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총 Webzine] 기후위기 극복 위한 자연기반해법, 습지의 가치 재조명!

[이윤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자연기반해법, 습지의 가치 재조명!

▶ 2024년 4월 29일(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자연기반해법의 습지포럼’을 개최했다. (사진: KOFST)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하고 한국습지학회, 한국생태학회, 한국해양환경, 에너지학회가 주관한 ‘자연기반 해법의 습지포럼’이 지난 4월 29일에 열렸다. 습지 포럼은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를 추구하기 위한 자연기반해법의 적용과 확대, 그리고 생물다양성 협약 이행을 위한 습지 연계를 바탕으로 사람과 자연의 공존 등 습지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생태계 가치 증진을 고려한 습지 조성 필요

‘기후 이슈와 자연기반해법, 습지 가치의 재조명’ 세션의 첫 순서로 김이형 공주대 스마트인프라공학과 교수가 ‘습지생태계 가치증진을 위한 기술개발 현황 및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자연기반해법은 세계자연보전연맹에 의해 자연환경 분야에 도입됐으나 기후에 영향을 끼치는 자연적 물순환체계와 연계되지 않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라며 “다행히 2018년 제8차 세계 물포럼에서 물관리 분야에 이를 포함하는 자연기반 해법이 제안됐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습지가 홍수 조절, 가뭄 완화, 생물다양성 증진, 수질 정화, 탄소 흡수와 저장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위기 시대에 습지로부터 혜택을 얻기 위해 육역화 저감 정책을 제안하면서 “육역화란 하천의 물길 구간에 토사와 부유물로 퇴적지가 생기는 현상을 뜻한다. 하천의 유수기능 복원과 생물다양성 및 수질 정화 기능을 위해서는 육역화를 줄이는 준설과 유로형 습지 조성을 해야 한다. 유량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지역이나 돌발 홍수가 발생하는 하천 상류지역의 홍수터 복원, 천변저류지 조성, 제방 후퇴와 재배치 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물이 있는 다양한 국토 공간에 생물다양성, 탄소 흡수 및 저장, 수질 정화, 생태관광 기능을 포함하는 융복합형 습지 조성도 필요하다. 환경부가 개발 중인 습지가치증진 기술의 적용이 사람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하수처리시설과 습지의 연계가 녹조 관리와 탄소 흡수원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에 대한 인공습지 연계전략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 김이형 공주대학교 교수가 ‘습지생태계 가치증진을 위한 기술개발 현황 및 방향’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사진: KOFST, 클릭 시 이동)

자연에서 배우는 생태계 기능 개선 전략

두 번째 순서로 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가 ‘습지 연계 자연기반해법(NbS) 확대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기후위기를 가져오는 탄소수지 불균형의 원인은 인구가 늘어나면서 토지 이용 면적이 증가하고, 기업형 농업으로 바뀌는 등 과도한 토지 이용으로 인해 변화가 왔기 때문”이라며 “생태피라미드에서도 상위포식자인 인간이 토지 이용 강도를 높이는 바람에 균형이 깨지면서 우리 환경 문제가 시작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어떠한 에너지 전환과정도 100% 효율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이 전부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자연을 벤치마킹해서 생태계의 구조화 기능을 개선하고 그들이 주는 생태계 서비스를 활용함으로써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건전·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자연기반해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UN이 2021년부터 10년을 ‘상처받은 지구치료 기간’으로 정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선진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직접 기업들에게 ESG 경영 차원에서 참여하면 ESG보고서와 카본 크레딧을 제공한다고 했으나 아직 참여가 미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하천과 습지 복원을 자연기반해법의 중요한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습지조성이나 지천 관리 시 수역과 수변 식생을 함께 고려해야 제대로 된 하천, 습지 복원이 된다”고 강조하며 국립생태원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또한 “철저하게 복원생태학의 원리를 적용하여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의 진단, 예측 및 적응 방안 구축, 과도한 인간 간섭으로 균형을 잃은 생태를 복원하고 그것으로 환경 문제 해결 수단으로 삼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교수가 ‘습지 연계 자연기반해법(Nbs) 확대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사진: KOFST, 클릭 시 이동)

