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성룡이 되다.--->이거 성룡식 맞아?[1]
이건......... 뭐지?............
".......님........ 요..............다구.........."
왜............ 왜........ 도대체..........뭐가.............
"......인님............ 라니까요...........다구요........"
누....구?...... 누가 나를........... 부르는 건가?..........
"주인님!! 일어나시라니까요!!!! 성룡식에 늦어요!!!!"
엥? 성룡식? 게 뭐야? 난 인간이..............아앗, 잠깐, 그럼.........................
순간적으로 눈을 뜨니 낯익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푸르디 푸른 하늘, 그리고 그 곳을 날아서 날 깨우는 자그마한 메이............아, 그렇군. 꿈이었어. 난 지금 드래곤이었지..............
"어서 일어나세요, 안 그러다간 성룡식에 늦는다구요!!!"
"아, 알았어."
그렇게 말하고는 기지개를 힘껏 한번 한다.
으쌰쌰쌰쌰쌰!!! 아아... 개운하다. 뒤숭숭한 기분도 날아갔으면 좋으련만은.... 아, 그렇지. 자칫하다가는 성룡식에 늦겠는데........
그럼, 일단은 준비를 하고 할아버지 레어부터 가볼 까나.
음......[진] 챙기고, 그리고 가디언을 작동시키고, 또.............
아무튼 만반의 준비를 하고는 레어를 나왔다. 일단은 할아버지 레어로 워프를...... 어라? 그런데 메이는 어디갔지?
"메이, 어딨어?"
"주인님 손등에요."
어라? 손등? 아, 왼쪽 손등에 2차원으로 들어갔구나. 음...... 그러면 난 지금 마장기를 2기나 갖고 있는거네. 뭐, 든든하고 좋겠지......어쨌거나 워프. 목표 지점 할아버지 레어.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어라? 엄마하고 할머니도 계시네요."
할아버지 레어에 도착하자 엄마랑 할머니께서 와 계셨다. 어라, 할아버지 다음에 할머니랑 엄마께 찾아뵈려 했는데, 벌써 와 계시네. 한꺼번에 인사하고 갈 수 있겠네.
"어? 엄마, 뭘 그리 챙겨요? 어디 가요?"
"너 드래곤 로드에게 가야하잖니?"
........ 그렇담 성룡식은 여기서 하는 게 아니란 말이군........ 그런데 왜 저렇게 여행 준비를 하는 거지? 그냥 워프하면 끝 아닌가?
그런 눈으로 할아버지를 쳐다보자 할아버지께서는 알고 계셨다는 듯이 말씀해주셨다.
"베이너스야, 우리 드래곤들이 성룡이 되려면 드래곤 로드에게 가야한단다. 그건 알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나도 안다. 드래곤 로드에게 성룡으로 인정받지 못한 드래곤은 드래곤들 사이에서 드래곤으로 대접받지 못한다. 드래곤 로드가 인정하지 않는 경우란 단 한가지 경우를 제하고는 없다고 한다. 그 단 한가지 경우란 드래곤이 성룡이 되기전에 다른 여타 종족의 가치관, 즉 엘프, 호비트, 드워프, 인간 등의 가치관에 물들게 되면 그것은 드래곤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엄마나 할아버지께서는 그것을 미치기 쉬운 저능아'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거랑 여행 준비랑 어떤 관계가 있는 거지? 할아버지 말씀이 끝난 것은 아니니까 잠자코 들어봐야지.
"그런데 성룡식으로 드래곤 로드에게 가기 전에 우리는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나라를 적어도 한개 이상은 지나가야 한단다."
어라? 왜 그렇지? 그냥 가면 안 되는 건가? 어차피 드래곤이 다른 가치관을 받아들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텐데...... 그런 눈으로 할아버지를 쳐다보자 할아버지께서는 허허허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해츨링들은 잘 모르지. 하지만 네가 드래곤 로드에게 도착하면 알게 될 꺼다."
음..... 무슨 말인진 잘 모르겠지만 가보면 안다는 거지? 그런데 왜 이렇게 골치 아픈 걸 만들었을까?
아마도 간단한 시험인 모양이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엄마가 재촉하셨다.
"베이너스야, 얼른 안가면 늦는단다."
