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해츨링으로 환생하다.--->해츨링의 단체외출...[2]
너무나도 쉽게 대답하는 세리아 누나를 바라보며 나는 넋이 빠져 버렸다.
하지만 나도 나가고 싶었기에 딱 부러지게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딱 부러지게 거절했다간 맞아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 그렇다고 나가자니 후환이 두려웠다.
"하지만 우리 엄마나 누나네 엄마가 가만 안 있을 걸?"
"괜찮아, 이건 단지 정보 습득을 위한 '외출'일 뿐이거든."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에 세리아 누나는 외출일 뿐이라고 했다. 더군다나 덧붙이기를 단 몇 시간만 돌아보고 온다고 하니..... 결국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세리아 누나와 함께 가기로 마음먹었다.
"알았어, 세리아 누나. 하지만 준비는 하고 가야겠지?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아참, 그리고 지도 챙겨."
"지도는 왜?"
"좌표 잡아야지. 난생처음 가 보는 곳에서 어떻게 좌표를 잡니? 또 잡아도 엉뚱한 곳에 떨어질 걸? 그러니까 지도도 챙겨야지."
"알았어."
약 30분에 걸쳐서 준비를 끝내고는 지도를 보면서 좌표를 잡았다.
"누나, 드라그니아의 어디로 갈 건데?"
"수도 미르센 근교로 가야지. 그 근처에 숲이 있다고 나와있으니까 그곳으로 잡자."
"응."
벌떡 일어난 에리나 누나는 워프게이트를 열었다.
"자, 가자. 베이너스. 참, 너 그곳에 가서도 베이너스란 이름 쓸 거니?"
"아니. 안 쓸 거야. 음.......... 그래. [리오스]라고 해야지."
"흠.... 리오스(환생한 자)라..... 괜찮네. 나는 그대로 세리아라고 불러."
"응."
세리아 누나가 들어간 워프게이트로 나도 한발 내딛었다. 인간 세상에서 겪게 될 일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꺄아아악!! 누가 나 좀 살려줘요."
미르센 근교로 워프하여 걸어가던 세리아 누나와 나는 갑작스레 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놀라서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드래곤에게서는 들어볼 수 없는 절박함, 다급함, 공포같은 여러 감정들이 섞여있는 소리에 세리아 누나는 약간은 놀란 것 같아 보였다. 내겐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였지만....
뒤를 돌아본 순간 보이는 것은 도망치는 듯한 한 명의 금발 머리 여자와 그 뒤를 쫓는 맨손의 미노타우르스가 보였다.
미노타우르스는 도끼를 어디다가 놔두고 온 걸까? 등의 생각을 했을 뿐 그 여자를 도와주어야겠단 생각은 들지않았다. 하지만 '인생사새옹지마(人生事 塞翁之馬)'라 했다. 아니지, 이제 드래곤이니까
'용생사(龍生事) 새옹지마'라고 하는 게 옳은 건가?
아무튼 우리 쪽으로 도망치는 여자와 그런 여자를 쫓아서 우리 쪽으로 달려오는 미노타우르스를 보며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곧 깨달았다. 미노타우르스가 이쪽으로 달려옴으로 해서 생겨날 일이.
"쳇, 골치아프게 됐군."
"리오스, 너 상대할 수 있겠어?
"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구."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나를 보며 세리아 누나는 싱긋 미소지었다. 그 미소는 자신은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 쳇, 한 100년 알고 지냈더니 이젠 표정만 봐도 다 알겠다.
'뭐, 검술 연습으로도 좋겠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뭐, 내가 너무 위험하다면 누나가 나서겠지. 아무렴 10사이나스 마스터인데 설마 날 죽게 놔두겠어?
그 여자를 쫓아오던 미노타우르스도 우리를 발견했나보다. 그렇지 않고서는 갑자기 저렇게 빨리 뛸 이유가 없다.
미노타우르스는 지금까지의 속력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장난을 치고 있었을 뿐이었던 거다. 질린 장난감보다도 새로이 나타난 싱싱한 장난감이 마음에 든 것일까, 미노타우르스는 그 여자를 붙잡고는 가녀린 목을 뽑아 버렸다.
우두두둑....!! 빠지직...!! 촤아아아악...!!
"끼아아....끄르르르륵......!!!"
비명을 지르던 여자는 머리가 뽑히는 바람에 이상한 비명 소리가 냈다. 하지만 그 뿐, 더 이상 그 여인은 생명체가 아니었다. 살아있다면 그게 인간일까?
뽑은 머리를 우적우적 씹으면서 피가 흘러내리는 몸뚱이를 자신의 뒤로 팽개치는 미노타우르스였다.
나를 애처로이 쳐다보며 달려오던 여자를 도와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던 나는 그 여자의 참혹한 죽음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냥 그 뿐이었다. 난 이제 인간이 아니라 드래곤이니까.
그리고 내가 참견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인간이 토끼를 잡아먹는 뱀을 보고 상관하지 않는 것처럼.
"크르르르르..."
