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한 봄기운속 이른바 "웰빙 투어"를 떠올릴 수 있는 여행지로는 전북 고창을 꼽을 수 있다. 특히 4월초 개나리, 목련, 벚꽃 등 화사한 봄꽃이 다투어 피어 오르고, 따사로운 봄볕에 성큼 자라난 보리가 대지위에 넘실댈 즈음 고창은 매력 넘치는 여행명소로 거듭난다. 선홍빛 고운 동백이 압권인 선운사며, 벚꽃 흐드러지게 피어오른 모양성, 그리고 청동기시대의 거대 지석묘 군락지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거기에 풍천장어와 복분자주 등 고장의 특미, 그리고 동리 신재효에서 김소희로 이어지는 판소리 풍류와 미당 서정주의 "질마재 신화" 등 문학적 체취까지 넘쳐 흐른다.
고창의 봄을 느끼기에는 20만평 규모의 광활한 대지에 펼쳐진 공음면 학원농장 보리밭을 꼽을 수 있다. 10여년 전 대기업 임원직을 박차고 귀농, 농삿꾼으로 변신한 진영호씨의 땀냄새가 밴 공간이다. 숱한 시행착오끝에 싱그러운 전원의 목가적 풍광을 일궈냈다. 해남, 영암 등 보리밭이 이른 봄소식을 담아낸다면 학원농장의 것은 장대한 스케일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푸르름이 끝간데 없이 펼쳐져 이국적 정취마저 느껴진다. 보리밭에는 산책코스를 설치해둬 울긋불긋 차려 입은 아이들이 맘껏 뛰놀며 동심을 발산하고 있다. 초록의 지평선이 황금물결로 변하면 그 자리에는 가을의 전령사 하얀 메밀이 대신한다. 마치 굵은 왕소금을 흩뿌려 놓은듯 대지는 온통 하얀 메밀꽃 천지로 뒤덮인다. 고창의 전통적 봄내음은 선홍빛 고운 자태를 자랑하는 선운사 동백숲에서 피어 오른다. 동백은 대웅전 뒤뜰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데, 봄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가람 뒤편의 호젓한 오솔길의 것이 더 곱고 운치가 있다. 4월의 선운사는 동백꽃 말고도 진입로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며, 봄햇살에 유난히 반짝이는 차밭, 그리고 경내 곳곳에 핀 수선화, 목련 등 봄꽃이 더 큰 볼거리가 된다. 특히 "선운사~도솔암"에 이르는 산책로 또한 산사의 고적함을 한껏 맛볼 수 있는 트레킹 코스이다. 고창에서 벚꽃의 자태가 빼어난 곳으로는 일명 "모양성"으로도 불리는 "고창읍성"을 꼽을 수 있다. "수원화성" 못지 않은 빼어난 건축미를 지닌 성곽(둘레 1684m 높이 4~6m, 면적 5만172평) 곳곳에 봄꽃이 만발하며, 특히 맹종죽 대밭, 아름드리 솔숲은 삼림욕에 그만이다. 요즘 모양성에는 이색 문화유산해설사가 활약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인 남편을 둔 일본인 스즈키료코씨(여ㆍ43)는 조선 단종 원년(1453년)에 "왜침"을 막기 위해 축조했던 고창읍성에서 일본-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읍성의 유래 등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대표적 볼거리로는 청동기시대 유적, 지석묘 군락지를 들 수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지정된 세계적 규모의 지석묘군락 등 곳곳에 장구한 세월의 자취가 산재해 있다. 특히 섬틀봉과 고창천이 배산임수의 지형을 이루고 있는 고창읍 죽림리 산기슭에는 400여기 이상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자락은 선사시대의 거대한 공동묘지에 다름 없는 곳으로 지석묘 상판 채석장이 있는 산중턱에서 산아래까지 쌓여있는 거대 돌덩이를 어떻게 운반했을지 여러 궁금증을 자아낸다. 인근 도산마을에는 칼도마 형태의 국내 대표적 북방식 지석묘도 자리하고 있다. 의식이 흡족하면 풍류를 생각케 된다. 고창은 곡창 호남평야를 배경으로 문화가 꽃핀 곳이다. 고을 곳곳에 천석꾼, 만석꾼이 있어 이들의 풍류가 가풍(家風)을 낳고, 이것이 서민 문화와 결합, 독특한 고창의 문화를 형성시켜 온 셈이다. 동리 신재효에서 김소희로 이어지는 판소리의 맥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고창읍성 인근에는 판소리 여섯마당의 체계를 세우고 독특한 창법으로 판소리 사설문학을 집대성한 신재효선생의 초가(1850년 건립)가 목련, 개나리 등 봄꽃과 어우러져 객들을 맞고 있다. 명창 김소희 등 최고의 소리꾼들이 배출되는 터전이다. 한국의 대문호 미당 서정주가 나고 자란 곳 또한 고창이다. 신재효의 풍류가 "한국의 보들레르" 서정주에 이르러 선운사의 화려한 동백꽃처럼 활짝 꽃을 피우게 된 셈이다. 부안면 선운리 미당의 생가마을에는 유년기 고향 마을 사람과 풍속을 산문 양식의 글에 담아낸 시집 "질마재신화"의 추억도 더듬을 수 있다. 수년 전 선운리 폐교에 건축가 김원씨가 설계해 마련한 미당문학관 전망대가 회상의 명소이다. 지금은 아스팔트 포장길로 변했지만 굽이치는 질마재 고갯길이며, 선운리 앞바다, 생가마을 등을 한눈에 굽어 볼 수 있다. < 고창=글ㆍ사진 김형우 기자 hwkim@>
"장어"와 "복분자" 등 음식궁합이 곧잘 맞는 먹을거리가 있다. 선운사 어귀에 장어구이집이 밀집돼 있으며, 읍내에 반 자연산 "갯벌 풍천장어"를 요리하는 집으로는 우진회관(063-564-0101), 용궁회관(063-562-6464) 등 단 2곳이 지정돼 있다. 갯벌 풍천장어는 다자란 양식장어를 서해바닷물이 올라오는 선운산 어귀 인천강(일명 풍천)에 6개월 정도 가둬 순치과정을 거친 것으로, 일반 양식장어에 비해 담백하고 쫄깃한 육질이 특징이다. 1인분 1만3000원,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선운사 IC / 고창 IC~고창읍~선운사.출:스포츠조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