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자연환경을 무대로 달리는 신종 스포츠 ‘트레일 레이스’를 소개한다. 필자인 유지성씨는 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사막, 남극마라톤, 아마존 정글 마라톤 등의 한국 에이전트이며 국내 유일의 어드벤처 레이스 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 편집자 주 -
이집트 사하라 사막에서 열리는 레이스에 출전한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일제히 출발하고 있다.
트레일 레이스란?
대한민국은 기본적으로 산이 많은 나라다. 그래서 산을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려면 욕심을 버리고 인위적인 편리함을 배제해야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트레일 레이스(Trail Race)는 친 자연적인 신종 스포츠라 하겠다. 그렇지만 누가 어떻게 만들고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이벤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업체의 관점이 아닌 참가자 관점의 대회가 되어야 자연도 살고 우리도 살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트레일(Trail)’ 이란 단어가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트레일이란 단어를 번역하면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만 최근 현실에서의 내용은 ‘야전’, 즉 거친 자연을 뜻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트레일 러닝’이나 ‘트레일 레이스’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모호하지만, 산과 들을 중심으로 자연 속에서 벌어지는 레이스라고 말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딱 부러지게 이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리기 힘든 이유는,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고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 진화되는 과정 속에 있기 때문이다.
트레일 레이스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지나간 역사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필요하다. 나라별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국민소득이 1만~2만 달러가 넘으면 러닝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다고 한다. 1980년대 들어서며 미국과 유럽의 호기심 많은 아마추어 산악인, 러너들을 중심으로 오지나 극지 등의 다양한 환경을 찾아다니며 레이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전문가들이나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환경에서 일반인들이 모여 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그들은 사하라 사막, 아마존 정글, 히말라야 등을 달리는 생소한 짓을 하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발전하면서 이제는 트레일 레이스라는 변형된 신종 스포츠의 토대를 만들었다.
트레일 러닝, 레이스는 초반에는 주로 달리기, 마라톤을 즐기던 사람들이 시작을 했다. 그들은 처음에 일종의 지구력 보완 차원에서 산을 달리는 훈련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크로스컨트리 개념의 대회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것이 좀 더 형식을 갖추며 발전하기 시작하여 1990년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었다. 1990년대에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이유 중 한 가지를 예를 들자면, 1990년대는 보다 고차원적이며 어려운 ‘어드벤처 레이스’가 뿌리를 내리던 시기였는데 마라톤을 기반으로 한 일반인들이 어드벤처 레이스 보다는 좀 더 손쉬운 트레일 러닝 쪽으로 접근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해 400만명이 넘는 미국인이 트레일 러닝을 즐기며 그 숫자는 급속하게 늘고 있다고 한다. 유럽의 경우 알프스 산맥을 중심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스페인 등지에서 해마다 많은 대회들이 열리고 있다. 미국도 여러 시리즈 대회와 크고 작은 대회들이 일년 열두달 쉬지 않고 열리고 있다.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들의 특징은 해발 2000m 이상을 달리는 코스가 많다는 점, 그리고 얼마 전부터는 전 세계 2000~4000m 이상의 고봉들을 오르는 ‘스카이 런(SKY Run)’ 시리즈 대회도 생겨났다. 일본의 경우 해발 3776m의 후지산을 오르는 대회가 큰 인기다.
후지산 대회는 촉박한 제한시간과 고산증으로 인해 완주율이 상당히 낮은 대회로도 유명하다. 한국의 경우, 2000년도 들어서 마라톤 붐에 편승한 산악 마라톤 대회가 개최되고 있지만 외국 같이 전문화된 대회는 아직까지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트레일 레이스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아타카마 사막의 문밸리를 달리는 어드벤쳐 레이스 대회.
트레일 러닝과 트레일 레이스
어찌 보면 같을 수도 있고, 어찌 보면 다를 수도 있는 두 가지 단어. 하지만 대회로 들어가면 성격이 많이 다르다. 먼저 트레일 러닝, 트레일 런 대회의 경우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일정 거리를 두고 물과 음식물을 공급하는 대회라 볼 수 있다. 한국으로 치면 산악 마라톤이라고 부르는 대회들이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도로 위를 달리는 마라톤 대회를 산으로 옮겨 놓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트레일 레이스는 자급자족을 우선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참가자 개개인은 자신의 배낭에 응급 시 대처 할 수 있는 용품과 일정한 양의 식량, 물을 휴대하고 달려야 한다.
코스에 따라 약간 다르지만 운이 좋으면 중간 체크포인트에서 응급처치와 물을 공급 받을 수도 있다. 자급자족 대회인 만큼 보다 험하고 깊은 산에서의 대회 진행이 가능하며 100km 이상 되는 장거리 코스를 달려야 하는 대회도 있다.
