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역사적 예수 03＞ : 기독교 신약 세계를 구성한 사건들

기독교 신약 세계를 구성한 사건들 1. 팔레스타인 갈릴레아 지역의 목수 출신 젊은이에서 시작한 <예수운동>은 이후 100년 간 급속도로 성장하였고 그러한 성장의 과정은 현재 <신약성서>라고 불리는 기독교 문서 속에 남아있다. ‘신약성서’는 예수를 추종한 사람들이 생각했던 예수의 특별함과 그가 갖는 구원적 의미 그리고 현재의 삶 속에서 기독교의 지향점이 분명하게 드러나있다. ‘신약성서’는 예수에 대한 절대적 신념과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현실적 대응 그리고 때론 현실에 대한 비탄과 분노가 담겨져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결코 외부와의 교류가 단절된 지역에서는 나올 수 없는 다양한 문화적 영향과 도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현상들이 중첩되어 발생하는 것이다. ‘신약’은 분명 문명의 교류와 도시의 발전 그리고 인간들의 교섭이 늘어난 결과 속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현상이었다. 2. 문명의 교류와 도시의 발전을 이끌어낸 가장 중요한 동력은 예수 출생 300년 전 시작된 알렉산드로스의 원정이 가져온 그리스 문명과 각 지역 토착문명의 혼합이었다. 일명 ‘헬레니즘’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역사적 변화는 지중해 세계를 완전하게 바꾸었고 모든 문명의 폐쇄적 성격을 변모시켰다. 가장 고립된 생활을 유지하려했던 유대 지역 또한 그리스 문명의 영향 속으로 들어갔다. <예수운동>은 아람어를 사용했던 팔레스타인들에게서 출발하였지만 점차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지역으로 확산하였고 현재의 <신약성서>는 그리스어로 기록되었다. 알렉산드로스가 만든 헬레니즘 세계는 결론적으로 <예수운동>이 지중해 세계 전체로 확산되는 지리적 통로를 개방하였던 것이다. 3. ‘신약성서’의 내용 속에는 자주 ‘성경’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히브리 성서’이다. 하지만 <예수운동>의 참여자들이 읽은 성경은 히브리어로 기록된 것이 아니라 그리스어 ‘히브리 성서’였다. 언어의 차이는 사고와 인식의 차이로까지 확산된다. 그리스어로 된 ‘성서’를 인용함으로써 예수에 대한 신학적 의미가 만들어졌고 그의 말과 행동이 주는 의미가 새롭게 해석되었다. 가령 <이사야서> 7:14에 나오는 ‘임마누엘’에 대한 해석도 원래 히브리어로는 ‘젊은 여자’에게서 난 자식이라는 의미였지만, 그리스어로 번역되면서 ‘처녀’라는 의미가 강조되었고 예수의 추종자들은 그것을 예수에게 적용하여 처녀의 몸으로 예수를 출생한 신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히브리 성서의 예언을 예수에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이 관찰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히브리 성서의 그리스어 번역이 만들어졌을까? 여기에 대한 내용은 <아리스테아스의 편지>라는 기원전 100년 경에 쓰여진 문서에 나타난다. 프톨레마이오스 2세 치하(기원전 230경) 때 도서관에 보관할 목적으로 유대의 대제사장에게 요구하여 유대의 각 지파에서 72명의 랍비가 동원되어 번역이 이루어졌다는 기록이다. 그런 이유로 신약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히브리 원어로 기록된 ‘히브리 성서’가 아니라 일명 ‘70인역“으로 불리는 ’히브리 성서‘를 통해 예수운동을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4. 알렉산드로스의 문명화·도시화 현상과 히브리성서의 그리스어 번역이 <예수운동>의 문화적 배경으로 작용하였다면, <예수운동>의 직접적 영향을 준 가장 큰 사건은 아마도 로마의 유대 점령일 것이다. 유대는 기원전 164년 마카베오 가문의 혁명으로 셀레우코스 왕조로부터 독립을 쟁취하지만 결국 기원전 63년 로마 폼페이우스에 의해 점령당했고 그후 로마의 지배를 받게 된다. 처음에는 분봉왕을 통한 대리지배였지만 중간에 총독을 통한 직접 지배로 바뀌면서 유대는 더욱 철저하게 로마의 착취대상이 된 것이다.  5. 로마의 유대 지배 속에서 <예수운동>이 시작되었고 지속되었다. 더구나 운동의 창시자인 ‘예수’는 로마의 정치범을 처형하는 ‘십자가형’으로 죽었다. 이러한 현실적 상황은 ‘예수운동’의 성격을 규정하였다. ‘신약’에서 로마에 대한 저항을 강조하는 내용은 적다. 오히려 바울의 권고처럼 ‘현재의 권력’에 복종하라는 내용이 많이 나타난다. 이러한 강조는 거대한 권력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현실적인 타협책이었다. 비폭력적 예수운동의 성격은 66년 유대 전역을 휩쓴 ‘유대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오히려 그들은 혼란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예수운동이 로마를 용인한 것은 아니었다. <요한계시록>에서 볼 수 있듯이, 예수운동의 일파는 로마를 악의 세력으로 규정하였고 언젠가 신과 예수의 힘으로 로마가 멸망하고 새로운 예루살렘이 건설될 것이라는 희망을 선포하였다. 로마에 대한 이러한 이중적인 감정은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복잡하고 혼돈스럽지만 그렇기에 현실적인 예수 추종자들의 인식이 드러나 있는 것이다. 6. 하나의 종교운동을 평가할 때, 종교가 내세우는 교리나 신념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적인 일일지라도 그러한 것들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여야 한다. <신약성서>의 내용은 절대적 권력 앞에서 생존해야 했던 ‘예수운동’의 현실적인 타협책과 적응의 방식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것은 새롭게 변화된 사회적 질서 속에서 탄생한 새로운 종교운동이기도 하다. ‘예수운동’ 이후 ‘기독교’는 문명의 발달과 도시화 현상 속에서 급격하게 발전하였고, 그리스어로 통합된 지중해 세계에서 영향력을 확대시켰다. 분명 로마는 그들이 강조하듯이 ‘팍스 로마나’를 통해 평화를 가져왔지만, 그것은 무력을 통한 평화였고 그들의 폭력 때문에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들었다. 그때 새롭게 등장하여 모두의 평등과 사랑을 강조한 기독교의 매력은 대단히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 기독교 운동의 도덕적 우월성과 인간에 대한 차별없는 사랑은 새로운 문명의 변화 속에서 안정을 잃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위한과 도피처를 제공하였을 것이다. 로마가 주지 못한 ‘평화’에 대한 기대가 기독교 확산의 중요한 원인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종교적으로 특정한 곳에 소속되고 종교 행위를 실행함으로써 공통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고 문화적 다양성과 상호작용이 빈번한 세상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공동체 의식을 얻으려고 했다. 종교행위를 함으로써 사람들은 복잡다난한 세상을 이해하는방법을 구하고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