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질주 1 1972년 5월 28일 일요일 오전 9시. 평양에서 박성철 등 4명의 대표들이 서울을 방문하기 하루 전, 장충동 특수대 회의실에서는 마지막 대책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처음 계획대로 영빈관은 중앙정보부 자체에서, 워커힐은 허열과 최일우가, 그리고 노옥진이 임시 피신해 있기로 한 온양 별장은 박상남이 다섯 명의 특등 사수로 구성된 저격대와 함께 지키기로 작전이 확정되었다. "아내는 내일 오전 10시에 서울에서 출발한다. 박상남은 8시에 출발하여 사전 답사를 마친 뒤 아내를 들여보내도록 하라. 그리고 오늘부터 정보부와 워커힐, 영빈관, 온양이 연결되는 무전 차량이 각각 배정될 것이다. 무전 전문 병력을 한 사람씩 배치할 것이다. 작전이 완료될 때까지 긴장을 풀지 말도록 특히 유의하라. 오늘 아침 이후락 부장님과 노범호 회장님께 마지막 보고를 드렸다." "알겠습니다." "자, 10분 동안 각자 병기를 점검하고, 30분 후 출발한다. 박상남은 곧 도착할 특등 사수들에게 특별 교육을 시켜라. 회담이 끝나면 부장 각하께서 적절한 포상을 내리실 것이다. 목숨들 아까워 하지 마라. 이것은 국가에 충성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허열의 지시가 끝나자, 이들은 각자 책상으로 돌아가 권총을 꺼내 손질하기 시작했다. 부하들이 마지막 결전을 위해 총기를 손질하는 동안 허열은, 언젠가 북한산 기슭에서 발견된 기사키 하쓰요의 시체를 놓고 수사하던 성북 경찰서 강력계 이호영 형사를 밖으로 불러 냈다. 그를 불러 내기 전에 그 곳 담당 서장에게 이호영 형사의 1주일간 특수대 파견 근무를 요청했고, 그것은 구두로 결정이 났다. 허열이 이호영의 파견 근무를 요청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아내 노옥진 때문이었다. 박상남이 아내를 맡기로 했지만, 박상남에게는 내일 아침 아내보다 두 시간이나 먼저 온양으로 내려가 별장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아내와 딸 미라가 온양으로 내려가는 동안의 경호원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앰배서더 호텔 커피 숍 구석에서 두 사람은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지난번 기사키 하쓰요 사건 때 보여 준 이 형사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오. 한 가지 특별한 임무를 부여하겠소. 내일 아침10시경 아내가 딸아이와 함께 온양 별장으로 가오. 그런데 아내는 며칠째 계속 괴한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소. 지금부터 우이동 우리집으로 가서 잠복 근무를 해 주시오. 집 문 앞에 단단히 지키고 서서 집과 아내를 보살펴 주시오. 자세한 건 며칠 후 다 말해 줄 거요. 아내가 온양 별장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후 돌아오시오. 임무가 끝나면 하반기 인사 이동 때 나의 친위대로 편입시켜 주 겠소. 그 때는 나도 지금보다는 다른 위치에 있을 거요. 명심하고 아내와 딸을 보호해 주시오. 자동차는 집 앞에 세워 놓겠소. 검정색 지프로, 성능이 좋은 차를 배당하겠소." "알겠습니다.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아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시오. 특수 상황이 발생되면 차에 설치된 무전으로 연락하시오. 이상이오." 집이 성북 경찰서 관할 내에 있어, 이호영 형사는 비교적 집 사정에 밝은 편이고, 가족들 얼굴도 잘 알고 있다. 또 지난번 기사키 하쓰요 사건 때 보여 준 민첩함이 마음에 들어 아내에 대한 비밀 호위병으로 선택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28일 오후부터 집 주위를 살피고 내일 아침 온양으로 떠나는 허열의 아내를 비밀리에 경호하라는 지시는 이호영을 몹시 흥분케 만들었다. 마침내 출세의 지름길을 잡은 것이다. 노범호와 허열의 '백' 이라면, 몇 년 후에는 과장 자리 하나쯤 어려울 것이 없다. 아니, 허열의 측근이 된다면 서 장 자리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특별 명령을 받은 이호영은 단걸음에 본서로 달려가 잔무를 끝내고, 서장에게 파견 근무를 신고한 다음 우이동으로 달려갔다. 