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심이슬)

2012년 3월부터 실시된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 1, 2, 3항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에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할 수 있고, 의무적으로 매월 공휴일 중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소비 형태 변화와 유통시장 변화로 인해 급격히 늘어난 대형 유통매장의 영향으로부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한 법안이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공생을 도모하고자 시작된 정부의 야심찬 역점 법안은 해가 거듭될수록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며 소비자의 불편과 온라인 유통업체의 성장을 야기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연초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6.4%가 공휴일에 의무휴업을 규정한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소비자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를 궁극적으로 찬성하는 이유는 이를 대표적인 생활규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맞벌이 가구, 1인 가구를 비롯해 주말에만 장을 볼 수 있는 소비자의 불편은 나날이 증가했고 결국 온라인 유통업체의 활성화라는 새로운 소비 패턴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에 대한 일례로 온라인 유통업체의 대표격인 쿠팡은 지난해 연매출 31조8천298억원·영업익 6천17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0%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6개 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이는 지난해 이마트(매출 29조4천722억원·영업손실 479억원), 롯데쇼핑(매출 14조5천559억·영업이익 5천84억원), 현대백화점 (매출 4조2천75억원·영업이익 3천35억원)을 모두 앞선 결과다. 즉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을 해도 이득을 보는 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아닌 이커머스 업체로 애꿎은 소비자의 생활만 규제될 뿐 법적 효력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앞선 상황들을 고려해 정부는 의무휴업 폐지에 앞서 완화를 추진하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동대문구와 대구, 청주 등은 해당 법안을 적용해 주말에도 대형마트가 정상영업 중에 있다. 하지만 의무휴업을 규정한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완화하는 개정안을 발표하자 마트 노동자들의 반대 여론이 거세지며 시위로까지 번지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를 반대하는 노동자 측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중앙정부가 노동자들의 건강·휴식권 축소를 옹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하며 이를 폐지하면 노동자들은 여가, 가정생활, 사회생활에 참여할 시간이 감소해 워라밸이 붕괴된 삶을 살아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폐지⸳완화 개정안이 실시되면 유일하게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주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소비자의 소비권을 보호하자 노동자의 여가권이 침해되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를 둘러싼 법적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는 소비자의 입장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에 찬성한다. 대형마트가 주말에 문을 열어도 인근 시장에 사람이 붐비며 도리어 상생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품의 질을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진 대형마트는 이커머스 업체가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는 공백을 채워준다. 만일 주말 영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맞벌이 가구를 비롯해 1인 가구가 여유로운 주말 시간대를 활용해 장을 볼 수 있게 되고 상품의 질을 비교할 수 있는 자유를 되찾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종합해 봤을 때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그동안 침해됐던 소비자의 편익을 위해 폐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