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울산을 현대 창업주 정주영이라고 해도 지나친 게 하나도 없다. 울산은 곳곳에서 정주영의 정신을 오롯이 입고 있다. 난 어제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을 다녀왔다. 오래전 태화교를 건넌 적은 있지만, 강 주변을 산책하면서 시간을 보낸 건 처음이다.
전체가 대나무 정원이다. 곳곳에 대나무 숲길이 있고 강 주변에도 대나무가 늘어서 있다. 정주영이 생전 대나무를 좋아했다고 한다. 대나무는 수직으로 상승하면서 빨리 성장한다. 한 그루에서 시작하여 어느 순간 숲을 이룬다. 마치 ‘현대’란 거대한 숲을 일구어낸 설립자의 정신을 보는 듯하다.
대나무가 정주영에게는 기업가 정신을 소환해 주는 나무지만,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에게는 민초의 한(恨)을 상징한다.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강한 생명력을 가진 대나무다. “그런데 땅에서 싹이 돋고 나무에서 움이 트기 시작하면서 동네 이곳저곳에서는 이상야릇한 일이 벌어졌다. 전에 전혀 볼 수 없었던 괴상스럽게 생긴 싹이 돋아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잎도 줄기도 없이 성낸 새벽 남근같이 생긴 그 싹은 부잣집 마당은 말할 것도 없고, 안방 구들을 뚫고도 솟았고, 창고 쌀가마니를 뚫고 솟았다. 부자는 종들에게 그 싹을 다 쳐 없애라고 호령했다. 그러나 그다음 날이면 다른 싹이 돋아올랐고, 쳐내고 나면 또 다른 싹이 돋아올랐다. 여름이 되자 부잣집은 그 이름 모를 나무로 가득 차 완전히 폐가가 되었고, 농토에도 빽빽이 들어차 농사를 지을 수가 없게 되었다. 부자가 마을을 뜬다는 소문이 퍼졌다. …… 가슴에 서리서리 맺힌 한(恨)을 풀 길이 없어 나무로 환생을 했다. 먹을 것은 전부 부자놈한테 뺏기고 배를 곯을 대로 곯아 겉모양만 사람이었지 속은 텅텅 비었던 생전의 꼴새 그대로 환생한 까닭에 나무 속도 마디마다 텅텅 비어 있다.”(《태백산맥》 3권 29장).
울산대학교 캠퍼스 곳곳에 설립자의 정신을 심어 두었다. 젊을 때 울산대학교에서 인문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강의를 했다. 본관 앞 정원 한 곁 대나무가 마주 보이는 건물 지하실 연구실을 사용했었다. 돌이켜 보면 40대 후반 적지 않은 나이 때다. 지하실 어두컴컴한 연구실에서도 나름 대나무의 생명력을 닮은 듯 열심히 살았었다. 울산대 철학과 김진 교수와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공동연구 과제를 했었다. 한국불교와 서양철학을 비교하는 주제였다. 그 연구 성과는 이후 한 권의 책(《한국불교와 서양철학》(2010)으로 나왔다. 난 울산대학교 출판부에서 책을 다섯 권 출판했다. 혈기 왕성했을 때 영끌해 낸 《현상학의 이해》(1998)는 나의 모든 걸 소진해서 쓴 책이다. 지금 봐도 어떻게 이런 작업을 해내었을까 하곤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그리고 《탈근대적 자아를 넘어서》(1999)는 미국 퍼듀대학 슈라그(Calvin O. Schrag, 1928 ~?) 교수의 책(The self after Postmodernity)을 번역한 것이다. 1997년 예일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책을 2년 후 번역서로 낸 것이다.
이처럼 도시 울산은 나에겐 한때 연구와 강의로 열심히 살았던 공간이다. 대구에서 버스를 타고 신복네거리에 내려 학교까지 걸었다. 나의 삶의 한 매듭을 차지하던 소중한 곳이었다. 그 시절을 소환하기에 충분한 태화강이다. 어젠 강풍이 불었다. 대구로 오는 경북고속도로 곳곳 표지판에 ‘강풍이니 80킬로 이하’란 주의보가 뜬다. 강변 의자에 한참 앉아 있었다. 내 옆에서 외국인 부부가 인형 같은 아들을 대나무 숲속에 세워두고 사진을 찍는다. 다만 아쉬운 건 강풍으로 대나무가 많이 흔들리는 거다. 나에겐 이 대나무 흔들리는 소리가 민초의 울음소리로 들리는 이유는 뭘까? 담양 소쇄원에는 정암 조광조의 한이 대나무로 자라고 있다. 제자 양산보는 스승이 기묘사화로 화를 당하자 담양으로 내려와 소쇄원을 짓는다. 이곳에 제자는 스승의 강직함을 대나무로 피워냈다.
첫댓글 울산 울산대학교와 인연이 있으시군요
살다보면 뜻하지 않게 가는 곳이 있고 원해서 가는 곳도 있지요
그 옛날 통영 거제도 해금강 홍도를 갔었는데 다시 가보지 못했지요
40년도 넘어가고 있네요 언젠가는 다시 가 볼 날이 있겠지요
외국인은 만나면 나는 쿠바 자메이카 카리브해를 특히 가보고 싶다고 합니다
물론 히말라야 ABC도 가보고 싶고 아직 가보지 않은 세계 여러 곳을 갈 예정이지요
얼마전 만난 프랑스 젊은이는 내가 유럽을 3번 갔고 오래전에 에펠탑에도 갔다고 하니
지금은 외국인들이 많이 와서 달라졌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하였지만 시간관계상..
아무튼 우리나라는 옛부터 금수강산이라 했지요. 외국인들이 새로운 낯선 곳이라 그런지 좋게 보고
거의 다 Good이라 하였다 나는 우리나라의 美에 대해... 말하지요
대우 김우중왈,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나는 세계는 넓고 아름다운 가볼 만한 곳은 많다고
현대 정주영왈,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했지요
나는 시련도 실패도 다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아름다운 깨우침이라고
정주영회장님이 대나무를 특히 좋아해서 현대는 상징으로 모든 공장 회사 호텔 학교 등에 다 심어놓은 것으로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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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태화강국가정원~
정주영씨가 대나무를 좋아했네요.
한 때 지인이 오죽이 좋대서 집 데크 앞에 심었다가 무성한 번식력이 무서워서 캐낸 적이 있어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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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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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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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