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기 [ 2 ] 런던의 지하철 UNDERGROUND
런던 시내를 걷다보면 붉은색 원을 가로지르는 파란색 바에
하얀 글씨가 써 있는 형태의 로고를 볼 수 있다.
바로 런던 지하철의 공식 로고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50C404E566BDB2538)
UNDERGROUND 언더그라운드
우리는 지하철을 흔히 서브웨이(Subway), 또는 메트로(METRO)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Subway는 미국식 표현이고
METRO는 다른 유럽 국가들이 사용하는 말이다.
하지만 런던 사람들은 지하철이 'Subway'라고 불리는 걸 싫어하며,
그렇게 말하지도 않는다.
그 이유는 런던이 세계 최초로 지하철을 개통한 도시로
오리지널 명칭이 영국의 ‘Underground’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152년 전인 1863년 1월 10일,
런던의 비숍스로드(Bishop’Road)의 패딩턴(Paddington)과
패링턴 스트리트(Farlington Street)사이
약 6.0 km구간을 잇는 지하철을 세계 최초로 개통시켰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근대로 진입하는 인류를
힘차게 견인하던 세계 최강대국이었다.
이때 영국은 이미 59년 전인 1804년에 발명가
리처드 트레비식(Richard Trevithick)이 증기로 운행이 가능한
최초의 기관차를 선보였으며,
1814년에는 ‘철도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스티븐슨(George Stevenson)이 증기 기관차를 만들었다.
그를 바탕으로 1830년 9월 15일
세계최초의 근대 철도인 리버풀-멘체스터 철도가 개통식을 가지고
기관차를 이용한 승객 및 화물 수송이 시작되었는데
33년이 지나서 런던사람들은 이번에는 상상 과학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땅속으로 다니는 기관차를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 것이다.
수송의 역사상 가장 기발한 것으로 평가될 이 지하철도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영국인인 찰스 피어슨이었다.
그는 어느 날 두더지의 구멍을 보고 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모든 동물은 거의 땅 위의 길로만 다니는데, 두더지는 왜 저렇게 힘들게 땅굴을
파고 땅 속으로 다니는 것일까?'하고 궁금해 하다가 문득 머릿속에 스쳐 지나는
것이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런던은 신흥도시가 아니라 중세기에 이미 발달된 도시여서 시의 중심은
도로가 복잡하고 좁아 도로의 교통량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그 복잡한 길 밑으로 두더지 굴처럼 길이 또 있다면 훨씬 한가해 질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다소 엉뚱하기도 했던 그의 아이디어에 의해
오늘날의 지하철이 탄생한 셈이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증기기관차로 운전을 하였기 때문에 시커먼 연기를
자욱하게 내뿜으면서 달려 매연으로 인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1890년 전기기관차의 등장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이렇게 영국에서 대성공을 거둔 지하철은 그 후 전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지하철도 건설 붐을 일으키게 하였다.
우리나라는 111년 후인 1974년 8월 15일 최초로 개통되었다.
이 영국인들에게 감사한다.
런던 지하철은 언더그라운드라는 이름 외에도
'튜브(Tube)'란 애칭으로도 불린다.
그 까닭은 건설 당시 지름이 큰 터널을 뚫는데 어려움이 많아 차량 보다
조금 큰 수준의 터널을 뚫어서 지하철을 개통하게 되었는데,
터널과 지하철 모양이 둥근 튜브를 닮아서였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58FC48566BDD222E)
하지만 지금의 런던 지하철(Underground)은 네모난 타입도 있다.
네모난 타입은 "서페이스(surface)타입"이라고 하는데,
튜브 타입보다는 실내공간이 조금 더 여유 있다.
런던 지하철 Underground를 타다.
2015. 9.21 19:55분, 아내와 나는 히드로 공항 역에서
마침내 언더그라운드 피카딜리 라인에 몸을 실은 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73D148566BDD8518)
피카딜리 라인(Piccadilly line)은 1906년에 개통된 노선이다.
히드로 공항과 시내를 연결해줄 뿐만 아니라,
피카딜리 서커스, 레스터 스퀘어, 코벤트 가든 등 인기 명소들을 지나는 라인이다.
특히 런던 지하철노선은 색으로도 구분되는데 피카딜리 라인은 청색이다.
객차안의 손잡이와 내부 기둥 색으로 구분하고 있다. ▼
![](https://t1.daumcdn.net/cfile/cafe/24563A48566BDE6436)
피카딜리 라인의 차량은 오래된 지하철답게 튜브타입이다.
양쪽 좌석사이의 폭이 매우 좁고 천장 높이도 낮다.
생김새부터 연륜을 느끼게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7EA648566BDE650F)
공항을 출발한 지하철은 해튼 크로스(Hatton Cross),
하운슬로 웨스트(Hounslow West)를 차례로 지난 다음
한동안 어둠이 깃든 지상 구간을 달리고 있다.
차량내부의 노선도와 전광 안내판을 보면서 확인이 가능하지만
자동 안내방송이 나오기 때문에 지나치는 역을 알 수가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604336566BDF0C21)
우리가 내릴 역은 9번 째 역인 액턴 타운(Acton Town)역이다.
액턴 타운(Acton Town)역은 피키딜리 라인 중
억스브릿지(Uxbridge)역에서부터 이어져오는 본선과
히드로 공항에서 출발하는 지선이 합쳐지는 역으로
디스트릭트 라인(District line)으로 환승하는 역이기도 하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499036566BDF0E34)
액턴 타운 역에서 하차한 우리는 반대편 플랫폼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바로 도착한 디스트릭트 라인 지하철에 오른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5F663A566BDF7F1B)
액턴 타운 역 플랫폼 ▲
디스트릭트 라인(District line)
디스트릭트 라인은 서클라인(Circle line)과 함께 런던 중심부를 지나는
언더그라운드 라인이다.
