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시는 아버님! 아니 갈래야 아니 갈 수 없는 외로운 복귀노정에서, 타락으로 말미암은 운명의 짐을 도맡아 지고 갈 자 과연 누구이옵니까? 일찍이 인간시조의 타락으로 아버지께서 한을 품으시게 되었고, 인간들의 마음 마음에도 원한이 남아지게 되었으며,
유대민족의 불신의 죄악사로 인해 이 원한은 세계에까지 미쳐지게 되었음을 아옵니다.
이렇게 원한의 호소가 하늘땅에 사무쳐 있는 이때에 저희들이 나아갈 길을 아버님께서 열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아버님께서 인도하시는 길을 가기 위해서는 먼저 저희의 생명이 안식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되겠사옵고,
그런 다음에는 저희들의 몸 마음이 당신의 안식처가 되어야 하겠사오며,
그리하여 저희가 바라는 아버지의 사랑이 저희의 몸 마음에 깃들어야 될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긍휼의 아버님이시여, 사랑의 아버님이시여, 인자하신 아버님이시여,
저희들 가운데 임재하시어서 당신의 뜻을 나타내시기 위하여 수고하시는 나의 아버님이시여!
저희들 더럽혀지고 상처난 몸 마음을 그냥 그대로 지니고 면목없이 아버지의 무릎 앞에 나왔사오니, 용납하여 주시옵소서.
아버님께서 저희를 용납해 주시지 아니하시고 저희의 나아갈 바의 표준이 되어 주시기 않는다면 저희들 같이 불쌍한 자가 없나이다. 아버님이시여! 저희들에게는 영원한 이상도 아버님이었고, 영원한 소망도 아버님이었사옵고, 영원한 생명도 아버님이었사오니,
오늘의 저희들이 처한 사정을 아시고 저희들이 소원하는 모든 뜻을 아시는 아버님, 친히 저희에게 나타나시어서 주관해 주시지 않으면 안 되겠나이다. 먼저 아버님의 주관을 받을 수 있는 본성적이고 본질적인 요소를 갖춘 저희들이 되어 분부하시는 말씀과 역사(役事)하심 속에 몸 마음이 사로잡힐 수 있게 허락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당신의 영광 앞에 아니 굴복할래야 아니 굴복할 수 없는 아버님의 직접적인 능력의 역사가 나타날 수 있게 하여 주옵소서.
또, 전체의 몸 마음을 주관하시어 당신이 용납하실 수 없는 죄악의 뿌리를 저희들에게서 제거해 주시옵기를, 사랑하는 아버님,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사망의 물결이 저희를 휩쓸려고 하오니, 이 모든 것을 저지시켜 주시옵소서. 또, 저희들에게 사무친 사적인 원한이 있다면 제거하여 주시옵소서.
자기를 중심삼은 어떠한 마음과 뜻과 관념과 주의주장(主義主張)이 남아 있사옵니까?
아버님이시여, 능력의 실체로서 나타나 오로지 아버님만이 주관주장하셔서 전체의 마음을 다시 빚어 아버님의 형상을 닮은 저희들이 될 수 있게 허락하여 주시옵길 간절히 부탁드리면서,
주의 이름으로 기도하였사옵나이다. 아멘. (1957. 3.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