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오영수의 ‘요람기’에서 느끼는 향수와 현대의 아이들
민병식
이 책은 소설가 오영수 선생님이 1967년 현대문학에 발표한 단편소설로 어느 산골 마을의 자연 속에서 순수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그 시절 순박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느껴 볼 수 있는 향토적이고 토속적인 글이라고 보겠다. 오영수(1909-1979) 소설가는 경남 울주 출생으로 일본 오사카 소재 나니와 중학을 수료했고 일본 국립예술원을 졸업했다. 경남여자고등학교 및 부산중학교 교사로 근무했고했다. 1950년 ‘서울신문’에 단편 ‘머루’가 입선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은 이렇게 시작한다.
기차도 전기도 없었다, 라디오도 영화도 몰랐다. 그래도 소년은 마을 아이들과 함께 항상 즐겁기만 했다. 봄이면 뻐꾸기 울음과 함께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고, 가을이면 단풍과 감이 풍성하게 익는, 물 맑고 바람 시원한 산간 마을이었다.
-본문 중에서
책은 도시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아이 들이지만 정말 행복한 산간 마을의 생활이 나온다. 봄이면 꽃놀이, 너구리를 잡기도 하고 아이 들이 잡아온 물가마귀를 머슴 춘돌이가 잡아 먹기도 한다. 여름이면 밤 밭골에서 소에게 풀을 뜯기고 냇가에서 멱을 감고 참외 서리도 했다. 밤이면 누나와 이야기를 하다 평상에서 잠이 들었고 별똥별을 보았으며 가을에는 콩서리를 해서 춘돌이가 시키는 대로 먹기도 하고 겨울에는 연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웠던 시절의 시골 소년은 어느덧 세상 물정을 아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소설의 중심은 계절의 흐름가 계절에 따른 자연의 아름다움, 계절별 아이들의 놀이, 소년이 경험한 사람들과의 특별한 사건이다. 어린 시절로의 향수를 자극하는 내용으로 아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순행적(평면적)구조다.
작품에는 작가가 기억하는 인물 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중 아주 재미난 인물이 있다. 바로 춘돌이다. 김초시네 머슴으로 아이들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면서도 꼭 아이들과 노는, 아이 들에게 자신이 베어야 할 쇠꼴을 베게 하기도 하고 아이 들이 물가마귀를 잡아오면 ‘끼루룩’ 뛴게 된다고 거짓말을 하여 자기가 대신 구워먹고, 아이들과 콩을 구워먹을 때 자신은 ‘냠냠’, 아이 들은 ‘범버꾸 범버꾸’하게 하고 먹었던 동네 꼬마 들의 대장 노릇을 하는, 어느 동네마다 하나씩 있을 법한 형이다.
작품은 순수한 동심의 세상을 노래한다. 지금의 중년 이상이 된 사람 중에서 시골생활을 했던 사람 들에게 고향 마을과 유년시절의 향수를 자극한다. 지금은 어디에서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을까. 어느 TV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산골의 이야기를 지금의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재미없고 어려운 소설일 수도 있다. 아마 요람기 속 자연은 동네 앞 산이나 공원에나 가야 나무라도 볼 수 있을 것이고 멱을 감고 놀던 냇가는 사람이 바글바글 대는 실내 물놀이 시설이 대신할 것이다. 참외서리, 콩 서리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 전화 한 통이면 햄버거, 피자 등이 초스피드로 배달된다. 즉,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된다는 거다. 더구나 서리는 분명한 범죄 행위이다.
현대 문명의 이기 속에서 시멘트, 컴퓨터, 휴대폰의 노예가 되다시피 사는 우리 들에게 에게 이 작품은 자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면서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포근함, 자연친화적인 삶이 인간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가르쳐 주려고 하는 듯하다.
사진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