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두원면대동마을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좋은 글(시. 산문. 명상) 스크랩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동시인 오순택
박두식 추천 0 조회 88 12.02.25 03:4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사무사(思無邪)로 바라보는 아름다움 - 오순택 시인



평소 오순택 시인에 대하여 동경을 가지고 있었지만 만날 기회가 오지 않았다. 약속된 장소인 인사동의 한 음식점으로 가기 위해 안국역 6번 출구로 나가니 오순택 시인은 지성찬 시인과 함께 먼저 오셔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으로 뵈었던 분이라 그런지 오래도록 만나온 분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늘 아름다운 동시를 쓰시는 분은 도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만나 뵈니 생각했던 대로 새의 날개 같은 언어와 진달래 꽃잎 같은 설렘을 주는 분이었다. 일전에 김필영 문학공원작가협회 회장이 오순택 시인을 만나보고 싶다는 전화가 있었는데, 때마침 오늘 오 시인을 만난다고 하니 김필영 시인은 바쁜 일을 접어두고 먼저 약속장소인 ‘장자의 나비’에 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조급히 한정식을 시켜 들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오 시인께서는 술을 한 잔도 못하시는 분이었다. 아마도 동심을 가지고 사시기에 당신이 어린이라 생각되어서 술을 못 잡숫나 보다.

 

오순택 시인은 1942년 4월 29일 전남 고흥군 두원면 대금리 646번지의 산골마을에서 아버지 오만기선생과 어머니 김정임 여사 사이에서 3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지금 서울에 와서 사시기는 하나 고흥 바닷가의 토속적인 말씨와 오랜 서울생활의 빈틈없는 성격, 동시로 다져온 긍정적 마음씨 등 삼박자가 만나는 사람에게 정의감이 살아있는 분, 사소한 것을 위대하게 만드시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분으로 느껴졌다.

 

오 시인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여러 번에 걸쳐서 동시가 실렸던 분이다.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증거이며, 그간 수없이 많은 책을 내오시면서 문단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오신 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가장 평안한 마음을 가졌다. 새가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물고기가 마음대로 유영할 수 있는 자유의 의미를 끄 짧고 아름다운 언어로 극대화시킬 줄 아는 시인이다. 그의 시는 가장 더러운 똥을 아름다움으로,  새의 울음을 꽃으로, 그래서 그는 마음이 가장 부유한 시인이다. 이를 테면 생명을 다루는 의사처럼 사명감을 가지고 접근한다. 그래서 그의 시는  구름이 흘러가듯 무리 없고, 물고기가 춤추듯 흥겨우며, 미풍이 불듯 부드럽다. 그러나 살을 찢고 나온 꽃이 아름다운 것처럼 시인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동시는 살을 찢는 아픔이 있으리라. 그 산통 끝에 나오는 시는 아주 조심스럽고 사랑스런 마음으로 어린이를 바라보듯 자연을 관조하기 때문에 티끌만큼의 거짓도, 의도도 없는 것으로써 그것은 오순택 시인이 사무사思無邪 정신으로 자연이나 어린이를 아름다움 자체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러면 선생과 일문일답을 대화체로 풀어가기로 한다.


김순진 : 오늘 바쁘신 일중에도 이렇게 저희 스토리문학 독자들을 위하여 흔쾌히 취재에 응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여쭙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현대시를 먼저 써오시다가 동시로 전향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왜 동시를 쓰시나요?


오순택 : 저는 딸이 셋입니다. 그 중에 쌍둥이 딸이 있구요. 그런데 손자를 보았는데 또 쌍둥이를 보았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편 두 편 쓰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동시만을 전문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들 주변에는 자동차 오토바이 등 많은 것들이 어린이의 건강을 해치고 있습니다. 건강이야 조심시키면 되지만 정신건강은 어른이 챙겨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TV와 만화, 그리고 컴퓨터까지 어린이들의 정서를 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보다 그런 것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들 마음의 고향은 아름다움입니다.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마음의 고향을 일깨워주어야겠습니다. 동시는 아침 이슬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의 마음은 무한한 세계의 언어이니까요. 나는 동시라는 그릇 속에 아름다움과 따스함을 담고 싶습니다.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풀내음 같은 풋풋함과 연둣빛 진실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나는 동시를 씁니다.


