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14일 토요일입니다. (오늘이네요;)
토요일이라서 9시가 넘게 늘어져 자는 아들내미를 아버지께서 깨우십니다.
등산 가신다고 약속 장소까지 태워다 달라고 하시네요;;
벌떡 일어나서 모셔다 드리고 왔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오전 10시를 살짝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직 잠이 덜 깬 것 같은 기분인데, 아무래도 다시 잔다는 건 좀 나태한 것 같고 해서..
사진 좀 보고.. 편집해야 할 것들 좀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또 이렇게 휴일이 가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뭔가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나가게 되었습니다.
일단은.. 제 잔차 뒷바퀴가 허브가 메롱인지.. 삐그덕 삐그덕 소리가 나는 게 어째 이상해서.. 샵에 가져갔습니다.
미케닉분께서 바퀴 돌리고 브레이크 조정하고 하시는 데 그래도 소리가 계속 납니다.
의심섞인 눈빛으로 기름 뭐 발랐냐고 물어보십니다.
"여기서 발라주셨는 데요;?"
그러시곤 잠시 뭔가 생각하시더니...
벌떡 일어나서 연장통에서 WD-40을 집으시더니.. 왼쪽 바깥쪽 허브 축에 칙칙 가볍게 뿌리고.. 바퀴 돌리니까 소리가 않납니다...
드레일러나 허브 BB에 WD-40 쓰면 구리스 다 녹아내려서 베어링 아작난다는 글을 여러번 봐서 상당히 불안했지만..
득의양양하게 됐다고 말씀하시는 미케닉분을 뒤로 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WD-40 뿌린거 일단 닦아냈고요.. 며칠있다가 다시 가서 기름쳐달라고 할 생각입니다.
아무튼.. 갑니다.
일단 어디로 갈까 정해야 하는 데.. 청주에서 근교라고 해서 갈만한 곳은.. 대청댐이나.. 미원.. 오창.. 조치원.. 척산..
좀 멀리봐서 진천 정도가 있겠는 데.. 미원은 친외가가 다 보은이라 지나가면서 많이 본 거 같아서 (생각해보니 미원 터미널만
맨날 본 거군요).. 문의,대청댐 쪽은 가다보면 출근하는 기분일 것 같아서(문의초등학교 근무중입니다).. 조치원은 그냥 싫어서
척산은 차들이 무서워서.. 제외고.. 오창,진천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사실.. 오창, 진천쪽이 땡겼습니다..
무심천 자전거 도로로 들어가서 쭉 가다가 율량동에서 빠져서 가자고 결정하고 그리 합니다.
룰루랄라.. 자전거 사고 맨날 청바지 입고 타다가 처음으로 (반바지는 아니지만) 9부바지 입고 타니까
다리털들이 깃털로 변태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이닉스 공장 청주 확정'이란 내용의 애드벌룬이 떠있었습니다.
2월달에 친구랑 경기도 이천을 간적이 있었는 데.. 그곳에는
이천은 대략.. 이런 분위기더군요..
차 번호판에 '충북'글씨 보고 누가 박는 것 아닌지 굉장히 두려움에 떨면서 지나갔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오늘의 첫 셀카를 한번 찍어봤습니다.
마스크가 날개군요.
사실.. 좀 더 폼나는 버프를 구입하고 싶다는 욕구가 눈썹부위까지 차올랐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사진이랍니다^^;
하상도로에서 한번 찍고.. 어디가서 취미가 뭐라고 하면 사진이라고 하는 데;;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사진 찍는 다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참 오늘따라 절실히 느꼈습니다.
하상도로 올라와서 율량동을 지나서.. 이제 인도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자전거는 인도로 다니면 안된다 자전거 도로가 없는 한은 차도로 다녀야 한다는 여러 선배님들의 말씀을
이성으로는 잘 알고 있지만.. 본능에 내재된 두려움이 차마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동안 가급적 차도로는 다니지 못 했습니다. 인도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이제 눈으로 보이기 시작함으로써..
저 멀리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아..
마스크를 벗어 버렸군요;;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을 찍고선 카메라를 챙겨서 가방에 넣고 있는 데..
차도로 쌩~하고 어떤 라이더께서 질주해나가시더군요..
제게 용기를 주셨습니다 . 감사합니다 ^^
일단 한번 차도로 내려오니..
생각보다 경적을 울려대는 차들도 없고..
내가 참 별것도 아닌 걸 갖다가 그동안 겁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2.5톤 이상의 트럭이 옆을 지나가면서
발생하는 후폭풍에 몸을 맡길 때면.. "아.. 안전제일 안전제일"..
이런 사고를 반복하면서 어떤 나름대로의 안전관? 라이딩 철학?이 생기는가 봅니다.
오창 업힐.. 역시 차도는 잔차가 잘 나가더라고요.. 2-5단 놓고 근면성실하게 밟아 올라갔습니다.
쫙 뻗은 3차선 도로 옆에는.. 밭과.. 골프 연습장이 있었습니다.
"사장님 나이스 샷~"이라고 한번 읊조리고 허허허 웃어봤습니다.
골프 연습장 옆에는 쪼그맣게 필드가 있는 것 처럼도 보였는 데.. 저게 그 말로만 듣던 미니 골프장인가요??
즐기는 건 좋지만.. 요즘 조금만 교외로 나가면 저런 골프연습장이 너무 많다라는 생각과 함께..
