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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운악산 산행후기
일시: 2024. 03. 17
참석: 96명 (25회 9명)
산행: 5Km (3시간)
경기 소금강 운악산
운악산(937.5m)은 경기도 가평과 포쳔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청계산과 강씨봉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에 속하는 산이다. 이름 그대로 ‘악’소리 나게 높이 솟구친 기암괴석의 암봉들이 구름을 뚫고 솟은 듯 빼어난 풍경을 자랑한다. 감악산, 화악산, 관악산, 송악산과 함께 경기 5악 중 하나로 ‘경기 소금강’으로 불린다.
운악산의 아름다운 자태는 ‘백년폭포, 다락터 오랑캐소, 눈썹바위, 코끼리바위, 망경대, 민영환 암각서, 큰골내치기 암벽, 노채애기소’ 라는 운악 8경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바위산 답게 미륵바위, 병풍바위, 남근석바위, 고인돌바위, 사부자바위, 치마바위 등 기암괴석과 계곡 따라 무우폭포, 무지개폭포, 무지치폭포 등 폭포도 즐비해 경기의 금강이라 불릴 만하다.
운악산성과 대궐 터 등 역사의 흔적도 남아 있는데, 전설에 의하면 태봉의 궁예가 왕건에게 쫓기면서 보개산과 명성산을 지나 이곳 운악산에 와서 성을 쌓고 반년 동안 대항하다 무지개폭포에서 최후를 맞았다고 한다.
젊은 시절부터 여러 번 올랐는데 이번은 10년만이다. 운악산은 사철이 아름답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 여름에는 시원한 폭포와 녹음, 가을에는 단풍이 멋지다. 겨울에는 기암에 쌓인 흰 눈이 한 폭의 수묵화를 이루지만 그 아름다움 속에 위험도 숨어있다. 30여년전 초겨울, 갑작스러운 진눈개비에 정상부 암벽구간에서 몇 시간을 오도가도 못하고 얼어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운악산 오르는 코스는 여러 개가 있지만 크게 가평과 포천 코스로 구분할 수 있다.
가평쪽 운악리에서 시작하는 3개 코스와 포천 운주사나 길원목장에서 시작하는 3개코스가 있다. 가평 쪽으로 오르면 눈썹바위, 병풍바위, 미륵바위 등 곳곳의 기이한 바위를 보거나 천년고찰 현등사를 볼 수 있다. 포천 쪽으로는 무지개폭포와 궁궐터 등 궁예에 얽힌 전설이 담긴 곳들을 볼 수 있다.
작년에 가평쪽 현등사계곡에 출렁다리가 생기고부터는 산행코스에 변화가 생겼다. 새롭게 운악산의 핫플로 떠오른 출렁다리를 빼놓고 산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운악산 등산객 대부분은 현등사나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에 출렁다리를 경유한다. 덕분에 운악리 두부마을이 성업중이다.
나는 출렁다리에 올라보고 현등사까지만 갔다 왔지만, 다른 동기들은 현등사 뒤로 더 올라서 병풍바위를 보고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계곡에 내려가 백년폭포와 암반계곡의 멋진 모습들을 살펴보았다. 거창하지 않지만 물의 흐름 따라 바위가 따라 흐르는 것 같았다. 가파른 오솔길 끝에 우뚝 있는 현등사는 인도에서 온 마라하미 스님을 위해 신라 법흥왕이 지어주었지만 오랫동안 폐허가 되었다가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이 중건하며 현등사라 이름을 붙였다.
가평 운악산 가는 길
봄이 와서 꽃을 피우는 게 아니라, 꽃이 피어서 봄이 오는 것인가?
본격적으로 남녘의 꽃소식이 들려왔다. 3월 8일에 시작한 화사한 광양 매화축제, 3월9일에 시작한 샛노란 구례 산수유축제, 모두 오늘이 끝이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 다른 꽃소식도 들려오지만 서울의 꽃샘바람은 아직 차갑기만 하다. 따뜻한 바람은 언제쯤 쏟아져 올라 오려나?