김필영 : 선생님은 자연을 아주 아름답게 동시로 담아내십니다. 특히 새와 별을 사랑하시는 것 같은데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오순택 : 햇볕이 따스하게 내린 마당귀에 내려와 꽁지를 까불고 있는 조그만 새를 나는 사랑했습니다. 꽁지는 몽당연필 같고 부리는 적갈색, 그리고 발목은 고동색을 띈 귀여운 새였습니다. 그 새 이름은 몰라도 좋았습니다. 나이가 차츰 들면서 나는 별을 갖고 싶었습니다. 밤이면 몰래몰래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영롱한 별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문단 데뷔 이후 시와 동시를 함께 서오고 있는지 모릅니다. 동시라는 그릇엔 나의 어린 시절을 담을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 그릇에는 어린 시절을 얼마만큼 진실하게 담을 수 있을 런지 그것은 아직 모릅니다. 그러나 나의 세 딸(그린, 다운, 은강)의 맑은 눈동자에서 나의 어린시 절을 찾아내어 동시란 그릇에 담아오고 있습니다. 최소한 나의 동시는 조그만 새의 고동색 발목이나 적갈색 부리이고 싶어서입니다.


지성찬 : 오 선생님! 정말 반갑습니다. 만난 지가 한 20여년 쯤 된 것 같지요?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문단에 중추적 인물이 되심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생께서는 동시를 쓰실 때 어떤 마음을 가지시나요? 또 선생님의 고향은 전남 고흥이라고 들었습니다. 고향은 어떤 곳인가요?


오순택 : 고맙습니다. 지 선생님!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그런 것 보면 정말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저는 동시를 쓸 때, 역할을 바꾸거나 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합니다. 연한 풀잎사귀에 초록색 물감이 묻어있었습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풀벌레 한 마리가 잎사귀에 사알짝 앉았습니다. 풀잎사귀 뒤에 눈을 꼬옥 감고 숨어있던 바람이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이미 풀벌레의 온 몸엔 풀물이 묻어 있었습니다. 바람은 아무리 풀을 헤치고 다녀도 풀물 한 점 묻어나지 않는데 풀벌레에겐 물물이 묻어나는 것이 여간 신기했습니다. 나는 초록색 풀물이든 풀벌레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솔숲에선 뻐꾸기가 고운 목청으로 노래하고 물방개가 연못에다 동그라미를 그리는 여름 오후엔 아버지를 따라 곧잘 들녘에 나가 풀벌레를 잡아 병 속에 담아가지고 돌아오곤 했습니다. 머리 위에선 잡힐 듯 말 듯 고추잠자리가 날고 텃밭을 지나 동구 밖에 오면 미루나무가지 위에선 매미가 연주회라도 열듯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런 동시의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오늘도 나는 풀벌레 소리를 먹고 익은 이슬을 바구니에 따 담는 마음으로 동시를 씁니다.


김순진 : 어떻게 해서 문단에 나오게 되셨나요? 전봉건 선생과는 깊은 인연이 있으셨다면서요?


오순택 : 저는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전남 고흥의 한 산골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향토의 토반으로 넉넉한 가세를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저의 어린 시절은 넉넉하고 여유로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병석에서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고, 좀체 호전되지 못한 가세 때문에 결국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 뒤 저는 순천, 광주, 대구 등지를 떠돌며 유랑 아닌 유랑 생활을 하다 군에 입대를 하였습니다. 70년 초, 군 생활을 마친 뒤 무작정 상경하였지요. 서울에 별 알음이 없던 저로서는 당장의 기숙이 문제였습니다. 갈 데 없는 몸, 별 수 있습니까? 당시 갓 결혼해 알콩달콩 살고 있던 친구(동화작가 박종구) 단칸 신혼방에서 한동안 신세를 졌죠. 저의 서울 생활은 이처럼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구원의 손길이 닿은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습니다. 다행하게도 일주일여 만에 스승격인 전봉건 시인의 부름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당시 『현대시학』을 주재하고 있던 선생은 저의 딱한 사정을 듣고 흔쾌히 잡지사에서 일하게 해주었고, 숙소 주선으로부터 먹을 것 입을 것 등 소소한 일에까지 세세하게 보살펴주는 등 낯설기만 했던 서울생활에 적응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셨습니다. 2년여 동안 전봉건 선생을 도우면서 역시 선생의 주선으로 어느 의학전문 잡지사 기자로 취직이 되는데, 이곳이 바로 이후 30연년 동안 봉직하게 된 평생직장이 되었습니다.


