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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여자 - 상편 - 공지영 당신이 그토록 머뭇거려온 수많은 세월을 생각해보라. 신들은 당신에게 얼마 나 많은 구원의 기회를 주어 왔는가? 그런데도 당신은 그 기회를 흘려 버렸다. 그러나 이제 당신은 알아야만 한다. 당신 자신도 일부분인 우주의 본질을... 이제 한정된 시간이 왔으며, 만일 당신이 그 한정된 시간을 이용하여 밝음속으로 들 어가지 않는다면 시간은 지나가 버리고 당신도 흘러가 버려, 더이상 기회가 오 지 않으리라는 것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명상록> 중에서 희망의 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방울은 차가 달려가는 속도만큼 맹렬히 차창에 부딪혔 고 이내 차창에서 힘없이 사라져갔다. 그 여자는동그란 손잡이에 매달리듯이 서 서 버스의 흔들림에 되는대로 몸을 맡기고 있었다. 한때는 가지런한 뒷덜미의 선이 보기 좋았을 단발머리는 이제 제멋대로 자라나 어깨 위에서 부수수 넘실 거리고 있었고 자잘한 꽃무늬 프린트의 자주색 블라우스 밑으로 회색 물실크 스 커트가 헐렁해보였다. 한 서른이 좀 넘었을까, 얇은 쌍꺼풀이 여러 겹 진 눈동자 는 퀭한 채 하염없이 멍해보였다. 하지만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그 여자가 따라 흔들리는 어떤 순간, 그 멍한 눈에서 알 수 없는 광채가 솟아나오기도 했는데 그럴 때 그 여자의 눈은 얼핏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글쎄 그 여자는 정말 빗방울들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사라져가는 빗방울들, 우두두두...비명을 차창에 남기고 길바닥으로 추락하여 흙탕에 뒤섞이고 마는 그 빗방울들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른 초여름의 비였다. 바람이 비를 타고 휘익 몰아치면 아직은 살갗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그런 날씨, 야트막한 상가 건물 사이로 비죽 이 가지를 내민 연보랏빛 라일락의 푸른 입술이 사늘해 보이는 거리로 사람들 이 걸어가고 있었다. 정류장에서 내린 여자는 잠시 낯선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가 어딜까, 하는 당황감이 그 여자를 스치고 지나갔다. 차가운 빗방울이 그 여자의 창백한 이마 위로 떨어져 흘러내렸다. 그 여자는 그제서야 제 손에 있 던 우산을 얼결에 펴서 그 비를 피했다. 여자는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 듯했다. 군데군데 고인 야트막한 물웅덩이를 첨벙거리며 국민학교 아이들이 하교를 하고 있다. 아이들은 비가 와도 즐거운 것일까. 우산으로 칼싸움을 하기도 하면서, 빗방울이 제 여린 머리칼들을 적셔 납작한 이슬을 흩뿌리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는 아이들... 퀭한 눈으로 바라보던 여자의 얼굴 위로 쓰라린 빛이 흘러내렸다. 가난 때문에 더 이상 학교에 다니지 못한 아이가 소를 데리고 논둑길을 걷다가 뒤통수에 울리는 아련한 학교 종소리 를 들은 것처럼 여자는 참담해 보이는 듯도 했다. 얼마나 더 걸어야 나는 그곳 에 도달할 수 있을까. 성지를 찾아 길을 떠난 순례자처럼 얼핏 경건함마저 엿보 였다. 여자는 결심을 한 듯 고개를 약간 숙이고 걷기 시작했다. 국민학교를 지나 시장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서 그 여자는 걸어갔다. 그 여자 의 가는 종아리에 튀어오르는 흙탕물이 그 여자의 발뒤꿈치를 따라가고 있었다. 여자는 시장길에서 방향을 왼쪽으로 틀어 붕어빵을 파는 리어커 옆을 지나쳐 갔 다. 거기서부터 높은 언덕배기까지 촘촘히 다세대 주택이 들어선 곳이었다. 한삼 십미터쯤 올라갔을까, 여자의 발걸음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가려는 한 발과 뒤로 물러서려는 한 발이 다툼을 벌이는 것처럼 여자는 당황스러워 보였다. 