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nUTodvaS0yo?si=t6A754AdQhSwEOA-
* 멕시코 출신의 테너 롤란도 비야손(주인공 네모리노 역)이 부르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
용음회 회원 여러분들에게!
오페라 이야기를 올린지가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그동안 베르디 오페라(4작품)를 쭉 소개해 왔는데 오늘부터는 베르디의 왕선배되는 도니제티의 오페라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먼저 <사랑의 묘약>,이 오페라에서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은 너무나 잘 알려진 곡이지만...사실 이 아리아는 슬픈 내용이 아니라 기쁜 내용으로 되어 있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기도 하지요.
아울러 거장 베르디의 오페라를 4작품 정도로 소개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었음을 덧붙입니다.
[ 오페라 "사랑의 묘약"과 아리아 "남 몰래 흘리는 눈물" ]
*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사랑의 묘약>포스터
아디나 역의 안나 네트렙코와 약장사 둘카마라가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의 묘약>하면 유명한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떠올리지요.많은 사람들이 이 아리아를 무척 좋아하지만 사실 이 아리아는 오페라 전체의 내용(아래 설명)과는 동떨어진 것이며 분위기도 많이 다릅니다.
주인공 테너 네모리노를 위힌 아리아는 애당초 이 오페라를 작곡할 때에는 계획에 없던 곡이었는데 그러나 작곡 도중, 도니제티는 대본가 펠리체 로마니와 싸운 끝에 오페라 거의 끝부분에 이 노래를 집어 넣었습니다.
이 아리아는 아름답기는 하지만 전체 드라마의 흐름과는 하등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스피디한 희극의 속도를 떨어뜨기도 합니다.그러나 도니제티의 선견지명인지 이 곡은 오페라 사상 가장 유명한 테너 아리아가 되었으며 오히려 이 오페라의 서정성을 더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 아디나 역의 안나 네트렙코
사실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흔치 않은 테너의 오페라입니다.시종 테너가 각광을 받고 관객들의 찬사를 독차지합니다.그런 만큼 대형 소프라노들은 아디나를 부르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습니다.까다롭고 힘든 역을 잘 소화해내도 모든 갈채는 테너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그러나 뛰어난 테너와 그에 걸맞는 소프라노가 함께 갖추어진다면 참으로 빠뜨릴 수 없는 매력 만점의 오페라이기도 합니다.
이제나 저제나 언제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 나오나 기다리고 있다가는 다시는 오페라를 보러 오지 않겠다고 생각 할 수 있습니다.왜냐하면 이 곡은 오페라의 맨 끝에 나오기 때문입니다.<사랑의 묘약>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재미있는 오페라이며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이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이 오페라의 명성에 조금도 누가 되지 않을 정도의 수작입니다.
음악은 예상보다 쉽게 들려오고 거의 첫 장면부터 다른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관객을 빨아들이는 작품입니다.게다가 희가극이라고 해서 오로지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이사이에 우아함과 서정성은 처음 보는 이들도 도니제티의 찬미자로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 약장사 둘카마라
간략한 줄거리
<등장 인물 소개>
네모리노 농부 테너(레제로)
아디나 부유한 농장주의 딸 소프라노(레제로)
벨코레 하사 바리톤
둘카마라 박사 돌팔이 의사 베이스
자네타 농촌 처녀 소프라노
약장수 둘카마라에게 사랑의 묘약도 파느냐고 묻는 시골 총각 네모리노
오늘날에는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도 약장수를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흔히 들을 수 있었던 게 동네 사람들을 공터에 불러놓고 벌이는 약장수의 장광설이었는데... "무슨 무슨 병을 낫게 해 준다"는 괴이한 약에서부터 "젊음을 되찾아 준다"는 회춘제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만병통치약’들로 사람들을 미혹(迷惑)시키던 약장수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미국 포함)에서도 한때 대단한 인기를 누렸었지요.