김필영 :사모님과는 어떻게 만나셨나요?


오순택 : 직장을 옮기고 몇 해가 지나서 선배로부터 부탁 아닌 부탁을 하나 받았습니다. “편집부에 근무한 미스 김이 내 처제라네. 잘 좀 이끌어 주게.” 그녀는 미모의 새내기 사원 김해랑이었습니다. 저는 친구의 부탁을 가슴에 깊이 새겼습니다. 그래서 한 때의 이끎에 그치지 않고, 지금껏 평생을 함께 해온 반려자로 삼은 것이지요. 전봉건 시인과 연을 맺게 된 것은 1965년 『시문학』 10월호에 선생의 추천으로 시「손」이 당선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뒤 「음악」(1966년 시문학 3월호)과 「두 개의 아침엽서」(현대시학)등이 연이어 선생의 추천으로 당선되어 문단에 정식으로 등단하게 되었지요. 내 생애에서 잊지 못할 한두 사람을 들라고 한다면 난 주저 없이 두 사람을 꼽을 수가 있어요. 첫째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전봉건 시인이고, 둘째는 50년 지기라고 할 수 있는 동화작가 박종구지요. 두 사람 모두 제가 한창 어려울 때에 손을 내밀어준 잊지 못할 은인들입니다.


지성찬 : 학생 때 이야기 좀 해주세요.


오순택 : 저는 순천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재학시절부터 문학에 매력을 느껴 각종 문학활동에 참여하였는데 당시 전국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동인지 『가로수』 창간에 참여하여 다수의 고교생들과 교유하는 한편, 학내에서도 『검은 흙』이라는 동인지를 발간하여 문학에 대한 열정을 키워가기도 했습니다. 당시 순천에는 김승옥 소설가(당시는 서울대생), 문병란 시인(순천고교 교사), 허의녕 시인 등이 문명을 떨치고 있던 때라 감수성 많은 고교생인 저로서는 그들로부터 음으로 양으로 많은 문학적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문학에 큰 관심과 열정을 갖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순천지역 고등학교 백일장에 참가하여 낙선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소박한 꿈을 짓밟아버린 이 쓰라린 기억이 오기에 불을 붙였지요. 그래서 당시 인기를 끌던 『학원』 잡지를 비롯하여 고교생 대상 각종 잡지나 신문 등에 단골 투고자가 되고, 그에 비례하여 많은 작품이 입상하게 되면서부터 시에 대한 열정이 불붙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고교 졸업 후 방황하던 시절에도 꾸준히 시작을 멈추지 않았는데, 결국 1966년에 전봉건 선생의 추천으로 시인으로 등단하게 된 것입니다.


김순진 : 대단하십니다. 시골에서 그렇게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성공하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요. 다른 문인들과의 이야기 좀 해주세요. 문삼석 시인과의 인연은 정말 특별하시다면서요.


 오순택 : 문삼석 시인과는 계몽사아동문학상을 통해 인연을 맺었습니다. 계몽사아동문학상은 1982년에 도서출판 계몽사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상금을 내걸고 제정한 아동문학 공모전이지요. 저와 문삼석 시인은 나란히 응모해서 동시부문 공동 당선의 영광을 누렸습니다. 규정에는 당선작과 가작을 각 1편씩 뽑는 것으로 되어있었으나, 두 사람의 작품이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정한모 시인과 유경환 시인의 강력한 건의를 받아들여 첫회임에도 불구하고 규정을 어기고 공동 당선자를 내게 된 것이었지요. 당시 시골생활을 하고 있던 문삼석 시인은 서울에 올라와 상을 받고 내려가는 일만도 번거로운 일이었으므로 당시 다른 수상자들과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여유나 시간을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와도 그저 눈인사만 나눴을 뿐이었고, 그 이후로도 더 이상의 교환이나 교류는 없었다. 그러다가 제10회 계몽사아동문학상 시상식이 열리던 날, 문삼석씨가 계몽사에서 주관하고 있던 소천아동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수상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우리는 당시 계몽사 운영위원으로부터 뜻밖의 제의를 받았지요. 계몽아동문학회(가칭)를 만드는 데 앞장서주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지요. 그러면서 응분의 지원책까지 제시했습니다. 우리는 쾌히 승낙을 하고 동아리 조직에 착수했습니다.  자주 만나 규약을 만들고, 수상자들의 주소를 확인하고, 계몽사와 계속 협의를 해가면서 일을 추진하여 1991년8월10일 창립총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날의 계몽아동문학회는 그렇게 하여 탄생했습니다.


