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한티 홀렸나???
분명 달력보고 날짜 확인하고 울 뱃살한티 퇴근길에 시장봐오라 시켜놓고
저녁에 퇴근하니 제사상차릴 물건들이 가득하던데...
요즘엔 조금 바쁜 나날 들이고 보니 언제 음식 장만하나, 걱정이 태산이고,
담날 아침, 뱃살 출근 시켜놓고 오늘 늦게까지 야근할 생각에 대충대충
이몸 스케쥴 오후로 미루고, 슬슬 음식장만 하길 시작했다.
고사리 삶고, 콩나물 무치고, 도라지랑 무 채썰어 국끓이고,
표고버섯 물에 불렸다 쇠고기 다시마 두부 홍합넣고 탕국 끓이고
조기 굽고, 뱃살 퇴근해서 찌짐이랑 튀김요리 할 수 있게 야채 씻어놓고
오징어 다듬어놓고, 그 비싼 감자랑 고구마 씻어 설탕물에 담가놓고
오색 꼬치 준비까지 해놓고 씩씩하게 일터로향했다.
하루 열심히 머리 굴려가며 일하고, 마무리 깔끔하게 해 놓고 나니 시간이
쬐끔 남는듯하여 서울서 온다는 동생님들 기다리는데 연락이 없다.
잠시 짬을내어 남산동 도루메기랑 막걸리 한사발 하고 제사 지내러 갈라
했구만, 온다는 님들이 내 일이 다 끝나가도 연락이 없다.
내 아무리 좋아하는 술이로서니 한걸음 물리려는데 문득 옛날 아버지
살아 계실적에 할아버지 제삿날 술먹고 들어와 큰 실수한 형님이 생각나
혼자 낄낄 거리며 웃었다. 미친넘 처럼...
이런 말 하믄 집안 망신인데... 하기사... 쩝!
할아버지 제삿날 상차려 놓고 큰형 오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큰형 깜박하고
고마 친구들과 거나하게 마시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처럼 휴대폰이 있던 시절도 아니고, 달리 연락할 방도도 없던터라
제일로 만만한 내가 온 읍내를 찾아 헤집고 다녔는데 내 발은 어릴때 부터
마당발이라 친구집을 속속들이 찾아 헤메다 이몸의 안태나에 딱 걸렸다.
시절도 좋아라 경기가 얼메나 좋은지 모르겠지만 되지도 않는 친구들과
방술집, 니나노집 에서 한복 곱게 차려 입은 아가씨 들과 젖가락 장단에
맞춰 한세월 죽이고 있더라!
밖에서 살금살금 동정을 살펴보니 한사람씩 돌아가며 노랠부르믄 옆에서
젖가락 장단에 합창을 하고 돌아돌아 잘도 돌아가고 있다.
그때 처음 본 행의 개다리 춤을 나도 요즘 열심히 추고있다!
우리 앞마당에서 열심히 연습한 댓가다.
아부지한티 머리리통 몇번씩 맞았지만 나는 꺾이지 않고 열심히 연습했다.
요즘엔 우리 아들녀석까지 개다리 춤을 잘춘다..나와 버금갈 정도로...
한참을 현장학습 기분으로 열심히 관람하다가 형님 차례까지 기다렸다.
막 큰형이 고개를 한껏 뒤로 제키고
"가~~ 아~~ 아.. 려~~~~ 언다~~! "
하며 무정천리를 구성지게 뽑을라 하는 찰라에 방으로 덤성 들어서니
고대로 딱 멈추어 버리는 꼴이란 으흐흐(아주 탁월한 선택!)
그 강남꽃 보다 더 붉은얼굴로 인상 팍, 구기더니
"임마 니 일루와라!" 하고선
"니가 여기가 어디라꼬 함부로 들어오노!"
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잘 돌지않는 머리 혹불이 나도록 쥐어 밖혔다.
평소 안면 많은 행이 친구들이 모두들 한마디씩 한다.
"이놈 이거 한잔 멕여라!"
해서 이쁜 한복까이가 부어주는 쭈그러진 주전자에 막걸리 한잔 원샷 하고
잘마신다 케서 또 한잔 원샷하고 한 석잔 마시고나서 나도 마신김에 노래
한곡뽑고, 앵콜 받아서 한곡 더 뽑고, 또다시 형 차례가 돌아오는 그때
아까 못다한 무정천리를 막 부를라 하는순간 형 옆으로 살살 기어가서
한마디 했다.
"행아, 무정천리 보다 오늘이 할배 제사날이다."
"아부지 썽질나서 상차려놓고 행이 기다리고 있다이!"
