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주목하는 K-푸드의 유래와 과학적 가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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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5월 28일(화)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은 ‘K-푸드 유래와 과학적 가치’를 주제로 제21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를 개최했다. (사진: KOFST) |
전 세계적으로 K-푸드의 인기가 뜨겁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식 또한 큰 주목을 받고 있으며, 맛뿐만 아니라 건강과 영양성분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은 5월 28일 ‘K-푸드 유래와 과학적 가치’라는 주제로 ‘제21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를 열고, K-푸드의 탄생과 발전 역사, 그리고 영양학적 우수성 등을 인문학적 관점과 과학적 근거를 중심으로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식의 탄생, 자연과 우연의 조화
토크라운지 첫 순서로 권대영 음식문화과학원 원장이 ‘K-푸드의 탄생과 과학’을 주제로 강연했다. 한식을 맛있게 먹는 4대 요소는 밥맛, 반찬, 김치, 장이다. 특히 다양한 선택을 보장하는 반찬에 대해 권 원장은 “우리나라 산림에서 풀이 다양하게 나오니까 그것으로 반찬을 만들었다”며 “반찬은 모양과 색깔만 봐도 입맛이 돋아야 하고, 간이 맞아야 한다. 고추, 파, 마늘, 생강 등 양념이 고유의 복합미로 맛을 내고, 국은 마시면 시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치의 탄생에 대해 권 원장은 세렌디피티(serendipity), 즉 ‘우연한 발견과 그의 지혜화'라고 말했다. 양념이 만들어지니 맛있는 무침이 만들어졌고, 양념으로 무치다 보니 맛이 있었다. 먹다 보니 남는 경우가 많아졌고, 나중에 먹어도 배탈이 나지 않고 오히려 더 맛있었다. 이런 우연한 발견이 김치를 탄생시켰고, 이렇게 저장 문제가 해결되니 일부러 많이 담가 놓게 되었으며, 이것이 바로 김장이 되었다는 것이 권 원장의 설명이다.
장도 마찬가지다. 콩이 있는 우리나라는 자연 발생적으로 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권 원장은 “중국의 황하, 양자강 유역에는 콩이 없기 때문에 거기에서 장이 만들어져서 우리나라에 전해졌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옛날 문헌에 보면 삶은 콩을 시(豉)라고 하는데, 말리지 않은 것은 청국장이고 말린 것은 메주가 된다. 메주로부터 간장과 된장을 만들고, 메주에 고춧가루를 첨가하면 고추장이 된다. 우리의 모든 발효는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뤄지는 세렌디피티이기 때문에 다른 농경문화에서는 나타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K-푸드는 무엇인가. 권 원장은 “전통 한식의 밥상이 전체로, 구성 요소 몇 가지가 융합 또는 단독으로 시장화되어가는 과정을 거친 음식”이라고 K-푸드를 정의하면서 “이것은 장터의 주막 등으로 고려 시대부터 발전했고, 이후 전체 밥상 형태로 접대하는 밥집으로 식당화 되었고, 국밥과 국수, 설렁탕 등 한 끼 음식으로 시장화되었다. 특히 한국전쟁에서 피난민의 생계 수단과 산업화 등으로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하면서 더 발달하게 되었다”며 “이런 한국 음식이 K-드라마, K-팝 등 한류 문화를 타고 K-푸드로 글로벌화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권 원장은 “세계 음식 발달은 그 지역의 농산물을 어떻게 먹고 사느냐, 얼마나 맛있게 먹느냐에 따라 고유의 음식으로 탄생했다. 이처럼 음식의 탄생은 다른 지역에서 기술이 들어와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한식도 우리나라 풍토와 환경 등 지역적 특성에 맞춰 고유의 음식들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러한 과학을 모르니까 김치가 파오차이에서 유래됐고, 고추가 임진왜란 때 들어왔고, 청국장은 청나라 때 만들어졌으며 닭도리탕이 일본말이라는 오류들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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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대영 음식문화과학원 원장이 ‘K-푸드의 탄생과 과학’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KOFST, 클릭 시 이동) |
전통 발효 식품, 오명 씻기 위한 연구 필요해
두 번째 순서로 차연수 전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K-푸드의 건강 효과: 코리안 패러독스의 과학적 설명’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중해 식사와 비교하며 K-푸드의 우수성을 밝혔다. 차 교수는 “지중해식은 통밀빵, 시리얼, 파스타와 같이 전곡을 많이 섭취하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 콩류와 견과류 등을 즐겨 먹으며 올리브유와 와인을 섭취하는데 K-푸드도 패턴이 유사하다”며 “K푸드는 곡류 위주의 주식과 계절마다 다양한 채소와 김치를 섭취하며 발효식품으로 콩류를, 들기름과 참기름, 막걸리 등을 섭취한다”고 소개했다.
