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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의 2009 Warped Tour
(8.18)
이른 아침 호텔 로비를 나와 주위의 둘러싼 꽃들을 둘러본다. 확실하게 한국의 꽃들과 다른 느낌이다. 이들의 이름을 몰라 불러주지 못해 미안해서 인지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꼭 공연장 무대 뒤에서 만나는 여러 밴드들과 첫인사를 나누는 느낌이다. 미국 서부의 강렬한 태양빛 때문인지 색깔은 화려하고 줄기나 꽃잎은 아주 강해 보였다. 한국의 꽃들이 주는 은은함과 다소곳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치 한국인과 미국인들의 체형과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출발 전 멤버들과 스텝들이 모두 모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으로 인해 무두 함께 고인을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모두가 마음이 무거워졌다. YB의 음악에 담긴 삶의 방향성에 나침반의 역할을 해주시던 분이셨는데, 말씀과 행동이 하나이셨던 분,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국민을 위해 인생을 바치셨던 분이셨는데. YB에게 주어진 본연의 일에 최선을 다하자. 음악적 철학에 녹아드는 그 분의 삶을 잘 담아내자.
아침 9시반경. 프레즈노를 향해 출발. 기나긴 시간이다. 미국 서부의 넒은 땅. 고속도로를 달리는 커다란 화물차. 폼나게 달리는 오토바이. 작열하는 태양에 모든 것이 말라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면 갑자기 나타나는 계곡의 시원한 물줄기. 휴게소에서 경험하는 미국식 식사. 휴식하며 기타와 함께 영어와 한국어가 뒤섞인 즉흥적인 블루스를 노래하다보면 식당을 나서는 미국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춤과 노래를 나눈다. 틈틈이 나누어 운전하며 도착한 15시간의 긴 여정. 프레즈노에서 YB는 여독을 푼다.
(8.19)
아침 9시반경 전화가 울린다. 예상했던 것보다 YB의 공연 시간이 빨라졌다. 정신없이 준비하고 공연장인 Save Mart Center로 향했다. 와우! 대형 쇼핑몰 주위의 큰 주차장위에 펼쳐진 여러 무대들. 뜨거운 태양으로 인해 아스팔트위의 무대주변은 뜨겁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른다. 오후 12시30분경. YB는 무대에 오른다. 주차장 구석에 자리잡은 무대는 다른 무대들에 비해 길목이 좋지 않다. YB의 첫 곡이 시작됐다. 간간히 지나가는 관객들은 쉽게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몇몇의 사람들을 빼고는 무대앞의 빈자리가 크다. 두 세곡이 끝나가자 사람들이 조금씩 모인다. 땀으로 범벅이 된 멤버들 무대를 내려간다. 공연을 본 십대후반으로 보이는 청년 세 명이 다가온다. 자신들은 프레즈노에서 살며 스카음악을 한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 Warped Tour의 여러 무대들을 경험했지만 YB만큼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팀은 없었다고 말한다. 지쳐있던 YB에게 큰 용기가 된다.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우리는 한국의 스카밴드로 킹스턴 루디스카를 소개했다.
너무도 뜨거운 날씨에다가 어제의 여독이 풀리지 않아 다음 공연지인 마운틴 뷰로 일찍 출발했다. 마운틴 뷰로 가는 도중 센프란시스코에 들려 골든 게이트 브릿지에 잠시 내렸다. 마운틴 뷰와는 전혀 다른 날씨. 싸늘한 바람과 날씨에 몹시도 추웠지만 공연의 긴장감과 피로함을 한방에 날리는 기분이였다. 나는 1992년 해군군악대 시절 해군사관학교 세계일주 원양훈련 중 생도들과 함께 방문했던 이후 약 17년만에 다시 맞이하는 센프란시스코의 추억이다. 바람 좀 쐬고 다운타운 한인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세 번의 공연에 대해 중간 평가를 했다. 곡 선정과 멘트, 10~15분의 리허설시간과 20~25분사이의 공연시간을 최대한 활용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았다.
(8.20)
마운틴 뷰에 위치한 Shoreline Amphithertre! 공연 예정시간 오후 3시. 조금 여유가 있다. 공연무대도 사람들이 공연장으로 들어오는 입구 바로 옆이다. 유동 인구가 많다보니 YB의 음악을 알리기에 좋은 장소다. 도현이와 나는 포스터를 붙인 피켓을 들고 1시간 정도 거리 홍보에 나섰다. YB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몸과 마음을 다해 YB의 무대를 알렸다. 잠시 휴식을 한 후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역시 좋았다. 관객의 호응에 YB는 신나게 달린다. 공연 후 머칭다이즈 판매를 위한 천막에서 팬들과 교제를 나눈다. 팔린 시디와 티셔츠에 싸인을 해주고 인사를 나눈다. 잠시 현지 한인신문과의 인터뷰를 나눈 후 다음 공연장소인 세크라 멘토로 향한다. 가는 길 한인 식당에 들려 공연에 자원봉사를 해주실 분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현지에서 만나는 자원봉사를 해주실 한인분들은 YB에게 항상 용기와 힘이 되어주었다.