미노타우르스는 자신을 보고도 도망가거나 겁을 먹지 않는 우리를 '뭐 이런 인간들이 다 있어.'라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쿠아아아아!!"
쿵쿵쿵쿵쿵!!!
미노타우르스가 나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하긴 이렇게 싱싱한 사냥감이 스스로 눈앞에 나타났는데 흥분 안하면 그게 몬스터냐?
"휴우.... 할 수 없지, 뭐."
난 오른손을 쳐들고는 마나를 응축하여 마나소드를 만들었다. 검술의 최종 경지라 일컬어지는,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경지의 소드 마스터. 하지만 드래곤은 예전부터 이미 어느 누구보다도 능숙하게 마나를 다뤄왔다. 그래서 마법종족이라 불리우지만 검술을 배울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검술보다도 위력이 뛰어나고 화려한, 그리고 여러모로 쓸모가 있는 것이 마법이다. 그래서 드래곤들은 마법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나는 검술이 배우고 싶었다. 마법만 써서는(정령 마법도 포함된다.) 결코 폼이 안 난다.
성룡이 된 뒤에 여러 종족으로 몰리모프하여 여행을 다닐 때는 말이다.
(엄마는 꿈을 꾸는 것이라고 한다.)
하여튼 그런 이유로 검술을 배우고 싶어 하자 엄마는 잘 알고지내는 블랙 드래크로니안을 데려다가 내게 검술을 가르쳐 주었다. 덕분에 지금은 블랙 드래크로니안에 필적하는 검술 실력을 지녔지만.
(드래크로니안 사부가 그랬다.)
"크르르르...."
칼이 없던 내가 손에 갑자기 흰색 빛의 검을 들자, 미노타우르스는 흠칫하며 멈춰섰다. 하지만 도끼 없는 미노타우르스는 너무나도 상대하기 쉬운 몬스터다.
숨을 가다듬은 나는 단숨에 미노타우르스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취한 순간의 동작에 놀란 듯 미노타우르스는 움직이지 못했다. 하긴, 난 지금 드래크로니안의 스피드로 공격했으니까 당연할지도...
'끝이군.'
그렇게 생각하며 미노타우르스의 허리를 단숨에 갈랐다.
"와아아아... 대단한데, 리오스. 단칼에 미노타우르스를 베어버리다니.... 역시 드래크로니안에게 배운 보람이 있었구나."
"별 일도 아닌 걸 같고 그래, 세리아 누나. 저 정도도 상대 못하면 우리 사부님이 '수련이 부족해!' 라면서 또다시 수련하라고 할걸?"
"그래? 흠.... 나도 배울 걸 그랬네..... 그런데 말이야, 누나라고 부르지 마. 그냥 이름을 부르라고. 알았어?"
"그래? 그러지, 뭐."
"빨리 가자. 오늘 안에 레어에 돌아가려면 어서 가야지."
"그래. 알았어."
쓰러져 있는 미노타우르스와 그 이름 모를 여인의 시체를 뒤로하고 우리는 길을 걸었다.
.
오늘 아침, 산맥의 지배자이자 웜급 레드 드래곤인 카르세이아 여사께서는 오랜만에 아들을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근 백 년 동안 꿈을 꾸느라고 아직 해츨링인 자기 자식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이 무척이나 미안했기 때문이다.
베이너스의 레어 앞. 다크썬더를 시전한 마나의 흔적이 느껴졌다. 하지만 베이너스는 보이지 않았다.
레어에서 잠을 자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카르세이아는 베이너스의 레어로 들어갔다. 하지만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네, 이녀석이 어디를 간 거지? 아, 사냥하러 갔을지도 모르겠군.'
자기 좋은 데로 생각한 카르세이아는 베이너스의 레어중에서 자신이 처음 보는 방이 있음을 궁금히 여기고 그 방으로 들어갔다.
"뭐지? 이 방은... 꼭 읽어보라구? 음................ 이 녀석이 엄마를 웃기는군. 어디 한번 들여다볼까?"
호기심이 생긴 카르세이아는 문을 살짝 열었다. 그 순간, 방 안쪽에서 패어리 정도로 자그마한 무언가가 날아서 문을 나오더니 다짜고짜 그녀에게 강력한 뇌전을 퍼부었다.
파지지지지지지직!!
"흥....."
드래곤이기에 코웃음을 치며 실드를 생성하여 방어한 카르세이아는 눈앞의 자그마한 물체가 언젠가 베이너스가 말하던 장난감(마장기)이란 사실을 알았다.
"난 이곳의 수호자, 기간틱 넘버 312-pk1, 메이. 당신은 누구시기에 이곳을 들어오려고 하는 거죠?"
"웃기고 자빠졌네. 내가 베이너스 엄마인데 누가 뭐래?"
"..........안녕하세요? 카르세이아님, 처음 뵙습니다. 주인님께서 아름다운 어머니가 계시다고 하시던데 정말이네요. 아까는 잘 몰라서 저지른 죄이니 용서해 주세요.."
