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식물의 성기라면
느낌표는 문장의 성기
제 맘 꼴릴 때마다
불끈불끈 발기되는
전가의 보도 같은 발칙한 그 몽둥이
이름씨, 움직씨, 그림씨,
어떤 상대와 붙어도 한 방에 끝내주는!
언제 밥이나 한 번 먹자 / 이인원
삼시세끼란 연옥에서 방금 퍼 담은 뜨거운
밥 한 공기,
공복이란 놈이 새까맣게 달라붙어
다족류의 허기를 허겁지겁 뜯어 먹는다
다리 하나씩을 떼어달라던 노회한 호랑이처럼
매번 다음 고개 직전까지만 포만감을 허락하는
밥맛은 참 밥맛이라서
절대 안 잡아먹지~ 꾀어내
손발 몽땅 잘린 밥벌레마저 꿀꺽 삼켜 버릴 것이다
언제 밥이나 한 번 먹자 노래하던 당신 코앞에
고정관념 한 사발 푸슬푸슬 식어가거나 말거나
내 목구멍 속이 아직 모락모락 핑크색일 때
진짜 밥이나 한 번 같이 먹자, 이 늙은 호랑이 새끼야!
이인원
1992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마음에 살을 베이다』『사람아 사랑아』『빨간 것은 사과』가 있음.
2007년 현대시학 작품상 수상.
이메일 : lee-inwon@hanmail.net
출처: 우리시회(URISI) 원문보기 글쓴이: 김경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