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속 미세 플라스틱,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
▶ 2024년 5월 17일(금)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이 ‘생수 속 미세 플라스틱 :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을 주제로 제20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를 개최했다. (사진: KOFST) |
최근 컬럼비아대학교와 럿거스대학교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월마트에서 판매되는 세 가지 생수 제품에서 1L당 평균 약 24만 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되었으며, 이 중 90%는 나노 크기의 플라스틱 입자로 확인됐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발견은 생수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마시는 수돗물 속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우려도 증가시키고 있다.
이에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은 지난 17일 ‘생수 속 미세 플라스틱 :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을 주제로 제20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를 개최했다. 이번 토크라운지에서는 생수 속 미세 플라스틱의 유입 경로와 국내외 연구 동향, 그리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과학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 미세 플라스틱
이날 첫 순서는 환경오염물질의 독성과 위해성을 연구하는 안윤주 교수가 맡았다. 안 교수는 "생수 페트병 속에도 5mm 이하의 작은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들어있을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는 훨씬 더 작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해변에서 사용되는 폴리 스트랩이 깨지고 풍화되면서 미세 플라스틱이 생성된 후, 이러한 입자들이 환경에 섞이게 되면 음식물이나 물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최근에 등장한 ‘플라스틱 스모그’라는 용어를 소개했다. 미국의 환경보호단체인 5대 환류대연구소 연구팀이 40년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바다에는 약 171조 개의 플라스틱 입자 총 230만 톤이 떠다니고 있음을 추정했다. 안 교수는 "하루에 1인당 약 60개의 플라스틱 입자가 생성되고 있다"고 말하며,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2040년에는 바다로 유입되는 미세 플라스틱의 양이 현재의 2.6배에 달할 것이며, 이는 해양을 뒤덮는 플라스틱 스모그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 안윤주 건국대학교 환경보건과학과 교수가 강연을 진행했다. (사진: KOFST,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
그럼 생수 속 미세 플라스틱은 몇 개나 있을까. 2017년 우리나라 환경부는 먹는샘물 1개 제품 내 1개 입자를 검출했다. 2018년 미국 뉴욕주립대 연구 결과는 100μm 크기의 입자가 1L 평균 10.4개, 최대 1만 개를 검출했고 캐나다 맥길대학교에서는 500ml당 100μm 보다 큰 미세 플라스틱이 평균 5.08개 검출했다. 최근 2023년에는 노르웨이, 중국, 벨기에 등 공동연구팀이 4개 브랜드의 페트병 생수 1ml 당 평균 1억 6,600만 개의 나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플라스틱 입자 분석 기술의 발전 덕분에 나노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 검출이 가능해진 결과다"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생수 속 미세 플라스틱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며, “병뚜껑을 여닫는 과정에서 마찰로 인해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할 수 있고, 생수 제조 과정 중에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한, “원수에 이미 혼재된 미세 플라스틱과 나노 플라스틱은 여과 과정에서도 완벽히 제거되지 않고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제조 과정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생성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람의 대변, 태반, 혈액 등 몸 곳곳에서 발견되는 미세 플라스틱의 영향에 대해 안 교수는 “나노 플라스틱은 생식 독성을 유발하여 정자 수를 감소시키고, 발달 지연, 대사 장애, 면역 체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안전 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 인체에 무해한 레벨과 일일 최대 허용량을 결정하기 위한 데이터와 과학자들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더 많은 연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미세 플라스틱의 국제적 관리 방법은?