지성찬 : 아까 잠깐 들었는데, 선생님은 쌍둥이와 특별한 인연이 있으시다면서요?


오순택 : 네,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는 딸 셋을 두었습니다. 그 중에서 위 두 딸을 쌍둥이로 길렀지요. 그런데 몇 년 전,  손자를 보았는데 손자, 손녀가 남녀쌍둥이로 태어났어요. 저는 너무 기분이 좋아서 손자들 돌잔치에 손바닥만한 동시집과 두툼한 스크랩북을 답례품으로 만들어서 하객들에게 나누어 드린 바 있습니다. 여러 권으로 묶여 나온 스크랩북은 여느 사진첩과 다른 손자, 손녀들의 출산에서부터 그때까지의 성장과정을 촬영한 사진첩이었습니다. 매사진마다 해설 또는 감상의 글을 달았지요. 그 글자들은 거의가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 직접 채자하여 오려 붙인 것들이어서 보는 이들이 얼얼해하기도 했답니다. 저는 손자를 보러 다니는데, 아기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시를 쓰러 갑니다. 손자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면 저절로 동시가 나오지요. 그래서 「채연이랑 현서랑」이라는 초유의 손자 손녀에게 주는 헌정동시집을 발간하게 되었답니다.



김순진 : 계속되는 동심을 어떻게 유지하시나요?

저의 동심은 삶과 유리되지 않습니다. 동심 그 것 자체가 삶의 흐름이며 삶의 동력이 되는 것이지요. 동심은 시인의 삶을 움직이고 온전한 인식에 도달케 하는 하나의 목표이자 시적 추구의 의미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삶은 역동적 움직임을 지시합니다. 그것은 조그만 꿈틀거림으로도 확인할 수 있고 미세한 감지로도 인식할 수 있어요. 가벼운 몸짓으로도 상쾌한 생명감을 느끼게 됩니다. 신비한 생명력으로서의 동심은 자그만 새싹 같은 것을 감지하는 신비한 생명의 눈을 확보하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습니다. 신비한 생명력은 쉴 새 없이 지저귀는 새와 같은 속성을 지녔다고나 할까요? 말하자면 저절로 굴러 떨어지는 물방울 같은 에너지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생명이 주는 움직임은 아이들 함성, 혹은 경쾌하고 신선한 시냇물 소리 같이 정겹고 즐거운 속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필영 : 선생님 동시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여러 번 실렸다면서요? 그 동시 좀 소개해주세요.


오순택 : (오 시인은 「내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이란 동시를 잠시 외우신다.)


나는 물이에요.

졸졸 쫄쫄 악기 같은 새 소리도 흉내내며 산 속 바위 등을 지나 개울에 이르면, 어디서 왔는지 그 곳에는 얼굴이 푸르스름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가다가 숨 차면 댐에 갇혀 햇볕에 포슬포슬 등을 말리기도 하고, 그래도 심심하면 폭포처럼 뛰어내려 하야말갛게 부서지며 깔깔댔어요.


물은 물끼리 만나면 즐거워요. 금세 강에 다가갔는지  토끼풀 주섬주섬 모아 꽃 피우는 강가를 바라보며 우리는 한 마음이 되어 큰 강을 만들지요. 강은 깊을수록 휘휘 휘파람을 불며 흘러가지요.

(가운데 줄임)


후유! 손이 조그맣고 귀여운 여자 아이였어요. 나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어주었지요.