대회 용품 및 식량
트레일 레이스를 시작하려면 몇 가지 장비가 필요한데, 먼저 신발의 경우 러닝화와 등산화가 결합된 트레일 러닝화를 권한다. 트레일 러닝화는 러닝화의 쿠션과 등산화의 접지력을 접목시킨 새로운 개념의 신발로 1990년도 중반부터 제대로 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현재는 흙길용 신발, 한국과 같은 암반이 많은 지역용 신발 등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 추천 브랜드로는 아웃도어 쪽에서는 생소하지만 러닝화로 유명한 브룩스, 미즈노, 아식스, 뉴발란스, 나이키, 아디다스의 제품들이 있으며, 아웃도어 브랜드로는 몬트레일, 라스포티바, 노스페이스 등이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신발의 경우 충격 흡수, 탄력, 안정성이 우수한 러닝화 전문 브랜드를 추천한다. 신발과 더불어 중요한 의류는 긴팔, 반팔, 반바지, 타이즈, 기능성 이너웨어, 방수재킷, 모자, 양말 등이 기본 세트다. 의류의 경우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들이 러닝 브랜드 제품보다 다양한 환경에 적합한 품목이 많기에 가급적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을 추천한다.
하지만 모자의 경우 러닝 모자들이 좀 더 날렵하고 패셔너블한 제품들이 출시되어 있으니 모양새에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지고 제품을 선택하면 좋다. 양말의 경우 마라톤과 마찬가지로 인진지 쿨맥스 또는 울 발가락 양말을 많은 참가자들이 선택한다.
배낭의 경우 사이즈가 10~20리터 미만 제품을 사용하며 물백 또는 물병, 음식, 응급처치 용품 등을 휴대한다. 많이 사용하는 제품은 그레고리, 고라이트, 바우데, 팀버라인, 오스프리 등이 있다. 식량은 에너지 바, 젤 등이 있으며 분말로 된 게토레이, 포카리스웨트 같은 제품들을 물에 타서 먹는다.
기타 개인의 취향에 맞춰 초콜릿, 빵 등의 식품을 휴대하며 장거리 레이스의 경우 간단한 즉석 건조식품들을 준비한다. 그 외 대회 상황에 맞춰서 헤드랜턴, 고글, 게이트 등 여러 가지 용품들을 사용한다.
어드벤처 레이스란?
어드벤처 레이스란 쉽게 말해서 마라톤, 철인삼종경기, 인라인, 수중스포츠 등을 한데 묶어서 만든 복합경기라고 이해하면 된다. 전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해마다 수많은 대회가 열리며 대회 별로 약간씩 종목의 차이가 있다. 어드벤처 레이스도 2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풋 레이스(Foot Race)라 하여 사하라사막, 고비사막, 아타카마사막, 남극, 아마존 정글마라톤 등과 같은 오지를 달리는 대회와 여러 가지 종목이 혼합된 에코챌린지(Echo Challenge), 마일드세븐아웃도어퀘스트(MSOQ) 등과 같은 멀티 대회로 나눌 수 있다.
풋 레이스(Foot Race)
풋 레이스(Foot Race)는 주로 오지에서 벌어지는 서바이벌 레이스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Non-Stop Race와 Stage Race가 있는데, 주최 측에서 식량, 장비 일체를 지원해주는 경우와 대회 기간 동안의 식량과 장비를 자신이 직접 배낭에 메고 가야 하는 서바이벌 자급자족 레이스가 있다.
서바이벌 레이스 대회의 경우 보통 하루에 9~10리터의 제한된 물을 공급 받으며 별도의 개인 지원 팀은 없는 게 특징이다. 장비는 필수 장비, 선택 장비로 나뉘고 독도법의 숙지와 신체검사를 요구한다. 또한 외부의 도움을 받는 걸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적발 시 탈락의 가혹한 조치가 따른다.
대회 일은 서바이벌 레이스 대회의 경우, 논스탑 대회 3~4일, 스테이지 레이스는 일주일 이상을 달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사막 레이스 그랜드슬램 대회로 불리는 중국의 고비사막, 칠레의 아타카마사막, 이집트의 사하라사막 그리고 남극을 달리는 시리즈 대회가 인기다.
복합 어드벤처 레이스
복합 어드벤처 레이스의 대회의 특징은, 주로 개인 참가보다는 단체의 팀 별 경쟁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4인 1조 내지 5인 1조를 한 팀으로 보통 4~5일 정도의 대회 기간 전체성적을 토대로 종합 순위를 정한다. 대회 종목은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통상적으로 산악자전거, 카약, 인라인 스케이트, 암벽 등반, 패딩(Paddling), 달리기, 팀 바이에슬론(Team Biathlon) 등과 같은 종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