낮기온이 10도가 넘고, 꽃이 피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다시 왔을지라도 집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한달만에 새벽에 일어나 산행준비를 하는 것도 꽤나 힘들다. 아파트 뒷동에 사는 30회 송승이가 차를 가지고 간다는 전화가 와서 평소보다 느긋하게
집을 나섰는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차로 휴일 텅빈 도로를 달려 강변역에 일찍 도착하였다. 부슬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어 바위많은 운악산 산행이 조금 걱정이 되었다.
총동산행은 버스를 타고 출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이다. 강변역에서 7시 25분에 출발을 하였다.
강변북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거쳐 퇴계원나들목을 나와, 47번 국도를 달려 가다가 서파교차로에서 우회전하여 청평 방향으로 37번 국도를 탔다. 그리고, 원흥교차로에서 현리로 가서 안곡사거리에서 387번 지방도를 타고 운악산으로 갔다.
운악산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수많은 캠핑장과 펜션, 비가림포도를 파는 빈 매대와 나지막한 사과나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 일대가 큰 일교차와 서늘한 기후로 인해 포도, 사과 농사가 엄청 발달하였다. 맛이 좋기로도 소문이 났다.
운악산 입구의 운악산공영주차장에는 8시 35분에 도착을 하였다. 도중에 휴식도 없이 1시간 10분 걸렸다.
버스에서 내리니, 비는 벌써 그쳤는지 바닥에 흔적만 남았다. 저만치 운악산이 눈에 들어왔다. ‘경기 소금강’이라 부르는 운악산은 구름이 있어야 더 잘 어울리는데, 오늘이 바로 그런 것 같다.
10년만에 방문한 운악산은 변화가 무척 많았다. 출렁다리가 놓이고, 엄청난 크기의 공영주차장이 생겼고, 청량리에서 이곳까지 1330-44번 노선버스가 다닌다. 위쪽에는 승용차만 주차할 수 있는 태양광판 지붕이 덮인 주차장도 있다.
주차장 화장실을 다녀온 후, 단체사진을 찍으러 마을입구의 운악교로 향했다. 다리를 건너고, 편의점과 보건소를 지나고, 등산로 입구를 지나 운악교 앞에서 모였다. 단체사진을 찍고, 구호를 외친 후, 바로 줄지어 산행에 나섰다.
운악산 등산로 입구의 풍경
마을을 통과하여 운악산으로 올라가는 길 좌우에는 식당과 펜션들이 즐비하다.
'우리콩 두부마을'이란 유명세를 반영하고 있는 듯 간판마다 두부가 메인 메뉴이다. 비는 개였지만 날씨가 흐렸기에 뜨끈한 두부전골이 생각났지만 산행 후 점심메뉴가 바로 그것이란다.
마을 끝머리에 있는 아테네커피랩을 오른쪽으로 돌아서 가자 운악산 등산로 입구가 나타났다.
닫혀 있는 낮으막한 철문 옆 쪽문으로 옛 매표소를 지나면 ‘운악산 현등사’ 아치형 구조물이 있다. 그 뒤 왼쪽에 현등사 안내판, 운악산 입석 시비와 운악산종합안내도가 나란히 서있다.
'雲岳山'이란 커다란 한자 글씨만 잘 보이는 둥그런 운악산 입석시비가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가서 순식간에 읽어보았다. 바위에 새겨진 글은 전형적인 시조 형식인데,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운악산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했다.
雲岳山(운악산) 萬景臺(만경대)는 金剛山(금강산)을 노래하고
懸燈寺(현등사) 梵鍾(범종)소리 솔바람에 날리는데
百年沼(백년소) 舞雩瀑布(무우폭포)에 푸른 안개 오르네
운악산 종합안내도를 보면 가평쪽 3개의 등산코스를 한눈에 알 수 있다. 1, 2 등산코스 초반부에 서로 연결하여 출렁다리를 작년 7월에 세워 놓고, 이미 등산객 10만명이 다녀갔는데도 종합안내도는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등산로 입구에서 사잔 한 장 찍고 본격적인 산행에 나섰다.