"됐어. 그나저나 지금 베이너스는 어디 있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데?"
"아, 주인님께서는 아까 찾아오신 분과 함께 외출을 하신다고......"
"그래? 누구였는데? 또 어디로 간다고 했니? "
"아마도 세실리아드 님과 드라그니아로 가신다고......"
"뭐라고라고라고오?! 드라그니아로, 그것도 세실리아랑?!"
"네......"
카르세이아는 순간 놀랐다. 아이들 둘이서 가출을 하다니......만약 소문이 퍼진다면 전 드래곤이 놀림거리가 될지도 몰랐다. 카르세이아는 알고 있었다. 가출한 두 해츨링 중에서 하나라도 다치거나 죽게 되면 상처 입힌 자들과 그 나라는 소멸될 것이고, 만약 죽게 된다면 그 종족 전체가 멸종할 것이라고.....
뭐, 하찮은 인간들이 죽게 되는 것은 드래곤인 자신에겐 상관없지만 만약 두 아이중 하나라도 죽게 된다면 전 드래곤들이 분노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분노하는건 둘째 치고 전 드래곤중에서 현재 해츨링은 지금 가출한(외출인데....) 두 마리뿐이다. 더군다나 베이너스는 1700년만에 태어난 레드 드래곤의 해츨링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자식. 잘못될까 걱정하는 건 엄마로서 당연하다.
"우선 아버지와 어머니께 가봐야겠어. 나 혼자보다는 두 분의 힘을 빌리는 게 나을 테니까..."
카르세이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워프게이트로 사라졌다.
와글와글....... 북적북적......
사람들이 북적대는 이곳은 드라그니아의 수도, 미르센의 가장 큰 시장이였다.
하필이면 난생처음 와본 곳이 이렇게 인간이 북적대는 곳이라서 리오스(베이너스예요.)와 세리아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렇게 많은 인간들이 모여있는 곳을 보는 것은 난생(卵生) 처음이었기에.
(먀하하하하... 드래곤은 '알'에서 태어나죠?)
이윽고 멍한 상태에서 세리아보다 먼저 깨어난 리오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너무나도 크고 번화한 도시를 보는 것은 재밌었지만 얼른 돌아봐야 누나가 질려서 돌아가자고 할 것이므로...
"세리아, 어서 가자."
멍해있던 세리아는 리오스를 따라서 시장을 둘러보려고 했다. 하지만.....
"아앗....!!"
퍽.....!!
앞에서 달려온 소년과 부딪혀서 쓰러져 버렸다. 그 소년은 부딪힌 뒤 인사도 없이 도망가려고 했지만 소년이 소매치기임을 직감한 리오스에게 뒷덜미를 붙잡혀 버렸다.
"이잇, 이거 놔!!! 난 지금 급히 가야 할 곳이 있단 말이야!!"
"좋아, 보내주지. 단, 지금 소매치기한 돈주머니를 내준다면 말이야."
움찔...!!
순간 소년은 놀랐다. 자신이 4년간이나 연습해서 마스터도 못 알아보는 걸 이제 16정도 되어 보이는 이 소녀(?)가 알아보는 것을........ 그러다가 소년은 다시 한번 놀랬다. 자신을 잡고 있는 여자(?)의 목소리가 조금은 허스키하고, 또 절벽(?)이라는 사실에.... 하지만 마스터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소년은 얼른 빠져나가려고 했다.
'뭐, 잡아떼는데 누가 뭐라겠어? 여차하면 마스터가 구해주겠지....'
"웃기지마, 난 이래뵈도 지금까지 물건을 훔쳐본 일이 없다고!!! 늬들 물건이 없어졌다고 말하고 내게서 돈 받아먹을려고 하는 거 아냐?"
소년이 크게 소리치자 주위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중에서 잘생긴 남자가 걸어 나와서는 소년을 잡고 있는 리오스에게 말했다.
"이보시오, 아가씨. 난 드라그니아의 기사, 라니즈 라미드라고 합니다만, 그 소년이 정말 저 은발소녀의 돈주머니를 훔친 게 틀림없소?"
"정말이라니까요, 제 돈주머니가 없어졌다구요!!"
"아가씨에게 물은 게 아니니까 조용히 있어주시오."
순간 무안해진 세리아는 그 남자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을 가로막아서는 리오스의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는 조용히 있기로 했다.
"(이름이 뭐였지?)이봐요, 기사 아저씨. 지금 이 소년이 세리아의 주머니를 훔친 것은 틀림이 없어요. 하지만 아저씨가 한 말 중에서 정정해줄 게 있는데, 난 '아가씨'가 아니라 '리오스'란 이름을 갖고 있는 16세의 '남.자'예요."
눈앞에 아리따운 소녀가 남자라는 사실에 충격을 먹은 듯 휘청거리는 주위의 아저씨들..... 쯧쯧.