최근 골프에 관심을 돌리신 어머니가 오버랩되면서 일종의 딜레마에 빠져봤습니다.
길을 따라 주욱 가다가 오창으로 빠집니다.
진천을 가도 오창을 한번 둘러보고 가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생각은 오창 진입도로 들어선지 3분 후에 깨끗하게 삭제했습니다.
대신 "오늘은 무조건 오창 갔다 귀가"라는 슬로건을 새로 제작해서 마련했습니다. 힘들더라고요;; 엉덩이가..
.
.
근데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제 잔차가 21단인데..
3-7단을 놓으면.. 체인이 튀는 지 "딸딸딸"하는 소리가 좀 심하게 나는 겁니다.
길옆에 잔차를 세우고 살펴봤지만.. 커단 동그라미는 타이어요.. 쇠줄은 체인이요.. 검은 톱니는 카세트일뿐..
봐도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샵에 또 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또 그 후덕하신 미케닉께서 WD-40을 뿌려버리실까봐 상당히 두려워 집니다...
하는 수 없이.. 업힐에선 2-4/2-5 다운힐에선 3-6으로 놓고 나름대로 열심히 달렸습니다.
오후(12:19)
휴.. 일단 오창 시가지에 들어오긴 했습니다;
근데 아침을 않 먹었더니.. 슬슬 단전에 힘이 빠지는 것 같네요.
나들이를 왔으니 역시 김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고 온 국민의 친구 '김밥나라'를 찾는 데..
지천에 모텔.. 휴게텔이고.. 김밥나라를 못 찾겠습니다..
아무래도 좀 인적이 뜸한 곳이라 그런가 싶어서 인적이 많을 것 같은 곳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다가 "저곳에는 분명 김밥나라가 있을 것이다"하는 확신이 드는 곳이 있더군요.
오오.. 점집이라도 차려야 할까요? 있습니다.~ 김밥나라 ㅎㅎ
왼쪽에 보이는 나무에 잔차를 묶어놓고.. 엉덩이를 흔들며 입장합니다.
김밥 두줄.
우리동네(수곡동) 김밥나라 김밥이랑 맛이 거의 똑같은 것 같았습니다.
체인점이라 그럴까요? 6월에 여행갈 생각인데.. 전국의 김밥나라들을 벤치마킹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서빙하는 아주머니와 주방..
특유의 도촬로 찍은 건데.. 뭐라 할 말이 없군요;;
맛있게.. 김밥을 먹은 후..
역시 오창은 호수공원이지 하는 생각에..
호수공원으로 갔습니다.
전만큼 사람들이 많지는 않더군요.
고인 물이 썩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인지.. 호수의 물 색깔도 참.. 그렇더라고요;;
그나마 예쁜 아기들 어린이들 (애들을 좋아합니다.5세 이하의;;) 보는 재미가 쏠쏠해서 다행이었습니다.
휴일을 맞아 많은 가족들이 식인붕어를 구경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튀밥을 던져주면 정말.. 튀밥이 실시간으로 녹더군요..;;
그 튀밥을 먹은 물고기가 응가를 하고 그 응가가.. 물을 오염시키는 거겠죠?
벤치에 카메라를 놓고 셀프를 찍으려고 하니.. 영 프레이밍이 안됩니다.
중량의 압박 때문에 놓고 온 삼각대가 아쉬운 순간.
산책하시는 중년부부께 촬영을 부탁드렸습니다.
어디서 또 본건 있어가지고 어설프게 따라하는 군요;;
남들이 들면 멋지던데 말입니다;;
자 이제 집에 갑니다.
업힐이 너무 길어서 길가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다보니.. 아까 신나게 내려온 다운힐입니다.
과연 신나는 다운힐.. 뒤돌아서면 업.힐. 입니다.
이쯤에서 마무리할까 하고..
환한 미소로 셀카를 찍었습니다^^
이후에는.. 율량동으로 가서.. 봉명동 사창사거리 충대병원을 통과해서 귀가했답니다.
집에 돌아와서 청소하고 계시는 어머니 도와드리고 간신히 의자에 앉으니..
꽁지뼈 반경 9cm 주변에 감각이 참 먹먹합니다. 중학교 때 교회 수련회 따라가서 노년의 목사님의
4시간짜리 설교를 들은 이후 참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입니다.
다음엔 좀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07년 4월 14일
주행거리:38.8Km
주행시간:2시간 35분 26초
평속:14.97Km/h
평균CADENCE: 52rpm
최고속도:44.92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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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전거에 재미를 붙였어요^^
광각이나 표준줌 끼우고 룰루랄라 후럴럴하면서 돌아댕기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첫댓글 딴 카페에 쓴거 스크랩해오느라고 하오체 준수하지 못 했다오.. 죄송하오
mechanic : 수리공./ 한국식 발음 : 메카닉 / 네이티브 발음 : 머케~닉(2음절에 강세가 있음) / 미케닉 노노!! 테클은 아니고 그냥 앞으로 제대로 사용하시게 말해드리는거에요~
아하~ㅋㅋ 그렇구랴?? 소공도 좀 의아해했는 데 자전거 타는 네티즌들이 다 공공연하게 관용마냥 쓰다보니까 그렇게 변형됐나 보오~ㅋㅋ 옳은 것을 배웠소 감사하오^^ㅋ 다른 사람이 틀리면 소공도 바로잡도록 해야겠소
D70 색감 좋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