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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렬 박사의 ‘편집증’ [29] 치료와 증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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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
제29장 편집증의 치료와 증례(2)
편집증 환자는 치료자까지도 의심한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모든 질병에는 나름의 치료법이 있고, 조건이나 여건이 적절하게 실행되는 경우에는 얼마든지 상응하는 치료가 가능하다. 앞장에 이어 우리는 편집증의 특징적인 증상을 다루면서 치료로 인정할 수 있는 과정과 치료적인 증례로 구분하여 다루기로 한다.
1. 피해형-편집증
피해형-편집증은 자신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증상이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치료는 여러 편집증 유형 중에서도 증상이 그다지 심한 편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잘못 보고 있는 시각을 개선해 주면 간단히 치료된다는 점에서다. 이 증상의 치료에 대해 다음 몇 가지로 구분하여 다룰 수 있다.
1) 피해형-편집증의 특징
피해형-편집증(persecutory paranoid)은 피해망상이 주된 증상이다.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부당하게 피해를 받고 있다는 유형이다.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피해망상이 특징 증상인 점에서다. 이 유형은 편집상태 중 의심을 기반으로 하되 자신이 피해를 당한다는 수동적 측면으로 이루어지는 증상이다. 이들에게 세상과 환경에 대한 불신은 자신을 피해를 받게 만드는 외부세력인 것이다.
피해의식은 자신이 약하다고 생각할 때 느끼는 수동적이면서 부정적인 감정이다. 이런 피해감정은 세상과 환경을 신뢰하지 못하고 의심하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이런 의심이 마침내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가해자로 여기에 된다. 이때 가해자는 그들에게 의심의 대상이면서 증오의 대상이 된다. 이런 피해망상은 의심과 증오의 대상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자신의 증오감을 부정하려는 지나친 심리적 태도 때문에 발전한다.
피해형-편집증은 그들의 증오감을 투사하는 것이 특징이며,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으로 구성된다는 가상적인 편집성허위사회(paranoid pseudocommunity)를 점차 발전시키게 된다. 이로 인해 그들은 사회의 어떤 구조나 체계도 인정할 수 없는 것으로 자신이 인정하는 방식으로만 개선해야만 하는 대상이 되고 있다.
2) 피해형-편집증의 사례와 증상
환자는 남자로 46세의 전직 대학교수이다. 그는 부인과 연로하신 부모에 이끌려 병원에 왔다. 병원에 와서도 환자는 “나의 부모나 아내는 내가 병원에 입원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절대로 정신병자가 아니다”고 계속 외쳐대고 있었다. 그는 나이보다 대학생활을 늦게 시작하여 얼마 전까지 모 대학 조교수로 봉직하고 있었다. 그는 다른 동료들에 비해 호봉이 너무 뒤떨어진 것 때문에 항상 불만이 많았고, 자기만 옳다고 하는 성격 때문에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도 원만치 못했다. 1년 전부터 환자는 집에 와서 걸핏하면 “학교 내에서 자기를 모함하는 집단이 있다”, “고의적으로 나의 비행(非行)을 날조하여 학장에게 일러바치고 있다”, “내 담당과목을 수강하러 신청하는 학생까지도 방해하여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게 한다”는 등 있을 것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토로한다.
그는 학교에서도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편이다. 자기 담당시간의 강의만을 제외하고는 자기 방에 틀어박혀 일체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고 지냈다. 그러나 강의시간 배당표가 부당하다든가 하는 문제로 흥분해서 교학처에 가서 크게 싸움을 벌인 적은 자주 있었다고 한다. 5개월 전부터는 학교에서 “나쁜 놈들이 자기를 빨갱이로 몰아 데모하는 학생들과 연결시키려고 한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고의로 피해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거기에 대응해 진정서(陳情書)를 총장 및 문교부 관계자에게 여러 통 발송한 일도 있다. 3개월 전 학과에서 야유회를 갈 때는, 자신은 참석하고 싶지 않았지만 혹시 불참한 사이 또 어떤 모함을 하지 않을까 해서 마지못해 참석했다.