 “너를 만나려고 낙동강 일천 삼백리를 달려 왔지.”

나는 나푼나푼한 이파리처럼 말했지요.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일부


이 시는「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이란 동시의 일부로 7차 교육과정 6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시입니다.  물의 여로에 대하여 생각해보았지요. 시작점에서 도착점에 이르기까지 여정을 산문시로 담아보았습니다. 물은 세상의  삼라만상의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생명 원천입니다. 순수 동심, 사랑의 베품, 역동적 에너지를 발산하며 물은 끊임없이 나아갑니다. 물은 또한 동심과 등가적인 것으로 설정되어 아이들의 천진함이며 순수정조를 물에 투사, 경쾌한 행보를 벌여나가지요. 물이 벌이는 몸짓, 입말, 깔깔 웃음, 지저귐 등이 상쾌한 동심 향연을 펼치고 있는 이유는 동심 독자를 그 안에 끌어들이고자 하는데 있습니다. 시인이 차린 생명 공간에서 물의 역할은 분명합니다. 고귀한 생명에로의 시선을 넓혀 그 고동소리를 극대화하여 들려주고자 함입니다.  


김순진 : 오늘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언제 시간을 내서 선생님의 문학세계에 대하여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송구스러운 말씀이지만만 사실 저희 스토리문학에서 아동문학가를 취재하기란 엄기원 선생 이후 두 번째입니다. 저희 스토리문학에 선생님의 모임과 문하생의 동시를 좀 보내주십시오.


오순택 : 네, 그러겠습니다. 오늘 귀한 잡지사에서 저를 인터뷰해 주시고 높이 평가해주시니 감사한 마음입니다. 좋은 인연으로 오래가길 희망망합니다. <인터뷰:김순진(월간 스토리문학 발행인)>

 

 

*윤삼현시인은 <오순택 작품론>에서

“오순택 시인의 언어는 직관성에 기초한다. 동심언어가 대체로 낭만적 이상성 혹은 물활론적 원리에 따라 논리적 판단이나 추리경험 따위의 기존 관념을 따르지 않고 대상을 직접 파악하기 십상이지만 오순택의 직관은 펼쳐진 세계 속으로 신비적 참여가 가능한 열린 직관을 취한다. 그의 순수직관은 마치 흐트러짐 없이 잘 정돈된 하얀 백사장에 상큼하고 그지없이 순수한 동심언어로 그려놓은 그림을 보는 기분이다. 이런 때 묻지 않은 동심언어는 언제라도 무결점의 미소년 소녀를 대하는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순수, 정결성은 어떻게 보면 동심의식의 독법으로 동심소유자의 전유물에 다름 아니다. 순수성, 정결성은 티 없는 마음으로 세계를 볼 때 신선하게 펼쳐지는 탈일상적 감각에 의한 발랄한 영상을 가능케 한다. 다양한 감각으로 내면에 떠오르는 즐거운 세상보기, 그것이 시인의 순수직관이다.” 라고 평가한다.

또 문삼석 시인은 그를 두고 “원초적 싱그러움과 환희와 축복의 언어로 충일하게 동심을 채색해가는 시인, 그가 오순택 시인이다. 단순명쾌성의 동심 원리를 바탕으로 비교적 절제된 언어에 의해 동심 의 미망을 ?고 있다. 판타지를 접목한 시들은 감각적 사물 이미지로 무장하여 동심적선율이 흥건히 넘친다. 그의 동시의 특징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순수, 정결성을 기초로 하여 직관의 마법에 의한 발상을 얻어 창작에 임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또한 역동적 생명성을 다루거나 내적 울림과 반향을 일으키는 자아와 세계의 소통구조에 주목하여 동심을 재해석하는데 창작의 주안점을 두고 있음이 밝혀졌다. 그의 절제된 언어, 섬세한 묘사, 신선한 비유는 동심독자를 확보하는데 매력이 크다. 나아가 시적 감동을 전달하는데 있어서도  탄력을 주리라 믿는다. 직관적 감성언어의 광맥을 부단히 캐어가는 수고, 이러한 점은 한국 동시 발전을 견인해온 중견 시인인 그에게 거는 기대가  여전히 큰 이유가 될 것이다.”라고 평한다.

