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의 눈물 / 김미아
맙소사!
동물의 왕국을 보는데
악어가 먹이를 잡아먹으며 우는 건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눈물샘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아서 우는 거래
슬픈 척 눈물 흘리는
악어를 보고 있으니
엄마 앞에서만 큰 소리로 우는
동생이 생각났어
엉엉 울다 언제 울었냐는 듯
깔깔 웃는 우리 집 악어
등 껍질이 두꺼워진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아
막대사탕 / 김미아
입속으로 떠나는 여행 중
딱딱한 물체를 만나면
얼른 피하세요
잘게 부서져 사라질 수 있어요
핑크빛 카펫 위를 이리저리 뒹굴며
천국을 맛보는 건 어때요?
단, 너무 오래 누워계시면 안 됩니다
살살 영원히 녹을 수 있어요
긴 막대에서 탈출하는 순간
달라진 모습에 놀라지 마세요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는 신호예요
핸드폰 / 김미아
신호등 앞
정류장 의자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무 잘못 없는데
고개를 숙이게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힘센 강자는
말이 없다
비 / 김미아
비는
국가대표 양궁선수
바람에 흔들려도
몇천 번씩 연습해
물웅덩이마다
정확하게 과녁을
맞추는 건
우연이 아냐
쏘아라
쏘아라
쏴
쏴
치과 동기 /김미아
임플란트 예약하고 온
할머니는
들기름을 자꾸
덜기름이라고 한다
“덜기름 많이 먹어라
참지름 보다는 덜기름이제.”
할머니와 같은 치과에
다니는 동생이
“덜기름 마니 부어두세요.”
할머니와 동생은
치과 동기다
_지하철 공모전 시
인생 / 김미아
또 우냐?
세상 별거 없시야
잘 사나 못 사나
세끼 밥 먹는 건 다 똑같응께
파 한 단 다듬고 있는 내게
엄마 목소리 들린다
굵은 놈도 작은놈도 다 쓸모가 있제
껍질 벗겨놓응께 얼매나 이쁘냐!
파 다듬고 나니
울음 뚝 그친다
진짜 별거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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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하는 밤(6기)
Re: 6차 과제 5편 원고(공모전 작품 5편/김미아)
랄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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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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