숙소에 도착해 방 배정을 받다가 갑자기 안좋은 소식이 들린다. 한인식당가에 세워 두었던 악기를 실었던 트럭이 도둑들에게 털린 것이다. 다행히 악기를 실었던 화물고는 괜찮았지만 조수석에 놓아 둔 YB의 라이브공연이 녹음 되었던 데이터가 있는 노트북이 없어진 것이다. 많은 방법들을 모색해보았지만 뽀죡한 수가 없다. 사람이 다치지않은 것에 감사해야지.
(8.21)
공연장으로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서다 미리 와 있는 자원봉사자인 젊은 한인2세들을 만났다. 앨리스, 캘리, 쟈스민... 그들의 환한 웃음과 밝은 모습에 YB는 힘을 얻는다. 공연장은 Sleep Train Amphithertre! 공연시간 오후3시 30분. 공연을 준비하다 드럼치는 진원이의 스틱과 페달이 들어있는 악기 가방이 보이지 않는다. 공연시간은 1시간 정도 남았다. 당황할 수도 있는 상황. 진원이는 담담하게 다른 밴드들에게 스틱을 빌리고 무대위의 세트를 다시 한번 살핀다. 어제 공연을 끝내고 악기를 옮겨 싣는 과정에 가방을 흘린 것이다. 무대 위에 오르다 나누는 짧은 기도에 열정을 담는다. YB의 외적인 어려움이 내적인 음악세계를 넘보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한 공연. 구름 한 점 없어 뜨겁게 달구어진 무대 앞 검은 아스팔트는 붉게 물든다. 타오르는 Rock'n Roll의 열정으로. YB는 The Truth의 레게음악의 향연에 빠지다 자원봉사자들과의 아쉬움을 마음에 담고 샌디에고로 향한다. 가는 도중 드럼 스틱과 녹음 장비들을 다시 구입했다.
(8.22)
세크라멘토에서 10시간정도 달려온 샌디에고. 벌써부터 밀여오는 Warped Tour의 아쉬움 때문인가. 이제야 시차가 적응되어서인가. 공연장인 Cricket Amphithertre로 향하는 길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악기를 옮기고 머칭다이즈 판매를 위한 천막을 치다가 LA에서 YB공연을 보기위해 찾아온 두 명의 한인 학생들을 만났다. 한인 사회에서 낯선 문화인 Warped Tour를 찾아온 학생들이 대단하게 보였다. 관객들과 느껴지는 이질감없이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그들은 한인사회의 미래상이였다. 미국의 다양한 문화를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여러 문화적 경험들을 공감대로 형성해가는 이들. 한국과 미국 문화의 다리 역활을 기대해본다. 아직도 록음악의 선입견이 많고 본인의 일들에 충실하다 문화적인 여유를 많이 못 경험하는 한인들에게 Warped Tour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오후3시55분. 공연을 잘 끝마치고 Warped Tour를 만든 케빈 라이먼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공연 주체측이 진행하는 인터뷰를 했다. 진행자중의 한 명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넨다. 인터뷰를 한 여러 밴드들이 깊은 인상을 남긴 밴드로 YB를 많이 이야기 했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친 YB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왜일까? 영어 때문일까? 미국음악계의 비즈니스 세계를 잘 몰라서 일까?
마지막 숙소인 LA에 도착해 짐을 푼다. 정신 없이 잠이 몰려온다.
(8.23)
이른 아침 눈이 떠졌다. 어제 Warped Tour 인터뷰의 아쉬움이 밀려왔다. 케빈 라이먼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떠올랐다. 처음 가졌던 인터뷰가 YB의 솔직함과 털털함보다는 언어의 어색함과 음악 비즈니스의 세계를 너무나 모르는 말들이였기 때문이다. 책상에 앉아 YB의 있는 그대로의 솔직함을 담아 편지를 썼다. 한글로 쓴 편지를 영작을 해서 전할 수는 있을까? 다른 밴드들에게도 엽서를 통해 전할 말들을 정리했다.
오늘 공연은 오후4시 30분이다.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다. 오전 9시경. 편지와 엽서를 정리하고 주일 예배를 준비한다. 성경책과 기타를 들고 YB의 코디네이터 애연이와 함께 레위기 23장을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 지난 여정의 감사와 앞으로 더 광대하게 펼쳐질 꿈들을 위해 기도한다.
