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는 양력 1개월 안에 보름달이 두 번 뜬다고 해서 블루문이라는 명칭을 붙이고
축제분위기를 연출한다는데...
양력의 카렌다에 음력의 보름달이 두 번 뜨는 기회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상서로운
기운일 터... 블루문 공지가 반가운 나머지.. 앞뒤 가늠도 하지 않고 산행신청을 하면서도
내심 찔리는게 있으니 한 집 사는 남편의 생일이 바로 오늘이다.
지난 주 불교인들의 최대 명절인 초파일 행사를 치루면서 남편 생일도 함께
보냈건만 지엄하신 시댁어머님의 채근은 오늘아침까지 이어졌다.
그런저런 일로 5월은 입산금지를 당하여.... 5월 한 달동안 단 두번의 산행이 전부인데..
주말 지리산 칠선계곡 산행까지 있어.. 걱정이다.
남들이야 타고난 기초체력으로 잘들 걷는다마는 나는 연습을 하고 또 해도 언제나
초급이 아닌 초보산행 수준을 면할 길 없는...
아들아이가 고3이 되면서 치루는 심적부담..
대한민국 고3 수험생들이 가장 힘들어 한다는 5월을 보내면서.. 안밖으로 매우 힘든
한 달을 보냈다.
겉으로야 생글거리며 웃지만 마음속까지 활짝 웃을 수 있는 날이 몇 날이나 될까..
오늘이야말로 사람과의 관계 속에.. 성숙하지 못한 일처리와 함께 경박의 극치를 넘는
대립을 치르고 준비도 없이 산으로 향한다.
지난 4월말 삼각산 14성문에 고생한 등산화를 수선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지리산 종주에
신고 갔더니 넘어지고, 미끌어지고, 떨어지고..
등산화에 대한 믿음이 없어 한 켤레는 새로 구하고.. 그 사이 그간 발에 익은 등산화를
수리점에 맡겨 창을 갈았다.
스무날이상 산에 들지 않았으니 수선한 등산화가 불편한지 어떤지도 모르고..
새로 산 등산화는 아직 포장도 뜯지 못하였으니 이 정도면 신발에 대한 홀대로
신발에게 항의를 받을 일이다.
창갈이 한 등산화를 신고.. 종일 속을 끓인 빈 속으로 불광역에 도착한 시각이 18시경..
주중인데도 산행인파가 간간히 눈에 띈다.
아직 주중에 산에 든 날이 없는 내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등산용품을 구하느라 알게 된 사람이 불광역 근처 샵에 근무하니 잠시 들려
차 한잔 마시고.. 길을 건너다보니 겨울 눈 내리던 날 이후 처음 보는
산친구 창가에서님이 서 있다.
반가움에 걸음을 빨리했는데도 불구하고 하늘로 솟았는지 사라지고 없다.
지나간 버스도 없는데 분명 납치를 당한게 틀림없다고 생각하는데..
시커멓게 그을린 사륜님의 사륜차에 창가님이 빙긋거리며 웃고있다.
눈에 익숙한 이북5도청에 신청글이 없던 산님들이 보인다.
꽃노을님... 조용하시고.. 간혹 스치기만 한 창조사업님과 한 집 사시는....분
지난 해 이 곳 삼각산 야등을 집행한 바람꽃님..
대장 임명장 받자마자 사업이 바빠져 대장노릇에 눈치가 보일듯한 사륜구동님..
보라님과 창조사업님... 그리고 칠암나무님 또... 달의바다님은 내가 가는 산행에
자주 자주 함산하는 분들이시니 만나면 반갑고...
그리고 오늘의 총무를 맡은 소리샘님..
- 총무 졸업이다.
처음 보는 분이다.
눈매가 얌전하니.. 귀엽고 신입이니 신선 그 자체다.
말도 잘 하고.. 미소도 잘 짓고.. 거기다 산행도 잘 한다.
- 나보다 어리니 막내도 면했다.