도선사 입구에서 한 젊은이로부터 무전기가 설치된 검정색 지프를 인수하여 몰고 가서, 언덕 중간쯤에 위치한 허열의 집 문 근처에 진을 쳤다. 이미 도시락과 물까지 치밀하게 준비하여, 자리를 움직일 필요도 없다. 하루만 잘 버티면 출세길이 트인다. 든든한 '백'을 얻은 것이다. 회담을 하루 앞둔 이 날, 남한 당국은 일본 요네조오의 충고에 따라 휴전선을 중심으로 군 부대들을 대거 집결시킴으로써 전진 배치를 완료했고, 각 군에 준(準)비상 사태를 하달했다. 외형으로는 작전 훈련이었지만 실전으로 배치했고, 영문을 모르는 지휘관들은 명령에 따라 전투 태세를 완료한 채 긴장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정은 북한도 마찬가지여서, 만일 서울로 간 제 2 부수상 박성철이 테러 등에 의해 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즉시 침공 할 태세를 갖추었다. 28일 오전 9시. 이 시간은 아주 숨가쁜 시간이었다. 서울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이후락 부장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회담에 관한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고, 정래혁 국방 장관은 국방부 상황실에 들러 육군 참모 총장으로부터 비상 전투 태세로 들어간 전투 부대와 후방 부대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고 있었다. 바로 허열이 백수웅을 제거하기 위해 마지막 회의를 개최한것이다. 한편, 박성철을 보내는 김일성은 대표단을 불러 마지막 격려를 하고 있었다. '최대한 합의를 하고 살아 돌아오라. 그러나 불의의 사고가 생길 경우, 사랑하는 인민군 부대는 서울을 쑥밭으로 만들 것이다. 성공을 빈다. 라는 등의 뜨거운 격려를 해 주었다. 바쁜 것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좀처럼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지 못해 이 날도 의정부로, 동두천으로 집을 구하러 나간 구멍가게 주인 여자의 집에서 백수웅도 바쁜 일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시한 폭탄을 꺼내 시한 장치를 제거해 버렸다. 뇌관의 핀을 뽑고 충격을 주기만 하면 별장의 반쯤은 걸레가 되어 날아갈 강력한 고성능 폭탄이었다. 폭탄을 신문지로 잘 포장하여, 우편 집배원 가방 같은 검정색 어깨걸이 가죽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이틀 동안 정성을 다해 작성한, 세계 각국과 국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주머니 깊숙이 찔러넣었다. 작업을 완료한 그는 밥상에 과일과 밥을 올려놓고,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정성을 다해 제사를 올렸다. 조촐하게 차린 제삿상 앞에 꿇어앉아,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을 기억에 떠올리며 한없는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 '아버님, 어머님, 제 죽음은 절대 헛된 죽음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조국과 민족과 역사 앞에 떳떳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겁니다. 불효를 용서하십시오.' 그는 이번에는 바로 코앞에 있는 노옥진에게로 생각이 옮아 갔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사랑했고 사랑받았던 여인이다. 자신을 위해 허열과 강제 결혼한 것도 이제는 알고, 그녀가 얼마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주었는지도 충분히 이해한다. 처음엔 노옥진을, 그 다음엔 노범호를 죽이고 싶도록 미워했다. 차고 어두운 겨울 밤, 금호동 언덕길에서 낯선 사내들에 의해 무자비한 린치를 당하고 어디론가로 끌려간 치욕스럽던 밤, 그는 살아 돌아가기만 하면 목숨을 걸고라도 복수하겠다고 맹세하고 또 맹세했다. 대마도를 떠나 부산에 잠입할 때도 테러와 복수는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그 복수의 대상이 바로 노옥진의 아버지 노범호였다. 