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월3일 내놓은 경기부양책에 포함된 부동산시장 활성화 조치는 규제완화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가 부동산값 폭등을 막겠다고 잇따라 만들거나 부활시켰던 각종 부동산 규제가 대부분 해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뜨뜻미지근하기만 하다. 강남 재건축시장의 급매물이 다시 들어가고 호가만 올랐을 뿐 시장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 매매가 살아나는 모습은 감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향후 경제상황이 계속 나빠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내집 마련의 기회를 엿보는 실수요자들과 투자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그 해법과 전망을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상좌담을 통해 들어봤다.
●“실수요자의 경우 집값이 좀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다가 매수시점을 놓치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실거래가가 고점 대비 20%가량 떨어졌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상환능력 범위 안에서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은 문제 될 게 없다.”
●“내년 하반기부터 국지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수도권에서의 내집 마련 시기는 내년 상반기가 적기라 생각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거나 경매에서 3회 정도 유찰된 아파트를 눈여겨 봐라”
▶11·3 대책을 비롯한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위축된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김경환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려면 매수자와 매도자가 같이 움직여야 하는데, 향후 경제가 더 나빠지고 집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결국 열쇠는 경기가 회복되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경기회복이 부동산 규제 개혁의 명분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먼저 개혁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논리와 이유를 분명히 한 뒤 규제를 풀어야 한다.
고준석 재건축을 비롯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의 조치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경제상황이 위협적이고 내년 경제성장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투자자를 비롯한 실수요자 모두 쉽게 움직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함영진 재건축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경제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가격 상승이나 재건축사업 활성화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강남권은 여전히 투기지역에 묶여 있어 담보대출 규제가 지속되고 있고, 재건축이라는 것 자체가 투자 개념도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경제회복 없이는 당장에 시장이 반전되기 힘들어 보인다.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인한 분양권 전매시장의 부활이 분양권 전매시장의 활황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 분양권시장은 국지적 쏠림이나 양극화 현상이 극렬할 것이다. 기존 주택시장은 자금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중소형 아파트와 가격이 많이 떨어진 급매물 위주로 팔려나갈 가능성이 크다.
거시경제에 대한 불투명성과 주택시장 침체로 인해 장기적으로 가격회복이 확실한 블루칩 위주의 거래가 이뤄지면서 입주적체 현상이나 미분양이 쌓인 지역은 중도금을 보전하려는 수요로 인해 손절매나 투매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김승섭 재건축 규제완화로 인해 강남 아파트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공급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강남 재건축시장과 수도권 지역의 토지시장은 가격 하락세가 멈추고 상승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또한 수도권 공장 신설이나 증설이 가능해져 토지 이용도가 높아지는 한편 산업단지 주변의 아파트시장에도 호재가 될 것이다.
김학환 기존 부동산대책이 수요진작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한 게 많았다는 점에서 11·3 조치는 재건축 아파트의 수요 진작과 분양권 전매, 현행 거주요건 유지 등 직접 거래 활성화를 내용으로 담고 있어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부동산 매매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향후 조치는.
김경환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다했다.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와 1가구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세 완화 정도만 남았다. 향후 선진국처럼 집을 몇 채 소유하든 동일하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되 임대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에 대한 규제가 비수도권과 지방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수도권에는 자유를 주고 지방에는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을 동시에 강구해야 한다.
고준석 지금까지 발표된 정책이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완화방안에 대한 추가적인 개선안도 필요하다.
함영진 무엇보다도 거시경제의 불투명성 해소가 급선무다. 현재의 부동산 침체는 수요를 진작시켜야 해결되는 문제이므로 유동자금이 풍부한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더 사도록 하는 방법 외에 현실적으로 뾰족한 방법이 없다. 양도소득세 중과제도는 일부 조정될 필요가 있다.
김승섭 금융시장 안정을 통한 투자심리 회복과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 경험적으로 볼 때 과거에는 정책을 따르는 것보다는 버티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았다.
전매제한 완화와 처분조건부 대출, 일시적 2주택자의 처분기간 완화 등의 조치가 있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미하다. 추가적으로 당장의 미분양 해소와 거래 활성화를 위한 직접적인 방법을 꼽는다면, 한시적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완화와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 등 세제완화가 필요하다.