"흐으윽(뭐야?).........어쨌건 정말로 그 소년이 훔쳤다는 증거가 어디 있.....니? 리오스...군."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라미드를 보고 자신이 큰 잘못을 한 걸로 착각하는 리오스. 자신이 지은 죄는 자신의 엄마랑 닮은 모습으로 몰리모프한 죄밖에 없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물론 있죠."
1.해츨링으로 환생하다.--->해츨링의 단체외출[3]
"그럼 어떤건지 보여주겠나?"
"당연히 그래야겠죠. 실프, 이 녀석 좀 들고 흔들어 줄래? 거꾸로 들고."
리오스가 소환한 실프는 소년을 거꾸로 들고는 허공에서 흔들기 시작했다.(리오스가 어떻게 실프를 소환하냐고? 보면 알아!)
탈탈탈탈탈...!!
흔든다기 보다는 턴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때쯤 소년의 주머니에서는 갖가지 물건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주위에서 울려퍼지는 경악성.
"아앗, 저건 내 팔찌잖아!!!"
"아앗, 저 그림은 아까 내가 가게에서 물건사다가 도둑맞은 건데......"
"아앗, 저건......"
"아앗,.........."
도대체 소년은 그 작은 몸의 어디에 그만큼의 물건을 숨겼던 것일까? 한없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던 물건들의 행렬이 끝났을 때, 그 녀석의 왼쪽 호주머니에서 흘러나온 주머니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졌다.
툭...
주위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은 저 주머니가 은발의 미소녀의 주머니가 맞다 생각했다. 그렇지만 라미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주머니가 나타났다고 해서 그 주머니가 은발의 미소녀(세리아)의 주머니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까 쏟아져 나온 다른 사람의 물건을 소년이 소매치기한 것을 이 눈앞의 붉은 장발의 미소년이 보고는 자신들의 물건이라고 우기는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나왔다고 해서 이것이 저 소녀의 물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리오스군."
'젠장할..... 시간도 없는데 이 기사란 자식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내.... 너무 오래 여깄다간 우리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나랑 세리아 누나가 없어졌다는 걸 아실지도 모르는데.......'
"후우~~~. 좋아요. 그럴지도 모르겠죠. 세리아. 저 호주머니 안에 어떤 물건이 들었는지 말해줄래?
틀리다면 네 께 아닌 거고 맞는다면 네 것일 테니까."
"음.... 그러니까 1만 골드의 지폐 2장, 루비가 7개, 다이아몬드가 2개, 흑진주가 하나에다가, 또.. ......"
세리아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주위 사람들의 눈에는 탐욕의 빛이 나타났고, 쩌억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흘러내렸다.
"..... 맞군........ 여..(화끈)..깄다. 내가 실수한 것 같군. 너희들의 물건이 맞는 것 같구나. 그런데 너희들 돈을 그렇게나 많이 갖고 다니는 건 별로 안 좋아... 요즘에 유난히 강도가 많거든. 그러니 조심하도록 해라. 아, 이제야 경비병들이 오는군."
주위 사람들의 탐욕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그 안의 물건을 그 자리에서 확인한 라미드. 참 존경스러운 위인이야....라고 생각한 리오스는 그를 바라보았다. 일순간 내용물이 은발의 소녀가 말한 것과 일치함을 확인한 라미드는 고개를 들고는 리오스에게 주머니를 넘겨주었다.
소년이 자신을 뜨겁게(?) 바라보고 있었음을 인식한 라미드는 일순간 얼굴을 붉혔지만(이 자식.... 야요이.....냐?)
눈앞의 소녀처럼 보이는 소년이 자신과 같은 물건(?)을 갖고 있는 것을 깨닫는 정신을 차렸다.
(쯧쯧쯧....)
기사치고는 의외로 자신이 실수한 것을 시인한 라미드는 다가오는 경비대에 소매치기 소년을 넘겨주었다. 그리고는 인사를 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마도 자신의 이상형이라고 생각한 소녀(?)가 남자인 것을 어디선가 통탄하고 있겠지....
"의외로군, 기사라면 권위 의식으로 똘똘 뭉쳐있는 구제불능의 바보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나저나 리오스, 얼른 가자. 응?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었다구."
"아, 알았어, 세리아. 붙지 좀 말아. 엑? 왜 팔짱은 끼고 그래?"
"저기 사람들이 하고 있잖아. 그러지 말고 얼른 가자."
"응...."
리오스와 세리아는 사라졌다. 시장 구석에서 자신들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세 쌍의 눈동자가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서.
카르슈아드의 레어 안은 아까부터 시끄럽기 짝이 없었다. 그 원인은 갑작스레 레드 드래곤 카르세이아와 카르세실리아 모녀의 갑작스런 등장에 당황한 카르슈아드가 뚫어져라 보고 있던 빨간 구슬을 치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걸 걸려버린 카르슈아드는 어떻게든 카르세실리아에게 잘못을 빌어야했다. (빨간 구슬....? 음, 성인용 구슬이다. 그 구슬을 재생기에 넣으면 화면이 뜬다. 거의 비디오라고 보는 게 이해가 쉬울 꺼다. 그러데 왜 드래곤이 그런 걸 보냐고? 특이한 드래곤이니까.)