그 때부터 백수웅은 과거를 깨끗이 잊기로 하고 이 날이 오기를 이를 악물며 기다려 온 것이다. 이제 결전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고, 따라서 자신의 생명도 앞으로 24시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마지막 이별을 알리는 제삿상 앞에 꿇어 엎드려, 자신을 사랑했던 여인의 이름을 나직이 불러 보았다. '노옥진 이제 너와의 인연도 이것으로 끝이다. 잘 있거라. 미라는 반드시 네게 돌려 주겠다. 어린 아이의 생명을 가져간다고 해서 핏빛 한이 풀리겠느냐. 별장 회담장까지만 함께 간 뒤 반드시 돌려 보내겠다. 잘 있거라." 갑자기 그는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주먹을 움켜 쥔 채 허공을 바라보았다. "하늘이여, 지금까지 보살펴 주신 데 대해 무한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는 내의부터 작업복까지 깨끗이 손질된 새것으로 갈아입었다. 저녁 8시경이면 미라가 올 것이다. 30여 분이 남았다. 이 때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예정 시간보다도 30여 분이나 일찍 미라가 찾아온 것이다. 미라가 손에 든 것을 불쑥 내밀었다. "생일 선물이야, 아저씨." 장남감 나팔이었다. 백수웅이 웃으며 받아 들었다. 그리고 재빨리 창을 통해 밖을 살펴보았다. 조용했다. "약속대로 아저씨가 저녁 사 주지. 그런데 미라, 엄마가 찾지 않을까?" "염려 없어요. 엄마는 샤워하러 욕실로 들어갔고, 나는 일찍 잘테니 깨우지 말라고 했거든요. 들어갈 때만 조심하면 돼요." 크고 말똥말똥한 두 눈동자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노옥진을 무척 많이 닮은 것 같았다. 백수웅은 미라를 번쩍 들어올렸다. "아저씨가 오토바이 태워 줄까?" "오토바이? 야, 신난다. 빨리 태워 줘요." 백수웅은 미라를 들어올린 채 뒷문으로 조심조심 걸어 나갔다. 그리고는 오토바이 좌석 앞쪽에 미라를 태우고, 자신은 뒤쪽에 앉아 미라를 보호하면서 시동을 걸었다. "야, 신난다. 멀리 데려가 줘요. 아빠와 엄마는 날 밖에도 못나가게 하거든요." "윙-!" 미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토바이가 발작을 하듯 몸을 떨어대고는 땅을 박차고 나갔다. 뒤채에서 앞문을 돌아 골목길을 달리던 오토바이는, 골목을 막고 서 있는 한 대의 지프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웬놈의 지프가 길 가운데 서 있지?" 백수웅은 투덜대고, 미라는 탄성을 질러 댔다. "이야, 신난다! 더 빨리 가, 아저씨!" 한 대의 오토바이가 지프 옆에서 멈칫하더니 그대로 질주했다. 요란한 소음에 시선을 돌리던 이호영이 자지러질 듯 놀랐다. "미라 미라를!"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한 사내가 미라를 앞쪽에 태우고 스쳐간 것이다. 이호영은 그 사내가, 허열이 말한 협박자라는 것을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반사적으로 시동을 걸고 뒤뚱대며 차를 돌렸다. 적어도 1 킬로미터 정도는 외길이다. 잘 따라가면 오토바이에 접근할 수도 있다. 그는 차의 비상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있는 속력을 다 내 오토바이가 사라진 시내 방향의 외길을 달렸다. 다행히 저 쪽 멀리에 오토바이 꽁무니가 보였다. 이호영은 당장에라도 차를 세우고 무전으로 허열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그러다가는 괴한을 놓칠 우려가 있다. 오토바이가 보이자, 이호영은 스위치를 눌러 비상등과 사이렌을 꺼 버렸다. 추적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자동차로는 따라붙을 수 없는 골목으로 꺾어질 것이다. 노련한 이호영의 기지였다. 오토바이는, 생각같이 빨리 달리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앞쪽의 미라 때문에 매우 불편스러운 것 같았다. 이호영은 손이 땀에 촉촉이 젖어 왔다. 속력을 올리면 충분히 따라붙겠지만, 잘못 추적하다 들키면 미라의 생명이 위험하게 된다. 지금은 사내가 어디로 가는가 하는 데만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오토바이는 삼양동을 지나 미아리 극장 앞에서 우회전하여 돈암동을 향해 달렸다. 