아까 여자가 우산을 펴고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여자의 종아리 위로 스멀스멀 기어오르던 흙탕물 자국이 이제는 지울 수 없는 상흔처럼 선명해지고 있었다. 그여자는 거기서 잠시 발길을 멈추었다. 사실 그 여자는 쉬고 싶어하는 듯했 다. 그 여자는 이렇게 비오는날 신김치에 양파와 달걀을 풀어 넣은 김치밥을끓 여 먹으며 라디오를 듣고 싶어했었다. 뜨개질을 하거나 소설을 보거나 그도 아 니면 라디오에 엽서를보내 오디오 세트를 받는 행운을 꿈꾸어 보기도 하면서 그 여자는 따뜻한 방에 깔린 담요에 두발을 넣고 사실 편안하고 싶었을 것 이 다. 하지만 여자는 지금 빗속에 서 있다. 비 오는 날 낮이면 따뜻하게 백열 전구 를 밝히는 걸 좋아하던 그 여자의 낯빛은 형광등처럼 파르스름했다. "누굴 찾아 왔수?"차양 밑에 받칠 빗물통을 들고 나오던 가겟집 여자가 그 여자를 기 웃거렸 다. 그 여자는 놀란 눈으로 가겟집 여자를 바라보았다. 가겟집 여자는 아 주 낯이 선 얼굴은 아니라는 듯 차양의 끄트머리에 서서 팔짱을 낀 채로 그 여 자에게 물 었다, 그 여자의 축축한 발가락들이 낡은 비닐 구두 속에서 잠깐 움 찔거렸다. 사 실은 아무에게도 들키지 싶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여자는 오직 그 를 만나기 위 해 이곳에 온 것이다. 그 여자를 만나주지 않는 그, 전화를 통해 그 여자의 목소 리가 들리면 대답없이 수화기를 내려놓아 버리는 그, 다시 전 화도 하지 말라고 그여자에게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하던 그, 한때는 그 여자의 그였던 그를. 여자는 우산을 들지 않은 손으로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머리 속에 고여있던 눅눅한 습기들이 여자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서늘한 바람이 그여자의 뇌 수 속으로 흘러들었다. 가겟집 여자는 끝내 그여자를 몰라보았다. 이세상 모 든 사람에게 그랬듯이 그 여자는 익명의 존재였다. 때로는 저계집아이로 때 로는 아 가씨로 때로는 아줌마인 채로 그도 아니면 그냥 저 사람인 채로 그 여 자가 살아 온 세월이 여자의 머리결을 올올이 따라 흘러가는 듯했다. 그래서 그 여자는 잠 시 후회에 사로잡혔다. 그날처럼 머리를 드라이로 정리하고 화장을 하고 있었더 라면, 한벌뿐인 밤색 투피스를 입고 그 안에 베이지 블라우스를 받쳐 입었더라 면 하고... 그러면 이 가게가 세들어 있는 삼층 건물 주인의 아 들이자 한때는 그 여자의 그였던 그에게 자신의 고운 모습이 전달될 수도 있 었을 것이고 그러면 그의 마음이 조금 괴로워질 수도 있지는 않을까 하고, 그 여자가 그랬던 것 만큼은 아니지만 조금만 그여자 때문에 괴로워질수 있는 것 은 아닐까 하고... 하지만그 여자는 이내 깨닫는다. 그때, 이 가겟집 여주인이 자신을 알아 봐주면 그 때에는 그 여자의 곁에 그가 있었다는 것을. 그가 없다 면 그 여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 여자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가겟집 안으로 한발을 들여놓았다. 팔짱을 풀지 않은 채 가겟집 여자가 그 여자를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 뭐 필요하우?" 그 여자는 곤혹스러운 듯 아랫입술을 한번 물고 가게 안의 물건 들을 죽 훑어나가다가 주루루 놓인 술병들 중의 하나를 가리켰다. "칠천 팔 백 원이유." 여자의 불안스러운 몸가짐을 이상한 듯 바라보며 가겟집 여자가 대했다. 순간 여자의 머릿속으로 지갑속에 남아 있는 돈이 떠올랐지만 이제 와서 그것을 취소 할 수도 없었다. 가겟집 여자가 청주병을 봉투에 넣는 동안 그 여자는 회색빛 물실크 스커트 자락에 손을 넣어서 빠르게 돈을 헤아리고 있었다. 몇 개의 지폐 가 손가락에 구깃거렸다. "여기..." 그 여자는 스커트자락 속에서 구깃거리던 지폐를 꺼내 내밀었다. 가겟집 여자 가 이상한 손님도 다 보겠다는 눈빛으로 그 여자가 주는 돈뭉치를 받아 천원짜 리여덟 개를 고른후 두 개를 여자에게 도로 돌려주었다. 그리고 이백원을 거슬 러주자 여자는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여자는 가겟집 여자가 내미는 청주병 을 받아들면서 며칠전 열쇠모양의 벙어리저금통을 깨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했 다. 