며칠 후 야유회에서 누군가가 자신이 하품을 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학과 직원에게 갖다 주었다고 했다. 그때 그는 그 사진이 자신을 모욕하고 망신시키기 위해 악의적으로 누군가가 그런 장면을 찍었다고 격렬하게 흥분하면서 분노 끝에 사진을 찢어버리고, 사표를 내고 집으로 왔다고 했다. 그의 행동은 의심이 극에 달하여 극단적인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사표를 내고 나서 집에 머무르고 있으면서도 계속 가족을 들볶고 걸핏하면 아무 말 없이 집을 나가곤 했다. 그리고 집에서 그는 정보기관원이 자기를 미행한다고 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창문 밖을 유심히 살피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아내도 의심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정(情)을 통하고 자신의 정보를 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3) 피해형-편집증의 치료적 대응
환자는 정신의학적 진찰에서는 만성적 피해망상이다. 그의 증상이 만성적으로 피해망상이 있으면서 체계적이며 정교화 되어 있는데다 환각, 지리멸렬 또는 사고연상의 이완 등은 발견할 수 없다. 다만 그는 피해망상이 주된 증상이면서 의처증을 수반하고 있다. 그러나 의처증도 피해망상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자신감을 잃은 심리적 상태가 문제이다.
이 환자의 편집증은 열등감의 원인을 중점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그것은 그가 자신감을 회복하여야만 치료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치료자는 어디에서 자신감을 잃어서 오늘에 까지 이르게 되었는가를 발견해야 했다. 자신감은 특성상 능력의 문제로, 자신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매사에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그의 부정인지도식도 점검해야만 한다. 부정적인 시각은 오늘의 자신의 부정적인 존재를 만든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환자에 대한 치료는 그가 세상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태도로 개선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그는 타인에 대해서도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에게 일어난 편집증이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이 자신의 좋은 에너지를 감소시키거나 해소시켜버린 결과이므로 지금 그는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존재의 문제는 과거의 성장기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그는 아마도 성장기에 부모로부터 따뜻하고 충분한 이해와 인정, 그리고 긍정적인 존재로 여김을 받지 못한 가운데 성장하였을 것으로 짐작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가 부모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충분하게 받지 못한 것이 오늘의 증상으로 이어져 다시 존재의 가치감이 저하되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런 증상이 다시 현재에 그가 단체로부터 받지 못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런 상태는 그의 성격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성격은 물론 사람을 관계하는 기술이 미숙한 것도 있어 상당히 복합적이라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그의 부정적인 성격이나 그가 타인과 인정스러운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뢰관계를 맺지 못하는 관계의 기술도 문제인 것이다. 실제로 그는 혼자서는 열심히 노력하는데 그가 노력한 만큼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회가 원망스러운 것이다. 그 반면에 자신은 실제로 대단한 존재인데도 사회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억울함이나 분노로 가득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치료자는 이 환자에게 일차적으로 분노 해소를 시도했다. 그것은 마음 깊숙히 숨겨둔 울분이나 분노를 해소해야만 그에게 감정이 순환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다. 가슴 깊이 묻힌 감정이 부정적 색채를 가진 엄청난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이 부정적 에너지 덩어리는 자극을 받으면 가공할 만한 폭발력으로 나타난다. 그 자극이란 반드시 합리적이 아니라 주변의 어떤 자극이 가해지면 그것을 기화로 폭발하게 된다. 이때 자극을 가한 상대방은 그 폭발의 피해자가 될 것이다. 치료자는 그가 치료를 받는 동안에 가족은 물론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급적이면 목소리를 크게 하거나 톤(ton)을 높이지 말고 부드럽게 대응하도록 협조를 구했다. 그것은 그들이 그의 부정성을 자극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에게는 조금의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그는 우선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해 주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의 내면에서 맹위를 떨치는 분노도 점차 해소되기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 생각하면 환자의 분노는 현재의 증상을 초래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에게는 분노의 해소만이 새로운 숨통을 여는 길이기도 했다. 그는 어느 정도 분노가 해소 된 후에는 치료자에게 자유롭게 의사표현도 하면서 그간에 경험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이런 현상은 완전히 치료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일단 상당한 증상의 호전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그의 변화된 모습은 감정이 순환되어 새로운 정신적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그가 생명의 공급선인 산소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주관적인 시각으로만 세상을 보던 태도를 인정하고, 개선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로써 그는 타인의 장점과 단점을 구분하는 객관성을 담보하게 되었다. 그 뿐 아니라 그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구분하게 되었고, 세상에 대한 긴장과 경계심을 풀기 시작했다. 그에게 나타난 이완은 물론 그에게 이런 노력을 계속하는 한에서는 여유로움을 경험하게 만들어 회복될 것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2. 소송형-편집증
소송형-편집증은 뭔가를 의심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증상이다. 이 편집증은 법적 대응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여 상대방을 굴복시키려는 의도가 있다. 이들은 상대방에 대하여 법적으로 투쟁함으로써 꼼짝하지 못하게 굴복시킴으로써 자신의 정당성과 함께 그 존재 가치를 내세우려는 것이다.