신호등에 걸려 잠시 서기도 했지만, 차들 때문에 가까이 접근할 수가 없었다. 무전이라도 칠까 하고 고개를 돌릴 때는 파란 신호가 들어와 오토바이가 다시 움직였다. "제기랄!" 이호영은 아스팔트를 향해 퉤, 하고 침을 밸었다. 그리고 다시 핸들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불행히도 백수웅은 미라에게 신경을 쓰느라고 지프의 추적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좀더 속력을 올릴 수도 있지만, 부산행 열차 시간까지는 시간이 아직 많았다. 미라가 30여 분이나 일찍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것이 다행이었다. 미라의 안전을 위해 여유 있게 운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미라는 엄마 아빠가 안 데리고 다니니?" "네. 더구나 요 몇 달은 꼼짝도 못 하게 했어요. 피아노 선생님도 내보내고 왜 그런지 몰라!" "미라는 이 아저씨가 안 무섭니?" "네? 아뇨. 난 아저씨가 좋아요. 재미있는 얘기도 해 주고, 또 오토바이도 태워 주고 그런데 아저씨, 어디로 갈 거예요?" "응 , 서울역. 기차 타고 한 시간쯤 달리고 싶구나. 밥은 기차 에서 파는 거 먹고" "정말? 야 기차는 한 번도 안 타 보았는데 빨리 가요, 기차 타러." 오토바이는 어느 새 종로 조계사 앞을 지나 신세계 백화점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이호영은 한 손으로 지프의 핸들을 움켜쥐고 한 손으로 옆구리 를 만져 보았다. 콜트 45구경 군용 권총이 든든하게 손에 잡혔다. 탄환이 장전되어 있기는 하지만, 발사하려면 완벽한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너석의 손아귀에는 허열의 딸이 잡혀 있다. 이호영은 두 눈을 부릅뜨고 백수웅의 뒤를 쫓았다. 신세계 앞에서 우회전한 오토바이는 남대문을 지나 서울역 쪽으로 달렸다. "도대체 어디로 갈 작정이야?" 호텔이나 아니면 한강 다리 아래쯤으로 가리라 생각한 오토바이가 서울역 앞에서 광장으로 뛰어들었다. 사내는 번개같이 내려 미라를 안고 역 대합실의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이호영은 깜짝 놀라 차를 세우고 역 대합실로 뛰어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열차를 타려고 웅성거리며 서 있었고, 차표를 사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이호영은 한 사내와 사내의 손에 이끌려 가는 미라를 발견했다. 그러나 이미 그들은 개찰구를 유유히 빠져 나가고 있었다. "부산행 열차다." 이호영은 부르짖으며 개찰구로 달려갔다. 그리고 역무원에게 신분증을 꺼내 보여 주며 소리질렀다. "성북 경찰서 강력계 형사요. 어린 아이 유괴범을 쫓고 있소. 시간 없소." 이호영은 역무원이 채 확인도 하기 전에 신분증을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열차를 향해 달려갔다. 열차는 모두 11개 차량이 달려 있었고, 사람들이 앞다투며 열차에 오르고 있었다. 이호영은 플랫폼에서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녔다. 특실차와 일반 실차 사이에 식당차가 있는데, 섣불리 들어가 얼굴을 내밀 수가 없었다. 사내가 눈치 빠른데다 뛰어난 육감을 가지고 있으니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역습의 우려가 있다고 허열로부터 수도 없이들은 터였다. 그런데다가 미라와는 전에 몇 번 얼굴을 대한 적이 있어, 그 아이가 알아보면 추적에 큰 지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는 사이, '덜컹' 하고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플랫폼에서 역무원 하나가 길게 호루라기를 불어 댔다. 망설이던 이호영은 어쩔 수 없이 눈앞의 차량으로 뛰어올라갔다. 두려워지면 어쩌나 했던 우려는 이상하리만큼 말끔히 가셔졌다. 백수웅을 따르는 미라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즐거워하고 있었다. 스릴 있는 오토바이도 그러려니와, 처음 타 보는 기차, 게다가 언제나 다정하고 따뜻하게 감싸 주는 앞집 아저씨. 