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교수 천경우의 첫 사진수업
<인터뷰> 중앙대 사진학과 주임교수 부임한 천경우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작업을 하면서 느낀 것은 절대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거예요. 교수가 됐다고 내가 무언가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함께 모여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설렘으로 학생들을 만나려고 해요.” 아직 교수라는 직함이 어색한 천경우 작가가 지난달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순수사진파트의 주임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주로 독일에 거주하면서 장노출의 인물사진, 영상과 퍼포먼스 등으로 ‘관계’와 ‘시간’의 문제를 환기하는 작품으로 국제적인 무대에서 활동해왔다.
학생들과의 첫 수업은 어땠는가? ▷ 순수사진을 전공하는 4학년의 수업을 맡았다. 고맙게도 많이 반겨줘서 무척 기분이 좋았다.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을 보면서 한 시간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책임감이 절로 생겼다. 강의가 없어도 학교에 나가 학생들을 자주 만날 생각이다.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로서 교수직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 기본적으로 직업을 바꿨다고 생각지 않고, 교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적도 없다. 다만 여러 나라에서 비정기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았고, 내 자신이 이런 활동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더 나이가 들어 학생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생각했었는데, 문득 가장 왕성하게 작가활동을 하고 있는 지금이 더 생생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로서 우려는 없는가? ▷ 교수를 하면 작가활동을 그만둔다고 생각하는 것은 고정관념일 뿐이다. 예술분야에서는 작가활동을 하지 않고서는 교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작업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학생들에게 작업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나? 오히려 작업하는데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현재 사진학과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매체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짚어봐야 한다. 현재 사진의 모든 정의나 미학적 기준이 모두 서양적인 사고에 갇혀 있다. 우리 정서를 바탕으로 비판적으로 바라보거나 과거부터 지금까지 한국 사람들이 사진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매체를 벗어나서 사고를 넓혀가는 것도 절실한 부분이다. 사진 안에서만 이야기하면 한계가 분명하다. 사진은 여러 언어 중의 하나일 뿐이다.
어떻게 가르칠 계획인가? ▷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20대에 하면 좋을 프로젝트들을 많이 보았다.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공동작업을 하고 싶다. 자연과학처럼 이미 정의된 학문적 지식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나의 역할이 아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과 오리지널리티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산파와 같은 조력자가 되었으면 한다
첫댓글 출처: 월간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