 말놀음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말놀음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 nbsp; 그것은 이 시를 쓴 아이가 시로 쓰고 싶은 대상을 눈으로 세밀히 살피고 가슴으로 깊이 느끼지 못한 데서 온다. 그저 머리로만 억지로 꾸며 쓴 데서 온다. 이런 공허한 말장난을 어떻게 하면 그치게 할 수 있을까. 이를테면 다음 시는 그런 물음의 좋은 답이 된다.
& nbsp; 해
눈이 오고 난 아침
광명 병원 위에
해가 떠 있다.
& nbsp; 노란 게
달 같다.
& nbsp; 구름 속으로 들어간다.
& nbsp; 해가 안 보인다.
& nbsp; 보인다.
& nbsp;
& nbsp; 이 시를 쓴 아이는 '해'를 머리로 꾸며 쓰지 않고 세밀히 관찰해 썼다. 말을 일부러 비틀어 쓰지 않고 그저 담담히 자기가 본 대로 또 느낀 대로 쓴 것이다. 이 시에서 쓰인 비유는 "노란 게/ 달 같다"는 직유 한 번뿐이다. 이 직유는 말을 일부러 꾸미려고 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해를 지켜보면서 시를 쓴 자신이 직접 그렇다고 느낀 것이다. 이렇게 소박한 느낌으로, 그저 자기 눈으로 본 것을 있는 그대로 쓴 시이지만 우리는 이 시에서 마치 손에 잡힐 듯한 해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이런 느낌을 주는 것이야말로 이 시가 생동감을 지니고 있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 nbsp; 이 시에서 보듯 살아있는 느낌이란 본 것과 느낀 것을 있는 그대로 적을 때 쉽게 드러난다.
라. 감성을 길러 주는 동시 몇 편
밤중에
-이원수-
달 달 달 달 ......
어머니가 돌리는
미싱 소리 들으며
저는 먼저 잡니다
책 덮어 놓고.
어머니도 어서
주무세요, 네?
자다가 깨어 보면
달달달 그 소리.
어머니는 혼자서
밤이 깊도록
잠 안 자고 삯바느질
하고 계셔요.
돌리시던 미싱을
멈추시고
“왜 잠 깼니?
어서 자거라.”
어머니가 덮어 주는
이불 속에서
고마우신 그 말씀
생각하면서
잠들면 꿈 속에도
들려 옵니다.
“왜 잠 깼니?
어서 자거라
어서 자거라…….”
콩, 너는 죽었다
- 김용택-
콩 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이런 적 있나요
-김은영-
이런 적 있나요
윗마을에 마실 갔다가
달밤에 돌아오는 길
마침 온 식구가 참았던 오줌
들길에 눈 적 있나요
아버지랑 동생은
별 보며 누고
어머니랑 나는
눈 내린 하얀 들판 보며 누는데
들짐승 소리에 놀라 못다 누고
속옷에 찔끔 눈 적 있나요
서로 손 꼭 붙잡고
엄마야 누나야 노래 부르며
달빛 내리는 눈길로
돌아온 적 있나요
가래떡
-위기철-
떡 장수 할머니가 고개를 넘는데
꼬불꼬불 꼬부랑 고개를 넘는데
커다란 호랑이가 할머니 앞에 나타나
"할멈, 할멈,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할머니가 광주리에서 떡을 꺼내 주면서
기다란 가래떡 한 가닥 꺼내 주면서
"호랑아, 호랑아, 이 떡 먹고 나를 고이 보내 줘."
그래서 호랑이가 떡을 먹기 시작했는데
길고 긴 가래떡을 먹기 시작했는데
하루 먹고
이틀 먹고
사흘 먹고
나흘 먹고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
길고 긴 가래떡.
한 달 먹고
두 달 먹고
석 달 먹고
넉 달 먹고
떡 하나 다 먹어야 나를 안 잡아먹는데
호랑이가 저 긴 떡을 언제 다 먹노.
한 해 먹고
두 해 먹고
세 해 먹고
네 해 먹고
떡 하나 다 먹어야 할머니를 고이 보내 줄 텐데
이놈의 떡은 왜 이리 길담!
할머니도 늙고
호랑이도 늙고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
길고 긴 가래떡.
& lt;어린이 시>
& nbsp; 내 무거운 책가방
-김영대(1970년대에 국민학교 5학년)-
내 몸집보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나는 오늘도 학교에 간다
성한 다리를 절룩거리며
무엇이 들었길래 그렇게 무겁니?
아주 공갈 사회책
따지기만 하는 산수책
외우기만 하는 자연책
부를 게 없는 음악책
꿈이 없는 국어책
무엇이 들었길래 그렇게 무겁니?
잘 부러지는 연필토막
검사받다 벌이나 서는 일기장, 숙제장
검사받다 벌이나 서는 혼식 점심밥통
무엇이 들었길래 그렇게 무겁니?
무엇이 들었길래 그렇게 무겁니?
얼마나 더 많이 책가방이 무거워져야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집어넣어야
나는 어른이 되나, 나는 어른이 되나!
& nbsp; 딱지 따먹기
-강원 사북초 4학년 강원식-
딱지 따먹기를 할 때
딴 아이가
내 것을 치려고 할 때
가슴이 조마조마한다.
딱지가 홀딱 넘어갈 때
나는 내가 넘어가는 것
같다.
& nbsp;
& nbsp; 시험
-경북 울진 온정초 4학년 권현석-
한 문제 틀려서
쫘악 긋는 옆짝
내 가슴이 쭉
째지는 것 같다.
맞으면 내 가슴이
펄쩍 뛴다.
나는 틀리고
다른 아이가 맞으면
머리에서 뿔이 난다.
& nbsp; 아기 업기
-경북 문경 김룡초 6학년 이후분-
아기를 업고
골목을 다니고 있다니까
아기가 잠이 들었다.
아이가 잠이 들고는
내 등때기에 엎드렸다.
그래서 나는 아기를
방에 재워 놓고 나니까
등때기가 없는 것 같다.
& lt;어른과 아이들이 읽을 만한 동시집>
권태응: 감자꽃 (창작과 비평사)
권오삼: 고양이가 내 뱃속에서(사계절)
서정홍: 윗몸일으키기(현암사)
임길택: 탄광마을 아이들(실천문학사)
김은영: 빼앗긴 이름 한 글자,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창작과 비평사)
남호섭: 타임캡슐 속의 필통(창작과 비평사)
위기철: 신발 속에 사는 악어(사계절)
겨레아동문학선집 동요·동시(보리)
& lt;참고한 책들>
이오덕(비평가),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 보리, 1993
& nbsp; 어린이 시 이야기 열두마당, 지식산업사, 1993
김녹촌(동시인), 어린이시 쓰기와 감상지도는 이렇게, 온누리,
권오삼(동시인), 아동문학 사랑방 월간 소식지, 1998∼2001
김제곤(비평가), 아동문학의 꿈과 현실, 창작과비평사,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