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무예 레포트 [협녀, 칼의 기억]
2020121013 나윤희
2015년도에 개봉한 한국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의 장면을 통해 전통 무예 시간에 배웠던 동작들과 비교 및 분석해보기로 했다. 칼의 기억이라는 제목에서 나와 있듯이 제대로 된 검술 장면을 기대하며 이 영화를 선택했다. 막상 영화를 보니 액션보다는 무협영화에 더 가까운 듯 했다. 칼은 쥐고 있으나 인물들이 계속 하늘을 부웅 나는 바람에 검술 액션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고 그럼에도 검술 동작을 관찰하고 분석하려고 하면 정신없는 카메라 전환과 배우들의 얼굴을 확대하는 탓에 칼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이 영화를 골랐으니 내 선택에 조그마한 책임을 진다는 마음으로 분석해볼 만한 장면을 골랐다.
18년 전, 덕기(이병헌)의 배신으로 아버지를 잃은 홍이(김고은)이 복수를 위해 덕기(이병헌)을 찾아가 부하들을 물리치는 영화 후반부의 장면이다. 지붕에서 나타난 홍이가 뛰어내려옴과 동시에 머리 위로 검을 들어 들어베기로 첫 상대를 단칼에 물리친다. 위에서 내려오는 적은 걸쳐치기로 막은 후 허리베기로 처리했다. 수업에서 허리베기를 배울 때 동작의 방향에 맞게 다리(무릎)의 방향을 바꾸어 여는 연습을 했었는데 영화 장면 안에서는 뒤에 있는 적도 곧바로 상대해야하니 그 다리 방향 그대로 돌아 적을 벴다. 이때 칼이 머리방향에서 출발하지 않고 몸이 돌아간 그대로 비스듬하게 베어 동작이 정확히 유추되진 않았다. 그래도 45도 즈음의 칼의 각도로 보아 갈겨베기와 비슷한 동작으로 추측된다.
보법을 관찰해보려고 했으나 쉽진 않았다. 내가 배운 것은 진보, 체보, 도보이나 이 장면에서 홍이는 칼을 한 번 쓸 때 마다 제자리에서 약 세바퀴를 돌며 이동했기 때문이다. 점프하며 돌기도 했다. 피켜스케이팅처럼 말이다. 수업에서 배운 보법이 아니라 당황했으나 그중에서 그나마 사용된 보법이라 한다면 이 인물은 진보를 많이 사용했다. 복수의 대상인 덕기(이병헌)를 향해 돌진해야 했기에 성큼성큼 전진할 수 있는 진보를 선택한 것이라고 추측한다.
여기서 흥미로웠던 점은 배를 찌르는 동작이다. 내가 수업시간에 배웠던 탄복자 동작은 칼을 뒤집어 칼날을 위로 한 상태에서 칼 끝을 아랫방향으로 배를 찌르는 것이었다. 이 장면에서 홍이는 칼을 뒤집지 않고 그대로 칼을 아래에서 윗방향으로 배를 관통했다. 마치 역린자 동작하듯 말이다. 나름 분석하기 위해 영화 내에서 칼을 확대하는 장면을 멈추고 칼을 유심히 보았더니 칼 양쪽에 날이 있는 형태였다. 수업시간에 사용하는, 한쪽에만 날이 있는 칼과는 다른 형태에 칼이었기에 그대로 배를 찔러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홍이는 이 장면에서 격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특히 손목을 치거나 베는 동작 없이 허리를 베는 동작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한 명을 처리할 때 마다 허리베기 동작은 꼭 빠짐없이 들어갔다. 아마 홍이는 이때 다 죽이는 것이 우선이었던 것 같다. 복수심에 완전히 불타 일단 상대의 무기를 떨어뜨리거나 손목에 타격을 주어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기 위해 거슬리는 것들을 치워버리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홍이는 몸집이 왜소한 여성이고 상대는 모두 남자였기에 홍이의 눈높이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동작이 허리베기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