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고속철도 개통과 2006년 대구∼김해(부산)간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대구국제공항의 경쟁력이 상실될 것으로 예상돼 특단의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내년 4월 경부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대구∼서울간 항공노선이 경쟁력 상실로 폐쇄돼 국내선 시장이 크게 줄어들어드는데다, 대구∼김해 고속도로 완공으로 김해국제공항이 1시간 거리로 가까워지면서 대구국제공항의 국제노선이 상대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인천국제공항을 메인 허브(hub) 공항으로, 김해(부산)와 제주공항을 세컨드 허브 공항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대구∼김해 고속도로로 지리적으로 부산과 더 가까워지는 대구공항은 구조조정의 위기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항공사들이 정부의 이같은 정책에 동조하고 효율성을 이유로 대구국제공항을 외면한다면 대구국제공항은 광주공항보다도 더 어려운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당장 대구공항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내년 4월로 예정된 경부 고속철도 개통. 오는 10월까지 동대구역통합역사 건축이 완공되고 서울∼대구간 고속철 선로에 대한 전기, 토목, 통신신호 분야 공사가 12월말까지 완료되면 철도청은 내년 1월부터 고속철 시운전에 들어가 4월4일부터 잠정적으로 고속철도를 본격 운행할 예정이다.
고속철도는 대구∼서울을 1시간39분에 주파하고, 시간이 지나면 1시간 내에 주파가 가능하다. 아직 요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건교부안에 따르면 항공요금의 74% 수준이어서 항공사로서는 시간 대비 요금 경쟁력에서 대구∼서울 항공 노선을 지속시킬 수 없는 입장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아직 방침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대구∼서울 노선을 고속철 개통 후에는 전부 폐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대구∼부산간 고속도로 공사가 끝나면 대구공항은 김해국제공항에서 불과 1시간 남짓 떨어지게 되고, 김해공항 노선이 많아질수록 대구공항으로서는 정체성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대구국제공항이 그나마 다양한 중국노선으로 ‘국제공항’의 체면을 유지하고 있지만, 김해공항에서의 운행 스케줄이 더 다양해지면 대구공항의 국제노선 다변화는 커녕 현 수준 유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구공항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교통 변화가 예고되면서 대구국제공항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으나 대구시는 속수무책인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3년째 추진 중인 대구∼베이징(北京) 노선은 지난해 중국 민항기 추락 사고 이후 중국 정부가 정기선 허가에 난색을 표해 어려움에 처해 있고, 대구∼김해경유∼도쿄(東京) 노선은 관세청 등에서 현행법을 바꾸지 않는한 운항 불가를 밝히고 있어 새로운 노선 증설은 불투명한 실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서울 항공노선 폐쇄와 대구∼김해 고속도로 완공으로 대구공항의 국제선에 위기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중국 편중인 노선을 일본, 동남아, 필리핀, 홍콩 등으로 다양화하고 경제 활성화로 이들 노선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대구공항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입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