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드디어 아스트로가 도착. 대성당 옆 알베르게에 짐을 풀었다. 시설은 좋은데 이곳 호스피탈로 아저씨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까칠한 인상에..구두쇠같은 인상이라..(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되지만 그래도 '생긴대로 산다'는 말은 신빙성이 있는 말이다.) 곧장 빨래후 잠깐 산책을 나갔다. 저녁은 8시에 먹기로 하여서 성당도 구경하고 7시 미사도 보려고 계획하였다.성당은 사진 촬영이 금지 되어 있었다. 도장을 받고 서서히 밖으로 나오는데 한국여자분이 저기서 거리의 악사를 구경하고 계신다. 반가운 마음에 "한국분이세요?" 했더니..못알아 듣는다. 그리고 서툰 영어로 일본 사람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어쨋거나 우리는 신기하고 우스꽝스럽게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는 거리 악사 때문에 한참을 즐겁게 웃었다. 카미노에 관한 노래인것 같은데..계속 그는 나를 보고 카미노 노래를 불러주었고 현란하게 기타 놀이를 하며 노래를 불러주었다. 이분의 솜씨로 보아..꽤 오랜 시간공 들인 흔적이 느껴진다. 매일 아마도 이곳에서 순례자 들을 위해 이렇게 노래를 불러 주었을 것이고 그렇게 기타솜씨도 늘었겠지. 그러한 생각들이 스치니 기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자신이 좋아하고,남과 함께 나눌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나는 사람이 자신의 일에 프라이드를 갖고 만족한다면 가난하여도 그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저녁만찬, 그리고 눈물겨운 라면과 깻잎 통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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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8시. 미사를 막 마치고 나오니 정말 '빅도르 김' 아저씨께서 차를 타고 우릴 찾아 오셨다. bar에서의 짧은 인연이 이렇게 아스트로가 까지 오셔서 저녁을 함께 하게 되다니..참으로 모든것이 신기하기만 한다. 우리는 모처럼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갔고 제일 유명한 식당을 향해 차가 출발한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이 닫혀 있어 아저씨가 매우 아쉬워하신다. 우린 아무거나 먹어도 좋은데..이왕 스페인에 오셨으니 그래도 맛잇는 스페인 음식을 먹어봐야 한다며 하지만 오늘따라 찾아 간 식당들이 다 닫혀 있었다 할수없이 알베르게 가까이 있는 근사한 레스또랑에서 우린 식사를 하였고 많은 음식에 대해서 그리고 평소 궁금하던 것들에 대해 그리고 아저씨의 현지 적응중에 있었던 에피소드에 대해 재밌게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나는 아저씨께 카메라를 다시 돌려 드렸다..걷다보니 카메라에 신경쓸 틈이 없다..다른 분의 물건이니 또한 잃거나 고장이 날수 있는 것이 신경이 쓰일것 같다..편치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름을 사 찍어야 하니 부담스럽다.보기는 그래보이지만 다행이 핸드폰의 사진기가 화질이 좋아 이번 여행은 이것으로도 감사하려고 한다.
2시간 가까이 우리는 맛있께 먹고 풍요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재미나게 술을 마셨다. 내가 제일 말 술인가보다 두 사람은 그냥 한잔 정도만 먹는 수준.. 다음에 한국에 오시면 꼭 나도 식사를 대접해야겠다. 우린 명함을 받고 메일을 드리기로 하였다. 또한 마침 내가 현금을 인출하는 방법을 몰라해 은행가서 현금 인출하는 방법도 알려주셨고 우릴 위해 멀리 한국 슈퍼에 까지 가셔서 사왔다는 삼양라면 한 박스와 꺳잎 캔 두개도 주셨다. 그걸 우리에게 주시는데..눈물날뻔했다. 감동이다..짐이 무거워 라면을 하나씩만 가져가겠다고 하니 한사코 다 가져가라고 안겨주신다.아저씨는 우릴 알베르게 까지 배웅해주시고 그리고 끝까지 부엔 카미노 응원하겠노라고 하시며..떠나가셨다. 울컥해 지네..나를 위해 온 길인데 저토록 좋은 분을 만나 먹을 것을 받고. 응원을 받다니...아 잘 걸어야겠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만 가는 길이 아니구나.누군가의 기도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돌보심안에.. 지금 내가 걷고 있다. 난 앞으로도 잘 걷고 싶고..그리고 내적인 길을 걷고 싶다는 바람이 간절해졌다.
"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겁니까? - 항상 집으로 갑니다." ...
나는 항상 가고 싶은 '집'을 찾고 싶다..그래서 지금 이 길 위에 서 있는 줄도 모르겠다.
첫댓글 잘 읽었어요. 저도 순례를 하게되면 미사를 놓치는 경우가 많겠지요? 미사에서 자유로워지셨으니, 자유를 얻으셨네요.(물론 주일미사는 신자의 의무이니까, 지켜야겠지만 하느님은 다 아시리라 믿습니다 ^<^*). 축하드립니다. 제가 좋아하던 술을 오랫동안 끊었더니, 제 지도신부님이 '아직도 술에 구속받고 있느냐?' 하시더군요. 난, 술을 먹는 것만이 구속인 줄 알았는데... 그후로 아주 편안하게 술을 즐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