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죠. 놀라운 일이고요. 방송대 총장이라면 서울대 출신이었는데, 보잘것없고 농사짓던 방송대 출신이 선거에서 압도적 1위를 했으니…."
배우 김수로씨와 유해진씨를 섞어놓은 듯해서 류수노(58) 방송대 교수를 보는 순간 친숙해졌다.
그는 얼마 전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선거에서 1위를 했다. 2위와의 표차가 컸다. 이제 대통령의 최종 재가만 남겨놓은 상태다.
방송대는 국내 대학에서 학생·동문 수가 가장 많다. 총 졸업생이 58만명, 해마다 2만4000명씩 배출된다. 재학 중인 현역 국회의원이 14명이다. 5급 이상 공무원들의 출신 대학 비율에서 방송대가 1위다.
- 류수노 교수는 “영양 덩어리인 쌀눈과 껍질을 깎아낸 백미는 단지 탄수화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조인원 기자
이런 방송대의 총장에 뽑힌 그의 이력이 흥미롭다. 검정고시를 해서 방송대에 들어갔고, 방송대 졸업생 중에서 처음으로 방송대 교수가 됐다. 농업 관련 연구논문을 123편이나 썼다. '슈퍼쌀'을 개발해 '쌀박사'로 불린다.
"충남 논산의 농사짓는 집안에서 6남4녀의 여덟째, 아들로는 다섯째로 출생했어요. 위로 형들은 고향을 떠나 대학을 다녔어요. 아버지가 저를 소위 '후계자'로 찍은 거예요. 중학교 졸업 뒤로 아버지와 함께 집안 농사를 다 맡은 거죠."
―형들은 다 대학 보내주고, 본인에게는 농사일을 시키니 그 나이에 원망과 불만이 있었겠는데요.
"농사일이 체질에 잘 맞았어요. 지게 지고 소 꼴도 베고, 밭과 야산에 과실수도 많이 심었어요. 형들은 미안해서인지 '공부해 보면 재미없고 힘만 든다. 집안 농사를 물려받는 게 앞으로 더 나을 수 있다'고 했어요. 그렇게 말 안 해도 '나만 왜 공부를 안 시켜주느냐'는 불만이 없었어요."
하지만 군에 입대해서 자신의 장래를 생각하게 됐다. 제대 후 그는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쳤고, 이어 9급 공무원 시험에도 붙었다. 지방 공무원이 된 것이다. 다시 승진시험으로 7급이 돼 경북도청으로 발령났다. 1982년 4년제 학사 과정이 만들어진 방송대에도 입학했다. 이런 '변신'에 부친은 당혹했다고 한다.
"방송에서 개그맨이 그랬던 것처럼 '그러면 소는 누가 키우나'와 비슷했던 거죠. 집안을 지키고 농사를 이을 걸로 여겼던 아들이 떠났으니까요. 많이 섭섭했겠지요. 아버지는 의식적으로 공무원인 저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부친이 돌아가실 때 임종을 지킨 아들은 그였다.
"형들 몫의 유산은 그전에 이미 정리됐고, 나머지 유산 분배를 제게 맡겼어요. 집안 재산을 정리하면서 제 몫은 갖지 않았어요. 형들 중에는 '집안 농사를 맡았던 여덟째에게 우리 유산을 모아 돌려주자'는 말이 나왔지만요. 그때는 미혼이었고 재산 욕심이 없었어요."
그는 5급 기술고시에 도전했다. 2차 면접까지 갔지만 '검정고시·방송대' 학력 때문에 밀렸다고 한다. 몇 번 낙방하자 공무원을 그만두고 충남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그런 뒤 농촌진흥청의 연구사로 들어갔다.
"여기서 '참깨'로 제가 빛을 봤어요."
―참깨로 빛을 보다니요?
"참기름은 오래돼도 잘 상하지 않아요. 참깨 속에 '리그난'이라는 노화 억제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죠. 이 물질을 분리 추출해 세계 최초 특허를 냈어요. 처음으로 9시 TV뉴스에도 나왔어요. "
―노화 억제라면… 참깨를 먹으면 덜 늙겠군요.
"바로 그렇지요. 미국에서 발표한 '인류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식품 40가지'에 참깨가 들어가 있어요. 노화와 암 예방에 좋다는 거죠. 호흡하고 남은 유해산소(활성산소)를 빨아들이는 데 효능이 탁월하죠."
―식재료든 약재든 간에 걸핏하면 항암(抗癌) 효과를 선전하니,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요?
"암이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네 가지이지요. 몸속 면역물질이 떨어지거나, 발암물질을 먹거나, 세포 내 변성이 생기거나, 외부 스트레스에 의하거나입니다. 암을 예방한다는 것은 이 중 하나를 막는 거죠."
―참깨와 비슷한 들깨에는 그런 성분이 없나요?
"들깨에는 청소년기에 꼭 필요한 '오메가3 지방산'이 들어 있어요. 우리 조상들이 음식을 골고루 먹으라고 한 것은 성분이 다 다르기 때문이죠. 의사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의학만이 아니라 우리가 먹는 음식 덕분입니다. 식재료의 기능성이 강화됐고 다양해졌으니까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런 연구를 하는 거죠."
