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어나자마자 클러치 백을 챙겨 in 서울을 했어요. 16시에 기말고사를
봐야하고 딸내미 졸업 전을 pm3시까진 마쳐야 합니다. 강북강변-순환로
-마장동-을지로-이남정-시청-서울역-한강-노들섬까지 바쁘게 왔습니다.
모르긴 해도 택시도 저보다 빠르진 못할 것입니다. 이남장에서 내장탕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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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때리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70대 노인 두 분이서 수육에 소주를 한
잔 기울이고 있었어요. 오늘 따라 괜히 인생무상이 밀려오더이다. 행색으로
보아 젊었을 때는 한 가닥 했을 먹물처럼 보입니다. 저널이스트거나 C E O.
15년 후 내 모습을 본 건가? 노량진 방향 한강 다리 한가운데 '노들 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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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어요. 서행을 하면서 찬찬히 보지 않으면 주차장 입구 찾기가 쉽지
않은데 제가 단번에 찾아 들어갔다는 것 아닙니까? 제가 찾는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었고 구름다리를 건너 천천히 걸어 들어갔어요. 토네이도를
그냥 놓고 와서 한결 한 같집니다. 에스더 한강 중 다닐 때 환경 관련 미술
-
대회를 Arrange 하다가 버드나무가 서있는 이곳에서 한수 이북을 바라
보았을 것입니다. 그 이전에는 21살 수도방위사령부 시절 한강-잠실-성수
-동작 대교 강다리 근무를 섰습니다. 공주야! 한양 천지 아빠 나와바리
아니 곳이 어디 있겠냐?
2.
주제-Shankespeare on the lsland (섬의 세익스피어)
기간-2022.12.06-12.11
장소-노들섬 다목적 숲 (서울 용산구 양녕로 445, 노들 섬 동쪽 1F 04427)
공연예술의 다양한 시각적 표현 방식을 공부해 온 졸업준비생11명이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매개로 여러분과 소통하여 합니다. 우리는
세익스피어의 작품 (햄릿), (리어왕), (템페스트), (십이야), (한여름
밤의 꿈)에 담긴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고찰을 현재의 다양한 예술의
감각을 통해 공간으로 구현할 것입니다.
조수연 리어왕:코델리아의 비극
박건우 햄릿: 눈먼자들의 이야기
이예성 템페스트:섬
이형준 십이야:숨바꼭질
박종우 리어왕:solitary salvation 고독한 구원
김에스더 햄릿:괴물을 죽이려다 괴물이 된 사나이
남영주 한여름밤의 꿈:티타니아의 꿈
조수빈 십이야:바보들의 방문
고영민 리어왕:ㄱㄴ
박지영 한여름밤의 꿈;HARMONY
3.
1)안녕하세요. 한예종 연극 원 무대미술과 16학번 김 에스더입니다.
제가 우여곡절 끝에 전시회를 하거든요. 우여곡절 인간에게 기회를
주고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연극 원 무대미술과 선생님들과 어시스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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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 수랩의 스텝,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이 땅의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졸업까지 오래 방황했어요, 그래도 제가 이 자리에 있게 된
건 제 뜻을 꺾지 않고 혼내면서도 응원해주신 여러분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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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를 잘 지킨 내가 먼저' 있었고요. 언제까지 제가 작업을 마음껏
할 수 있을 진 모르지만 최대한 먹고 살 수 있는 선에서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가난한 예술가는 되지 않게 계속 피드백 해주십시오.
2)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들고 만들게 됐어요. 아버지 유령을
만난 햄릿, 어렸을 적 첫 번째 살인을 한 햄릿, 익사한 여자 친구를 구하지
못한 햄릿의 무력감과 고통의 순간을 제멋대로 늘려서 연출한 작품입니다.
덴마크 왕자 햄릿의 비극은 잔인하고 슬픕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요.
카타르시스건 동정이건 비관이건 손가락질이건 좋습니다.
비극 앞에 서서 괜히 한 번 비극을 방관하세요.
3)햄릿은 투 비 올 낫 투 비,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로
유명한 작품인데요, 저는 이게 '어떻게 살 것인가'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
이라고 생각 됩니다. 죽은 아버지 영혼을 만나면서 어머니를 미워하고 아버지
자리를 뺏어간 숙부를 죽이는 계획에 인생을 건 한 청년의 무모한 살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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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끝임 없는 갈등이, 그 고통이, 남일 같지 않은 건 저도 죽음과 배신을
곁에 두고 살아가는 생명체이기 때문일까요. 그 두려움 때문일까요. 그 때문
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모를 햄릿의 포효 뒤에, 불현 구토가 튀어 오르던
제 기억도 이어 붙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살거면 죽고 싶다. 그럼 어떻게
살지?’ 정도가 되겠습니다.