"여보~~~~오, 제발 믿어주구려. 난 보지 않으려 했다오, 그러데 내 가디언이...."
"흥, 웃기지 말아요. 아니, 가디언은 얼마 전에 휴가를 보내놓고는 무슨 헛소리예요? 그리고, 만약에 베이너스가 찾아 왔었으면 어쩌려고 그랬어요? 아휴.... 정말 주책이라니깐."
"제발 한번만 용서해 주구려. 내 다시는 보지 않으리다. 그러니까 응? 제발, 용서해 주구려."
"킥킥킥......끅끅끅끅끅끅......"
아까부터 그것을 지켜보는 카르세이아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일까, 카르세실리아에게 혼나고 있던 카르슈아드는 괜히 웃고 있는 카르세이아에게 화를 냈다.
"뭐가 그리 우습다고 그러고 있는 거냐? 아비가 이러는 게 그렇게 웃기니?"
"당연하죠. 아버지. 아마도 카테로나이 산맥의 지배자라는 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본다면 누구나가 다 웃을 걸요? 키킥...생각해 보세요, 고룡의 칭호를 가진 자가 '성인용 빨간 구슬'을 보질 않나, 보다가 걸려서 부인이신 어머니께 이렇게 혼나질 않나....... 쿡쿡쿡..... 꺄하하하하하!!!"
"이제 그만 하거라. 이곳에서 네 아버지랑 내게 할 말이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역시나 카르세실리아. 고룡 중 가장 현명하고 가장 자애스러우며 레드 드래곤의 역사상 가장 성질 더러운 부녀를 중재할 수 있는 자. 그런 카르세실리아는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잊어먹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딸은.........
"아차, 그랬죠. 그러니까 말이예요. 오늘 베이너스의 레어를..."
카르세이아가 말을 함에 따라 점점 바뀌어가는 표정들. 참 가관이다. 웃다가(별거 아니겠지...)
인상쓰다가(100년 동안?) 걱정스러워 하는(그러니까 밖에 나갔다고?) 표정들.
".....였던 거예요. 그래서 어머니와 아버지께 이렇게 달려온 거죠."
"뭐야? 그렇다면 빨리 말했어야지. 우리 드래곤이 성룡이 되기 전에 인간 세상에 물든다면 그건 드래곤이라고 부를 수 없단 말이다!!!"
"........"
"더군다나 뭐, 100년 동안 꿈을 꿨다고? 웃기는군. 너 바보 아니냐? 엄마란 사람이 이제 겨우 300살 짜리 놔두고 돌아댕겨? 네 엄마가 그런 적이 있었느냐? 아니, 역사상 우리 드래곤 중에서 해츨링을 키우던 도중에 밖으로 싸돌아 다니는 녀석은 아마도 너 뿐일 거다."
"저.....세리시아도 같이 나갔었는데요...."
"세리시아라면...... 세실리아드 엄마 말이냐?"
"네...."
"그럼 여기에 올지도 모르겠군. 지 딸네미가 없어졌다고 하면서......"
우웅.........!!
갑자기 열리는 워프게이트에 나누던 이야기를 멈춘 3명의 레드 드래곤들은 워프게이트를 빠져나오며 소리치는 은발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큰 일이예요, 우리 딸이 없어졌다구요!!"
"봤지?"
"정말이네요, 아버지."
어리둥절하게 서있는 세리시아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세 드래곤.
약 10분 뒤, 카르슈아드에게 한참동안 훈계를 받은 두 엄마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운 카르세실리아께서 이제 그만하라고 카르슈아드에게 말하자, 카르슈아드도 이제는 되었다 싶어서 그만했다.
하지만 그 둘은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정말 잘못했다고 느끼는 모양이었다.
'저 아이들이 깊게 뉘우치는 모양이구나.'
그런 생각에 카르세실리아는 그 둘을 일으키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말하려는 순간,
"쩝쩝....."
"도로롱..... 쿨..."
들려온 감미로운 코고는 소리에 양손에는 스파크가 일어났다.
파지직!!
"꺄아아악...!!"
"끼아아아악..!!"
잠시 후, 애처로이 울려퍼지는 두개의 비명소리에 카테로나이 산맥의 모든 몬스터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민폐라구, 민폐!!)
인간을 보호하는 인간의 신이자, 원인과 결과를 다스리는 인과의 신, '가이아디크' 신전 중에서도 총본산은 이곳, 미르센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다는 드라그니아의 왕궁과 마주보고 있는 듯이 보인다.
대대로 드라그니아의 왕족들은 '가이아디크'를 섬겨왔고, 그들 중에서 대부분이 카이아디크의 제가 프리스트였다. 덕분에 가이아디크의 신전이 이곳, 드라그니아의 수도에 자리 잡았고, 더욱 융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리오스는 가이아디크의 신전이 이곳에 있음을 원망했다.
