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영의 사이-코노믹스] #4. 펫테크, 펫헬스케어 등 반려동물 시장의 진화
류준영
사람 못잖은 반려동물 치매치료제·피부재생제·초음파조영제·생체접착제…
작년 유아용 유모차보다 반려동물용 유모차 판매량이 더 상회, 계속될 추세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펫 휴머나이제이션 확산, 새로운 시장의 탄생
반려동물용 치매 치료제, 피부 재생제, 초음파 조영제, 생체접착제… 요즈음 펫 헬스케어 시장에 출사표를 내던진 기업들의 상품이다. 업계에선 농림축산식품부가 모태펀드를 통해 첫 ‘반려견 펀드’까지 조성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특히 눈에 띄는 장면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의료·헬스케어 전문 기업들 일부가 이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는 것. 보통 해당 상품을 개발할 때 전임상(동물실험)을 거치므로 인간에게 쓰던 의료·헬스케어 상품·서비스를 조금만 개량하면 바로 반려동물용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노렸다. 작년 유아용 유모차보다 반려동물용 유모차 판매량이 더 많았다는 놀라운(?) 통계를 접한 이후 반려동물시장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이른바 ‘펫 휴머나이제이션’의 확산으로, 반려동물 케어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상품들이 틈새시장을 넘어 본격적인 시장 경쟁에 나서고 있다. 관련 기업들을 직접 만나봤다.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을 둘러싼 펫마켓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최근 화제되고 있는 것은 펫헬스케어 시장. 인간을 대상으로 개발된 치료기기나 도구, 의약품 등을 반려동물에게 적용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 사진=셔터스톡
사람 대상 치료기술은 이미 동물실험을 전제, 반려동물에 적용 가능성 수월
2012년 설립된 로킷헬스케어는 2016년 피부 재생용 바이오프린터 ‘닥터인비보 4D2'를 출시했다. 상처 부위를 AI(인공지능)로 측정한 후 재생키트로 환자의 지방 조직을 추출하고, 해당 조직을 4D 바이오프린터에 투입하면 환부에 딱 맞는 바이오패치를 만드는 장치다.
로킷헬스케어는 당뇨병으로 괴사한 환자 발에 해당 패치를 적용하자 8주 만에 새살이 돋는 효과를 봤다고 한다. 인도 하이케어 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이집트 아시우트 의과대학,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임상을 거친 이 의료기기는 최근 반려동물용으로 응용 개발돼 주목을 이끈다. 김재윤 로킷헬스케어 사장은 “사람의 피부와 연골 조직 재생에 효과를 보인 우리 기술은 이미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입증한 만큼 반려동물시장 진출은 물론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로킷헬스케어의 기술은 실제로 동물에게 적용해 효과를 봤다. 가로 9㎝·세로 8㎝ 크기의 상처를 가진 강아지(7세)에게 당사의 피부 재생 기술을 적용, 45일 만에 완치되는 성과를 거뒀다. 로킷헬스케어는 오는 7월 먼저 국내에서 해당 상품을 출시하고, 10월에는 일본 동물 의료기기 등록을 신청,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카이저바이오는 ‘반려동물 인지기능장애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2026년까지 반려동물 치매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업계에 따르면 15세 이상 노령견의 68%, 노령묘의 50%가 인지기능장애 증상을 나타낸다.
카이저바이오 대표를 맡고 있는 아주대학교 의대 이상래 교수는 신경보호 및 항산화 기능 등을 갖춘 인지기능장애 치료 후보물질과 맞춤형 항암면역세포치료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기술력을 토대로 인지기능장애증후군 환견을 대상으로 한 동물용 의약품 개발·인허가를 추진하고 이후 사람 치료제도 개발할 계획이다.
로킷헬스케어는 2016년에 피부 재생용 바이오프린터 ‘닥터인비보 4D2'를 처음 출시했다. 2020년 '닥터인비보4D6'을 출시하면서는 '세상이 거절할 수 없는 기술'이라는 말을 내걸었다. 반려동물과의 유대 관계 및 돌봄이 중요해진만큼 동물을 위한 기술은 점점 더 많은 환영을 받을 것이다. / 이미지=로킷헬스케어 홈페이지
반려동물 산업에도 K-테크의 창의력이 가능할까?
더마글루는 '동물용 생체접착제'를 만든다. 쉽게 말해 액상형 반창고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상처 부위에 반창고를 부착하고 고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나온 아이템이다.
식물세포벽에서 추출한 마이크로피브릴(셀룰로즈 중합체 및 기타 다당류로 구성된 미세섬유의 덩어리)을 합성시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이를 창상에 바르면 상처 부위에 얇은 필름막이 형성돼 지혈과 함께 2차 감염을 막아준다.
더마글루는 반려동물 시장에 이어 인간 의료용 상품으로도 개발할 예정이다. 김재봉 더마글루 대표는 "이 제품을 좀더 고도화해 인체 의료용 접착테이프로 개발할 예정“이라며 ”의료기기용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2020년 설립된 오르바이오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조영제를 동물에게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보다 저렴하면서 부작용이 없는 동물용 초음파 조영제를 개발했다.
셀씨존은 ‘동물용 고압산소의료기기’를 개발했다. 고압산소치료는 다량의 산소가 체내 혈액 속에 녹아들게 하는 장치다. 산소농도가 증가하면 혈류량이 증가해 혈관벽을 청소하고 혈액 순환이 원활해진다. 이 기기는 미국수의고압학회에서 상처, 독성 중독, 수술 회복, 항노화 등 다양한 임상을 통해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또 국내 반려견에서 발병하는 피부염, 호흡기 질병 등 주요 질환의 70% 이상에서 고압산소의료기기의 치료 효과가 있음을 임상 검증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미국, 캐나다 등이 주도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와 반려동물 스타트업 발굴과 지원에 힘쓰고 있는 글로벌디지털혁신네트워크(GDIN) 김종갑 대표는 "반려동물 산업에 AI와 같은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융합하면 향후 미국, 캐나다 등을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대책'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산업규모는 8조원(2022년 기준) 규모다. 2027년까지 15조원대로 2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또 글로벌 펫시장 규모는 2300억 달러(약 306조원, 2020년 기준)에서 2027년 3500억 달러(467조원)로 연평균 6.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