1) 소송형-편집증의 특징
소송형-편집증(litigious paranoid)은 자기의 권리를 집요하게 주장하는 유형이다. 이 유형은 자기의 권리를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이들은 정상인들이 보기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거나 거의 희박한 것을 가지고 소송을 계속한다. 물론 이 유형의 환자는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다른 이면의 문제를 보고 있다. 이런 시각은 그들의 의심하는 것으로서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적어도 횡포를 부리고 있는 사람들로 된다. 그러기에 그들은 정당한 권리를 위해 분연히 일어나 그 대상들과 싸워야 한다.
이 유형의 환자는 어떤 불만스러운 법률적 경험(unsatisfactory legal experience)을 하고 난 후에는 자기의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고 더욱 터무니없는 고발이나 소송을 제기하는 편이다. 흥미롭게도 이런 소송형-편집증의 환자는 자기가 사는 주변이나 장소에 대해 문제의 해결사로 자처하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만천하에 드러내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은 주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자기의 일을 제쳐두기도 한다. 이런 그들은 어느 측면으로는 열심히 일하는 마을의 모범적인 생활인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그 반면에 그들은 자기의 가정의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덜 갖고 주변의 문제에 대해서만 더욱 관심을 가지므로 환자의 가족은 그 행동에 대해여 매우 피곤해 하는 경향을 보이는 편이다.
2) 소송형-편집증의 사례와 증상
환자는 33세의 남자 회사원이다. 그는 직장의 여러 업무를 전전하고 나서 정신과에 왔다. 환자는 뭔가에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다. 그는 투덜거리면서 오른쪽 갈비뼈 아래의 둔통이 몇 개월째 계속됨을 호소했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직장근무가 곤란하여 한 달 동안 쉬고 싶은데 병원의 타과(他科)에서 여러 검사만 하고서는 아무런 병이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고 한다. 이때 그는 진단서가 필요하면 정신과에나 가보라고 해서 왔다는 것이다.
정신과적 진찰에 있어서 편집성 인격특성으로 인해 직장 및 가정생활에 적응이 원만치 못했다는 기왕력과 환자의 건강염려증적 집착 이외에는 특별한 이상은 없다. 그래도 환자는 끈덕지게 병가(病暇)를 위한 진단서가 당장 필요하다고 요구하므로 심리검사를 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환자는 비싼 진찰비를 냈는데 진찰을 했으면 진단서를 응당 써 주어야지 무슨 심리검사가 또 필요하냐고 막무가내의 태도를 보였다. 신속한 진단서 발급을 위해서는 심리검사 소견이 필요하다는 점과 다음 환자의 순서도 있다는 상황을 설명했음에도 끝까지 자기주장만을 거듭했다.
그러자 환자는 곧바로 병원 총무과를 찾아가 노발대발하면서 자신은 진단서가 필요해 비싼 진찰권을 샀는데 진단서도 안 써주니 진찰비를 변상하라고 우겨대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다시금 병원장실을 찾아가 동일한 항변을 늘어놓았다. 그래도 별다른 효과가 없자 분노에 가득 차 되돌아갔다. 그런지 2개월 후 환자는 갑자기 의료법 위반이라고 하면서 병원을 상대로 지검(地檢)에 고소(告訴)를 제기하였다. 정황을 참작한 끝에 소장(訴狀)이 기각되자 환자는 병원에서 지검에 손을 써서 부당한 판결이 났다는 것이다.
다음에는 지법(地法)에 다시 소장(訴狀)을 내고 역시 비슷한 판결이 나간 다음에는 관계기관과 신문사 등에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는 진정서를 수십 통씩 발송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에도 몇 년 동안 거듭되는 고소와 진정서 등을 통해 병원에 괴로움을 주었다.