노팅힐 게이트 Notting Hil Gate, 사우스 켄싱턴 South Kensington,
빅토리아 Victoria, 웨스트민스터 Westminster 등을 지나는 노선으로
우리의 목적지인 세인트 제임스 파크(St. James's Park)역을 통과한다.
녹색으로 구분되며, 역수는 59개이고 런던 지하철 노선 중에서
가장 많은 역을 가지고 있다.
피카딜리 라인을 그대로 타고 가다가 해머스미스(Hammersmith),
얼스 코트(Earl's Court), 사우스 켄싱턴(South Kensington) 등에서
갈아타도 되지만 우리가 액턴 타운 역에서 환승했던 이유는
내리자마자 플랫폼을 이동하지 않고 바로 맞은편에서
디스트릭트 라인을 타면 되었기 때문이다.
디스트리트 라인은 피카딜리 라인 보다 더 깔끔하고 좌석배치도 다르다.
차량 내부의 손잡이와 기둥이 상징색인 녹색으로 칠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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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 런던 도심으로 접어들면서 다시 지하구간으로 이어진다.
드디어 유명한 빅토리아 역을 통과하고 곧이어 목적지인
세인트 제임스 파크(St.James's Park)역에 도착한다.
이 세인트 제임스 파크 역은 서클 선이 통과하는 역이기도 하다.
한 눈에 봐도 오래된 역임을 알 수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60753C566BE0BD1C)
우리의 런던 지하철 탑승하기 체험은 무사히 마쳤지만
이 때부터 우리에겐 예기치 않은 상황에 봉착한다.
Way out 표지판을 따라 가는데, 에스컬레이터가 보이지 않는다.
20kg이 넘는 큰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내 짐 가방을 먼저 올려놓고 아내의 짐 가방까지 지상으로 올려
놓아야 하는데, 때 아닌 체력단련이다.
하지만 문제는 역 밖으로 나와서다.
밤에 본 거리 모습이 빅토리아 로즈하우스 홈페이지에 나온
사진과 달라 보인다.
더구나 빗방울이 간간히 내리는 어두운 밤거리는 마음마저 산란하게
만들고 아내는 심지어 두려워하기 까지 한다.
낯설고 생소한 지역이라 방향도 잡기 힘들다.
스마트 폰의 구글 지도를 열어보지만 구글 마저 헤매는 듯하고
숙소 측에 카톡으로 연락을 취해도 웬일인지 답이 없고 전화도 안 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3C5238566BE3582D)
빅토리아 로즈 하우스 약도▲
그냥 홈페이지 약도에 그려져 있는 대로 이동해 보기로 한다.
다행히 약도 속의 스타벅스가 보인다.
제대로 찾은 듯하여 계속 가는데 지도와 달리
우측방향에 약도에 있는 「프레타 망제 Pret A Manger」가 나온다.
그러나 약속 장소가 아니다.
이 프레타 망제는 다른 위치에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프레타 망제가 여러 곳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그만 엉뚱한 방향에서 헤매게 된 것이다.
결국 친절한 현지인이 자신의 전화로 민박집과 통화한 후 길을 가르쳐 줘
마침내 민박집 여직원과 만나게 된다.
자유여행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첫날부터 알려준 셈이다.
비로소 안정을 찾은 우리는 여직원의 뒤를 따라 숙소에 이른다.
민박집은 6층 규모의 작은 주상 복합 건물 안에 있는 것 같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간다. 한국식으로는 4층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내부는 일단 깨끗하고 비교적 새 건물이다.
전용면적이 59㎡(18평)정도로 보이는 주택으로
거실이 있고 주방, 공용 화장실에 룸이 2개인 구조다.
룸 1개는 이미 한국 아가씨 2명이 이용 중인 듯하다.
우리 방은 안쪽에 별도 욕실이 딸린 룸이다.
더블침대가 놓여 있어 매우 좁아 보인다.
짐 가방을 내려놓고 한숨을 돌리자 여직원이
현관 키와 밀 쿠폰(meal coupon)을 주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들을
알려준 뒤 이내 떠난다.
'빅토리아 로즈하우스'는 두 곳에서 운영하는데,
우리가 묵는 곳은 본관이 아니고 스탭도 상주하지 않는다.
주인이나 스탭으로 부터 서비스를 받지 못해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한편으로 자유로운 점도 있다.
그동안 세계 여러 곳을 여행을 다녔지만 민박집 이용은 처음이다.
아내가 많이 실망한 듯하다.
나 역시후회를 하는데 아내가 이내 밝은 표정으로 숙소를 포함
오늘 밤 겪은 일들이 모두 자유여행의 맛이 아니냐고 위로한다.
그래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심기일전한 우리는 여장을 풀고 간단히 샤워를 한 다음
시장 끼가 있어 즉시 외출을 한다.
그러나 적당한 음식점도 눈에 띄지 않고 먹어도 소화도 안 될 것 같아
숙소로 돌아와 내일을 위해 일찍 잠을 청하기로 한다.
한국에서 시작한 2015년 9월22일이 런던에서 끝나가고 있다.
한국은 이미 9월23일 새벽일 것이다.
똑 같은 하루였지만 32시간이 소요된 긴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