오후 2시반경. 공연장인 Home Depot Center에 도착. 한인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전설적인 베이시스트 스탠리 클락의 아들 크리스와 힙합과 R&B, Soul의 대명사인 슬리피 브라운도 응원하러 와주었다. 멤버들은 공연을 준비하며 마지막 공연이 끝난 다른 밴드들과 이별의 아쉬움을 나누며 사진을 찍는다.
오후 4시30분. 마지막 공연. 크리스가 YB를 랩으로 소개하면서 공연은 시작됐다. 그 동안의 공연 중 팀사운드와 그루브가 가장 좋게 느껴진다. 긴장과 초초함보다는 여유와 행복감이 가득하다. 무대 뒤에서 공연을 보는 This Providence의 멤버들이 보인다.
공연이 끝난 후. 악기와 짐을 정리하다 우연히 케빈 라이먼을 만났다. 그에게 영작을 못한 편지가 있다고 말했더니 오히려 더욱 반긴다. 액자로 보관하겠다니 영광이다. YB의 마음을 간략하게나마 말했다. YB respects you. YB loves you. Thanks for you.
케빈 라이먼과 인사를 나누던 우리의 대장 영준이형 모습에 새롭게 거듭나는 음악계의 대부의 모습을 느낀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번 YB의 Warped Tour의 모든 일정을 계획하고 두 손과 두 발에 땀이 나도록 진행시킨 인물이다.
무대뒤에서 다른 미국 현지 TV와 라디오 인터뷰를 가졌다. 도현이와 진원이의 영어실력이 발휘된다. YB의 음악이 미국방송을 통해 알려진다.
(8.24)
같은 방을 쓰는 북치는 소년 진원이 .이른 새벽. 5시30분에 써핑을 위해 숙소를 나선다. 마지막 날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바다에서 그는 새로운 꿈을 찾아 헤엄을 칠 것이다. 그 꿈을 파도와 노래 할 것이다.
숙소에 남은 난 일정을 마무리하며 자동차 안에서 습작한 곡들을 정리해본다. 차창에 빛나는 밤하늘의 별빛이 내게 속삭인 노래를. 멤버들과 스텝. 오늘은 모두 휴식이다.
(8.25)
LA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안에서.
YB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방황 할 때도 있었다.
앞길이 보이지 않아 절망 할 때도 있었다
자신만의 길을 걷다 부딪히고 쓰러졌다
또 다시 일어서고 또 다시 도전했다
새로운 곳과 낯선 곳을 향한 우리의 꿈
먼 바다를 건너 우리의 꿈을 찾아날았다
우리의 독선과 자만을 버리고 새로운 친구를 찾아 날았다
익숙해져 무뎌진 나를 버리고 일상의 새로움을 찾아 날았다
영혼에 차오르는 한줄기 노래를 위해 힘껏 날았다
꽃들의 사랑을 전하는 한 마리 나비처럼
ps.
YB에게 현지에 적응하며 좋은 공연을 하도록 헌신해 주신 모든 한인 여러분, YB의 손과 발로서 무대를 비롯한 모든 상황속에서 헌신적으로 수고한 신우와 은우 아빠인 김태성팀장, 2살배기 딸 하빛이 아빠 정현국과장, YB의 엄마이자 누나 역할을 감당하는 코디네이터 이애연, YB의 머리 역할을 감당하는 YB의 대장 김영준대표님, 보이지 않는 곳에서 YB를 격려하며 동행한 일행들..
감사를 드리며 좋은 음악으로 화답하겠습니다.
From: YB
2009.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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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생생한 기록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정말 지구 한바퀴를 다 돌며 YB의 음악을 전하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습니다. 오빠의 글을 읽으며 몸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마음은... 항상 같이 하는 거 같아 기뻤어요.. 감사해요^^&
비록 몸은 이곳에 있었지만 이 글을 읽고 나니 저두 같이 Tour 를 한 느낌이네욧^^ 정말 자랑스럽네욧~~^^ 자랑스런 YB에 늘 감사해여~~^^
오빠 잘 읽었습니다 ^^생일 축하드려요~!
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완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35.gif)
감동이네요....![와우](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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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십니다.....힘든 여정에서 일기까지....생생한 느낌...그런데 정말 힘드셨겠어요.....그리고.. 그 도둑넘들 뭐얌......여툰..오빠 대단햐![~](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그때의 생생한 생활들이 다 느껴지네요 정말 수고하셨어요 그리고 생일 늦게나마 너무 추카드려요
저도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 항상 건강하세요. ~~
YB에게는 여전히 도전하는 젊음이 ~~!!! 식지 않는 열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