그러자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고 모든 일이 잘풀릴 것만 같았다. 낙담의 커 튼이 걷히고 희망의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처럼 그 여자는 그 느낌의 한자락 을 집요하게 붙들고 싶었다. 생각만큼 그도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 고 생각만큼 그 여자가 비참한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여자 는그 희망의 실낱 같은 빛이 행여 사라질까봐 서둘러 가게 밖으로 나왔다. 그여 자는 검은 비닐에 싸인 청주병을 든채 우산을 폈다. 검정 우산살 두개가 부러져 있는 것이 그제서야 눈에 띄었다. 그 여자는 손을 뻗어 허리가 꺽인 우산살을 바로 잡았다. 약간 힘이 들었지만 우산살은 곧 바르게 퍼졌다. 그래, 모든 좋은 일들은 한꺼번에 오지. 모든 나쁜 일이 그런 것처럼... 그여자는 잠시라도 더 망 설이면 이 모든 좋은 징조들이 저 빗속을 떠도는 습기처럼 공중에 흩어질까 봐 겁이 났다. 그여자는 서둘러 언덕을 돌아가 비탈진 곳에 세워져 있어서 앞 에서 는 삼층이지만 제각기는 각층으로 되어있는 그의 집 벨을 눌렀다. "누구세 요?" 그랬다. 모든 것이 좋은 징조였다. 인터폰을 통해 나오는 목소리는 그의 것이었 다.그의 어머니나 그의 여동생도 아닌 것이다. 잠에서 깬 듯이 약간은 쉬 고 약간 은 짜증스러운, 그러나 분명한 그의 목소리, 여자의 얼굴이 환했다. "누 구세요?" "저...저에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저에요, 저..." 그여자는 다시 말 했다. 침묵은 계속이었다. 하지만 그여자는 그의 얼굴을 그릴 수 있었다. 그는 잠시 입을 다물 고 이 돌연한 방문을 해석하고 있을 것이다. 보지 않아도 그 여자는 다 알 수 있었다. "기다려요,나갈테니..."그 여자는 인터폰에서 한 발자 국 떨어져 있었다.우 산위로 빗방울이 우두두두 떨어져 내렸다. 여자는 눈을 돌 려 먼 국민학교 담장 을 바라보았다. 연녹색 버드나무, 흰 라일락 그리고 초롱초 롱한 아기 은행잎들이 비에 젖고 있었고 골목 건너 담장에서는 아직 피지 않는 장미 울타리가 늘어 져 있었다. 이 비가 그치면 모든 꽃들이 피어나리라. 하늘 저편으로 어두운 구름 이 몰려가고 화사한 햇살이 지상으로 도달하리라... 모든 춥고 축축한 것들을 어루만지며 까실까실하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리라...여자 는 그 꽃들과 그 햇살이 곧 자신의 것이라도 될 것같이 생각됐다. 하지만 정 수리 꼭대기에서 빗소리는 울렸고 그 빗소리는 이상스레 그 여자의 심장에 곧 바로 내려꽂히고 있었다. 대문을 등지고 서 있는 여자의 귓가에 탈칵,하고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 다. 순간 여자의 귓가에서 빗소리가 지워지고 이윽고 세상의 모든 소음들이 멎 었다. 여자의 고개가 천천히 그를 향해 돌아섰다. 남자는 감색 체크무늬 우산을 든 채로 성큼성큼 걸어 아까 그 여자가 나왔던 그가게로 들어섰다. 남자가 여자 에게 일별도 던지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 그 여자를 섭섭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감색 체크무늬 우산이 담배 한 갑을 뜯으며 다시 비오는 거리로 나왔을 때 그 여자는 그를 향해 미소를 띄웠다. 감색 체크무늬 우산 속의 남자와 살이 두 개 부러진 검정 우산 속의 여자의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그 여자는 남자가 지금 이 장소, 이 시간에 그 여자가 그에게 미소짓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던 미소를 어떻게 거두어들여야 할지 여자는 막막해 졌다. 그 여자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빗방울이 떨어지는 이 거리를 딛고 선 그의 구두가 보였다. 앞코가 뭉 툭한 밤색 구두, 그건 그 여자가 사준 구두였다. 그가 아직 그구두를 신고 있다 는 이유만으로 그 여자는 아직은 늦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고개 를 들었을 때 자신에게 쏟아져 내리는 감색 체크 우산의 눈길은 아주 냉랭했다. 