3) 소송형-편집증의 치료적 대응
이 환자에 대한 치료는 상당히 어렵다. 그것은 소송형-편집증에 대한 치료는 쉽지 않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환자의 증상적인 치료에 대해서는 그 치료적인 원리만을 기술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한다. 더욱이 그들은 입원이나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오로지 그들은 스스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 밖에 다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이면에는 주변 세계에 대하여 의심하는 것이 배경이 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소송자체도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하고 불신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며 주장하는 모순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문제는 의심을 의식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오히려 문제의 원인을 밝혀야 사회가 올바르게 운영된다는 일종의 사명감마저 갖고 있다.
이들의 치료는 의심을 작동하게 만드는 투사(投射)와 부정(否定)이라는 방어기제를 인식시켜야 한다. 이 투사와 부정은 인격의 부정적 특성을 가진다. 그것은 자기 안에서 외부의 것들을 정상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거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외부와의 단절을 시도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다. 이들에게는 문제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그리고 주변의 환경에 있다고 생각하여 개선의 여지가 발견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은 주변 사람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끼치게 된다. 이들에게 치료가 더 어려운 것은 이들의 정신세계가 자기 외의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부정의 틀이 방어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들어야 한다. 이런 현상은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그들은 정서적 교류를 단절을 함으로써 자기만의 고립을 자초한다.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회의 지킴이’로 과대하게 포장한다.
이들의 방어기제 뒤에는 의심과 불신을 산출하는 미움이 자리한다. 그들이 갖고 있는 극심한 미움은 부정적인 감정이지만, 그것은 단순한 정도가 아니라 매우 극심한 정도이기에 일종의 덩어리로 볼 수 있다. 그 미움의 덩어리는 그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편안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천이다. 그들은 그런 미움으로 가득할 때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없고, 심리적 안정감으로 일에 임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그들은 무슨 일을 하더라도 신뢰를 갖고 임할 수 없으므로 그들이 하는 일에는 능률이 오르기 어렵고, 이로 인해 그들은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렇게 힘들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므로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그들은 역설적이게도 이들의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데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사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신뢰감을 회복하여 하고, 그러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과는 정상적인 대화와 정서적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여 주변의 사람들이 편안함을 경험하게 되면 어느 정도 치료의 성과가 나타나 회복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3. 노인성-편집증
노인성-편집증(paranoid of the elderly)은 노년기에 일어나는 편집증상이다. 노년기에 일어난다는 것은 누구나 노인이 되면, 노인성-편집증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노인이 된다고 해도 자신을 건강하게 지킨 노인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노인성-편집증은 한 때 사용하던 퇴행기편집증(involutional paranoid state)이기도 하다. 이 유형의 진단은 근래 채택된 미국의 DSM-IV에서는 빠져 있지만, 학자에 따라서는 독립적인 질환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주장되기도 한다.
노인성-편집증은 연령적으로 55세-70세 전후해서 아무런 기질성의 정신장애 없이 서서히 발병하게 된다. 노인이 되면 여러 모로 사회적인 역할이 약화되거나 신체 및 정신적으로 열악하게 되는 것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젊었을 때와는 달리 노인은 사회적으로 약자에 해당하리만큼 현저하게 다른 모습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은 노년기에 이르러 마음이 약해지거나 정신에너지가 부정적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편집증이 발병하게 된다.
노인성-편집증은 여성이 훨씬 많으며, 여성 남성의 비율은 7:1정도이다. 이 편집증은 특히 배우자가 없는 사람의 경우 더욱 흔하고 또 살아 있는 친척이 별로 많지 않은 경우의 사람에게서 더 흔히 발병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혼자된 노인이 재산이 많은 경우에는 누군가가 자신이 가진 재산을 빼앗아가지 않을까 하는 의심 때문에 자식까지도 의심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또한 이들의 약 40%의 경우에서는 중등도 이상의 청력장애가 있음이 밝혀졌다. 이들 환자들의 병전인격에 관해서는 뚜렷한 분열성 또는 편집성 양상을 수반한 인격장애를 가졌던 경우가 많다는 보고가 있다.
4. 공유성-편집증
공유성-편집증은 함께 거주하는 사람, 특히 가족 중에 편집증 환자가 있으면, 전이되어 증상을 공유하게 되는 질병이다. 이 편집증은 본인이 원래 편집증을 가진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람으로부터 옮겨진 증상이기에 치료는 비교적 쉬운 편이다. 이 증상에 대하여 다음의 몇 가지로 구분하여 기술하기로 한다.
