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상업용 부동산 위험…미국 '중소은행 위기'가 발단이 돼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 4/5(수) / 데일리신조
3월 26일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의 사업 인수처가 결정되면서 시장에서는 금융시스템 불안이 다소 가라앉았지만 중소규모 은행들의 재무 경계는 계속되고 있다.
발단이 된 SVB의 2022년 말 기준 총자산은 약 28조엔, 리먼 사태 때 파탄난 워싱턴 뮤추얼에 이은 미 은행으로는 역대 두 번째 규모였다.
「SVB가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등이 감소했다」라는 정보가 넷상에서 확산해 예금이 단번에 유출한 것이 파탄의 원인이었던 것을 근거로 해 연방 준비 이사회(FRB)를 비롯한 미 금융 당국은, 규제 강화를 향한 대처를 개시하고 있다. 하지만 사태는 규제 당국의 움직임을 웃도는 속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시장의 염려가 예금 등의 문제로부터 운용처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다.
SVB에 이어 3월 12일 파산한 시그니처 뱅크 총자산(약 1104억달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60억달러가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은 신흥기술기업 등이 모이는 오피스 타워나 공동주택에 적극 대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아파트 오피스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의 미국 시장 규모는 5조 6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단독주택 등 주택용 부동산보다 대출 비율이 높아 금리 인상의 악영향을 받기 쉽다.
연준이 지난해 3월부터 불과 1년 만에 정책금리를 4.75%포인트 올린 것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시장에 역풍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보급된 재택근무도 재앙을 맞았다. 정규직 근로자가 감소하자 기업들은 사무실 규모를 줄이고 임대료가 비싼 도심을 떠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차환이 절정에
미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내 주요 25개 도시의 사무실 공실률은 단숨에 상승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사무실 공실률은 2019년 4분기 약 5%에서 지난해 4분기에는 19%까지 치솟았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분야의 이변은 올해 2월부터 발생하고 있다.
컬럼비아프로퍼티 트러스트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도시지역 빌딩과 관련된 17억달러 상당의 변동금리 대출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초래했다. 이후 브룩필드에셋매니지먼트도 로스앤젤레스 오피스타워 관련 채무(7.5억달러 상당)를 디폴트 상태다.
모건스탠리는 「시장은 오피스 대상의 상장 부동산 투자 신탁(REIT)의 편입 자산이 3~40% 내려가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라고 시산하고 있다.
미 저당은행협회가 3월 1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은행이 보유한 상업부동산 대출 잔액(4조4000억달러)의 80% 가까이를 중소규모 은행이 차지하고 있다(3월 29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 그중 16.5%인 7280억 달러가 올해 상환기한을 맞았고 내년에도 15% 상당인 6590억 달러가 이어진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상업용 부동산 대출 차환이 절정을 이루는 것이다.
중소규모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쏠림 현상도 궁금하다.
올해 2월 현재 미국 상위 25개 은행의 총자산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 잔액이 29%인 반면 미국 중소규모 은행은 67.3%로 돌출돼 있다(현대비즈니스온라인 3월 29일자).
상업용 부동산 대출 잔액의 50%가 시장 악화가 우려되는 미국향이었다는 점이 재료시되면서 도이체방크 주가도 급락했다.
이번 소동으로 미국의 중소규모 은행들의 대출 자세는 현격히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고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 차환 실패가 빈발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다음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되고 말 것이다.
「리먼 쇼크급」을 단언할 생각은 없지만
주택용 부동산 시장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주택용 부동산 대출 분야에서도 중소규모 은행들이 주역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잔액 중 중소규모 은행은 60%의 점유율을 자랑하며 미국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70%를 담당하는 주택담보대출 기업에도 적극적으로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3월 28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
주택용 부동산 분야에서도 중소규모 은행의 대출 기피 현상이 시작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기업 채무도 걱정이다. 정크본드나 레버리지 드론 등 고위험 차입은 금리 상승에 취약하기 때문에 잉글랜드은행은 지난 3월 29일 "다음 금융위기는 기업 채무가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글로벌화된 세계경제에서는 한 나라의 위기가 금세 타국으로 파급되기 일쑤다.
리먼 쇼크와 같은 금융위기가 일어날 것이라고 단언할 생각은 없지만 미국 중소규모 은행의 위기가 발단이 돼 서구 각국에서 심각한 자산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버블 붕괴 후 일본처럼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세계은행도 3월 27일 2030년까지 세계경제 성장률이 약 30년 만에 최저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서방 국가에서 아랍의 봄과 같은 정변이 일어날 것이라는 추측이 이미 나오고 있지만(3월 22일자 Zero Hedge), 게다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악몽이 다시 시작되면 그 위험은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안타깝게도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경제위기가 정정불안을 불러온 1930년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후지카즈히코 경제산업연구소 컨설팅 펠로우. 경력은 1960년 나고야 출생, 1984년 통상산업성(현·경제산업성) 입성, 2003년부터 내각관방에 출장(내각정보조사실 내각정보분석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