현등사길 왼쪽 종합안내도 옆으로는 삼충신 업적 소개가 걸려 있고, 오른쪽에는 그 충신들을 모시는 삼충단(三忠壇)이 있다.
삼충단은 구한말 일제에 빼앗긴 국권을 되찾기 위해 의병운동과 민족의식 개혁에 주도적 역할을 하였던 최익현, 조병세, 민영환 선생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가평 유지들이 1910년에 세운 제단이다.
조병세, 민영환 선생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자결하셨고, 최익현 선생은 의병 투쟁하다가 체포되어 대마도에서 단식투쟁을 하다가 1906년 순국하셨다.
현등사길 중앙에 현등사 일주문이 서 있다.
현등사 일주문은 조금 특이하게 생겼다. 좌우 커다란 두 기둥에는 앞뒤로 작은 기둥이 붙어 서있고, 세로로 두 줄 한글로 '운악산 현등사' 라 써진 커다란 현판이 달려 있다. 현등사는 한글을 중시하는 남양주에 있는 한국불교 교종의 본찰 봉선사의 말사이다.
자비를 베푸는 것인지 일주문 앞 소나무는 베어지지 않은 체 시멘트 포장도로에 그대로 서있다. 사람도 자동차도 비켜 지나간다.
운악산 2코스 들머리와 산길
현등사 일주문을 지나고부터 계속되는 오르막 경사라 천천히 걸어도 숨이 차고 힘이 들었다.
옛날처럼 흙길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현등사까지 계속 시멘트 포장도로이다. 정말 오래간만에 이곳에 왔으니 정상은 못 갈지라도 출렁다리를 둘러본 후 허리상태를 봐 가며 현등사까지는 올라가볼 생각이었다.
운악산 안내소부터 460m 지점, 이정표가 서있는 운악산 1코스 계곡길과 2코스 산길의 갈림길이 나타났다. 2코스 산길의 들머리에는 재정비하며 잠시 쉬어 가라고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1, 2코스 어느 길로 올라가도 결국엔 출렁다리에서 만나게 된다.
출렁다리까지는 이정표대로 1코스 계곡길로 410 m가서도 가파른 지그재그 계단을 더 올라가야 한다. 출렁다리를 건너서는 출구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면 다시 현등사길과 만나고, 왼쪽 눈썹바위 쪽으로 오르면 미륵바위를 지나 운악산 정상으로 가게 된다.
"1코스 계곡길로 올라가서 출렁다리를 건너 그 밑의 출구 오솔길로 내려오자!"
현등사까지만 갈 거라 산길에 허리가 걱정되어서 이렇게 말을 해도, 무슨 생각인지 모르지만 일승 대장은 산길로 앞장서 올라가 버렸다. 혼자 계곡길로 올라 가려는데, 병애가 "그냥 대장 따라 가자!"라고 말을 해서, 할 수 없이 천천히 뒤따라 올라갔다.
나무가지에 산악회 리본이 잔뜩 매달려 있는 들머리 데크를 나와서부터 바로 가파른 작은 통나무 계단길이다. 2코스 들머리 데크 쉼터에서 쉬고 있던 후배들도 줄줄이 뒤따라 올라왔다.
산길 굽이 도는 요소에 쉬어 가라고 벤치도 만들어 놓았지만 그냥 지나쳐 올라갔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기 시작할 즈음, 잠시 쉬며 과일과 간식을 먹고, 영숙이 담가서 가지고 온 찐한 막걸리도 한 잔 나누어 마셨다.
다시 산길을 조금 오르자 바로 출렁다리가 나타났다. 쉬었어도 들머리 데크에서 20여분밖에 안 걸렸다.
지역경제 살린 운악산 출렁다리의 모습
2코스쪽 출렁다리 전망대를 둘러보았다. 오늘은 미세먼지 때문에 별로였지만 앞으로 탁 트인 조망은 멋있을 것 같았다.