생태수리학적 관점에서 하천 관리 필요

세 번째로 이삼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생태수리학적 변화 특성을 고려한 하천 관리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우리나라 하천관리에서 토사의 생산과 이송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한 관리 전략이 부재하다고 지적하며 “급경사지에 산불이나 태풍과 같은 큰 이벤트가 일어나면 큰 돌이 먼저 내려오고 뒤에 작은 돌이 쌓이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하천 관리에서 간과하는 것이 문제다. 이처럼 산지 하천은 공학적 접근 방법이 정반대로 적용되어야 하는데도 일반 하천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하천공학자들이 데이터만 가지고 해석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하도육역화가 진행 중인 한강하구의 장항습지를 사례로 소개했다. “장항습지 의 하류단이 산남습지 상류단까지 확장이 진행되며 1년에 약 20m씩 성장하고 있다. 매년 신생 미세립사 퇴적역 하안부에 선구식물이 출현하고 배후지 고수부지의 식생으로 전이가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새섬매자기 군락이 없어지고 있어 기러기들이 찾아오기 어렵게 되고 있다”며 “이는 과거에 장항습지에서 골재를 채쥐할 때, 덤프트럭이 오고 가는 수중 도로를 만들었었는데 그것이 수로 역할을 해서 뻘의 퇴적이 빨라지게 된 것이 원인이다. 물론 신곡수증보 축도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도육역화: 교각 등 인위적인 구조물 설치로 하천변에 토사가 퇴적돼 수중생태계가 파괴되고 하천이 육지화되는 현상

마지막으로, 미래지향적 하천관리 방안에 대해 “지금까지는 하도의 변화보다는 설계홍수량과 수위 변화에 초점을 맞춰 접근해 분류 생태학적으로 현존 생물상 보전을 중시하는 등 유지 관리를 지향하며 ‘양적 안정하도’를 추구해왔다. 이제는 지형 변화와 물리 생태계의 미지형 변화까지 같이 보면서 생물 천이 과정을 중시하여 지속가능한 하천으로 적응 관리를 지향하는 등 ‘질적 안정하도’로 하천관리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이삼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생태수리학적 변화 특성을 고려한 하천관리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사진: KOFST, 클릭 시 이동)

습지 조성을 통한 수재해 예방 사례와 부가적 효과

네 번째로 김형수 인하대 사회인프라공학과 교수가 ‘기후변화의 시대, 자연기반해법을 통한 홍수피해 저감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인해 강우의 강도 및 빈도가 증가에 따라 홍수와 가뭄 같은 수재해 피해는 증가하고 수질 악화와 생태계 변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 탄소흡수능 증대를 위해 자연기반해법인 습지 등의 그린 인프라 적용과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자연기반해법을 통한 하천 정비는 기존 방안에 비해 열악해진 하천의 생태성과 자정능력, 복원능력을 향상시키고 하천의 *치수와 친수 기능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며 “생태 홍수터 설계를 위해 기존에 구축된 제방을 유지하면서 범람형 습지를 조성하는 방안이 있다. 가령, 미국 오하이오주의 Deed Wetland의 경우는 제방 내 수문 설치와 복원지 내 습지 식생 식재를 통해서 범람형 습지를 복원했다”고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치수: 수리 시설을 잘하여 홍수나 가뭄의 피해를 막는 것, 친수: 물과 친화적인 것

또한 김교수는 홍수관리를 위한 자연기반해법의 부가적 효과에 대해 “홍수 조절과 토양 침식 개선을 통하여 산사태와 같은 타 유형의 재해 위험을 저감하는 기능도 있다. 기후변화 영향 저감 기여를 통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홍수 위험도를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홍수 유출 저류 및 지연 △토양 침식 개선 △수자원 공급 및 가뭄 피해 저감 △탄소흡수원 확충 △환경 오염 감소 △생물 다양성 및 서식지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

▶ 김형수 인하대학교 교수가 ‘기후변화의 시대, 자연기반해법을 통한 홍수피해 저감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사진: KOFST, 클릭 시 이동)

생태 전문가들, 관련 연구 분야 확대 필요성 강조

주제발표 후에는 유영한 한국생태학회 회장이 좌장을 맡고 유철상 고려대학교 교수와 박미옥 나사렛대학교 교수, 이상은 국토연구원 센터장, 나은혜 국립환경과학원 과장이 패널로 참여한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유철상 교수는 “우리나라의 하천 건천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제방이 없거나 관리가 소홀한 곳은 홍수 문제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며 “자연기반해법이 효과도 있고 긍정적 측면도 많이 부각되고 있으나 유지 관리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관련 연구자들이 이런 부분까지 짚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상은 센터장은 “자연기반해법에 대한 개념과 해외 사례, 기술 개발 동향 등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이 됐다. 현재 자연기반해법 사업은 정부 재정 지원에 의존한 몇몇 시범사업에 그치고 있다. 기후변화 전후 시나리오를 감안해서 홍수 위험 감소를 위한 자연기반해법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나은혜 과장은 “습지의 복합 기능 중 홍수 위험 저감 효과가 과도하게 강조되어 자연기반해법의 확대 적용을 방해할 수 있으나 습지의 가치 증진 기술 개발이 확대된다면 수질 개선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므로, 이 분야의 연구 확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