농촌진흥청에서 12년 근무하는 동안 그는 논문 60편을 썼다. 방송대 교수 공채에 지원한 것은 1999년이다.
"교수 임용 때 경기고·서울대 출신들과 경합했어요. 저를 뽑아준 분은 서울대 출신인 박순직 교수님이었어요. 자신의 후배를 제쳐두고 제 논문을 높이 평가했어요. 그래서 방송대 졸업생 중에서 제가 첫 방송대 교수가 됐어요."
그는 대학 연구실에서 '쌀' 품종의 개발에 몰두했다. 해마다 겨울에는 연구를 위해 3모작이 가능한 필리핀으로 날아갔다. 특정 성분이 강화된 '슈퍼쌀' 연구로 2008·2010·2012년 '대한민국 농식품 개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우리가 먹는 쌀은 영양 면에서 어떤가요?
"쌀 껍질과 눈(嫩)에 성인병을 예방하는 물질이 다 들어 있어요.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성분도 있고요. 현미밥을 먹어야 한다는 거죠. 과거에는 이를 벗겨내 소·돼지에게 다 줬어요. '요즘 그걸 안 주니까 가축이 광우병과 구제역 걸린다'는 농담을 해요."
―백미에는 전혀 영양이 없나요?
"대부분 탄수화물이고, 지방과 단백질입니다. 밥맛과 칼로리만 있는 거죠."
―쌀 소비량은 점점 줄고 있지요?
"한 해 일인당 소비량은 67㎏입니다. 1980년대는 130㎏이었죠. 식습관이 빵과 육류 등 선진국형으로 바뀐 거죠."
―세계적으로는 밀을 주식으로 삼는 인구가 더 많죠?
"그렇죠. 밀농사를 선호한 데는 경제 논리가 작용했다고 보죠. 단위 농지 면적당 밀이 더 많이 먹여살릴 수 있어요. 밥을 지으면 쌀은 2.4배 부풀지만, 밀로 빵을 만들면 10배로 부푸니까요."
―영양 면에서 쌀과 비교하면요?
"밀은 전분 덩어리입니다. 특별한 영양 성분이 밝혀진 게 아직 없어요. 쌀처럼 현미 층이 있지 않고, 눈(嫩)도 굉장히 작아요."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우리가 자체 수확해 빻은 밀가루는 며칠 지나면 벌레가 생깁니다. 그런데 선박에 실려 장기간 고온다습한 바다를 건너온 수입 밀은 오래 놔둬도 왜 안 상할까요. 내가 확신해서 말할 수는 없어요."
―우리는 왜 밀농사를 안 짓나요?
"우리 밀로는 빵이 안 되니까요. 제빵에서 중요한 성분이 '글루텐'(단백질 일종)인데, 우리는 6월에 수확할 때 비가 와서 그게 잘 안 만들어져요. 우리 밀로는 수제비나 칼국수밖에 안 됩니다. 하지만 밀 품종을 개량해서 계속 심어야 했어요. 밀을 재배하지 않아 우리 곡물 자급률이 낮은 겁니다."
―쌀 자급률이 86%인데,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전체 곡물 자급률은 23.6%에 불과해요. 우리는 일본과 1, 2위를 다투는 세계 최대 곡물 수입국입니다. 1970년대만 해도 자급률이 80%였는데 2000년부터 30%대로 무너졌어요."
―품종 개량으로 곡물의 수확량은 늘어나지 않았나요?
"한계가 있어요. 요즘 품종 개량 추세는 품질에 맞춰지고 있어요. 품질을 좋게 하려면 수량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세계적으로 곡물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어요. 이럴 때일수록 '식량 안보' 차원에서 절대농지를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농지를 지켜야 한다는 말은 오랜만에 듣는군요.
"수지 타산이 안 맞거나 다른 개발의 이유로 농지가 계속 줄고 있어요. 세종시도 그전에는 다 농지였어요. 2000년대 들어와 농지 면적이 처음 100만ha가 무너졌을 때 심각했어요. 지금은 상황이 더 악화돼 80만ha입니다."
―내년부터 쌀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국내 쌀의 경쟁력은 어떨까요?
"정부에서 밝힌 국내 쌀(1kg당 2189원)과 수입 쌀의 평균 가격 차는 2.8배입니다. 현실에서는 훨씬 더 클 겁니다. 품질 차이가 없는데 비싸면 경쟁력이 떨어지죠. 관세를 400%쯤 높이면 경쟁할 수 있겠지만 우리 원하는 대로만 되지 않겠지요."
―일부 농민단체는 '개방 반대' 시위를 벌이고, 야당은 동조합니다.
"쌀 개방은 예고됐던 것이지 갑작스러운 게 아닙니다. 1994년 '우루과이협상' 타결 직후에도 난리가 났지요. 하지만 그동안 농업 정책이 1ha당 75만원씩 농업 보조금을 주는 식이었죠. 농민을 다독거리기만 했어요. 쌀 품종의 고급화나 유통 단계에서 등급화 같은 걸 안 했어요. 그렇게 20년이 지났는데 한국 농업이 무엇이 바뀌었나요."
