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의 딜레마
안전은 제지하는 것이요. 서비스는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안전은 불편하고 때로는 불만족스럽기까지
한다. 반면 서비스는 편리하고 요구를 충족해주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항공사를 평가할 때 안전을 우선 순위로 할까, 서비스를 우선 순위로
할까. 전 세계항공사를 대상으로 안전과 서비스에 대한 국제적 평가 기관이 각각 있다. 스카이트랙스(skytrax.com)는 항공사 서비스를 위주로 평가한다. 에어라인레이팅(airlinerating.com)은 항공사 안전을 위주로 평가한다. 2015년
스카이트랙스가 선정한 서비스 최고의 항공사 1위부터 10위까지
중동 및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권 항공사가 대거 차지하고 있다. 에어라인레이팅이
선정한 안전 최고 항공사 1위부터 10위까지는 대양주, 유럽, 중동 등이며 아시아 국가는 싱가폴항공을 제외하곤 없다. 이 두 가지 평가를 보면 대체적으로 서비스는 아시아권 항공사가 강세이고, 안전은
유럽 및 대양주 항공사가 강세인 것을 알게 해준다.
지난해 승객에게 라면을
서비스하려다 실수로 라면이 엎질러져 승객이 크게 화상을 입는 사고가 기내에서 발생했다. 승객은 화상으로
입은 심적, 육체적 상처가 깊어 최근 항공사에 2억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항공사는 당시 기체요동(터뷸런스)으로 인한 불가피성을 들어 전액 배상 지불을 거절했다.
라면은 서비스요, 기체요동은 안전이다.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서비스는 사고의 개연성을
갖고 있다. 기체요동이 있음에도 승무원이 서비스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기체요동이 있음에도 승객이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위험을 스스로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들을 항공사와 승객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면, 다시 그
당시 장면으로 돌아가 재현해보자.
승객이 라면 서비스를 청했다. 그러자 승무원은 지금 기체가 흔들리니 나중에 드려도 되냐고 문의했다. 승객은
아주 흔쾌히 말했다. ‘그럼요, 나는 라면 먹다가 다치고
싶은 마음이 없거든요’ 항공사는 서비스 만족을 주는 것이 고객 유치에 도움이 되고 항공사 수익을 올리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승객은 서비스가 최고인 항공사가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항공사의 딜레마이다. 항공사들은 ‘안전이 최우선이다.(Safety is top priority’)를
표면상 내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수익 측면에서는 서비스를 앞세울 수 밖에 없다. 서비스는 수익창출이고, 안전은 비용지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전을 도외시하고 수익만을 쫓다가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항공 사고를 수 차례 겪은 아픈 기억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인명사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떠하든 사람이 다치는 사고가 끊이지 않게 발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항공사는 두 개의 날개로
날고 있다. 하나는 안전이라는 날개요. 또 다른 하나는 서비스라는
날개이다. 이 두 날개가 균형을
갖고 목적지까지 순항할 수 있도록 항공사를 바라 보는 인식 또한 균형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안전과 서비스 모두를 아우르는 명품항공사 하나쯤은 우리나라에 있을 때도
되었다. 끝
(글 : 가톨릭관동대학 항공운항서비스학과 교수 기고문)
첫댓글 덕분에 글 잘 봤습니다. 늘 안비즐비하셔용:)
저렇게하는것도 좋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