운악산 출렁다리는 계곡을 가로질러 길이 210m, 폭 1.5m, 높이 50m 규모로 조성되었다. 수많은 지자체 출렁다리를 봐서 그런지 운악산 출렁다리 자체는 특별나게 멋진 것은 아니다.
2023년 7월 19일에 개통을 했는데 벌써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10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가평군에서 운악산 출렁다리를 건설하려 할 때는 유료로 계획하였지만, 완공이후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무료로 바꾸었다. 그덕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것 같다.
운악산은 이제 산행을 즐기고, 사찰도 둘러보고, 따끈한 두부도 맛보고, 출렁다리도 건너볼 수 있는 알찬 산행지가 되었다. 2차 사업으로 마을길 확장, 광장조성, 농산물판매장, 간판교체 등 운악리 일대를 관광 체험마을로 조성을 하면 경제적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전망대에서 계단을 올라 출렁다리에 들어섰다. 바닥은 구멍 뚫린 격자형 강철 소재이고, 좌우 4개씩의 굵은 와이어선에 지지하여 튼튼하게 만들어 놓아서 그런지 한 발 한 발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출렁다리 특유의 스릴 넘치는 짜릿함은 없었다.
1코스 계곡길로 올라서 출렁다리를 건너오는 선배들과 마주치며 지났다. "다리 건너서 현등사를 가려면 어떻게 하느냐?" 고 물어오는 선배들에게 출렁다리 아래에 보이는 "저 출구 오솔길로 내려가세요!" 라고 알려주었다.
50m 높이의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운악산 산세는 정말 멋있다. 오른쪽 위로 망경대를 중심으로 우람한 암릉과 기암괴석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산은 밑에서 올려봐야 된다'는 말 그대로다. 운악산은 운치 있고 명산의 기품이 느껴지는 산이다.
여러번 올라봐서 잘 알고 있다. 산은 크지 않지만 경사가 급하고 암벽구간이 험해 스릴 만점인 곳이다. 다시 올라갈 일은 없다.
출렁다리를 건너서도 전망대가 있어 잠시 둘러보았다. 여전히 미세먼지 때문에 산아래 마을과 건너편 명지산, 연인산, 대금산 등 가평군 산군들 조망은 매우 나쁘다. 가까이 있는 출렁다리, 운악산 능선과 봉우리들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것만도 다행이다.
동기들 단체사진 한 장 찍고, 현등사로 오르려 1코스 계곡길을 향해 긴 계단을 서둘러 내러갔다. 출렁다리로 올라오는 지그재그 계단이 까마득하게 보였다. 누군가 세어봤는지 404 개, 아파트 20층 높이라 한다. 올라오는 사람도 꽤 많았다.
출렁다리에 가까운 마지막 계단 쉼터에는 30 기수 후배들이 자리 깔고 간식을 먹고 있었다. 막걸리 대장 장용이는 기여코 막걸리 한 잔 얻어 마시고서 뒤에 내려왔다.
계단을 내려가다가 뒤돌아 올려다 보니, 약간 늘어진 출렁다리가 멋진 모습으로 눈에 들어왔다.
지그재그 계단을 다 내려와서 보니, 계단 입구에 출렁다리 위치안내도가 걸려 있다. 등산로 입구의 종합안내도가 고쳐지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이것을 여기에 둘 것이 아니라 운악산 안내소 옆에 두거나 아니면 하나 더 만들어 세워 놓던지 해야 한다.
가파른 오솔길 끝 천년고찰 현등사
현등사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가서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에 출렁다리에서 내려오는 작은 오솔길이 있다.
현등사길 나무들은 이제 한창 물이 오르기 시작한다. 앞서 가는 동기들을 열심히 따라가는 중에 길 왼쪽 옆으로 시원한 물소리 들리며 커다란 암반으로 이루어진 무우(舞雩)폭포가 나타났다. 무우는 안개비처럼 내리는 비나 기우제를 지내는 제단을 말한다.