1) 공유성-편집증의 특징
공유성-편집증(shared paranoid)은 가족 중에 편집증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경우에 편집증상이 공유된 현상이다. 이 유형은 확고부동한 편집성 정신병을 갖고 있는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사람에서도 편집성-망상체계로 발전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공유성-편집증은 감정이란 그 특성상 어느 정도 전이성이 있다는 데서 이해된다.
공유성-편집증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특정한 사람에 해당되는 편이다. 그것은 고정된 망상을 갖고 있는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 혹은 의존적이며 피(彼)암시성이 강한 사람으로서 같은 집에서 살아가는 경우이다. 이들은 편집성 환자가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경우에 더욱 공유성이 될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그것은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의 망상적 체계를 자기의 것으로 내면화시키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공유성-편집증은 서로 떨어져서 살게 되면 망상은 쉽게 없어지는 편이다. 이런 점에서 공유성-편집증은 특성상 가장 밀접한 생활을 하는 가족관계에서 흔히 발생한다. 공유성-편집증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는 자매(姉妹)간이며, 그 다음으로는 부부간, 모자간, 형제간 등의 순위로 나타난다.
공유성-편집증은 감정이 전이(轉移)되는 현상이므로 부정적으로 강한 감정이든지, 아니면 부정적인 감정의 특성을 지닌 사람과 함께 생활하면 자기도 모르게 그런 감정이 내면으로 이동된다. 이런 전이는 심리적으로 이동되는 것 외에도 심하게는 전염, 즉 감정의 전염이라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전이증상이 누군에게든지 일정한 체계를 잡으면, 심리적으로 그런 증상을 가진 사람과 유사하게 행동하게 된다.
전이의 원리에 따라 편집증상을 가진 사람과 함께 생활하게 되면, 편집적 망상이 심리적으로 이동되어 동일한 증상이 유발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이 공유성-편집증은 어느 한 사람이 지배적인 위치에 있고, 또 외부세계와 차단된 상태의 환경 안에서 장기간 같이 살아온 환경에서 더욱 많이 발생된다. 특히 이 공유성-편집증은 남성의 경우보다 여성의 경우에 더욱 흔하게 나타나고, 때로는 두 사람 이상이 해당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강한 편집증세를 가진 가족 구성원이 있는 경우에 가족의 대부분이 그런 의심적인 망상을 어느 정도 수반하게 되는 편집증세를 나타낼 수 있는 이유이다.
2) 공유성-편집증의 사례와 증상
환자는 남자 53세의 전직 공무원이다. 그는 형님과 동생에게 억지로 이끌려서 정신과에 오게 되었다. 환자는 병원에 와서도 자기를 아무 이상이 없다고 계속 우기면서 물어보는 말에도 일일이 의심을 한다. 치료자의 묻는 말에도 그런 것은 무엇 때문에 질문하느냐고 하면서 오히려 반문하는 태도를 보이므로 면담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환자는 평상시에도 과묵하고 비타협적이고 고집이 센 편으로 남을 잘 믿지 않는 성격이라고 한다.
그는 젊어서 결혼한 아내와 함께 자녀도 없이 단둘이서만 생활해 왔으며, 환자의 성격상 형제간에도 왕래하지 않은 편이다. 그러던 중 환자의 아내는 며칠 전 환자의 형님 댁으로 찾아와 울면서 남편이 너무 억울하고 불쌍하니 도와 달라고 하소연했다. 그 하소연이란 몇 개월 전부터 남편이 평상시보다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일이 더욱 많아지면서, 자신이 6.25때 어쩔 수 없이 빨갱이들에게 일시 협조한 것을 근거로 해서 관계기관에서 자기를 빨갱이로 의심하고 일거일동을 감시해서 괴롭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 “자기 전화나 대화가 녹음되고 도청당하고 있다”, “자기를 고의적으로 괴롭히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이를 아내에게 매일 같이 되풀이하였다. 아내는 그 동안 아이도 없이 남편만을 믿고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그 남편이 너무 억울한 일을 당함에 불쌍해서 견딜 수 없었지만,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남편이 강제로 입원되고 난 후 환자의 아내는 매일 병원에 찾아왔다.