집은 인천 어디라는데 그 곳에도 월광보살이 뜨실터인데도 이 먼 삼각산에..
나를 보러 온 것 같은 착각을 하는 것은 순전 나의 자유다.
탕춘대 능선으로 오르기 전 체조를 하고.. 닉소개를 하고.. 여전히 반가운 백구와 인사를 하고..
백구가 깨끗하게 목욕재개하고 맞아준다.
개가 깨끗하다고 목욕시켰나부다고 했더니.. 달의바다님의 설명인즉
흙을 밟지 않아서란다.
동물에 대한 관심이 없으니.. 무섭다는 느낌 뿐...
- 몇 해전 송아지만한 개에게 쫒겨 혼절하여 병원에 실려간 적 있는...
눈에 익숙한 탕춘대 능선을 통과해.. 포금정사에서 쉬엄쉬엄 오르니 관모봉..
- 일명 놀부바위..
스무날이나 산행을 하지 못한데다 종일 신경 쓰느라 입에 넣은 음식이 없어
쉬엄쉬엄 올라도 힘에 부친다.
산 아래는 더운데 산 위는 바람이 살갗을 파고드는 선선함이 좋다.
오르면서 나누는 산 이야기는 질리지 않는 맛있는 음식과도 같은...
능선에 올라서면 건너편 백운대 봉우리와 보좌하는 능선이 꼭 작은 공룡같이
느껴진다.
아까 오르면서 바라본 족두리봉우리도.. 보름날인 오늘은 훤히.. 그 자태가
요염하기까지 하다.
사모바위와.. 가찹지만 멀게 느껴지는 능선들의 봉우리를 짐작하며..
바람과 함께 막걸리 한 잔을 마시고...
-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 오너라.. 노랑나비 흰나비.. 춤을~
왜 거기서 이 자장가가 나왔는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알 수 없는 일...
대장님은 순전 내가 마신 막걸리 탓이라고 하는데.. 나야 술을 마셔도 기쁘거나
슬프거나 하지 않으니.. 묘한 뉘앙스다.
허긴 오르면서 내내 졸음이 밀려와 지리산 종주에서 명선봉 올라가는 느낌이
있긴 하더라만..
- 일본 번역서 '4시간 수면법'이란 책을 읽었었는데.. 얼마나 지독하면 한 쪽 눈은 자고
한 쪽눈으로 일하자는 기상천외한 수면과의 전쟁법도 소개된 책이다.
한때 시간이 아까워 이 방법을 연습해 본 적도 있기는 하다.
관모봉에서 매트를 펼치고.. 산 아래를 굽어보며.. 포트락을 즐기고..
좌우조망을 살피면 건너편에 우뚝 선... 비봉이 비석을 세운체 빛을 발한다.
불과 스무날 전에 다녀온 곳이다.
즐거운 포트락이 끝나고.. 배낭을 챙기고.. 사진을 찍고..
남산의 N타워를 보며 산친구 창가가 하는 말..
- 저기 미산대장님 일행들이 걷고 있을터...
이 친구와 시간 내서 야간산행 일주를 또 해볼까?
산친구 창가님이 나이 마흔여덟에 구한 일을 과감히 때려치우(?)고 다시
산꾼으로 돌아올까하는데 나야 대환영이다.
하산길로 잡은 곳은 지난 해 삼각산 등산 코스다..
얼마쯤 가다가 뒤에 걷던 칠암나무님의 발이 미끌어져.. 슬라이딩을...
그런데 나는 자꾸 삐실삐실 웃음이 나온다.
등치는 산만한 양반이.. 왕사를 밟아..맥을 못추던 그 모습이 너무나 재밌는 일인데..
창갈이 한 등산화가 아직 발에 익숙하지 않아 신경은 쓰이지만 이런 왕사 하산길에서
역활이 탁월하다.
본래 비브람창으로 교체하려던 것을 오늘 산행대장이신 놀부님의 권유로 락그랍인지
그런 일반 창으로 갈았다.