사람이 어떤 순간에 타인에게 그런 눈길을 보내는지 그 여자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자 그 여자의 귀에 다시 빗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두두두두... 여자는 우산 따위로는 그 모멸감을 다 가려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부질없이 갸웃 우산을 기울려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그여자에게는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 간것처럼 생각되었다. 그여자는 사실 그가 성큼성큼 다가와 이 거리를 좁혀주기 를 헛되이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나고 그 만남이 제인연을 다한 후의 이별 앞에서, 더 사랑했던 자들은 놀라울 정도로 멍청해진다. 망상은 모든 논리와 상식의 철조망을 찢고라도 날아 다니는 것이다. 그러니 그 여자는 지금 어떤 것이라도 상상할 수 있었다. 그여자의 머릿속에서는 그남자가 모든 이별을 무위로 만들며 다가와 키스를 할 수도 있으리라. 그여자의 차가운 손을 따뜻한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며 사실은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 다. 왜냐하면 그 여자는 더 사랑했던 사람이니까. 그여자는 그 사랑이라는 것에 모든 것을 걸었던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여자가 다시 눈을 들었을때 감색 체크 우산은 언덕 아래로 내려서고 있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걸이였다. "예, 얘기 좀 해요." 그여자는 그를 따라잡으며 말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 은 걸음걸이를 몇 발자국 따라잡은 것이지만 여자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무 슨 얘기를 합니까?"남자는 멈추어선 채 담배를 붙여 물며 깍듯한 경어로 말했 다. 이빨이 딱딱 부딪치는 것처럼 싸늘한 말투였다. "얘기를... 얘기를 좀 하고 싶 어요." 여자는 말을 더듬고 있었다. 그는 그여자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이번에 는 성큼성큼 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서울로 처음 식모살이를 하러 온 소녀처 럼, 이 주인이 나쁜 사람인가 좋은 사람인가에 따라 자신의 앞날이 결정되어 버 리는 것을 어렴풋이 감지하는 촌뜨기 처럼, 설사 그주인이 아주 나쁜 사람이라 하더라도 여기서 그를 놓쳐버리면 영영 미아가 되어버릴 것처럼 여자는 그를 따라 걸어갔다. 그는 큰길어귀에서 잠시 주위를 살피더니 낡은 다방으로 들어 섰다. 어두운 다방이었다. 푸른 빛이 도는 흰 커버를 씌운 의자들이 있고, 틀림없이 다방 한가운데 커다란 어항이 있고 그 어항 속에 플라스틱 수초가 자라지도 못 한 채 서있고 빨간색 물레방앗간 돌고 있는 그런 다방. 배가 불뚝한 금붕어들은 느릿느릿 그 공간 속을 허망하게 부유하고 있었다. 그가 구석 자리에 털썩하고 주저앉자 짧은치마를 입은 레지가 엽차를 두 잔 내려놓았다. 커피라고 발음하고 나서 그 남자는 담배를 끄며 크게 한숨을 내려 쉬었다. 미지근한 커피를 날라 왔지만 그는 커피에는 손도 대지 않은채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했다. 저 렇게 골똘하게 생각하는 저 모습을 그여자는 사랑했었다. 앞에 앉아있는 그여자 의 존재도 잊은채 골똘하게 생각하다가 눈을 한 번 들어 그여자를 향해 미소지 을때 그 빛을, 그것이 짧은 순간이었으므로 더욱 애틋했던 그 기억을. 여자는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을 마셨다.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는 몹시 썼다. 이상하게도 그 커피의 쓴맛이 그 여자에게 위안이 되었다. "얘기하세요." 