시장을 돌아다니던 세리아 누나가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자꾸만 자신에게 신전으로 들어가 보자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장을 돌아다니다가 느낀 미세한 살의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잔뜩 긴장 하고 있는데 말이다.
"아, 글쎄. 한번만 들어가 보자니까. 리오스. 응? 응? 응? 가보자~앙. 나 가보고 싶단 말야. 응?"
"나는 가기가 싫다니까 그러네. 더구나 저긴 들어가 봐야 볼 것도 없다구. 세리아나 갖다 와."
"칫, 좋아. 그럼 내게 키스를 해 주던지, 아님 신전에 같이 들어가던지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정해!"
갑작스런 세리아의 제의에 할말을 잃은 리오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에휴..... 팔자려니 해야지.... 어쩌겠냐?'
"알았어, 들어갈게, 들어간다니까."
"진작 그래야지. 자, 그럼 가자."
"어, 알았어."
카르세실리아의 볼티리닝을 맞아 잠에서 깨어난 두 여인은 이번에는 카르세실리아의 꾸중을 듣고 있었다. 물론 졸지 않고 있었다. 또 졸다가는 죽음을 면치 못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애가 없어져서 꾸중하는데 잠이나 자고 있고.... 쯧쯧쯧."
".........."(카르세이아&세리시아)
"어쨌거나 얼른 가자. 아이들을 어서 찾아야지."
"네. 어머니."
"참, 그리고 세리시아."
"네, 고룡이시여."
"혹시나 모르니까 드래곤 로드에게 말해 놓고 따라 오던지 하거라, 알겠니?"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가요, 여보."
"알았어."
워프게이트를 여는 카르슈아드. 하지만 카르세이아는 아직도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했나 보다.
"일단은 미르센으로 가죠, 어머니."
"너도 따라 오겠다는 거니?"
"네, 당연하죠."
"......에휴~."
너무도 당연한 듯이 말하는 딸을 보며 한숨을 내쉰 카르세실리아는 딸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세리시아랑 같이 드래곤 로드에게 가거라. 이건 고룡으로서 내리는 명령이야."
".......네."
찍소리 못하고 대답하는 카르세이아를 바라보고는 카르세실리아는 아까부터 워프게이트를 열어놓고 기다리는 카르슈아드에게 다가갔다.
"쯧쯧, 아무래도 자식을 잘못 키운 모양이야."
"당신도 그런 말할 자격 없어요. 아까 그 문제는 갔다와서 두고 보자구요."
쯔이이잉....!!
그렇게 카르세실리아는 워프게이트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오늘은 조용히 있어야 할 것 같군."
1.해츨링으로 환생하다.--->해츨링의 단체외출[4]
으윽.... 울컥울컥 치솟아 오르는 짜증. 끊임없이 들려오는 말소리.
"...오늘 여기 모인 자들의 마음을....."
도대체 드래곤인 내가 인간의 신 따위가 내리는 축복을 받아야 할 이유가 뭐냐고....
아무리 그 축복이 연인을 단단히 묶어주는(?) 거라도 말이지.
무단 외출하고서는 신전에 앉아서 4시간짜리 신의 축복 따위나 받고 있다니......
정말 한심해.... 이제 시간이 두 시간정도 지나갔는데.......
"저 여사제는 입도 안 아프나?"
아주 종요히 중얼거렸지만 그 소리가 들렸나보다. 세리아 누나가 옆구리를 꼬집고, 내 주위에 앉은 사람들이 나를 째려보는 걸 보니......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 의견에는 변함이 없다.
아, 글쎄. 사제라는 작자가 두 시간 동안이나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아.....축복받은 입이로세.....
젠장할...
내가 두시간 동안 여기 앉아 있는 이유가 뭐냐고? 그러니까, 대략 두 시간 전이었다.
"리오스, 빨리 오라니까. 안 그러면 기도 시간에 늦는단 말야."
"천천히 좀 가자, 응?"
"빨리 좀 와. 이왕 돈내고 들어온 거 확실하게 구경 해야잖아."
"그런데 왜 세리아랑 내가 그딴 기도를 받으러 가야돼는 데?"
세리아 누나는 특이하다는 이유로 제껴 두고서라도 드래곤인 내가 그런 기도를 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기도 시간이 대략 4시간정도....그 정도 시간이면 다 관찰하고(무단 외출의 표면적 목적), 실컷 놀고(무단 외출의 내면적 목적), 얼른 레어로 돌아가서 완성 단계인 [진.메인션트]랑 얘기나 나누고 있겠다.
아아, 어쨌든지 무단 외출한 걸 걸리면 아마도 성인식까지 외출 금지 및, 마나 봉쇄일 텐데..... 뭐가 좋아서 그렇게 생글생글이냐고, 세리아 누나는....
"얼른 가자, 응? 빨리, 빨리~이.. 응?"
"아, 알았어. 엉겨 붙지 좀 말아.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에휴......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이곳에서 [4시간 짜리 신의 축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말 말 잘한다. 아직도 할 말이 있는 모양이네......'