다음 순서로는 정재학 소장이 미세 플라스틱 시험법과 관련 국제 법규, 국제 표준 개발 동향 등을 소개했다. 그는 “2019년 국내 유통, 판매되는 생수 약 100개 제품을 테스트했을 때, 100μm 이상의 미세 플라스틱 검출률이 33% 정도였다. 그런데 2023~2024년 KIAST의 분석 결과를 보면 국내 생수 5μm 이상은 검출률이 70%, 20μm 이상은 20%로 나타났다”며 “사이즈가 작아질수록 검출량은 늘어나는데 그 입자들 대부분 폴리에틸렌과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와 같은 성분으로 패트병 개봉 시, 마찰에 의해 발생되거나 패트병을 고온에서 성형하는 공정 과정에서 발생되어 생수를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소장은 일본 수돗물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2019년과 2020년에 일본 전역 30개 현장에서 수돗물 속 미세 플라스틱을 검출했는데, 주로 수도관 내부의 코팅 재질과 라이닝 재질에서 나온 것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우리나라 수도 파이프도 대부분 라이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오래 사용하면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즉, 정수장이 깨끗해도 결국 수도관을 통해 미세 플라스틱이 가정으로 들어가게 되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미세 플라스틱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먹는 물에서의 미세 플라스틱 위험성을 인지하고, 그에 관련된 연구 법안을 마련해 미세 플라스 문제를 관리하고 있다는 것. 유럽연합에서도 지난 3월에 사람이 섭취할 물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을 측정하는 방법론을 마련하여 유럽 의회 및 이사회의 지침을 보완하고, 모니터링 관련 법제화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이 정 소장의 설명이다.
|
▶ 정재학 한국분석과학연구소 소장이 강연을 진행했다. (사진: KOFST,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
미세 플라스틱 시험방법에 대한 국제 표준 현황을 보면, 특히 먹는 물과 관련해서는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술위원회에서 방법을 만들고 있다. 정 소장은 “물에 대한 표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편이다. 실제로 미세 플라스틱 시험표준안 검증을 위해 국제 실험실 간 비교시험을 하는데, 작년에 우리도 많은 시료들을 받아서 테스트 결과를 제출했다. 그것을 올해 스페인 독성학회에서 발표하는 것을 봤는데 실제로 전 세계 50여 개 실험실이 참가했고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현재 개발된 수준의 ISO 미세 플라스틱 시험방법으로도 충분히 먹는 물에 대한 시험분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정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회용품 규제가 풀렸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문제지만, 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이를 플라스틱 순환경제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 순환경제란 생산-소비-폐기의 흐름이 아닌, 경제계 내에서 유용한 자원으로 반복사용되는 경제 시스템을 말한다. 플라스틱이 쓰레기로 전락하지 않도록 무한히 재사용하고 리사이클링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정수기 필터로 물속 미세플라스틱 섭취량 최소화
발표 후, 손미현 책임연구원의 사회로 질의응답 시간이 진행됐다. 손 책임연구원이 "물속에 있는 미세 플라스틱을 덜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을 묻자, 정재학 소장은 "미세 플라스틱을 덜 섭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수돗물을 마시는 것이지만, 최소 2~30년 사용한 배관이나 저장 탱크가 노후화되어 오염될 수 있으므로 정수기 필터 사용이 권장된다. 물을 끓여 마시면 된다는 얘기도 있는데, 마그네슘과 칼슘이 많이 들어있는 물은 끓였을 때 침전이 일어나 커피 필터를 사용해 제거할 수 있다는 중국의 논문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탄산칼륨 수치가 낮은 연수이기 때문에 해당사항 없다"라고 답했다.
또한, 손 책임연구원은 “이미 섭취한 미세 플라스틱을 배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라고 질문했고, 안윤주 교수는 “미세 플라스틱이 몸 안에서 혈류를 타고 있다면 생분해 같은 것이 일어나서 없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폴리머 자체가 분해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얼마나 분해될지에 대한 데이터가 아직 나온 것은 없다”며 “이미 들어온 것을 걱정하기 보다는 들어올 것을 막는 게 훨씬 더 현명한 방법이다. 일단 들어오고 나면 배출될 것은 배출되고 나머지는 몸에 축적이 되기 때문에 들어오는 미세 플라스틱의 양을 줄이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