오페라 내용은 잘 몰라도 제목만은 우리에게 익숙한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바로 이런 약장수를 내세운 작품입니다. 배경은 19세기 초 스페인의 어느 시골 마을. 추수 때라 다들 바쁘지만 지주의 딸 아디나는 나무 그늘에서 한가롭게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녀가 북유럽의 전설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나오는 <사랑의 묘약> 이야기를 읽고 웃음을 터뜨리면서 오페라는 시작됩니다. 공주 이졸데의 어머니가 다른 나라 왕에게 시집가는 딸의 첫날밤을 위해 싸 보냈다는 이 <사랑의 묘약>은 일종의 최음제. 아디나를 짝사랑하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는 어수룩한 동네 총각 네모리노는 상대를 한순간에 불같은 열정에 휩싸이게 만든다는 이 약을 구하고 싶어 안달입니다.
그런데 마침 이 동네에 ‘둘카마라’라는 희한한 이름의 약장수가 찾아오고, 네모리노는 가진 돈을 다 털어 그에게서 <사랑의 묘약>을 사지만 사실 그건 싸구려 포도주에 불과합니다. 이 약장수는 도망갈 시간을 확보하느라, “약효는 정확히 24시간 후에 나타난다”고 얘기합니다. 종종 임상실험을 통해서도 입증되듯, 환자가 그 약의 효능을 믿고 복용하면 전혀 약효가 없는 물질도 때로는 약이 되는 경우가 있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포도주를 약으로 알고 마신 네모리노는 용기백배하게 되고 엎치락 뒷치락 우여곡절 끝에 결국 아디나의 사랑을 얻는 데 성공합니다. 흔히 영화나 TV 드라마 등에서 주인공이 처절하게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 삽입되곤 하는 유명한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은 사실은 슬픈 감정과는 거리가 먼 주인공이 기쁨에 겨워 부르는 노래인 것입니다.
갑자기 부유한 친척에게서 유산 상속을 받게 된 네모리노가 동네 처녀들에게 인기를 얻자 아디나는 약이 올라 눈물을 흘리는데, 그녀를 훔쳐보면서 네모리노가 기쁨에 겨워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이지요.
이 오페라가 초연된 1832년, 자연과학의 발전으로 의술이 진보하고 부르주아 상인 세력의 대두로 유통과 화폐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해가기 시작한 이 시대의 관객들은 이 약장수 이야기를 지켜보면서 시대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뿌듯해했을 겁니다.
도니체티(Gaetano Donizetti, 1797~1848)
이탈리아 베르가모 출생. 베르가모의 음악학교와 볼로냐의 음악원에서 공부하였으나, 그를 법률가로 키우려던 부친과의 불화로 군에 입대하여 1818년 군인 신분으로 발표한 《볼로냐의 엔리코》가 호평을 받아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출세작이 된 것은 1830년에 작곡한 《안나 볼레나,영국 헨리 8세의 두번째 부인이었던 앤 볼린의 이야기》이며, 이 작품으로 그는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1835년 파리로 나가 오페라 작가로서의 기반을 굳히고 1840년 전후는 그의 창작력이 가장 왕성했던 시기였으나, 1845년 두통에서 비롯된 신체 마비상태에 빠져, 회복하지 못한 채 고향 베르가모에서 사망하였습니다.
19세기 초 이탈리아의 오페라는 오페라부파(희가극)에서 오페라세리아(비가극)로의 전환기였으며, 그는 바로 이 전환점에 위치하는 작곡가였습니다. 따라서 그의 오페라는 오페라부파의 마지막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랑의 묘약》과 《연대(聯隊)의 아가씨》·《돈 파스콸레》로부터 《라메르무어의 루치아》·《파보리테》와 같은 오페라세리아의 걸작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내용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로시니의 모방이라고 할 수 있는 초기의 작품을 빼면, 유창하고 아름다운 선율과 적절한 극적 효과에 특징이 있다고 평해지고 있습니다.
글쓴이 : 블라디고(용두열 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