길에서 나무가지 사이로 폭포를 보기에는 감질이 나서 자세히 보고자 직접 폭포 아래 위 계곡으로 내려갔다. 무우폭포의 높이는 약 20 m 이고, 바위 폭은 크지만 갈수기라 흘러내리는 물의 폭은 2 m 내외로 작았다. 오랜세월 떨어지는 물은 폭포 아래에 너무도 맑은 못을 만들어 냈다.
물은 바다가 집이어서 산을 내려가고, 사람의 심신은 휴(休)를 찾아 절로 향한다.
'쉼에는 덧붙일 것이 없고, 일체의 것들은 군더더기다. 이성도 논리도 필요 없다. 생각을 뚝 분질러버리고 오고감을 잊어버리는 것, 그것이 휴(休)다.' 라고 누군가 말을 했다. 나도 그 말에 완전히 동감을 한다.
잠깐의 휴를 찾아 현등사로 올라가는 길, 32회 후배들이 뒤따라 올라오고, 무우폭포 위쪽에서는 36회 후배들을 만났다.
무우폭포를 지나 현등사길을 조금 더 오르다 보면 계곡을 건너는 다리 오른쪽으로 물이 미끄러져 흐르는 거대한 너럭바위를 볼 수 있는데, 이 바위에 '閔泳煥(민영환)'이라는 한자 이름이 새겨져 있다 하여 '민영환 바위'라고 부른다. 운악 8경에 속한다.
구한말에 민영환 선생은 이곳에서 일본에 주권을 빼앗긴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며 탄식하였다고 전한다. 결국 민영환 선생은 자결을 선택했고, 이에 1906년 나세환 등 12명이 이 바위를 찾아와 '閔泳煥'이란 글자를 암각(巖刻)해 놓고는 그 정신을 기렸다고 한다.
앞에서 바위를 흝으며 한참을 찾아 보아도, 도대체 그 글씨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정말 힘들게 뒤쫒아 올라 동기들이 기다리고 있는 현등사 불이문 앞에 도착을 하였다. 보이는 대로, 현등사는 가파른 산등성이 위에 여러 층의 돌축대를 쌓아서 공간을 만든 뒤, 그 위에 지은 절임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동기들이 불이문 108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을 보고, 나도 108 계단으로 올라갈까? 아니면 직진하여 차도로 돌아 올라갈까?
잠시 고민하였지만 결국 인자와 같이 차도를 따라 천천히 올라갔다.
요즈음 스님과 성도들은 셔틀 봉고나 승용차로 오르내려서, 찾아오는 등산객들만 108 계단의 고통을 맛보고 돌아 가는 것 같다.
차도를 걸어 올라가자 곧 절고개(정상) 이정표가 나오고, 주차장이 나왔다. 32회 후배들이 뒤따라 걸어 올라와서는 한참을 앞서 나갔다.
주차장을 지나 바싹 다가서니 새로 축조한 영산보전과 만월보전이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고 서있다.
현등사는 산능성이를 따라 각종 전각들이 길게 이어져 있다. 삼성각, 지장전을 지나서 경내로 들어갔다.
자연스런 민홀림 굵은 기둥이 우직하게 보이는 극락전 앞을 지나려니, 한 스님의 낭낭하게 불경 외는 소리와 장단 맞춰 목탁 두둘기는 소리가 들려서 한참을 바라보고 서서 귀를 기울였다. 들어보니 부처님이 우리의 마음을 깨우는 소리이다.
마음을 깨우는 그 불경소리와 목탁소리가 들리지도 않는지 동기들은 작은 마루와 돌계단에 앉아 편하게 쉬고만 있었다.
이것이 잠깐의 휴(休)이다.
현등사는 '대선급제사(장원급제한 절)'라는 또다른 이름이 있다. 대학입시, 각종 국가고시와 승진시험 등에 기도효과가 크단다.