했더니만 이눔시키 그걸 이제서야 야기 한다꼬 또 한데 쥐어 밖혔다.
그래서 용감한 형제는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니 울 아부지 눈을 부라리며
날이 날인지라 기가막혔는지 아무 말씀 않으시며 가정교육 잘못시킨 당신이
죄인 이시라며 자책을 하시곤 가만히... 이 귀여운 막내아들을 뚫어지게
바라 보시더니만 더욱 기가 막혀 하신다.
저그 형 찾으러 간놈이 이제 겨우 국민학조 오학년이란 놈이 같이 취해서
들어온 그 꼴이 얼메나 기가 막혔겠노!
날이 날인지라 음음 헛기침 함 하시고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다.
술냄새 팍팍 풍겨가며 절하고 아부지 제문 읽어 가는데 얼메나 긴 문장인지..
내보다 울 행은 더했을끼다.
근데, 결국엔 터지고 말았다.
제사 순서중에 부복이라는것이 있지라!
굻어엎드려 오신 님 후손 놈들 눈치보시지 말고 많이 드시라꼬 모른척 해
주는건디 밥그릇에 숟가락 꽂고...
아부지 얼마를 지나자 음음 하며 기침 하시면 모두가 따라서 일어난다.
근디 술이 떡방티가 된 행이 일어나질 않고는 무얼 그리 잘못한것이 많은지
한참을 계속 그러고 있더니 결국엔 코를 다릉다릉 곤다.
아부지 도저히 참지 못하시겠는지 그 부리부리 눈을 막 뜨려는데 이 귀여운
막내가 끼어들어 형을 깨웠다.
"행아 고마 일나라!"
했더니만 그 형은 희미한 눈으로 보니 제사상이 술상으로 보였는지라..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더니
"응? 벌써 내 차례가!"
하더니만 박수를 힘껏 치면서 한곡조 뽑는다.
"오 동추야~~ 달이 밝아~~!!!"
순간 우리는 뒤로 자빠졌다! 작은 아부지 까지 으흐흐흐!
할배 용서 하이소! 다, 이 귀여운 막내손자 불찰입니더!
그 담날 말 않해도 알것지...
우리 행은 아부지한티 맞아서 한달동안 절뚝 거리면 다녔지...
덕분에 나도 코피 터졌다. 발랑까진 것이 벌써부터 기생집 출입한다꼬...
우쒸헐! 내가 뭐 가고싶어 갔나뭐! 어디 또 마시고 싶어 마셨나뭐!
하여튼 그날 부터 나는 행이 살살 피해 다녔다. 만만한기 내라꼬!
그 유명한 전설같은 오동추야 사건은 우리 행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그 사건 이후로 행이 오동추야를 부르는걸 본 적이 없다.
그건 그렇고,
엄니 제사를 술에취해서 모실 수야 없다는 생각에, 그 어릴적 행이 한
실수를 대를이어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발걸음도 씩씩하게 집으로 행했는데
동생님들 반가운 전화가 온다.
오면서 달구지에 문제가 생겨서 늦었노라! 한다.
늦었지만 사대부 집안 출신답게 자정을 넘겨서 제사를 모시는 전통 예법에
따라 몇시간의 여유가 있는듯 하다.
남산동 도루메기 집으로 가니 막걸리가 다 떨어졌노라!
해서 맘씨 억수로 좋은 아저씨랑 아줌니 두분께서 알콩달콩 운영하시는
회집에 들려 맥주랑 소주랑 싱싱한 회에 몇잔을 들이키니 집에서 연락이 온다.
우리집에 제사 지내러 와 있던 누나왈,
"니 제사 않지낼끼가? 뻐떡온나!"
해서 그래도 여유롭게 12시를 넘겨서 약간 미안한 맘으로 집에 왔구먼
햐! 요런 요상스런 장면이 다 있나!
응당 제사상 펴고 숙연하게 음식 정리 하고 향피우고 기다려야 할것이구만,
제사상은 않보이고 저그들끼리 퍼질러 앉아 술판이 벌어졌다.
찌짐에 각종 나물무침에 탕국까지 구워논 조기까지 꺼집어내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누나 눈엔 그 가소로운 웃음을 흘리며 웃고 있고,
뱃살공주 몇잔의 술이 들어갔는지 약간 헤롱헤롱 하고있고
작은누나 이 귀한 제주를 본척만척 하는 폼이 기이스럽다.
아들놈, 딸놈은 이 중요한 저그 할매 제삿날에 저그들 방에서 꿈나라로
빠져 들었고 감히...
참다못한 내가 한마디 했으나 정말 쪽팔리고 말았다.
큰 누나의 딱 한마디에...
"이눔 자슥아, 윤달에 제사 지내는 집안 있더나?"
