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이가은의 원썸머나잇"
쉴 새 없이 내리는 비와 함께한... 한여름밤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준 공연.
잠시 복잡한 감정들이 들어와 있었지만, 공연을 보며 이러한 감정들이 밖에 쏟아지는 폭우처럼 시원하게 싹 씻겨 내려갔다. 다른 감정들 보다도 나를 채워주기만 하는 음악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꽉 찬 삶을 살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느끼게 한 공연이었다.
휴맥스아트홀에 회원으로 가입이 되어 있어서, 공연이 있을 때마다 문자가 오는데 요즘엔 딱히 끌리는 공연이 없어서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공연일 일주일 전쯤엔가 공연 알림 문자가 왔고, 공연명은 "보컬리스트 이가은과 함께 하는 One summer night" 이었다. 당시에는 이가은이 페이지라는 가수인지도 몰랐고, 그냥 그런 공연을 하나보다 하고 무심코 지나쳐 버렸다. 몇 일 후에 문자를 쭉 확인하다가 공연 알림 문자를 다시 확인했고, 공연명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팝송인 '원썸머나잇' 이라서 이 노래는 공연에 포함되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가수 이가은이 누구인가 싶어서 검색을 해 보니 페이지라는 가수였고, 페이지는 목소리가 맑고 애절함이 있어서 좋아했던 가수 중에 한 명이었다. (내 엠피쓰리에도 페이지 노래가 몇 곡 있다.) 공연프로그램을 보니 정말 내가 좋아하는 곡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꼭 가고 싶다는 생각에 공연을 신청하려고 했으나 공연 신청이 이미 마감되어 있었다. 휴맥스아트홀에 전화해서 마감 되었는데, 어떻게 안 되겠냐고 물어보니 자신이 담당이 아니고 주말이니, 월요일에 다시 전화해 보라고 하였고, 이가은의 다른 공연이라도 있으면 가야 겠다는 생각에 또 다른 공연은 없나 찾아보니 거의 몇 년 만에 하는 유일한 공연이었다. 너무 아쉬워서 이가은님의 미니홈피에 정말 가고 싶은데 못 가서 아쉽다는 글을 남겼는데, 월요일 아침에 이가은님이 공연 보러 오시라고 스탠딩석이나 보조석으로 해서 보시면 된다고 꼭 오시라고 쪽지를 보내 주셨다. 이미 아침에 휴맥스아트홀에 전화하여 마감되었어도 보조석으로 가서 봐도 된다는 대답을 들었던 터지만, 그렇게 쪽지까지 보내주신 정성에 너무 기쁘고 감동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ㅋ 이가은님의 미니홈피를 보니 목소리 만큼이나 마음도 고우신 분 같단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 공연 당일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서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약속을 취소할까 걱정했고, 정 안 되면 혼자라도 가야지 싶었다. 그 친구도 내가 너무 가고 싶어 하는 걸 알고 가는 길도 멀고 궂은 날씨였지만 약속을 지키고 가기로 했다.
정말 오랜만에 수내역으로 가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휴맥스 아트홀로 향했다.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대규모 공연장도 좋지만, 비록 규모는 크지는 않지만 공연장은 나에겐 역시 눈부신 장소다.
우아하고 귀품있어 보이는 파란색의 드레스를 입고 나온 이가은님의 처음 곡은 다모의 주제곡 단심가였다. 다모를 보질 않아서 주제곡은 익숙하지 않았지만, 얼핏 들었던 곡이었고 오프닝 곡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에 좋은 곡이었다.
다음 곡으로는 '태양의 여자'ost " 여자가 사랑할 때"를 불렀는데, 태양의 여자는 오랜만에 흥미를 가지고 본 드라마였고, 다른 것보다도 특히 차동우의 신도영에 대한 사랑이 내가 바라는 사랑이었고 인상적이었던 드라마였다." 여자가 사랑할 때"라는 곡은 신도영(김지수)과 차동우의 테마곡이었기에 더욱 몰입하여 들을 수 있었다. (이 곡을 들으며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쓸 생각이다.ㅎ)
다음 곡으로는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주제곡"A love Idea"를 리메이크한 "벙어리 바이올린"이라는 곡이었는데, 반주만 있는 원곡자체도 너무 아름다운 곡인데, 가사와 함께 이가은님의 맑은 목소리가 더해져서 더없이 좋았다. 중간에 잠시 무대에서 내려와서 관객들에게 인사하며 손을 잡아주며 관객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다음으로 이어진 "애인있어요"는 워낙 많은 가수들이 불렀던 곡이라서 식상할 수도 있지만, 각 가수들마다의 특색이 있는 곡이 되어 항상 새롭게 들었던 곡이었다. 역시 이가은님식의 애인있어요도 멋졌다. 이은미처럼 강하지는 않더라도 슬프고 애절함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내가 역시 좋아했던 "Fly me to the moon"이 이어졌다. Olivia와 임형주가 불렀던 버젼으로 자주 들었었는데, 역시 언제 들어도 감성을 적셔주는 곡이었다. 피아노 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직접 피아노를 치시며 불러서인지 감동은 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가수 정경과 "미안해요"라는 이가은님의 곡이 이어졌는데, 처음 들어보는 곡이었지만, 온전히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다. 솔로곡이지만 듀엣으로 불러도 좋은 곡이 된 듯 하다.