 

그리고 장석주 시인은 2008년 7월 2일자  조선일보 『한국인의 애송 동시』에서 그의 시「뽀꼼 열려요>의 전문 “엄마가/ 아기 똥꼬를/ 들여다 봐요.// 꼭/ 나비가 꽃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요.//똥꼬가/ 뽀꼼 열려요.// 튜브에서/ 치약이 나오듯/ 똥이 나와요.”을 인용하면서 “나비가 꽃을 들여다보듯 엄마는 아기 똥꼬를 바라본다. 똥꼬가 열리고 똥이 나오는 그 순간에 엄마는 넋을 앓는다. 어떤 꽃이 피어나는 순간보다 더 벅찬 환희를 안기기 때문이다. 봄과 보임 사이에서 아기는 기적의 생명-우주이며, 저 스스로 완전한 기쁨이다. 나날이 낡아가는 이 세계는 아기들로 말미암아 신생의 기운을 얻는다. 아기야 말로 우리가 만난 유일한 미적 현존이요, 세계의 신성한 무상성(無償性)이고, 덧없는 삶에 주어지는 기쁨임을 시인은 깨닫게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럼 여기서 오순택 시인의 동시 몇 편을  읽어보자.



마음씨

                 

 오 순 택


모나지 않은

꽃씨 같아야 한데요.


너와 나 사이

따스함 묻어나면

연한 새싹 돋아나는

마음씨.


흙이

봉숭아 꽃씨 속에서

봄을 찾아내듯


마음씨 속에서

찾아내는 동그라미.


가슴 깊이 묻어 두면

더 좋대요.

 

똥꼬보고 웃기

                                     

아이가 길을 가다가

풀밭에 똥을 눴단다.


바지를 내리고

쪼그리고 앉아 똥을 눴단다.


똥덩이에 눌린 풀잎은

푸른 멍이 들었단다.

누가 연락했는지

쉬파리가 맨 처음 찾아왔단다.


풀꽃이

아이 똥꼬를 봤는지

방그레 웃고 있었단다.

<2008년 1차 문예지게재 우수동시 선정작품>


새는 꽃빛깔로 운다



새의 목소리는 꽃이다.

새는

꽃빛깔로 운다.


새벽녘

빠알간 부리로

꽃빛깔 한 모금 물어다가

창곁에 놓아 두고

하늘한 실가지 끝

날개 접고 앉아서

보랏빛으로 운다


수수깡 마른 줄기에

된장잠자리

앉았다 날아가는

어스름 녘

새는

고운 목소리

꽃잎에 토해놓고


창곁에 귀를 잠재운다.


새는

꽃이다

꽃빛깔로 운다



오순택 연보


1942년 4월 29일(음) 전남 고흥군 두원면 대금리 646번지의 산골마을에서 오만기(부)와

              김정임(모)의 3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남.

              두원초등학교, 고흥중학교, 순천농림고등학교 졸업.

1962년  유년시집 『바람 꽃 다듬다』(신파도) 펴냄.

1965년  시 「손」이 <시문학>에 첫 회 추천됨. (전봉건 추천)

1966년  시 「음악』이 <시문학>에 추천됨.

               시 「그리고 얼마나 여러 번」,「두 개의 아침 엽서」,「잊혀진 노래」가

              <현대시학』에 신인추천 작품으로 발표됨.

1971년  서정주 선생의 주례로 김해랑과 결혼.

1972년  첫 시집 『그 겨울 이후』(신망애사) 펴냄.

            『그 겨울 이후』 출판기념회.(프레스그릴 현. 프레스센터)

              시인 박제천, 홍신선 등과 함께 <시법詩法>동인 결성.

1976년  한국현대시인협회(모윤숙, 김종문 회장 재임 기간)의 재정 간사.

1977년  시집 『탱자꽃 필 무렵』(시문학사) 펴냄.

1981년  제4회 한국동시문학상 수상.(아동문예사)

               첫 동시집 『풀벌레 소리 바구니에 담다』(아동문예사) 펴냄.

1982년  제1회 계몽아동문학상 수상.(계몽사)

               노화종합고등학교(전남 완도군 노화읍 소재) 교가 작사.

1983년  연작시집 『남도사南道詞』(아동문예사) 펴냄.