그때 환자의 아내는 치료자에게 자기 남편의 진실성을 강조한다. 남편이 말하는 것은 자기의 경험으로 보아도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는 환자의 형님이 억지로 입원시켰으니 퇴원시켜달라고 요구한다. 이제 환자의 아내는 억울하게 의심받게 된 남편의 누명을 벗겨주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아내는 더 이상의 억울한 피해를 받지 않게 하는 길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3) 공유성-편집증의 치료적 대응
남편의 편집증으로 인해서 아내는 편집증을 갖게 된 경우이다. 남편이 입원하여 한 달이 경과하고 난 후부터 아내는 점차 변화를 보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남편의 잘못된 생각을 어느 정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자기 자신도 너무 과민해져서 평범한 일을 오해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것은 환자인 남편이 입원되어 격리된 결과로 환자의 아내는 자연적으로 치료되는 경험인 것이다. 이런 치료 경험은 사실상 격리로 인한 심리적 환경의 변화에 불과하다. 환자의 아내는 그동안 영향을 받는지도 모르면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환자의 격리는 다른 환경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격리는 그 동안 환자의 부인이 보지 못하던 것을 보게 하므로 자기의 생각에 빠져 있던 주관적인 환경에서 객관적인 상황으로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이런 객관적인 태도는 감정의 전이도 차단시키게 된다. 이는 공유성-편집증이 감정의 전이현상으로 설명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상황의 변화로 인한 역할의 변화도 중요하다. 환자의 아내는 입원된 남편에게 보호자의 기능을 감당하는 역할의 변화도 일어났다. 영향을 받던 상황에서 보호자로 역할하게 되는 역할의 변화도 일어났다. 공유성-편집증이 치료에서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5. 결론: 치료자까지 의심하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방법들
지금까지 우리는 앞장에 이어서 편집증의 치료와 증례에 대하여 기술했다. 편집증 환자는 치료자까지도 의심한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모든 질병에는 그 나름대로의 치료법이 있고, 조건이나 여건이 적절하게 실행되는 경우에는 얼마든지 그에 상응하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앞장에 이어 우리는 편집증의 특징적인 증상을 다루면서 치료로 인정할 수 있는 과정과 치료적인 증례로 구분하여 다루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몇 개의 편집증을 다루어야 했다.
피해형-편집증의 부분에서는 피해형-편집증은 자신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증상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치료는 여러 편집증의 유형 중에서도 증상이 그다지 심한 편이 아니라고 볼 수 있었다. 그것은 그가 잘못보고 있는 시각을 개선해 주면 간단히 치료된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피해형-편집증의 특징, 피해형-편집증의 사례와 증상, 피해형-편집증의 치료적 대응 등으로 구분하여 다루었다.
소송형-편집증의 부분에서는 소송형-편집증이 뭔가를 의심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증상이라고 했다. 이 편집증은 법적인 대응을 통하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여 상대방을 굴복시키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대방에 대하여 법적으로 투쟁함으로써 꼼짝하지 못하게 굴복시킴으로써 자신의 정당성과 함께 그 존재가치를 내세우려는 것이 특징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소송형-편집증의 특징, 소송형-편집증의 사례와 증상, 소송형-편집증의 치료적 대응 등으로 구분하여 다루었다.
노인성-편집증의 부분에서는 노인성-편집증이 노년기에 일어나는 편집증상이라고 했다. 노년기에 일어난다는 것은 누구나 노인이 되면, 노인성-편집증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다. 물론 노인이 된다고 해도 자신을 건강하게 지킨 노인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기에 노인성-편집증은 한 때 사용하던 퇴행기편집증이기도 하다. 이 유형의 진단은 근래 채택된 미국의 DSM-IV에서는 빠져 있지만, 학자에 따라서는 독립적인 질환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주장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노인성-편집증이 너무나 보편적인 증상이라는 점에서 이미 앞에서 자세하게 다루었기에 그 유형의 하나로 소개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공유성-편집증의 부분에서는 공유성-편집증이 함께 거주하는 사람, 특히 가족 중에 편집증 환자가 있으면, 전이되어 증상을 공유하게 되는 질병이라고 했다. 더욱이 이 편집증은 본인이 원래 편집증을 가진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람으로부터 옮겨진 증상이기에 치료는 비교적 쉬운 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공유성-편집증의 특징, 공유성-편집증의 사례와 증상, 공유성-편집증의 치료적 대응 등으로 구분하여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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