K-푸드는 과학에 기초한 영양을 고루 갖췄다. 그 대표적 예가 균형 잡힌 식사, 다채로운 재료의 비비밥, 높은 영양 밀도, 그리고 소화와 영양소 흡수율도 높은 나물이다. 차 교수는 “고혈압과 당뇨 환자에게 밥, 국, 반찬 3개로 구성된 3첩 반상을 제공했더니 일상식 섭취보다 치료 효과가 뛰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K-푸드의 큰 걸림돌은 발효음식에 고함량된 소금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발효 식품들이 고염 식품으로 지목되면서 이들 식품에 대한 섭취량을 제한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차 교수는 “동물 연구에서 고함량의 소금을 섭취한 대조군 대비 동일 함량의 소금이 함유된 고추장과 된장을 섭취한 비교군에서 비만, 고혈압 및 고지혈증 개선 효과가 확인되었다”며 “한국 전통 장류 섭취는 그 식재료와 발효 과정 중에 생성되는 생리활성물질 등에 의해 나트륨 체내 혈압조절 기전, 관련 유전자 발현 및 체외 배설이 조절되어 순수 소금 섭취와 다르게 정상혈압을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차 교수는 “프랑스인들이 식사와 함께 곁들이는 적포도주 속 생리활성물질이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는 다수의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를 프렌치 패러독스라고 하며, 프랑스인의 건강비결로 여겨지고 있다”며 “한국인도 소급 섭취량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낮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어 이는 프렌치 패러독스와 견줄 수 있는 코리안 패러독스라고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차 교수는 “하루빨리 ‘전통 발효 식품이 고혈압 등의 질환 발병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씻어야 한다”며 “전통 발효 식품에 함유된 고염분과 질병 유병률 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순수 소금으로 짠맛을 내는 ‘비발효식품’과 소금 첨가 후 발효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발효식품’의 가치평가 척도를 과학적 근거를 통해 차별화해야만 우리 전통 발효식품의 우수성이 국제적으로 올바르게 평가받고, K-푸드의 진정한 세계화가 달성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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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연수 전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K-푸드의 건강 효과: 코리안 패러독스의 과학적 설명’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KOFST, 클릭 시 이동) |
K-푸드의 연구 부족, 전 분야 협력이 절실
강연 후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김치의 유래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이것을 역사적, 영양학적으로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대해 권대영 원장은 “일본이 우리 김치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자극적이지 않고 연하게 만든 것을 기무치라고 하는데 그것은 발효식품이 아니라 일본식 전통 채소 절임과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김치와 전혀 다르다”며 “수만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과학적으로 고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추가 임진왜란 때 들어왔다는 잘못된 통설로 김치에 고춧가루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중국의 파오차이가 김치의 원조라고 역사를 왜곡한다. 하지만 김치는 단순히 절임 채소가 아니라 양념한 채소가 발효된 것이다. 그러니 파오차이와 김치는 전혀 다른 음식”이라고 답했다.
또한, K-푸드와 관련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차연수 교수는 “2005년부터 한식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집중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지중해식 관련 연구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역사학자, 식문화 전문가, 정부, 산업체까지 1962년부터 꾸준히 협업하며 논문을 내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K-푸드는 아직 그런 논문과 연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장 담그기 문화나 비빔밥 같은 K-푸드를 유네스코에 등재할 수 있도록 연구를 해야 한다. K-푸드는 지중해식보다 더 많은 우수성을 가지고 있으며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보존성이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과학적 연구뿐만 아니라 역사, 문화 등 전 분야가 협업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