절고개로 떠나는 동기들을 보내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돌계단에 잠깐 들어섰더니, 오른쪽 건물의 난간 위에 영조가 하사했다는 '대선급제사'라는 편액이 지금도 걸려 있다. 안내판을 읽어 보니, 조선 영조때 대과에 급제한 강릉에 살았던 성씨 총각과 현등사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경내 맨 앞쪽에 서있는 현등사 삼층석탑은 구성하는 각 부의 양식과 문양 등으로 보아 고려말이나 조선시대 초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석탑 안에서 조선 세조 15년(1470)에 현등사를 증수하였다는 기록이 새겨진 사리함이 발견되었다.
각 전각 안은 살펴보지 못했다. 해우소를 들렀다 오는 중에 'ㄷ'자형 보광전 지붕 위로 보이는 운악산 봉우리들이 한 멋을 한다.
동기들 올려 보내고, 인자와 함께 삼층석탑을 지나 108 계단으로 내려가는 길에 기단부 없이 탑만 올라가 있는 다소 기묘한 모양의 3층 석탑이 보였다. 지진탑이라고 불리는 이 탑은 고려 보조국사 지눌이 현등사 경내 땅 기운을 진정시키기 위해 건립했다고 한다.
지진탑을 지나자 운악산방 옆으로 급경사 108 계단이 나타났다. 운악산방 건물 앞에는 데크 공사를 하려고 골조를 세워 놓았다.
올라올 때도 한 계단 오르고 쉬고 또 한 계단 오르고 쉬었을 것 같은데, 내려갈 때도 마찬가지다. 경사가 급해 욕심부리며 한걸음에 두 계단씩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없다. 한 계단 오르내릴 때마다 중생이 가지는 108개의 번뇌 중 하나라도 제대로 덜어 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저 힘들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16회, 22회 선배들이 바로 뒤따라 천천히 내려오고, 차도를 몰라 108 계단을 올라가지 못하고 불이문에서 계속 앉아 계셨던 20회 여선배분들과 다함께 현등사길로 내려갔다.
불이문을 돌계단이 없는 쪽으로 쉽게 내려갔다.
막 108 계단을 오르려는 35회 후배들을 만나서는 사진을 찍어주었고, 다리를 건너서는 길옆에서 간식을 먹고 있는 36회 후배들을 만났다. 22회 정광인 선배와 같이 오렌지 두 조각 얻어 먹었다.
사진을 찍다보니, 인자와 선배들을 앞서 보내고, 다시 민영환 암각서, 무우폭포와 출렁다리 입구를 지나며 천천히 내려갔다.
계곡에 놓인 짧은 다리를 건너자 곧 길 오른쪽으로 백년폭포가 보였다. 길 위에서는 백년폭포의 일부만 보이기에 자세히 보려고 뒤돌아 올라가서 계곡속의 폭포 위로 조심하며 내려갔다. 꽤 많은 작은 돌탑들이 쌓여 있는 바위덩어리의 밑바닥, 널찍하게 깔려 있는 암반이 폭포의 상부이다. 그 암반 위에 서서 백년폭포를 내려다 보았다.
백년폭포는 높이가 약 20m, 45도 경사진 바위벽을 타고 삼단에 걸쳐 떨어지며, 그 떨어지는 힘에 의해 폭포 아래에 작은 소(沼)가 형성되어 있다. '백년을 두고 변함없이 흐른다' 하여 이름이 지어졌지만 갈수기라 흐르는 물줄기는 폭포라 하기에 조금 민망하다.
그래도 폭포가 풀어 놓는 물소리는 언제나 명창이다.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가슴속까지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다.
백년폭포에서 채 100 m도 못 내려가서 길 오른편 조금 넓은 공지에 벤치가 놓여 있고, 운악산 3코스 들머리 이정표가 서있다.
현등사로 오며 가면서도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모르고 그냥 지나쳐 가기 쉽상이다.