남자는 손목시계를 한번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여전히 그여자에게 시선을 주 지 않은 채였다. 그여자는 그런 그를 바라보면서 한 번만 눈이 마주치면 이야기 를 꺼내 려고 마음먹었다. 마치 그와 눈이 마주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것처 럼 그 여자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말을 해요!" 더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듯이 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여자는 차마 돌아 보지 않았지만 카운터 가에 서 있던 레지들과 입구 쪽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 던 노인의 시선이 그 둘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그여자는 감지할 수 있었다. 그 여자의 얼굴로 붉은 피가 물들었고 여자의 입술은 더욱 굳어졌다. "언제까지 이 러고 있을 겁니까? 할 말이 있다고 했지요?" 이번에는 그여자가 그의 시선을 피했다. 다물어진 이가 덜덜 떨려와서 그 여 자는 굳게 입술을 물었다. 그러자 여자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이 윽고 남자 가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든 노랫소리들이 자음과 모음을 구분할 수 없는 형태로 그 여자의 귓가에서 엉켜붙고 있었다. 검은 유리 로 된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소리가, 가수들의 노래덩어리로 엉겨붙은 그 여자 의 귀를 두드리고 있었다. 우두두두두... "이거..." 허우적거리는 듯한 침묵 속에서 그여자는 문득 아까 제가 가겟집에서 산 청주를 생각해 냈고 그것을 그에게 내밀었다. 비닐 봉지가 부스럭거렸다. 여자가 얼마나 그것을 매만졌던지 검은 비닐봉지의 입구가 퍼머를 한것처럼 꼬불거렸다. "이게 뭡니까?"그의 자세가 경 계하듯 뒤로 젖혀졌다."술이에요..." 아버님드리세요, 라는 말을 그여자는 하지 못 했다. 그의 아버지는 이제 술을 마실 수 없는 것이다. 맙소사, 라는 생각이 그여 자의 머리를 스쳤고 그여자의 얼굴이 귀까지 붉게 물들었다. 그가 잠깐 웃었다. 상황이야 어찌 되었든 그가 웃는 것이 그여자는 좋았다. "정말 어이가 없군요. 내가 술 못 먹을까봐 여기까지 이걸 들고 온 겁니까? 하고 싶은 말이 그거였어 요?" 말을 하다 보니 정말 화가 난다는 듯이 말을 끝낼 무렵 그의 언성이 버럭 높아졌다. 술은 왜 샀을까,그 여자는 화를내는 그를 이해했다. 이런 자리에 서 술이라니, 겨우 말을 꺼내 술이에요 하다니, 이건 선물치고는 너무 초라했 고 무 엇보다 걸맞지 않았다. 그 여자는 그에게 말할 수 없이 미안한 마음이 들 었다. "우린 이제 그만 만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말투는 어눌했지만 그의 목에 핏 줄이 파드득 일어서고 있었다. 그건 그가 몹시 화가 났으며 지금 그걸 참고 있 다는 걸 말해주는 징표였다. 그여자는 그를 화나게 한 자신이 또 미워졌다. 갑자기 그가 벌떡 일어나 돈을 치르고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여자는 잠시 그 자리에 앉아있다가 그를 따라가기로 결심했다. "저... 손님." 돌아보니 레지가 그 여자에게 검정 우산을 내밀었다.그여자는 저 레지들이 그여자와 그가나누는 말을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여자는 우산을 받아 들고 허겁지겁 그다방을 나 왔 다. 이번에는 그가 그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 가서 차분히 쉬십시오. 이런 행동은 서로를 위해 도움이되지 않아요."그가 어눌하게 말했다. 그여자가 우산을 폈다. 아까 바로 잡았던 그 우산살이 구부러진 채로 우산이 펴졌다. 하 지만 그여자는 이번에는 구부러진 우산살을 힘들여 펴지 않았다.그와 그여자 는 나란 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담뱃불을 붙이느라 멈추어 섰을때 그여자 가 그보다 몇 걸음 앞에서 기다렸다. 불꽃이 사그라진 성냥을 비오는 거리에 버리고 그의 시선이 문득 그여자의 다리에 가서 멎었다. 