즐겁다 못해 흥분하기까지 한 미라가 펄펄 뛰며 열차에 올랐다. 열차에 오를 때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 보였으나, 막상 열차에 오르고 보니 8호 차량 일반 객차는 여기저기 듬성듬성 자리가 비어 있었다. 미라가 창가에 앉고 백수웅이 그 옆에 앉았다. 미라가 조금도 불안해하지 않아 여간 다행스럽지가 않았다. 밖을 바라보던 미라의 얼굴에 담뿍 미소가 떠올랐다. 미라가 밝은 얼굴로 밖을 내다보며 조막만한 손으로 갑자기 차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백수웅은 깜짝 놀라 미라의 행동을 저지 "왜 그러니, 응?" "아냐, 아저씨 저기 아는 사람이 지나가. 부를 거야. 나놀러 간다고." 미라가 가리키는 곳, 그 곳에 잠바 차림의 탄탄하게 생긴 남자 하나가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었다. 백수웅은 깜짝 놀라 손으로 미라의 얼굴을 가렸다. "누군데?" "아이, 몰라, 몰라. 아저씨 부를 거야. 전에 우리 집에 세 번이나 왔었어. 내 선물도 사 가지고" "오늘은 우리 둘이서만 놀러 가는 거야." 그 사이, 잠바의 사내가 사람들 틈에 묻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백수웅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일 그 사내가 미라를 목격 했더라면 계획이 뒤죽박죽으로 엉켰을 것이다. "저 아저씨도 경찰이다. 아빠 앞에서 꼼짝도 못 해. 그래도 참 좋아. 내 선물 꼭 사 가지고 오거든." 경찰. 그리고 허열의 주변에 있는 사람. 머리 좋은 백수웅이 의혹을 품지 않을 리 없다. 그렇다면 미행? 아니면 우연? 이 때 '덜컹' 하고 열차가 몸을 흔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바퀴를 굴리기 시작했다. 미라가 보았던 그 잠바 입은 사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백수웅은 몹시 당황하고 있었다. 만일 경찰이라는 그 사내의 목표가 자신이라면, 온양에 도착하기도 전에 강력한 저지를 받을 것 이다. 다행히 손 안에 미라가 있어 시간을 벌거나 도주로를 열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도주가 목표는 아니다. 추적 아니면 우연한 만남으로 보아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내의 출현이 우연 같지는 않았다. 문제는 사내보다도 미라였다. 미라가 다시 그 사내를 본다면 소리질러 부를 것이 분명하다. 미라는 창 밖을 바라보며 몹시 즐거워하고 있었다. 열차는 어느 새 한강 철교를 건너고 있었다. 상황을 판단하는 데 오랜 시간을 지체하는 백수웅이 아니다. 그는 상의를 벗어 미라를 덮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 뒷목을 힘껏 눌렀다. 미라가 맥없이 늘어졌다. 사람을 기절시킬 때 쓰는 지압법이었다. 열차에 동승한 사람이 본다고 해도 아이가 잠든 것으로밖에 알지 못할 것이다. 숨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자신의 웃옷을 벗어 덮었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기관차 방향의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다. 미라가 알아본 사내를 거꾸로 찾아갈 계산이었다. 사내가 걸어간 방향으로 보아 자신의 뒤쪽 칸에는 타지 않았을 것이다. 8호차의 통로가 끝나고 바로 화장실이 있고, 조금 더 가면 승강구가 나온다. 그 앞이 7호차다. 백수웅은 승강구가 보이는 화장실 앞에서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한 사내가 앞쪽에서 부릅뜬 눈으로 두리번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마침내 열차의 좁은 공간에서 이호영과 백수웅이 마주친 것이다. 획-. 백수웅은 몸을 돌려 재빨리 자리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늘어져 있는 미라 옆에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끄덕이며 조는 시늉을 했다. '만일 이 녀석이 나의 뒤를 쫓는다면 내 옆에서 멈칫거릴 것이고, 미행이 아닌 단순 여행이라면 스쳐 갈 것이다.' 