끊임없이 입을 여는 여자 사제가 대단해 보였다. 세 시간 동안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말이 끊어지는 부분 따위는 없는, 연설도 아닌 축복의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책을 써라!!'
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주위의 인간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너무나도 지루하고 심심해서 '장난이나 쳐 볼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내가 했다는 표시가 남는다면 세리아 누나가 가만히 있을리가 없기에, 난이도가 낮은 주문을 써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낮았다가는 별 효과를 볼 수가 없고....
한참을 고심하던 나는 결국 검기를 쓰기로 했다. 검기를 쓰는 마나의 배열 상태는 마법을 쓰는 마나의 배열 상태와는 차이가 크기에 내가 의심을 안 받고, 더군다난 위력이 크기 때문이다.
검기를 동그랗게 응축시켜서 사제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게 날렸다.
퓽....!!
검기의 응축탄이 여사제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며 갈색의 머리카락을 날렸지만 사제의 얼굴에는 변화가 없었다. 아니, 도리어 사제의 얼굴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 짝 없는 사내들이 도리어 더 난리를 피우는 것이다.(그 여사제를 보러 온 남자들... 꽤나 인기가 많은 사제인가보다.)
"어느 자식이야? 감히 사제님께..."
"간이 배 밖으로 삐져 나온 놈이 여기있군..."
웅성웅성.....!!
별 상관은 없었다. 내 목적(소란 피우기)는 달성했으니까...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앉아 있으려니, 그 여자 사제가 일어나서는 말하는 것이다.
"모두 조용히 자리에 앉아 주세요. 다친 사람은 없으니...."
조용.......
웅성거리던 목소리들이 거짓말같이 뚝 그치는 거다.....
'윽...... 꽤나 영향력있는 사람인가 본데....'
순간 똥씹은 얼굴을 한 나를 본 것일까..... 그 여사제가 내가 앉아있는 쪽을 바라보는 것이다.
"거기 앉아 계시는 붉은 머리카락의 여 신도님... 어디 불편하신 건가요?"
제대로 봤군......... 하지만 난 여.자.가 아니란 말이다!!~!
"아뇨, 별로......."
"그렇습니까? 그럼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기도가 중간에 끊겼으니 기도를 처음부터 다시 하겠습니다."
쿠웅.....!!!!!
여사제의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무언가가 나를 거세게 후려친 듯 했다.
'처음.....부터..?'
머.....엉.....
나는 여사제의 말을 듣고는 거의 인사불성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주위 남자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떠올랐다. 그리고 곳곳에서 소곤소곤 들려오는 말소리.
"누군지 모르지만 정말 고맙네, 친구."
으으으윽.....!!
장장 여섯시간 동안의 축복의 기도를 듣고는 밖으로 나왔다. 이미 밖은 어두워져 있었다.
세리아 누나가 말했다.
"아...오늘 즐거웠다. 그지?"
퍽이나 즐겁겠수........ 네 시간이면 끝나는 거 장난치다 여섯 시간 동안이나 들은 바보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구.....
어쨌거나 시간이 이렇게 됐으니까 레어로 가야겠지...
"세리아, 이제 그만 가자."
"응."
일단은 미르센을 벗어나 숲에서 워프해 돌아가기로 했다. 이제 오후니까 성문을 닫지는 않았을 거고....
그렇게 미르센을 빠져 나오니까 밖에는 처음보는 대략 열일곱 명 정도의 인간들이 몰려 있었다.
아, 아까 소매치기하다가 나한테 걸린 소년은 빼고 말이다.
도둑 길드인가?
수염을 잔뜩 기르고 약간은 인자해 보이는 얼굴의 아저씨가 말했다.
"저 꼬마들이냐?"
빠지직!!! 꼬마......라구.......
"네, 마스터. 저 녀석들이라구요."
"저 꼬마들이 그렇게 많은 돈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진 않아, 하지만..."
설마 상투적으로 <우리 도둑 길드를 건드렸으니 그 대가는 받아야겠어.>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우리 길드를 건드린 대가는 받아야겠어."
"푸하하하........"
갑작스레 웃는 나를 바라보고는 화가 난 것일까, 마스터라는 작자는 '저게 미쳤나?'라는 시선으로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킥킥킥..... 이것 보세요, 아저씨. 웃기지 말라구요. 저 소년이 이마에다가 '나 도둑 길드원이오.' 라고 써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제가 어떻게 저 소년이 길드원인지 아닌지 아나요. 더군다나 소매치기를 하려면 제대로 하던가요, 도대체 눈앞에서 훔치는 게 빤히 보이는데 어떻게 하냐구요. 남의 물건만 소매치기했다면 저도 그냥 지나치려 했어요. 하지만 세리아 주머니까지 손을 대는데 어떻게 참으란 거예요? 정말 웃기잖아요?"
그 마스터란 아저씨는 정신이 그런가?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 옆에 서 있던 로브를 뒤집어 쓴 사람이 한마디 하자 정신이 번쩍 드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 로브를 뒤집어 쓴 사람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는(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냐?) 말했다.