튀어오른 흙탕물이 말 라붙은 스타킹 이었다. 그여자는 어서 그가 다가와 자신의 옆자리에 서주기를 기도했다. 자신의 온 생애를 걸고라도 맹세하건대 그 흙탕물이 튀어오른 흉 한 종아리만은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신은 가끔은 은총을 베풀어 기도 에 응답하기도 하는지 그 는 더 이상은 그 종아리에 시선을 두지 않았다. 그여 자는 누구에겐가로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하지만그여자가 감사의 기도를 올리 고 있는 동안 그는 큰길 거리 에서 달려오는 차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손을 번쩍 들었다. 언제나 그여자에게는 힘겹게도 잡히지 않던 택시가 왜 그날따라 그렇게 빨리 잡히는 것일까.하늘색 택시가 그에게 와서 멎었다. "어서 가십시오."택시문을 열고 그가 그여자에게 말했다. 그여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여자에게는 이제 택 시비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그는 모르고 있었다. "갈거요,안 갈 거요?" 택시 기사가 두 사람을 기웃거리면서 큰소리로 투덜거렸다. 그가 어서 가라는 표정으 로 다시 그여자를 바라보았지만 그 여자는 굳어버린 것 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 다. 택시 기사는 몹시 재수가 없다는 듯 거칠게 차를 출발시켰다. 그 서슬에 택 시문을 잡고 서 있던 그가 휘청거렸고 흙탕물이 그의 베이지색 바 지 밑단에도 튀어올랐다. 그는 정말 화가 난 것 같았다. 각진 턱의 뼈가 욱신거리고 있는 것만 보아도 틀림없었다. 그여자는 그가 화를 낼때 어떤 표 정과 몸짓을 하는지 너무 많이 알고 있었다. 그여자는 그가 화를 내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그여자는 그대로 자리에 서 있었다.그는 피우고 있던 담배를 빗 속에 버리면서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이러시면 제가." 그남자는 몸을 돌 렸다. 굳어있던 여자의 몸이 움찔거렸다. "아니요, 저기 잠깐만, 잠깐만요..." 그 여자의 굳은 몸은 이제 그여자 의 통제에 잘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를 향해 급히 몸을 돌려 한걸음을 내딛 다가 그여자는 그만 빗길에서 엎어지고 말았 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넘어지는 여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는 스타킹뿐만 이 아니라 온몸이 구정물에 젖어 버린 것이다. 그여자는 바보처럼 시익 웃으며 제 턱에 묻은 흙탕물을 닦아내며 일어섰다. 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길거 리를 향해 손을 들었고 하필이면 아주 빠른 속도로 택시가 와서 섰다. 그여자 는 그가 탄 택시가, 다른 택시와 버스 들 그리고 트럭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 까지 거기에 서 있었다. 그리고는 아까 넘어졌을 때 그 여자가 놓쳐버린 우 산을 돌아보았다. 부러진 우산은 뒤집어진 채로 비를 맞고 있었다. 여자는 허리 를 굽혀 우산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그여자 의 내장들이 출렁거렸다. 그여자는 한손에 검은 비닐에 싸인 청주병을 아직도 든 채로 배를 움켜쥐었다. "아니 꼴이 왜 그러우..." 비가 그치자마자 젖은 빨래 를 다시 널고 있던 안집 여자가 그여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넘어졌수?" 안 집 여자는 빨래를 소리나게 탁 탁 털면서 물었다. 그여자는 그제서야 제몰골을 내려다보았다. 가슴에서부터 스커트까지 고동색 흙탕물 얼룩이 묻어 있었다. 그 여자는 안집여자를 바라다 보며 자기도 모르게 까르르 웃었다.영문을 모르긴 하겠지만 우습다는 듯 안집 여자도 따라 웃었다. 여자는 웃음을 그치지 않은채 자물쇠를 따고 제방으로 통하는 부엌문을 열었다. 부엌 위에는 언제 차려놓은 것 인지 식어버린 밥상이 색동상보를 쓰고 놓여 있었다. 