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계에도 전문화 바람이 거세게 몰아닥치고 있다. 특히 의료시장의 개방을 앞두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병의원이 전문화에 승부를 걸고 나섰다. 정부의 전문병원 육성 지원대책도 이같은 흐름을 부추기는 또다른 요인이 되고있다. 보건복지부는 3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이 아닌 병원들을 전문병원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학병원과 의원에 비해 진료 기술 서비스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병원의 경영을 개선하고 외국인의 국내 병원 이용을 늘리기 위해 단과 전문병원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들 전문병원이 동네 의원들이 진료하기에는 부담이 되고, 종합병원에서는 꼭 다루지 않아도 될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뤄 이른바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위해 요건을 갖춘 단과 전문병원들을 레지던트 전공의 수련병원으로 지정하고, 수가에 반영되는 요양기관 종별 가산율을 현행 20%에서 종합병원 수준(25% 안팎)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노인 여성전문병원 등 특정계층을 위한 전문병원 외에도 요통, 당뇨, 치주염, 불임치료, 임플란트, 관절염 등을 전문으로 하는 단과 전문병원들이 속속 선보일 전망이다.
▣ 노인 전문병원이 크게 늘어난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 정부가 노인전문병원 설립에 앞장서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노인질환관리 종합대책을 마련, 중산층과 서민층 노인이 일정비용을 내고 이용하는 실비시설을 올해 24개소에서 내년에 52개소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또 공공 치매요양 병원도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민간병원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노인 및 성인병 전문센터와 특수 클리닉을 확충하고 있다. 특히 의약분업 이후 대학병원들이 줄어든 수입을 만회하기 위한 방편으로 전문센터와 특수클리닉을 잇따라 개설할 필요가 생긴 것도 노인 및 성인병 전문병원을 늘리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요즘 웬만한 대학병원은 노인 및 성인병 관련 센터를 갖추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비만클리닉이 가장 많다. 강북삼성병원은 대학병원 최초로 부문비만클리닉을 개설하기도 했다. 최근 '노인 및 성인질환 특화병원'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문을 연 분당서울대병원은 뇌신경(뇌종양, 뇌졸중), 관절 등 성인병과 관련된 6개 센터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계명대 동산의료원이 성인병과 노화예방을 위한 전문클리닉을 개설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허갑범 원장의 당뇨병 전문클리닉 허내과, 동인천길병원장을 지낸 이수찬 전 가천의대 정형외과 교수의 관절염 전문병원 힘찬병원도 성인 질환 전문병원이다.
노인병 및 성인병 전문병원 설립 증가와 관련, 한림대 의대 노인병센터의 유형준교수(내과)는 "최근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성인병 및노인질환 전문센터 설립은 아무리 늘어나도 지나치지 않다"며 "양적 증가 뿐만아니라 질적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당국의 지원육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여성 전문병원 설립도 늘고 있다
여성 전문병원 설립은 산부인과 쪽이 주류를 이룬다. 지난해 문을 연 장스여성병원은 안정적인 분만을 위해 가족분만, 그네분만, 공분만, 르봐이예분만 등 '맞춤분만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진통, 분만, 회복 과정을 모두 한 침대에서 해결할 수 있는 특수 침대를 설치해 산모들로부터 인기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신설동의 마리아병원은 불임시술로 유명하다. 지난 1989년에 개인 의원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시험관 아기를 임신시켜 관심을 모았으며 지금까지 2만여명의 시험관 아기를 성공시켰다. 부산, 대구, 광주, 일산 등 8곳에 분원을 갖춘 국내 최대규모의 전문 불임센터로 자리를 잡았다.
▣ 질환별 전문 병의원도 늘어난다
질환별 전문 특수클리닉은 점점 세분화되는 추세다. 이 분야에서는 대장항문 질환쪽이 앞서고 있다. 송도병원은 국내 최초의 대장, 항문병 전문병원으로 처음엔 치질을 주로 다루었으나 요즘엔 분야를 확대, 대장암과 관련 종양외과 진료까지 하고 있다. 이 분야 전문병원으로는 한솔병원, 대항병원, 양병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안과분야에서는 김안과병원이 처음이다. 지난 1962년 서울 영등포에서 김안과의원으로 출발한 이 병원은 라식, 백내장, 망막 분야에서 지명도를 높이고 있다. 필요할 경우 여러 명의 전문의들이 참여하는 협진 체제를 갖추고 있다. 백병원, 21세기안과병원도 이름이 나 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이 지난해 2월에 1백10평 규모에 6개 진료실과 3개의 레이저치료실, 4개의 검사실, 1개의 외래수술실을 갖추고 문을 열었다. 이 병원은 국내 최초로 안구 추적장치를 갖춘 라식, 라섹, 근시교정용 엑시머 레이저와 원시, 노안 교정용 레이저, 열각막 성형수술기를 비롯 최첨단 수술현미경과 초음파 유화흡입장비 등을 갖췄다.
부천세종병원은 심장질환 전문병원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 병원은 지난해 개원 20년만에 1만7천2백76건의 심장수술과 18건의 심장이식수술을 시행,1983년 민간병원으로 처음 개심술을 시행한 이래 대학병원과 맞먹는 심장수술 실적을 올렸다. 이 병원은 보건복지부로 부터 심장병 특수진료기관으로 유일하게 지정받았다.
유방암 전문병원도 생겼다. 서울대의대 교수 출신 전문의 3명이 대학병원 수준의 유방암 검진과 조기 유방암 치료시설을 갖추고 개원한 청담서울여성외과가 바로 그곳이다. 청담서울여성외과 권오중 원장은 "일반 대학병원에서 유방암 검진을 받으면 결과 통보까지 2주에서 2개월이 걸려 불편하다"며 "검진에서 통보까지 1시간 이내로 단축했다"고 말했다.
척추디스크 전문병원으로는 동서병원이 꼽힌다. 10여명의 전문의와 1백병상을 갖추고 있는 이 병원은 척추 디스크 수술, 고관절인공 관절 치환술, 인공디스크 치환술, 무릎인공관절 치환술 및 각종 골절상 등5개 전문분야로 세분화돼 있다.
1989년에 국내 최초로 개설된 한양대의료원 류머티스센터는 류머티스 전문병원으로 발돋움했다. 이 병원은 류머티스내과, 진단면역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통증의학과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수술요법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약물 치료를 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국내 처음으로 목 질환 전문병원인 관악두리이비인후과가 개원했다. 후두암 등 두경부종양 치료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최종욱 박사가 원장을 맡고 있다.
청담서울이비인후과는 이비인후과 수술전문병원으로 이름이 나 있다. 이비인후 질환의 '원스톱 케어'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문을 연 이 병원은 정하원원장 등 대학교수 출신의 전문의와 전속 마취과 전문의가 진단에서부터 치료, 수술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출처 : 한국경제 '건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