"어머나,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애가 말솜씨가 보통이 아니구나."
'이쁘장한.... 여.자.애 .......'
빠직...!! 내 이마로 혈관이 솟아올랐다. 목소리를 들어보니까 여자목소리 마냥 가냘펐다.
보통사람이 본다면 힘이 없는 여자일 것이다. 하지만 그 여자의 주위로 흐르는 마나의 흐름이 4 사이나스를 이루고 있었기에 4 사이나스 급의 마법사임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저 로브로 둘러쌓인 여자, 마법사인가 본데.... 좋아, 얼마나 잘났는지 보자구!!'
여자는 멋모르고 내뱉었을 테지만 오늘 하루 종일 그 소리에 열 받은 나는 내 몸속의 마나와 외부의 마나를 공명시키며 주문을 외웠다.(안 외워도 되지만 주문 외우는 게 멋있잖아.)
"뜨겁게 타오르는 화염이여...."
"뭐야, 마법사였나?"
아직은 태연한 털보 아저씨. 아무래도 저 여자를 믿고 있는 모양이지? 내가 주문을 외우는데도 태연한 걸 보면 말이야.
"주문을 못 외우게 막아!! 저건 5 사이나스의 주문이다. 저 마법은 나도 막을 수 없단 말이야!!"
로브를 뒤집어 쓴 여자가 말했다. 그 말에 길드 마스터 털보 아저씨와 그 길드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역시나 나의 예상대로 저 시건방진 여자를 믿고 깝죽댄 모양인데, 어디 뜨거운 맛 좀 보라구.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이야....
"억겁의 시간 속에서도 타오를 지고의 불길이여...."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는 나. 하지만 그 여자는 더 이상 나를 두고 볼 수는 없다는 듯 내게 [썬더 볼트]를 날렸다. 하지만 그것은 내 주위에 펼쳐져 있는 보이지 않는 막에 흡수되어 버렸다.
"뭐, 뭐야?"
"흥, 뭘 모르시는군, 아줌마. 5사이나스 이상의 마법을 쓸 때는 언제나 몸의 주위에 마법장벽이 저절로 생겨나지. 물론 시전자의 남아 있는 마나용량이 있어야 하지만 말이야."
"그, 그런...."
지금껏 가만히 보고 있던 세리아 누나가 기껏 설명해 주었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하는 마법사 아줌마. 역시나 의심이 많은 종족이라니깐, 인간들이란.....
"위대한 자연의 일부분이여..... 나를 도와.......... 내 앞의 적을 섬멸하라!!"
주문을 끝마치자 아까부터 공명하던 마나들이 응축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내 주위로는 수십 개의 화구(火球)가 떠올랐다. 흠, 이제 시동어만 남은건가?
"말도 안돼...... 아무리 5 사이나스 [브러스트 익스플로션]이라도...... 인간에겐 열두 개 정도가 한계인데....."
멍하니 중얼거리는 마법사와 도망치느라 바쁜 도둑들.
약간은 안쓰러운 광경이지만, 절대로 봐주지 않는다. 괜히 봐주다가 나중에 큰 손해를 볼지도 모르니까.
자, 그럼. 조준.........
"[브러스트 익스플로션!!]"
한 사람당 두 개씩 맞춰서 화구를 날렸다. 화구 한 개의 위력이 강철도 녹이는 정도니까, 살상력은 충분하겠지.
콰아아아앙....!!
거대한 불꽃의 폭풍이 지나가자 녹아들어가는 시체들과 살이 타 들어가는 역겨운 냄새가 풍겼다.
하지만 평소 때, 몬스터를 살아있는 그대로 먹는 드래곤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 이제 그만 가자."
세리아 누나가 말했다. 그래, 이제 가야겠지.
"알았어."
그렇게 대답하고는 카테로나이 산맥의 내 레어로 좌표를 고정했다.
"워프!!"
순간 눈 앞의 공간이 갈라지더니 커다란 동굴이 나타났다. 휴우~~~~ 이제 집에 왔구나....
그런데 저기서 날아오는 커다란 두 마리의 드래곤...... 허어억...!!!! 엄마랑 아줌마다!!!!
아마도 내 레어 주위로 열리는 워프 게이트를 느끼고는 오시는 듯 했다. 들킨 모양이다. 저렇게 허겁지겁 날아오는 것을 보면.....
내가 하늘을 쳐다보고는 굳어있자,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누나가 내가 바라보고 있는 쪽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하는 말.
"죽었다...."
그 날, 우리는 성인식까지의 외출 금지에 50년 동안의 마나 봉쇄의 벌을 받았다.
울고불고 했지만 도저히 엄마나 세리시아 아줌마께서는 용서해 주려고 하시지 않았다. 아마도 할아버지나 할머니께 크게 혼이 나신 모양이었다. 씨잉...... 괜한데서 화풀이구만...
어쨌든지 우리의 외출은(어른들은 가출이라고 우기시는.....) 이렇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