이 멍청한 몸이 달력을 잘못 본기다!
일주일을 당겨서 본기다!
분명 음력으로 날짜 계산하고 했었는디...
이 무신 조화인지...ㅜㅜ!
그래도 내 덕분에 푸짐한 헛제사 음식 안주삼아
집구석에서 촛불켜고 오밤중에 시끄러운 파티를 열었다.
덕분에 나도 한잔 더했다.
앞서 마신술과 이 불효막심한 놈이라는
엄니의 일갈이 귓전을 맴돌아 뻑 취하고 말았다.
덕분에 몇일째 남은 음식과 헛제사밥만 묵었다^^*
덕분에 오늘 또 제사장 봐야한다.
덕분에 내일은 또 음식 장만 해야한다.
덕분에 연짱 제사음식 묵겠구나!
첫댓글 푸하하하~ 푸하하하~초시님에..그의 가족까지 참새의 앤돌핀공급원입니다.푸하하하 ~
"응? 벌써 내 차례가!" - - - -> 행님 미치겠습니다.......... 푸하하 웃었더니 우리 여직원들이 막 쳐다봅니다............ㅎㅎㅎ
ㅋㅋㅋ..정말 미치겠습니다..초시님~ 언제까지 그 이야기들이 이어질지..즐거운 가족~.. 더불어 행복한 초시님..ㅋㅋ
ㅎㅎㅎㅎ 하루종일 웃을 일이 없는 내게 어찌 이리 웃음을 주나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초시님 수필집 내시면 대박 날텐데.
푸하하하핳...세이 넘 우끼지 마소...오늘 회의 후 들어 와 보구 배꼽 빼뿟네...하하하하하하하
한바탕 웃었습니다. 초시님 수필집 내시면 대박 날텐데(2) ㅎㅎㅎㅎ
동생1입니다..........초시님 ㅎㅎㅎ 고생하싶쇼.......푸하하하
ㅎㅎㅎ 초시님 노래 언제 한번 들어 보려나~~~~~
정말 그러네요.한편의 수필처럼...저도 좀 웃었구요...ㅎ.첨보는 글인데 친근함이 날 잡아두는군여... 잠시 머물다가 갑니다
"응? 벌써 내 차례가!" ......압권입니다.. ㅎㅎㅎ.. 너무 웃었네요.. 옆집에서 한밤중에 여자가 웃는다고 흉보지는 않을련지...ㅋㅋ
...ㅋㅋㅋ.....ㅎㅎㅎ...*^^*
초시님 글에 한바탕 웃고갑니다...하하하 , 감사합니다. 아르헨문인혐회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애들 앞에서 혼자 킥킥 웃었더니 요상한 얼굴로 날 쳐다보누만요. 왜그러세요?하는 표정으로..또 다음이 기대되구요.
ㅋ ㅋ ㅋ ㅋ '한복까이'라는 전문용어에 놀라움을 금치 몬하겠고, 비틀거리며 들어서는 용감한 형제의 붉으데데한 얼굴이떠올라 민치겠고, "오~동추야~" 장면에서 뒤집어지겠습니다 ㅋ ㅋ ㅋ 게다가 윤달 헛제사밥이라 ㅋ ㅋ ㅋ 덕분에 마음이 훈훈하고 풍성하고 푸근하고 뜨듯해져요^^
초시님, 내 배꼽 돌려주이소. 아침부터 앤돌핀 팍팍 돌아갑니다.수필집 내이소...내 방방곡곡 선전할테니까요.
ㅋㅋㅋㅋㅋ 아침부터 뒤집어 집니다!!
아.. 이것이 실화란 말입니까??ㅎㅎㅎ 이렇게 구성지게 이야기를 풀어내시다니..
푸 핫 하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으하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키키크크크ㄱㄱㄱㄱㄱ움푸 핫 ㅎㅎㅎㅎㅎ
"응? 벌써 내 차례가!" 푸하하하하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이안나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초시님글을 읽을때마다 생각하는건데요.. 책한권 내시면 정말 대박날거예요.. 아침부터 무지많이 웃고갑니다..
한복 까이?...ㅋㅋㅋ..제삿날에 오동추야~~~정말 재미 있는 실화네요..어쩌면 그리 글도 재미나게 쓰시는지..초시님 여러사람 즐겁게 하셨으니 복 많이 받으셔요...다시 생각 해 봐도 웃음이 그치질 않네요...ㅋㅋㅋㅋㅋ
후발주자입니다. 정말정말 재밌네요. 경상도 사투리가 저~렇게 구수하고 경겨울줄 진작에 몰랐는데....존경스럽네요. 너무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