사내가 뒤에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백수웅은 얼굴을 깊이 숙였다. '오토바이에 미라를 태워 간 녀석이 이 열차에 타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호영은 주머니 속의 권총을 단단히 움켜쥔 채 허열의 딸 미라를 찾기 위해 두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있었다. 미라는 분명히 허열의 아내, 즉 노옥진과 함께 온양으로 가게되어 있었다. 이 밤중에 어린 미라를 오토바이에 태워 간다면, 그것은 허열 검사가 염려하는 대로 괴한의 납치로 보아야 하는데, 미라의 태도나 표정으로 보아서는 도무지 '납치'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토바이 그 녀석은 면식범이다. 미라의 가정과 왕래가 있는, 미라가 평소 잘 알고 있는 녀석이며, 어쩌면 친척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납치나 유괴임에 틀림없고, 허열이 부탁한 것은 이런 사고의 저지였다. 1호차부터 7호차까지 뒤져 왔지만, 미라는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그는 긴장된 모습으로 8호차 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북적이지않아 쉽게 훑어볼 수 있었다. 이윽고 그의 시선이 한 곳에 멈추었다. 한 아이가 남자 상의로 덮여 있고, 옆에는 남자가 잔뜩 웅크리고 앉아 있는데, 아이를 덮은 옷이 눈에 익었던 것이다. '저 녀석이다!' 그는 낮게 부르짖었다. 그 녀석의 상의에 가려진 아이는 미라가 틀림없다. 그러나 섣불리 덤벼들거나 권총을 뽑을 수는 없었다. 유탄(流彈)에 승객이 다칠 우려도 있고, 또 녀석이 어린 미라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호영은 사내가 마주 보이는 서너 칸 앞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무서운 눈초리로 감시하기 시작했다. 손가락 사이로 실눈을 뜨고 사내를 감시하던 백수웅은 이 사내의 정체에 대해 판단을 내렸다. 미행자. 자신을 뒤쫓아온 미행자가 틀림없다. 그렇다면, 저 녀석은 허열의 집 앞에 서 있던 지프에 타고 있던 사람이며, 그 곳부터 줄곧 미행해 온 것이다. '왜 진작 눈치채지 못했을까!" 백수웅은 자신을 원망했다. 미라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면 틀림없이 기습을 당해 다치거나 개죽음을 당했을 것이다. 이 중요한 싯점에 방해꾼이 끼어들었던 것이다. 백수웅은 손을 내리고 고개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마주앉은, 처음 보는 미행자를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뜻밖의 행동에 이호영은 깜짝 놀랐다. '아니, 저 녀석이 날 보고 웃어? 그렇다면 내 미행을 알고 있다는 거 아냐?' '조심하라. 위험한 놈이다.'라던 허열의 충고가 또 떠올랐다. 백수웅은, 상대방의 정체를 확인한 이상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일 이유는 없었다. 그는 예의 그 기분 나쁜 웃음을 웃어 보이며 미라를 덮었던 옷을 벗겨 버렸다. 미라는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이호영은 '죽었다!' 하는 불길한 생각이 스쳐 갔다. 승객들은 아직도 이 두 사람의 무서운 싸움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열차는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갑자기 백수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9호차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이 갑작스러운 행동에 이호영이 놀라 뒤따르기 시작했다. 이호영은 8호차와 9호차 사이에 있는 출입구 공간까지 달려나갔다. 손에는 어느 새 권총이 쥐어져 있고, 안전 장치가 풀어져 있었디. 이 때다. '번쩍' 시퍼런 칼날이 날아들었다. 위기를 느낀 그는 잽싸게 몸을 웅크렸다. 그러나 칼날이 훨씬 빨랐다. 퍼렇게 날이 선 잭 나이프가 등가죽을 긋고 지나갔다. 이호영은 하마터면 권총을 놓칠 뻔했다. "덜컹, 덜컹" 열차는 궤도를 따라 계속 숨가쁘게 달렸다. 안양을 지나고 수원을 향해 어둠 속을 돌진해 가고 있었고, 두 사내는 격렬한 격투를 벌이고 있었다. "개자식!" 