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경산시 하양읍으로 가는 대로는 예전부터 넓었다. 지하철 1호선 종점인 안심역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10여분 가면 하양이다. 내려서 다시 갈아타는 게 다소 불편하다. 난 이 길을 30년간 거의 매일 다니다시피 했었다. 대학촌이라 불릴 정도로 이곳에는 대학이 모여있다. 난 젊은 시절 이곳의 이 대학 저 대학을 옮겨 다니면서 강의했다.
하양으로 가는 길은 금호강(琴湖江)을 끼고 있어 물고기가 많이 잡혀 인근에 매운탕 집이 많았었다. 강의 이름은 강 옆 구릉지의 갈대가 바람에 흔들릴 때 마치 비파와 같은 아름다운 소리가 나며, 물 흐름이 급하지 않고 호수처럼 맑고 잔잔하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참 예쁜 이름이다.
하양에 다다를 때쯤이면 낮은 구릉인 물띠미란 곳이 있었다. 유명한 매운탕 집이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카페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카페도 문을 닫았다. 이 지역은 차로 스켜지나가는 곳이라 손님이 많지 않을 거로 추정된다. 편리해진 교통 때문에 옛 명성이 사라졌다.
지난 4월 14일(일) 친구 배소장이 영천시 화남에 현장 감정을 간다고 해서 따라나섰다. 친구는 이 일을 근 30년째 해오고 있다. 대구 봉덕동 내외건축(주) 대표 건축사다. 법원에서 의뢰를 받아 건축현장에 가 감정을 한다. 건물을 짓다가 건물주와 건물을 짓는 사람 사이에 법적 분쟁이 일어난다. 그럴 경우 대구법원의 의뢰를 받아 감정한다.
현장으로 가던 중 점심 먹으러 하양 중남식당에 들렀다. 마침 하양장날이다. 식당 이름을 들으면 중국집 같다. 한정식집이다. 60년 전통의 노포다. 두 분 할머니가 하고 있다. 이 집은 손님이 음식 쟁반을 날라야 하고, 먹고 나면 몇 겹으로 상에 쌓아 놓은 비닐 한 겹을 벗겨내어 다음 손님이 먹도록 깨끗하게 해 놓아야 한다. 일체 리필은 없다. 옛집이라 고개를 숙이지 않고선 방에 들어갈 수 없다. 겸손 안 하면 밥을 못 먹는다.
반찬이 거의 서른 가지다. 그렇다고 어느 하나 허튼 게 없다. 갈치, 올갱이국, 작은 게를 넣어 끓인 국, 굴젓 그리고 쟁반에 다 담지 못해 뒤따라 나오는 돼지고기와 두부조림 등. 12,000원이다. 처음 오는 분은 가짓수에 놀라지만 하나하나 보면 어느 하나 남길 수 있는 게 없다. 양이 많은 대신 질이 좋지 않을 거란 편견은 싹 사라진다.
오랜만에 하양으로 오면서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걸 실감한다. 대구 지하철 1호선 종점인 안심역이 올해 말이면 하양까지 연장된다. 지하철이 연장되면서 대구한의대병원역―부호경일대호산대역―하양가톨릭대학역이 새로 생긴다.
몇 달 전 하양 어느 식당에서 국밥을 먹는데, 사장님이 혼자 중얼거린다. ‘뭐 할라꼬 곰바운지 나발인지 만들어 가꼬 장사 다 망하게 하노?’ 요지는 현대식 공설시장 곰바우시장을 만드는 바람에 주변 식당 장사가 안된다는 거다. 곰바우 시장 안에서 장사하는 사람의 말은 다를 것이다.
저잣거리에 임금이 변복하고 나왔다. 한 가게에 들어가 나라님 누구요? 하고 묻자, 이만큼 잘 살게 해주는 데 굳이 이름을 왜 아노? 하고 되묻는다. 다른 가게에 들어가 물으니 이름을 똑똑히 대면서 임금 욕을 해댄다.
우리보다 더 정치적인 국민이 있을까? 정치적인 게 나쁠 건 없다. 요순시대처럼 나라님 이름조차 알 필요 없이 살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정치적인 건 역설적으로 정치가 잘못되고 있는 게 아닐까?
며칠 전 빠진 어금니가 문제없을 땐, 있는 것조차 몰랐다. 빠지고 나서야 알았다. 그게 있었다는 걸. 무위(無爲)의 정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억지로 하지 않는 것이다. 현금의 대한민국 정치가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 ‘큰 나라를 다스리는 건 작은 생선 꿉는 것과 같다’는 노자의 말을 한 번쯤 되새김질해야 하는 이유다.
첫댓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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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요순시대와 같은
무위의 정치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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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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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