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시에 종합운동장으로 나오라는 총무의 말에 따라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당신 어서 일어나! 왜 이렇게 오래 자는거야!'
다섯시반부터 나를 깨우는 그...
주의사항이 많다.
'선릉역까지 가서 2호선을 갈아타야하는거야.'
'알았어요.'
'거꾸로 타지 말고 잠실로 가는것을 확인하고 타야해.'
'알았어요. 정선 가서 머 사올까..미역 사올까..'
'바보야..정선은 산골짜리인데 미역이 어딨어..바닷간줄 알아?'
'아..거기가 산이구나..가봤어야 말이지..'
'쓸데없이 산나물 같은 것도 사지 말라구..중국산이 많으니깐..'
'알았어요.'
언젠가 그녀와 정선에 다녀와서 잃어버린 카드를 찾느라고 애먹었던 그를
떠올렸다.
그들은 오래전에 정선에 다녀 왔었다.
오리역까지 태워다준 그는 내가 지하철을 잘 탔는지 전화를 한다.
'자리 있지? 앉아서 가고 있지?'
'네. 앉아있어요.'
'선릉역이 종점이니까 종점까지 가는거야.'
'알았어요.'
종합운동장에서 여행사 버스를 탔다.
신길역에서 타고온 일행이 앞자리를 비워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반가워..오랫만에 우리랑 합류하네..'
두시간반만에 정선에 도착했다.
그동안에 세번쯤 그의 전화를 받았다.
일행은 잘 만났는가..
어띠쯤 가고 있는가..
도착은 했는가..
자상이 병인지 다정이 병인지...
듣고 있던 사람들이 빙그레 웃는다.
남편 분이 무척 사랑하시는가봐요..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의 부러움...
속사정을 아는 사람의 깔깔댐...
그럼요..그럼요..사랑하지요..
레일바이크는 폐쇄된 기차 선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너무 천천히 가면 뒷사람이 힘드니까 앞에서는 빨리 가주세요..
빨리?
자신이 없지..
자동차는 운전해도 자전거는 난생 처음이니까..
두사람씩 조를 짜서 가기도 하고 네사람이 조를 짜서 가기도 한다.
네사람 조에 앉는것이 낫겠다.
네사람 중에 두사람은 다리를 젓지 않아도 된다니까 그리 하기로 했다.
바람을 가리며 숲길을 돌아서 터널을 통과하기도 하는 한시간..
경치가 참 좋다.
패달을 돌리는 사람이 오르막 길에서는 힘들다고 낑낑댄다.
가만히 앉아 있기가 영 민망스럽고 편치 않았지만 어쩌겠는가..
내리막 길에서 여기 저기서 터지는 함성..
야...신난다..
야...재밌다..
산나물이 한상 차려져 있는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니 꿀맛이었다.
장날이라 모두 장에서 흩어졌지만 사고 싶은 것도 없어 옥수수만 사먹고 다녔다.
옥수수를 몇개 샀다.
다시 전화가 온다.
'올때도 갈때와 마찬가지로 갈아타고 오리역에서 택시를 타고 오도록 해!'
'넵!'
사온 옥수수를 며늘애에게도 갖다주고 혼자 종일 집을 지켰다는 그에게도 내어놓으니
잘 먹는다.
전화 하느라고 애쓰셨수....
첫댓글 08.06.14 1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