그여자는 부뚜막에 걸터앉아 색동상보를 걷어냈 다. 말라버린 김치와 말라버린 밥 반공기 그리고 말라버린 갈치조림이 놓여 있 었다. 그여자는 숟갈을 들어 밥을 한 숟갈 입에 밀어 넣었다. 마른 밥알들이 여자의 입에서 오드득거렸다. 그여자는 검은 비닐봉지에 든 청 주를 꺼내고 그것을 따라 밥뚜껑에 가득 따라마셨다. 그여자는 그렇게 남은밥을 다먹고 그릇들을 설거지통에 와르르 부어놓고는 방으로 들어섰다. 연탄은 언제 꺼졌는지 방은 냉랭했다.그여자는 스위치를 올렸다. 밝은 빛에 그여자의 방 안이 환해졌다. 커피잔과 재떨이 그리고 돌돌 벗겨진 양말들. 그여자는 그것들을 대충 치우다 전구를 올려다 보았다. 원래 그여자가 이집에 이사왔을 때 거기엔 형광 등이 달려 있었다. -형광등은 너무 늦게 들어와. 스위치를 켜면 한순간도 지체하 지 않고 당신의 얼굴을 보고 싶어. 백열전구는 그렇게 말하는 그가 갈아준 것이 었다. 그여자는 양말짝을 치우다 말고 양말을 손에 든 채로 벽에 기대앉았다. - 비가 오는 날 저녁에 말이에요. 밖은 어둡고 비가 오니까 오실오실 추워요. 아마 늦가을 아니면 초겨울일지도 몰라요... 저녁이 빨리 내리는 것이 예민하게 느껴 지는 계절에 말이에요. 나는 식탁위에 노란 백열등을 밝히고 상을 차려요, 반짝 반짝한 은수저를 놓고 김치를 썰어놓고 국을 데우고 시금치를 무치고. 당신이 들어서면 낮잠 자는 아이를 깨워서 식탁에 앉히죠. 프라이팬에 든 갈치는 불을 작게 해서 노릇노릇하게 만들었다가 당신이 손을 씻고 식탁에 앉으면 그때 상에 올리는 거예요. 그냄새를 한번생각해 봐요. 떨어져 뒹구는 낙엽냄새가 비에 섞 이 고, 아이에게선 나른한 낮잠 냄새가 나고 내가 받아 거는 당신의 외투에서는 바 람의 냄새가 나지요. 게다가 고소한 갈치 냄새... 그리고요? 그리고는 식탁에 둘 러앉는 거예요...그렇게 밥을 먹는거...무슨 꿈이 고작 그거냐구요?... 모르겠어 요... 내가 일평생 바랐던 건 이런 저녁이에요... 좋지 않아요? 식구들이 둘러앉아서 따뜻한 밥을 먹는것... 그때 그여자는 수줍게 웃었었다. 생각하는 지금 그여자의 입가에도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번지던 미소는 차츰 사라지고 여자는 천천히 일어섰다.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방구석에 처박힌 간이 의자를 가져다가 여자는 그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는 백열전구의 알을 돌렸다. 불을 켠지 몇 분 지나지 않았지만 백열전구는 벌써 뜨거웠다. 그여자는 블라우스의 소맷자락을 잡아당 겨 손가락을 감싼채로 전구를 돌렸다.전구가 헐거워졌다고 느꼈을 때 불이 꺼 졌고 뜨거운 감각이 오는 순간 그여자는 손을 떼었다. 어둠이 화악 방안을 덮 치면서 전구는 방바닥으로내려 꽂어 산산이 부서졌다. 의자위에 서있던 그여자 는 언뜻 미소까지 머금고 방바닥으로 내려서서 쓰레기통을 집어들었다. 그여 자는 깨진파 편들을 하나하나 집어넣다 말고 무슨 생각이 난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여자는 부엌으로 나가서 개수통 한곁에 놓인 대야에 물을 퍼담았다. 물이 찬 대야를 들려고 하는데 대야밑에 숨었던 지렁이가 한 마리 보였다. 그여자는 대야를 내려놓고 쭈그려 앉아 그 지렁이를 바라보았다. 사람의 기척을 느낀 것 일까. 지렁이는 반쯤 몸을 비틀다 말고 죽은 듯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어린 시절이었던가.비가그치면 화단에지렁이들이 기어나오곤 했었다. 짓궂은 동네 아이들이 굵은 소금을 가져다가 그지렁이에 뿌리면 지렁이는 온몸을 비틀 어 몸부림쳤다. 하지만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소금의 염기는 죽음의 살기로 변 해 지렁이의 온몸을 뚫고 들어갔고 지렁이는 그렇게 부질없는 몸부림을 계속 하다가 분홍색으로 탈색되어 퉁퉁 불어터진 온몸을 쭉 뻗고 늘어져 죽었다. 그 여자는 발로 지렁이를 조금 건드려 보았다. 지렁이는 조금 꿈틀거렸다. 그 여자의 눈이 이상한 광채로 빛나기 시작했다. 이 세상 어딘가에.그여자가 가보지 못한 어딘가에라도 그여자보다 더못한 것이 하나쯤 존재했으면 하는 마음이었 다. 지렁이로 태어난 것이 업보라면 비그친 후에 제 살던 곳으로 재빨리 몸을 숨기지 못한 것은 치명적인 실수라고 그여자는 생각했다. 