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개의 귓속이다/박장호-
이태 전 여름이었다.
그 항구에서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탔다.
배 위에서 개 한 마리를 보았다.
여행을 기록하기 위해 장만한 새 노트를
바람이 먼저 읽고 개의 귀를 접어 놓았던 것이다.
바람은 어떤 미래를 읽었기에
아직 쓰지도 않은 페이지를 접었던 것일까.
미지의 노트를 읽고 간
바람의 깨끗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해가 바뀌었고 그 일이 터졌다.
어처구니없는 바람의 청결
바람조차 할 말을 잃었던 것이다.
그 뒤 또 한 마리의 개를 보았다.
그것은 미친개였는데
접힌 개의 귀를 물어뜯어
억지로 펴려고 했다.
나는 선상에서 만난 개를 찾아
개의 귓속에 바람이 읽었던 미래를 적어 넣었다.
이곳은 미친개 때문에 피 흘리는 개의 귓속이다.
그러나 바다엔 진실을 감출 골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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