이어서, 내가 가장 기대했던,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팝송이고, 이 공연에 오도록 만들었던 "one summer night"은 가수 정경과 함께 불렀다. 이가은의 맑은 목소리와 정경의 목소리가 잘 어울러지는 듀엣곡이었다. 너무 기대가 컸던 곡인데, 생각보다는 원곡의 느낌이 살아나지 못하고 큰 몰입이 되지 않아 약간의 아쉬움이 남지만, 잘 어울리는 화음이었다.
정경님의 솔로곡 두 곡이 있은 후, 이가은님의 "울게하소서"가 이어졌다. 정말 소름 끼치도록, 눈물 나도록 나를 매료시켰다. 성악을 전공하셨다던 이가은님의 실력을 느끼고 감탄하도록 만든 곡이었다. 친구도 씨디 틀어놓고 립싱크 하는지 착각할 정도라고 했다.
그리고, 몇 번 들어봤던 "연극이 끝난 후"라는 약간의 빠른 비트의 노래를 불렀다. 연극이 끝나고 혼자 무대에 남아있는 모습을 잘 그려냈고, 공감할 수 있어 좋아했던 곡인데, 쓸쓸하지만 즐거운 느낌이 나는 곡이었다.
다음으로는 신나는 “Fame”이 이어졌다. 원래는 휴맥스공연장 특성상 이런 빠른 곡은 허용이 안 되는 것 같은데, 특별히 양해를 구해서 신나는 곡 두 곡을 준비했다고 했고, 그 중에 하나였다. 미리 관객들에게 어느 특정부분에서 fame을 외쳐달라고 하여, 관객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갔다.
이어진 “붉은노을”도 관객과 소통하며, 하나가 되어 멋진 무대를 만들어 주었다. 관객석으로 내려와서 관객에게 마이크를 넘겨주며 함께 노래를 불렀다. 정말 공연을 즐기는 모습에 보는 내내 기쁘고 신나기만 했다. ^^
누구나 기억할 만한 드라마 로망스의 주제곡 “이별이 오지 못하게”를 불러주셨는데, 역시 이가은님이 아니면, 그 느낌을 낼 수 없는, 이가은님이라서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마지막으로 불렀던 "서른 즈음에"라는 곡은 나를 푹 빠지게 만들었다. 곡 내용이 이별한 사람에 대한 떠나가는 아쉬움이라는데, 이가은님은 떠나간 님에 대한 이별을 아쉬워하고 슬퍼하질 않아서, 떠나가는 청춘에 대한 아쉬움으로 생각하며 감상하였다고 했고, 나도 마찬가지로 그리워할 떠나간 님도 없고, 20대의 끝자락에서 지나간 청춘을 아쉬워하는 마음으로 감상했다. 故김광진님의 노래를 깔아놓고, 이가은님이 화음을 넣어서 부르는데 마냥 슬프고 우울하게만 들렸던 곡이 정말 아름다운 선율 같았고, 그 무대가 한 폭의 영화 장면 같았다.
정말 공연을 하며 즐거워 하시는 이가은님과 중간중간에 하시는 멘트들만 보더라도, 마음도 참 아름다우신 분이구나 라고 느꼈고, 다른 이쁜 연예인들도 많지만 이가은님은 특히 다른 연옌보다도 인상이 선하고 고와 보였다. 인상은 살아온 흔적과 그 사람의 마음이 드러난다고 하지 않던가.
정말 꽉 찬 느낌을 받은 공연이었다.
한여름날의 꿈 이라는 노래 제목을 생각나게 하는 공연.^^
공연에서 인상 깊었는지, 얼마전 꿈 속에서 태양의 여자 ost 여자가 사랑할 때라는 곡이 생생히 들렸다. 꿈을 꾸면서도 바로 내 귀에 대고 듣는 것 같이 생생해, 꿈속에서 행복해했고 깨어나서 아침에도 정말 설레이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
첫댓글 님의 공연후기를 읽어보니 님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군요.
음악만으로로도 충분히 꽉찬 삶을 살 수 있다고 느끼게 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 공연이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언제나 항상 님의 맑고 순수한 영혼의 모습으로 건강하게, 행복하게...
그리고 카페, 이가은님 많이 응원 부탁합니다.
감동적인 글이네요...잘 읽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가은님이 쪽지 까지 보내셨군요,,
참 고운 마음씨입니다..
진수님...후기를 읽다보니 가슴이 뭉쿨하네요...
글을 너무 잘 쓰셔서 몇번이고 다시 읽어보네요. 섬세하면서도 멋진 글솜씨에 감탄이 나오네요. 후기 잘 보았습니다.
공연도 감동적인데...글 솜씨도 감동이군요...ㅎ후기 잘 읽었구요..수고 하셨슴니다..ㅎ
김진수님!콘서트에 어렵게 참여하신 일, 콘서트 현장에서의 가은님 연주을 감상하면서느낀 개인 소견 등 을 구체적으로 솔직하게 잘 표현하셨습니다. 앞으로 가은님 음악 더욱 많이 사랑해 주시고 카페 자주 오셔서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