-
4)비극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들이닥쳐 항상 우릴 놀라게 하는게 주특기
입니다. 비극에 놀라도 너무 오래 슬퍼하지 맙시다. 비극과 함께 삽시다.
아버지 복수를 위해 살지 맙시다. 불현 구토가 유발될 떼, 그 지점은 중요한
지점인 것 같습니다. 기회일지도 모르고요. 오늘의 고민하는 햄릿들, 고민
하다 구토하는 어느 날, 덴마크의 친구들, 우리 존재 파이팅! 김 에스더 드림.
4.
똑똑한 딸내미를 둬서 밤새 햄릿을 읽고 또 읽었어요. 복잡해 보이지만 개인
적으론 '올림푸스 왕'보다 더 간단한 내용이었어요. 내가 읽은 바로는 두괄식
소설로 1장만 읽으면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알 수 있다고 봅니다.
햄릿이 선왕(유령)을 만나면서 스토리가 시작되지요. 아버지가 죽자,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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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왕이 되고 어머니와 결혼합니다. 이 짓을 패륜으로 본 햄릿이 복수의
칼을 갈고 끝내 복수에 성공하면서 비극적인 끝맺음을 하는 내용입니다.
공주가 아비 꿈을 꾼 것은 졸업 전(햄릿)때문에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꿈이란 뇌의 기억 중에서 나쁜 쪽으로 재현됩니다.
-
햄릿이 열 받은 이유가 무엇인가? 선왕의 억울함(효)차원인가, 내 밥그릇을
뺏긴 때문인가? 성경에 계대제도(형사치수 제)라는 풍습이 있는데 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를 아내로 거두는 내용입니다. 룻기 서를 보면 모압 여인
룻이 보아스 라는 남자의 눈에 띄어 팔자를 고치는 내용이 있어요. 이 틀을
세익스피어가 가져온 것인데 왜 햄릿은 복수에 인생을 걸었을까?
-
아버지를 보고 햄릿이 열 받는 건 지 마음이니까 알고 싶지도 않고, '가족의
해체'와 관련 '부모가 자식에게 유익이 되지 못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죽었으면 그만이지 괜히 유령으로 나타나서 아들을 '치정에 의한 복수'심에
사로잡혀 자식의 인생을 망쳤냐는 말입니다.
-
'괴물(클로디어스)을 죽이려다 괴물이 된 사나이(햄릿)' 로 카피를 뜬 공주의
세계관을 들여다보니 아직도 공주가 팔팔한 32청춘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가치관은 변해요. 설사 가치관이 변하지 않았더라도 아비의 복수를 때문에
몬스터가 되는 건 효자도 의리도 아니라고 봅니다. 햄릿은 지성의 사고에서
-
졌어요. 아비는 공주들이 '지식의 사유'에서 절대 강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빠가 '공부에 목숨을 거는 이유'입니다. 14세기에 불어 닥친 미 증류의
‘흑사병’ 대하여 속수무책인 절대봉건주의와 신의 무능함에 대한 항의를
복수(당위성)의 연극으로 고발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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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기사 패러디 '돈티호테'를 세익스피어 작품보다 더 상위 수준으로 평가
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그런데 무대미술과와 연출의 경계가 어딘가요? 무대
미술은 '괴물을 죽이려다 괴물이 된 사나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5.
이 장소를 만든 이(김 에스더)에게
화장실이란 인물의 내면과 비밀을 드러낼 때 자주 쓰는 소재다. 화장실에서
생을 뒤흔드는 질문이 툭 던져졌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구토를 하다가,
어느 날은 비에 젖은 몸을 닦다가, 어느 날은 아랫배를 움켜쥐며, 불현 듯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하는 식이다. 타인을 위한 페르소나를 전부 벗은 채
날 것을 적나라하게 내 뱉게 되는 순간들, 그대로 자연스레 일상으로 연속
되는 생애 가장 싫은 질문들. 근래엔 던져선 안 될 질문을 던진다.
"넌 누구를 닮아 이렀냐? 아버지 영혼이 거울 속에서 일렁인다.
나는 한참을 들여다본다. '아빠, 나 두려워요.’
6.
졸업 전에 갔다가 총 맞은 것처럼 사지가 굳어지는 느낌을 받아 한순간
꼼짝도 할 수 없었어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욕실 장 옆에 쓰인 낙서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어요. 너는 누구를 닮아 이렀냐? 네 애비가 누구냐?
불현 서울예고 미전 때 만든 작품 ‘자화상’이 떠올랐습니다. 딸아, 애비를
밟고 날거라. 아, 나는 행복합니다. 내 생애 가장 많은 분량입니다.
방송(예술)은 분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