1985년  동시집 『까치야 까치야』(아동문예사) 펴냄.

               위인전 『유관순』(홍신문화사) 엮음.

1987년  동시집 『종달새 방울 소리』(아동문예사) 펴냄.

              <현대시학>에 낮은 목소리로 향그러운 이미지를 꿰어가는 시가 있는 산문

            「낮은 목소리의 이미지」를 2년간 연재함.

1988년  동시집 『부리 고운 동박새』(눈높이 대교출판) 펴냄.

1989년  동시집 『꼬마 시인』(아동문예사) 펴냄.

1990년  동시집 『초록빛 마을』(아동문예사) 펴냄.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수상 동시집『초록빛 마을』)

1991년  동시집 『작은 별의 소원』(계몽사) 펴냄.

1992년   문삼석, 김문홍, 임신행, 김숙희 등과 함께 계몽아동문학회 창립.

1993년  동시집 『아름다운 느낌표』(선영사) 펴냄,

              말하는 그림책 예예 (1)『동물 이야기』 (2)『새 이야기』 (3)『곤충 이야기

             (4)『꽃과 나무』 (5)『과일과 채소』 등 5권(계몽사)펴냄

             재미있는 선영 학습 글짓기 (1)『내 맘 어때요?』(일기문, 생활문)

             (2) 『오는 정 떠나는 즐거움』(편지 글, 기행문) (3)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극본, 구연동화, 시, 동시, 동요, 시조) (4)『함께 이야기해요』(독서지도, 독서

            감상문, 이야기 글) (5)『궁금하죠? 들어보세요』(기사문, 보고문, 서식 쓰기)

           (6)『재미있게 배우고 주장을 펼치세요』(설명문, 논설문, 웅변) (7)『글짓기

           용어사전』 등 7권 (선영사) 펴냄.

1995년  동시집 『산은 초록 삼각형이다』(도서출판 가꿈) 펴냄. 『어린이 한국문학

           (전50권)』(계몽사) (문삼석, 김숙희, 신충행, 강정훈, 김향이, 오순택 공동기획 펴냄.

1996년  4-2 국어 읽기 교과서에 동시 「귀이개」 수록됨.

1997년  동시집 『꽃과 새』(학예원) 펴냄.

                5-2 국어 말하기·듣기·쓰기 교과서에 동시 「나는 나무가 좋습니다」 수록됨.

               월간 <새벗>에 『풍경이 있는 기행동시』를 2000년 까지 연재하고

             『그곳에 가면 느낌표가 있다』는 기행동시집으로 묶음.

1998년  『1학년 EQ 동시집』(문공사) 펴냄.

                박홍근 아동문학상 수상.(수상 동시집『꽃과 새』)

2000년  엄마사랑 담은 예쁜 동시집 『파란 꿈 고운 동시』(은하수) 엮음.

               우리 아이 좋아하는 『으뜸 동시 45편』(은하수) 엮음.

2002년   6-1 국어 말하기·듣기·쓰기 교과서에 동시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수록됨.     

2004년  세계명작『안네의 일기』(효리원) 엮음.

                2004년 황금펜아동문학상 제정.

2005년   아기사진 담은 포켓동시집 『채연이랑 현서랑』(아동문예사) 펴냄.

2007년   기행동시집 『그곳에 가면 느낌표가 있다』(아동문예사) 펴냄.

                두일초등학교(경기도 파주시 교화읍 소재) 교가 작사.

2008년 『현대문학 100년을 점검한다 : 아동문학 100년』집필 <계절문학> 2008년

               여름 호.(한국문인협회 발행)

                함평나비휴게소(광주~무안 간 고속도로)에  시 『꽃과 나비의 입맞춤』이

               새겨진 시비가 세워짐.

2009년   동시집 『아기염소가 웃는 까닭』.(청개구리) 펴냄

                 (현)한국아동문학인 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이사 (2007~)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편집위원(2009~)

               한국시인협회, 한국동시문학회,

               (현)계몽아동문학회 사무국장.

              (현)황금펜아동문학상 심사위원장

 

[출처] 오순택:인터뷰 <월간 스토리문학 2009년 10월호>|작성자 오순택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