3코스는 들머리인 철계단을 내려가 계곡의 다리를 건너 비탈길을 올라간 후, 백호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간다. 전문 산꾼들을 제외하고, 이 코스로 올라가는 일반 등산객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위에서 보니 나무가지 사이로 계곡속에 돌탑들과 아치형 나무다리가 보여 궁금해서 계단을 내려갔다. 계곡속 바위들과 산자락에 누가 쌓았는지는 모르지만 아슬아슬하게, 좁고 높게, 멋지게 수많은 탑들을 쌓아 놓았다. 보면서도 참 신기하였다.
계곡과 돌탑들을 보고 올라와 벤치에서 쉬는 중, 33회 후배들이 다가왔다. 이윤형을 사진 찍으러 보내고, 잠시 동안 같이 쉬었다.
함께 천천히 1, 2코스 갈림길, 현등사 일주문과 운악산 안내소를 지나 식당으로 내려갔다.
일주문 뒤쪽에는 ‘漢北第一地藏極樂道場 (한북제일지장극락도량)’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현등사도 한글만 쓰지 않는다.
안내소를 지나서 왼쪽, 아테네커피랩 건너편 산기슭은 유명한 시산제 터인가 보다. 두 팀은 마쳤고, 한 팀은 시산제 중이다.
12시 경에 두부마을 샬롬의 집 식당에 도착을 하였다.
등산로 입구 샬롬의 집은 안채와 별채가 있어 단체 손님을 따로 받을 수 있는 상당히 큰 손두부집이다. 안채는 우리팀이 차지하고, 별채는 시산제를 마친 한 팀이 사용하였다. 일찍 내려온 선후배들은 한창 식사중이었다. 한 식탁 4명 인원을 맞추려고 한참을 기다려야만 하였다.
가평에서 나는 콩으로 만든 손두부로 두부전골을 해서 맛있게 먹었다. 나물을 비롯한 여러가지 반찬도 맛있다. 가평 특산물인 잣 막걸리를 한잔 곁들이니 금상첨화였다. 밥을 먹으면서 화려하게 꽃을 피운 군자란들을 보니 기분도 좋았다. 군자란은 꽃피우기도 힘든데, 식당에서 관리를 잘했나 보다.
1시에 1호차가 먼저 떠나고, 이후 도착하는 순서대로 식사를 마치고, 3시에 2호차가 서울로 출발을 하였다.
피곤한 산행 때문인지, 혹은 식사와 곁들인 잣막걸리에 취해서인지는 모르지만 버스에서 한숨 자고나니 강변역이었다.
4월 산행은 충남 청양에 있는 칠갑산이다.
4월 20일 토요일에 출발한다 !!!!!. 다음 산행에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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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언제나 멋진후기 감사합니다~
산악회후기 전국대회 있으면 1등은 거뜬하리라 봅니다~ㅋㅋ
선배님,덕분에 지나치면서 못보았던 부분까지 모두 보고 즐겁게 산행 했어요.
사진도 예쁘게 찍어주시고,
항상 멋진 후기 너무나 감사드려요. 선배님이 계셔서 너무도 즐겁게 산행한 것 같아요.^♡^
선배 님~
정말 짱! 이에요.
사진도 감동이고, 역사에 대한 것도 알게 되어 이번 후기 글이 더욱더 감동적입니다.
총동 산악회 다녀오면 언제나 기대됩니다.
선배님의 후기 글 완전 마약 같아요.
그래서 총동 산악회가 더 기다려집니다~
우리 25회의 보물 김주묵~~!!
아니, 서울사대부고의 자랑 김주묵이십니다.
수 놓듯이, 뜨게질 하듯이 한 문장 한 문장 속에 정성과 마음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주묵씨 이렇게 꼼꼼히 쓰시면 너무 힘들지 않으신지요
컴퓨터 앞에 너무 오래 앉아 계시면 허리 아프고 눈도 아프고 목도 마르고........
에휴~~ 우리 주묵씨를 좀 더 아껴 드려야 하는데....
죄송해요, 주묵씨
옆에 계실 때 좀 더 잘 해 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