그는 갖고온 쇼핑백에서 1㎏들이 '슈퍼 자미(紫米)'와 '슈퍼 홍미(紅米)'를 꺼내들었다.
"이게 앞서 말한 박 교수님과 함께 개발한 겁니다. '슈퍼자미'는 노화와 각종 성인병의 주범인 유해산소를 없애는 '안토시아닌'의 함량이 일반 쌀보다 10배가 높아요. 안토시아닌이 가장 많다는 블루베리보다도 1.5배가 높아요. '슈퍼홍미'에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활성화시켜주는 효과가 있고요."
슈퍼쌀은 3년간 26억5500만원의 기술 이전료를 받는 조건으로 기업체 두 곳과 계약했다고 한다.
"공로를 따지면 육종(育種) 분야에서 권위자인 박 교수님이 훨씬 많았어요. 하지만 이분은 '공(功)은 한 사람에게 몰아줘야 한다'며 한사코 자기 이름을 넣지 않겠다고 해 특허 출원까지 미뤘어요. 슈퍼쌀 수익금의 60%는 대학 몫이고, 5%는 '슈퍼자미 장학회'에 들어갑니다. 농사를 짓고 있는 방송대 학생 60명에게 장학금이 지급돼요."
그는 "집안 형들이 요즘에는 '네게 우리 집을 먹여살리라고 농사를 맡겼더니 참깨와 쌀로써 나라를 먹여살리네' 하고 농담합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동안 이런 자기 자랑을 가끔 했지만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첫댓글 류수노 교수님의 이력을 이제서야 조금 알게 되엇네요. 학생들에게
친근감있게 다가오시는 류교수님
정말 업적도 대단하시고 존경스런 분입니다.
앞으로 학생들과 가까운 총장님 으로서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해 봐도 될것같습니다.
해당기사를 보니 어떤 분인지 알수 있게 되었네요.
방송대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으면 합니다.
방송대의 무궁한 발전을 기대합니다~
수노![삼](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17.gif)
촌 동네에 사시는 분들은 다 잘 알고계시지라![~](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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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이 어떤 분이신지![~](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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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을 먼저 알았는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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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은 유해진님보다 후남이 누나를 너무나 많이 닮으셨습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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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정의가 양복입은 개자식들을 이겨낸 방송대 최고의 역사적인 날입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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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욱 누르고 갑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수노
나가 방송대를 알기 전에 수노
실제 방송대를 안 거이는 아들과 딸에서 후남이 누나를 본 것인디
수노
한 개인의 인간승리가 방송대뿐만 아니라 일반대, 공직사회까지 주는 함의가 겁나 큽니다
오늘
방송대인의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됩니다!!!
류수노 총장님 축하드립니다!!!
덕분에 총장님 직인이 찍힌 졸업장을 받을 수 있기에 기쁩니다~^^
대단하신 분이시네요~
만들어진 자리에 슬쩌기 앉으시는 분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하는 용기와 뚝심에 존경을 표합니다~
류수노 총장님 축하드려요~~^^
근데 저는 축하도 축하지만 ...앞으로 류수노 교수님 하면
끔찍한 정치질이 생각날 것 같아요.
14년도에 뚝섬역 방송대를 갔는데요. 현관에서 류수노 교수님이 총장직 청원? 서 를 받고 있더라구요.
같이 갔던 학우분들이랑 싸인 했죠. 그 때 류수노 교수님이 총장이 못 되는게 누구는 당시 박근혜 정권 때문일 거라고 소문이 돈다고 얘길하자 제 친구가 말도 안 된다고 했어요. 저도 친구 말이 맞길 바랬죠.
근데 뉴스에서 박근혜 정권에서 대학교 총장 후보 중에 좌파 성향은 다 걸러내는 이른바 교육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고
그 블랙리스트 대학명칭에 떠~억하니 방송통신대학교도 들어가 있더군요. 뉴스 보고 어찌나 놀랐던지요.
14년도 친구 말대로 우리학교가 무슨 서울대나 카이스트도 아닌데
정부에서 총장직을 떡 주무르듯 주무른다는게 말이 되느냐....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짓거리들인지..원...
하지만 최순실 사건이 터진 직후인데도 홍준표, 유승민 전 새누리 후보 합이 30%입니다.
문재인이 40%였구요. 어쩌면 ...시간 지나면 제 2의 류수노 교수님이 또 나오시지 않으실까...
14년도 저와 제 친구글은 그저 청원서에 싸인만 했지만 많은 학우님들이 류수노 교수님을 총장직으로 보내기 위해 얼마나 애를 많이 썼는지 기억합니다. 그 많은 노력에도 정권이 바뀌어서야 됐다는게...
이게 마냥 축하만 할 일인가...싶네요.
더 큰 그릇으로 빛을 내기 위해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사신거 같아요.대의를 위해 더 준비 시키고 단련 받으신 거 같은 느낌..이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어요..
진정한 방송대인이시자 귀감으로 존경스러워요..
앞으로 더 좋은 일 많이 해 주시기 바래요.류총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