창갈이 하기 전과 확연히 다른.. 발밑이 참 안심이라.. 한번도 미끌어지지 않고
잘 내려오니.. 신발에게 고맙다.
- 구한지 1년뿐인데.. 얼마나 열심히 산에 올랐는지 창갈이 할 시가가 늦었다는 전문가의 말!
내려오는 길 내내.. 지난 해 숨이 턱에 차던 그 곳에서 여유롭게.. 서울의 야경을 굽어보며
아쉽게도 달무리 진 월광보살께 한 번만 제대로 된 모습을 나투시라 청해도.. 묵묵~
대장님 말씀
- 이안이 찌그러진 연등을 들고 행진을 했음이 증명된다.
바람꽃님 덧붙여..
- 연등은 찌그러져도 마음은 원만했던 것 같다.
도무지 칭찬인지.. 아닌지 모를 대화가 오고가고..
하산시각이 많이 늦어.. 서둘러 헤어지고 아쉬운 마음으로 전철에 오르니..
졸다 깨다.. 공덕역 지나칠까.. 눈을 부릅뜨고.. 잘 환승하여.. 집으로 돌아오니..
오늘도 역시나 아침에 집 나가.. 무박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0시 30분...
우리집 키만 큰 남자1과 2가 하는 말...
- 그래도 내 생일인데.. 좀 일찍 오지~
- 엄마... 나는 산에 안 가는 여자와 결혼할래!
겉으로야 미안한 표정을 짓지만... 속마음은 이렇다
- 그래.. 당신.. 말 잘했다.. 내 생일에 모 해준거 있어?
- 그래 임마! 너 알아서 장개라도 가주면 고맙지.. 노총각으로 나와 함께 살 생각일랑 아서라!
*
함께 걸은 산우님.. 리딩하여 주신 대장님...감사드립니다.
달무리 진 달님께서는 일천강을 다 비추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언제나 반갑게 뵙고.. 아쉬움으로 헤어지는..
다음 산행까지 편안하십시요.
첫댓글 수고하셨읍니다 ... 항상 건강조심하십시요 ..^^
넉넉한 산행.. 감사드립니다. 지리산 잘 다녀왔습니다.^^
내 말을 칭찬으로 안들었다면 명선행 보살님의 마음이 영 찌그러 있는 모양이요...ㅎㅎㅎ~ 함께 한 산행 즐거웠답니다...
보살이라는 말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고맙습니다.
짧은 산행을 길게풀어 산행후기를남겼습니다/수고하셨슴니다.
좋은 산행에 동행을 감사드립니다. 또 뵈어여~
이안님~* 오랜만에 .. 정말 반가웠어요. ^^
하하하 나의 산친구 창가님~*
이안님 글 잘보구 갑니다..편한저녁 보내세요~!!
오랫만입니다. 잘 계시지요? 곧 다시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안님~~~ 덕분에 즐거운 나들이였습니다..^^*
더욱 건강해 보이는 보라님.. 올 여름에도 많이 만나졌으면 합니다.^^
헉~~~고3 엄마 마자요?? 함께해 즐거웠읍니다.. 자주뵈요 ^^...
하하 귀여운 소리샘님.. 자주 만나지길 바랍니다.
고3엄마 시군요.~!
에~ 왜 그러세여? 오랫만에 함산 즐거웠습니다. 더운 여름 잘 지내세요~
꼭 나도 같이 있었듯, 재미있는 산행후기 네요. 같이 못한것이 못내 아쉬워요. 이안님, 곧 또 만나길~
그러게요.. 오실 줄 알았는데.. 올 여름에는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세용~*
언제나 신선하고 재미난 후기.... 즐감하고 갑니다,,,,울 옆지 교회에 너무 열심인 나머지 이젠 새벽에도 갑니다,,,,그래서 산은 점점 멀어지기만 하니 ,,,왕퍽탄 언제 면할려나??? 이안님,,,울 야등 멤버 님들 보고 싶네요,,,
아무 때나 불르세여.. 건민짱이 얼마나 자랐는지 보구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