김학환 실수요자의 취·등록세 인하와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완화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또한 부동산실거래가신고제도가 정착되고 있어 현재 시점에서 큰 의미가 없어졌으므로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부동산정책 변화에 따라 투자자들이 취해야 할 대응방법은.
함영진 주택시장의 체감기온은 이미 한겨울이다. 당분간 혹한의 시간을 버텨야 할 만큼 거시경제 측면에서의 부동산시장 상황은 불투명하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수요자 입장에서는 소나기를 피하는 차원의 보수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단기간에 주택 수요 확대와 빠른 시장회복이 한계가 있는 만큼 시장을 관망하고 기다리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주택시장이 당분간 불투명하다는 점을 감안해 철저히 실수요 목적에서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더라도 최소한 급매물 위주로 움직여 가격이 더 떨어지더라도 최소한의 원금을 보전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고준석 부동산 세금에 대한 개선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추이를 지켜보면서 중장기적인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
김승섭 재개발로 대표되는 강북지역은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 투자가치가 상대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따라서 재건축시장과 경기에 따라 신설, 증설, 이전 등이 예상되는 수도권 토지시장 및 공장지역 주변 아파트, 전매제한 규제가 풀리는 인천경제자유구역 등으로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재건축 규제완화 효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므로 재건축이 가능한 노후 연수가 3~5년 정도 남은 단지들을 눈여겨봐야 한다. 토지시장은 하남, 남양주 등 개발제한구역 해제 및 완화가 예상되는 수도권 동부지역과 공장 수요가 많고 주거요건이 잘 갖춰진 용인 등 수도권 남부지역이 유망해 보인다.
투자자들은 투자가치를 살펴 보유자산의 리모델링과 매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다주택자 중과세가 도입된다면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부동산을 정리하거나 임대사업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모색해도 좋을 것이다.
김학환 경제상황과 정책 변화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상황 변화에 따라 신속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수요 진작책으로써 극단적인 조치 몇 개를 제외하고 나올 수 있는 카드는 다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부동산을 급히 처분해야 하는 투자자는 가격이 안정되는 시점을 이용해 처분해야 하겠지만 이자의 부담이 있더라도 조금 더 관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투자를 희망하는 경우는 수익형 부동산 쪽으로 관심을 두는 것도 좋다.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전략은
김경환 부동산 실거래가가 고점 대비 20%가량 떨어졌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부동산 규제완화로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내집 마련을 위한 기회가 다양해졌다. 상환능력 범위 안에서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은 문제 될 게 없다. 다만 주택금융이 단기 변동금리 중심에서 장기 고정금리로 확대돼야 가계 채무부담 안정과 금융시장의 안정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
고준석 무엇보다도 내 몸에 맞는 내집 마련 전략을 세워야 한다. 무리한 대출은 피하고 본인의 소득 수준에 맞는 자금계획을 세워 내집마련에 나서야 한다. 실수요자의 경우는 집값이 좀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다가 매수시점을 놓치는 우를 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함영진 11·3 대책이 침체된 주택시장의 퇴로를 열어준 셈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급속한 시장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고 보여진다.
일단 지방을 제외한 수도권 주택시장은 정부의 추가 대책 여부나 경기회복 속도에 맞춰 내년 하반기부터 국지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수도권에서의 내집 마련 시기는 내년 상반기가 적기라고 본다. 하지만 지방 주택시장은 빈사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므로 내집 마련은 미루는 게 좋다. 갈아탈 지역은 수도권 내에서도 유효수요가 몰릴 곳을 선정해야 한다. 실거주를 하더라도 역세권과 랜드마크 등 장기적으로 개발 호재가 있어 주택가격이 상승하거나 실수요자들이 꾸준하게 몰릴 수 있는 지역이 좋다.