죽은척 널브러져 있는 다 해도, 그 붉은 마디마디 킁킁거리는 생명의 약동을 숨가쁘게숨기고 있는다 해도 이미 구원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무엇이, 비록 그것이 미물이라 하더 라도 하나쯤은 존재해야 할 것 같았다. 그여자는 악의에 반짝이는 눈빛으로 찬 장문을 열고 소금 단지에 손을 넣었다. 하얀 악의 가루가 지렁이의 몸뚱이 위에 눈처럼 퍼부어졌다. 그 죽음의 순간에 이르러 사실은 자신이 살아있었다는 것을 자각이라도 한 듯 지렁이는 힘차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그여자는 손바닥을 마 주쳐 탁탁 털면서 지렁이가 퉁퉁 불어 연분홍색 주검으로 변해있었 다.그리고이제는그여자의차례였다. 물이 가득 담긴 대야를 들고 방으로 들어온 그여자는 쓰레기통을 뒤져 제법 큰 유리파편을 하나 건져냈다. 그 여자는 그파편을 손가락에 낀채 다른 손가 락으로 손목 안쪽의 힘줄을 더듬었다. 그리고는 입술을 앙다물고 그힘줄이 가장 빳빳하게 일어선 부분에 유리파편을 힘껏그었다. 일직선의 상처위로 피가 몽 글 몽글 배어나왔다. 그여자는 마치 제피가 붉은 것이 신기하기라도 한 것처럼 손 목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나 붉은 피는 한줄기 가느다랗게 선을 그리며 떨 어졌 을 뿐 곧 잦아들고 말았다. 여자는 일직선의 제 상처를 더 눌러보았다. 피 가 조 금 더솟아나왔을뿐 그것으로 또 끝이었다. 시큰거리는 아픔만이 선명할 뿐이었 다. 그여자는 급히 다른 유리조각을 찾아냈고 이번에는 손목을 보지도 않고 유 리조각을 찔러 넣었다. 이번에는 깊이 찔리는 느낌이 왔다. 그 여자 는 환희에 찬 얼굴로 제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뭉클뭉클거리며 피가 솟아나고 있었다. 그여 자는 방 안에 피가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제 손목을 물이 가득 찬 대야에 넣었다. 무엇인가가 제 몸속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여자는 한손목을 대야에 담근채 이렇게 반듯이 누워서그느낌을 즐기고 있었다. 그 여자는 붉은 피가 제 몸속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좋았다. 팔할은 상처로 만들 어졌던 그붉은피들이 빠 져나가 이제 자신은 아주 작고 가볍게 될거라는 상상 을 했다. 그러자 그여자의 눈이졸린듯이 스르르 감겼다. 그여자는 버림을 받았고 이제 그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 피가 다빠져나가고나 면 이제 그여자는 더 이상 버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거절당하고 문이닫히 고 빗장이 채워지는 그소리를 더는 듣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러자 그여자의 귓가에 그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싸락눈 뿌리던 그어느날, 만일 시간이 가고 다시 오지않는 것이라면 아마도 오래전 어느날, 하지만 시간이 꼭 한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그 여자에게는 방금 전이었을지도 모르는 어느 날, 서울에서 특별히 모셔왔다는 큰 무당패들이 치던 장구와 무징 그리고 바라 소리, 열 살배기 여자는 그소리에 끌리듯 그집으로 달려갔었다. 당당당당 당당당당 쟁쟁쟁쟁 쟁쟁쟁쟁. 덩다꿍 따따 덩다꿍 따따. -상처받지 말아라. 너무 크게는 상처받지 말아라. 그것은 오색빛 꽃을 수놓은 고깔을 쓴 무당이 열 살배기 그여자에게 한 말이 었던가. 아까 그가 떠난 후부터 출렁출렁거리던 그여자의 내장이 그제서야 조용 히 잦아들었다. 불꺼진 방안에 누워 죽음으로 떠나는 그여자는 삼십년 일생을 통틀어 한 번도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이루말할 수 없는 평화를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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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 하고 갑니다
잘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