이호영이 욕을 퍼부으며 몸을 돌렸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 총구를 겨눌 수가 없었다. 손에 쥔 권총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향해 일격을 가했다. 백수웅은 날아오는 권총을 몸을 젖혀 피한 후, 열린 승강구 문의 문고리를 잡아 몸을 지탱했다. 헛손질을 한 이호영이 다시 덤벼들었다. 열차 밖 쪽으로 밀려난 백수웅이, 덤벼드는 사내의 사타구니를 발로 힘껏 걷어찼다. "어이쿠!" 급소를 얻어맞은 이호영이 손으로 사타구니를 움켜쥐며 앞으로 고꾸라졌고, 백수웅은 슬쩍 옆으로 피했다. 이호영은 제 힘을 견디지 못하고, 달리는 열차에서 비명을 지르며 굴러 떨어졌다. 너무나 짧은 순간의 격투인데다 밖으로 나온 승객마저 없어, 열차밖으로 굴러 떨어진 이호영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백수웅은 손을 털고 옷매무시를 고친 다음 천천히 걸어 자리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쓰러진 채 완전히 정신을 잃고 있는 미라를 둘러업고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도 승객들은 백수웅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열차가 마침내 수원역에 도착했다. 미라를 등에 둘러업은 백수웅은 어둠에 휩싸인 역사(驛舍)를 빠져나와 오토바이를 보관시킨 식품점을 찾아갔다. 그리고 웃돈5천원을 더 주고 오토바이를 찾았다. 택시를 천안까지 1만 원에 전세내어, 트렁크에 오토바이를 실었다. 오늘 밤 안으로 온양에 도착해야 한다. 범죄 수사의 베테랑 형사 이호영. 행정 파트가 아닌 일선 수사관 이호영은 유도가 2단이나 되는 무술인이었다. 허열이 주의하라고 수차에 걸쳐 이야기했지만, 백수웅의 작고 볼품 없는 모습을 보고 안심한 것이 실수였다. 번개 같은 사내의 동작이 자신보다 한 수 위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련된 몸만 아니었다면 틀림없이 즉사했을 것이다. 몇 군데 찰과상을 입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죽음만은 피할 수 있었다. 열차에서 떨어지면서 유도의 낙법을 이용하여 머리를 다치지 않고 떨어진 것이다. 잠시 정신을 잃었던 그는 비틀걸음으로 일어나 철로에서 벗어났다. 열차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고, 싸늘한 철로만이 두 줄기선을 이어 가고 있었다. 몇 차례 넘어지며 도로로 나섰고, 몇 번의 실패 끝에 한 대의 트럭에 의해 도움을 받았다. 안양에 도착한 그는 경찰서로 가서 허열에게 비상 전화를 걸었다. "저 , 이호영입니다." "이 형사? 어찌되었는가? 별일은 없었나? 웬일이야, 이 시간에?" "사실은 초저녁부터 우이동에서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때가 7시 30분쯤 되었을 겁니다. 미라가 미라가.. 오토바이를 탄 녀석에게 납치되어 뒤따랐는데 녀석을 경부선 열차에서 놓쳐 버렸습니다. 수원과 안양 사이였습니다." 허열은 이 보고에 망연자실하여 넋을 잃고 서 있었다. "미라를 미라를 그 녀석이" 긴장한 채 최종 회의를 하던 허열이 의자와 함께 털썩 쓰러졌다. 박상남과 최일우가 깜짝 놀라 부축했다. "뭐라구요? 따님이 오토바이를 탄 녀석에게 납치를?" "그래 , 백수웅 그 녀석이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의자에 도로 앉아 있던 허열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부지런히 전화 다이얼을 돌렸다. 신호가 울리기 시작한 지 20여 초가 지난 뒤에야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집 사람은 집 사람은 어디 있어?" "모르겠습니다. 언제 외출하셨는지 8시경부터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8시경?" 벌써 시계는 9시를 넘기고 있었다. 미라가 납치된 지 1시간 반이나 지난 뒤에야 보고가 올라온 것이다. 박상남이 얼굴을 찡그린 채 무엇인가 골폴히 생각하고 있었다. "허 검사님, 납치자는 백수웅이 틀림없습니다. 수원과 안양 사이에서 이 형사를 따돌렸다면, 녀석은 지금 온양 별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겁니다. 