갈아타려는 중대형 주택의 면적 트렌드도 고려해야 한다. 2006년 말까지만 해도 주택 면적이 클수록 가격 상승률도 높고 선호도 역시 높았다. 그러나 현재는 각종 대출규제와 부동산 침체로 인해 중소형 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김승섭 주택경기의 최저점을 정확히 예상해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어렵다. 현재 주택가격이 지역별로 약 20% 정도 하락했다. 추가적인 하락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주변에 급매물과 경매물건이 많은 지금이 내집 마련의 적기라고 생각한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사업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므로 매입을 서두르는 게 좋고, 시세 대비 20% 이상 저렴한 급매물이나 경매물건 매입을 고려해 추가 가격하락에 대비해야 한다.
재건축은 11·3 대책으로 인해 단기적인 상승이 기대되지만 재건축 관련 법률개정으로 조합원 입주권 지위양도금지가 해제되면 물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내년 초 정도를 매입시기로 삼는 게 좋다.
재개발은 사업기간이 길고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태에서 경기침체와 지속적인 입주물량 증가로 장기적으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매입을 서두르기보다는 입지여건이 좋은 곳을 골라 청약하거나 매입시기를 늦추더라도 내년 말까지는 급매물 위주로 고르는 전략이 필요하다.
김학환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된 아파트(수도권)나 미분양 아파트 가운데 분양가를 인하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우, 경매에서 감정가 대비 3회 정도 유찰된 아파트 등을 입지 상황을 고려해 검토해볼 만하다. 소형 주택에서 중대형으로 옮겨가려는 수요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매수 시기는 내년 2월까지가 적절하다. 지금까지는 여러 번의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와 주택가격 추가 하락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커서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최근 세계 각국의 경제 활성화 대책 공조와 우리 정부의 시장붕괴 방지에 대한 강한 의지 등으로 부동산시장도 안정을 찾아갈 시점으로 보인다.
정경진 기자 (shiwall@asiaeconomy.co.kr)
◇부동산투자의 시대는 끝났나?◇
“불패 신화까진 아니더라도…”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내에서 오랫동안 재산 증식의 주요 수단으로 여겨졌던 부동산투자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과거에는 집값의 절반 정도를 대출받아서 아파트를 구입하더라도 집값 상승률이 은행이자를 크게 웃돌아 소위 ‘남는 장사’를 할 수 있었지만, 최근 집값 하락과 가격 정체가 지속되면서 그러한 투자공식이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과거와 같은 집값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시장의 불경기를 부동산 투자가치의 상실로 연결짓는 것은 곤란하다는 점에서도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투자대상이 변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는 있겠지만 부동산의 투자가치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김승섭 우리은행 부동산팀 차장은 “현 정부가 지속적인 주택 공급 계획을 갖고 있고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2기 신도시 입주가 예정돼 있어 과거와 같은 부동산가격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차장은 “인구 이동과 세대 분리, 갈아타기 등으로 주택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인구가 감소해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재건축, 재개발 등 개발 호재 중심의 자본이득보다는 수익성과 환금성에 초점을 둔 투자로 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투자 성공방정식》의 저자인 장인석 부동산칼럼니스트는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책으로 급격한 하락은 진정되고 바닥을 찍겠지만 과거와 같은 반등이나 호황은 당분간 힘들 것”이라며 “전반적인 세계경제침체에 따라 향후 2~3년간 부동산 경기 역시 침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장인석 씨는 또 “투자를 목적으로 한 부동산 구입은 자제해야 하며, 현금을 확보한 뒤 경기 추이를 살펴보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매매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의 향후 전망은 여전히 밝다는 긍정론도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아직도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인구당 주택수가 부족한 편”이라며 “수요와 공급의 비례관계를 고려하면 부동산투자의 시대가 끝났다는 결론은 성급하며,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학환 부동산정책연구소장도 “아파트는 그동안 거품론은 차치하더라도 상당 부분 소득 대비 가격이 상승했으며 최근 일부 가격이 조정됐다”며 “경기 등 거시변수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다면 주택가격 하락도 멈출 것이므로 여유자금이 있다면 임대수익을 목표로 적극적인 투자를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 역시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시장은 최근 몇 년간 가격이 급등했고, 신도시 등에서 향후 지속적인 주택공급이 이뤄질 예정인 만큼 단시일 내에 호황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교체수요로 인한 주택수요의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