녀석의 목표물은 워커힐도 영빈관도 아닌 온양 별장입니다." "아니, 잠깐!" 흥분하는 박상남을 허열은 달랬다. "잠깐! 한 번 더 생각하자. 흥분하면 판단에 착오를 일으킬 수 있다. 어쩌면 녀석은 우리 모두를 온양으로 유인한 뒤 에메랄드를 역공할지 모른다. 임무를 바꾼다. 박상남은 에메랄드를 지켜라. 나는 온양으로 내려간다." 상황이 하룻밤 사이에 급전되었다. 지금으로서는 백수웅의 목표물이 워커힐 에메랄드인지 온양의 별장인지 뚜렷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 백수웅에게 역습당하고 허(虛)를 찔린 경험이 수도 없을만큼 많은 허열이다. 박상남에게 워커힐 에메랄드 경비와 수색을 맡긴 허열은 치안국 특별 상황실을 불러 냈다. "8시, 서울발 경부선 열차가 9시 50분경 천안에서 잠시 정차할 것이다. 형사들을 출동시켜 역을 봉쇄하라.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 하나를 데리고 나오는 30세 전후의 남자가 있으면 즉시 체포하라. 여자 아이의 생명이 위험하니 각별히 주의할 것이며, 상황에 따라 사살해도 좋다. 내가 지금 천안으로 내려갈 것이다." 명령은 이렇게 내렸지만, 천안에서 백수웅을 체포하리라는 기대는 가질 수 없었다. 허열은 천안 봉쇄를 지시한 다음 가슴 깊이 권총을 찔러넣고 최일우와 함께 승용차에 올랐다. '녀석이 기어이 미라를,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미라를 납치하다니, 미라야, 마음 단단히 먹고 아빠를 기다려라.' 울화통이 터져 견딜 수가 없었다. 몇 차례나 미라를 들먹이며 협박해 왔지만, 일곱 살 어린 아이를 방패막이로 납치하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초조하고 불안해 견딜 수가 없었다. 최일우가 핸들을 잡겠다고 했지만, 핸들마저 부하에게 넘겨 주었다가는 답답해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장충동 수사 본부를 출발한 허열의 승용차는 미친 듯 질주했다. 그렇게 차를 몰면서도 허열의 머리는 다시 컴퓨터처럼 돌아가기 시작했고, 백수웅의 발자국을 찾아 뒤쫓기 시작했다. '만일 녀석이 수원에서 내려 다시 서울로 올라간다면? 그래서 나를 따돌리고 에메랄드로 들어가 몸을 숨긴다면? 내일 아침 그 곳이 회담장이 아님을 알게 된다면 화풀이로 미라를 살해할지 모른다. 어차피 온양 별장으로 간다고 해도 상황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미라가 위험하다. 녀석의 태풍이 회담장은 비켜 갔지만, 이제는 미라가 위험하다.' 참으로 절박한 상황이었다. 녀석이 온양으로 가든 에메랄드로 가든, 미라의 생명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신호도 제한 속도도 무시한 채 최고의 속도를 내어 경부 고속 도로를 달렸다. 생각이 이번에는 아내에게로 옮겨졌다. 미라가 납치당하여 오토바이에 끌려간 것이 저녁 7시 30분경, 아내의 모습이 집에서 사라진 것이 8시경. 그렇다면 그 동안 아내는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아내에 대한 의혹이 또 구름처럼 일기 시작했다. '30분간, 그 30분간의 공백. 미라가 납치당한 뒤 30분 뒤에야 집에서 증발. 그렇다면 혹 두 사람이 함께 도주? 설마그럴리야 없겠지. 하지만' 아무래도 이해되지 않는 30분간의 미스터리였다. 미라가 납치된 뒤에 아내가 증발했다. 아내 노옥진과 백수웅의 과거를 알고 있는 허열로서는 두 사람의 애정 도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미라의 납치가 아닌 동행이라면? 한 번도 저항하거나 발버둥치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이 형사의 마지막 보고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왜 미라는 그 녀석의 오토바이에 실려 가면서도 살려 달라고 고함치거나 울부짖지 않았을까? 왜 그랬을까? 허열은 완전히 혼돈에 빠져 버렸다. 뒤에서 대형 트럭이 라이트를 켜 대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신호도 보내지 않고 차선을 바꾸어 버린 것이다. 자동차는 어느 새 수원 인터체인지를 지나고 있었다.
첫댓글 잘 보앗습니다
어찌될지 결말이 너무 궁금하네요
잼나게 잘봤읍니다~
즐감요 ~~
잘 읽고갑니다~~
감사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