시간이 남아도는 드래곤이 늦어? 무슨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일 년 안에 드래곤 로드가 있는 곳으로 안가면 성룡으로 인정을 못 받고 다시 알로 돌아간단다. 엄마는 별 상관은 없지만 네가 다시 해츨링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그렇군요........ 라고 태연하게 말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요. 엄마. 얼른 가자구요."
갑작스레 재촉하는 나를 바라보며 엄마는 나도 저런 적이 있었지 라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럼 다녀올 게요."
"조심하거라. 베이너스야."
"걱정 마세오, 아버지. 제가 함께 가는데 무슨 걱정이세요?"
"그래서 더 걱정이야."
"그게 무슨 뜻이예요? 아버지."
에휴........그렇게 티격태격하시는 엄마와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는 나였다. 도대체 언제 출발하려나?
크르르르르르.............캬아아아앙!!!!!
이게 몇 번째 몬스터였더라. 그래, 아마도 7번째 일 것이다.
"어쭈구리, 이것들이 덤비네. 좋아, 뜨거운 맛을 보여주지. [스컬딩 플레어]!!!!!!"
[스컬딩 플레어]. 5 사이나스 계열의 주문으로, 화염계 마법중에서 중간정도의 마법. 같은 5 사이나스
계열의 [브러스트 익스플로션]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그 파괴력이나 화력은 [브러스트 익스플로션]의 절반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워어울프 따위가 당해낼수 있느냐? 그건 오산이다.
후웅!!!! 콰아아아아앙!!!!!!!
수십 개의 불덩어리가 워어울프 때와 부딪혀서 폭발하였다.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걸 보니까 아무래도 엄마가 [스컬딩 플레어]를 증폭시켰나 보다.
"후후.... 이제야 스트레스가 풀리는구나."
'에휴...........'
몬스터를 살육하고는 즐거워하시는 엄마를 보면서 난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걸리면 맞는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여기말고 인간들이 많은, 예를 들면 미르센같은 곳으로 워프해서 간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하는.... 그래서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엄마, 워프해서 가도 되는 거 아니예요?"
그러자 들려오는 기막힌 한마디.
"당연히 된단다. 스트레스도 다 풀렸으니 그만 가자."
그....그럼... 지금까지 여기서는 놀고 있었던(?) 것이란 말이네........ 에휴........
그렇게 생각 중인 내게 엄마가 말을 거셨다.(순간적으로 움찔했다.)
"베이너스야, 미르센 근처에 숲이 있으니까, 거기로 워프해서 도시로 들어가자."
"예, 엄마."
그렇게 대답하는 나를 갑자기 빤히 바라보시던 엄마가 말씀하셨다.
"그런데 너 도시에서도 그렇게 부를 거니?"
아, 그렇구나. 엄마랑 나랑은 겉모습으로는 겨우 3살 차이가 날까 말까였다. 그러니 엄마가 저러시는 것도 이해는 간다.
드래곤들은 아무렇지도 않데 생각하지만 인간들은 뭐라고 생각하겠어?
"그럼, 뭐라고 부르지요? 엄마?"
"음.... 언니라고 부르렴."
언.니.라.고.... 거 무슨 말도 안 되게.............
"엄마, 전 남자애라구요. 그런데 누나도 아니고 언니라니. 게 무슨 말이예요?"
"어머나, 인간들이 네 모습을 보고 누가 남자라고 생각하겠니. 베이너스야."
겉모습? 왜 그러지? 이상하게 생각된 나는 마법 종족답게 마법으로 거울을 띄웠다.
"[이미지 미러]. 내 현재 모습을 비춰라."
그러자 허공에 비친 내 모습은 엄마가 몰리모프한 거랑 닮은 모습이었다. 잠깐 엄마랑 닮은........
.......... 아악!!!! 이럴순 없어!!! 좋아, 당장에 바꿔........음.... 귀엽군.... 저 밝게 빛나는 눈, 앵두같은 얼굴, 새하얀 피부, 탐스러운 붉은색 머릿결............
아악!!!! 자신의 얼굴을 보고는 반하다니.............
하지만 내 모습이 이렇게 귀여울...... 예쁠...... 아름다울......... 어쨌건 보기 좋을 줄은 몰랐다.
호칭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기로 하고 우리는 미르센으로 이동했다.
"와아아........더 커진것 같네....."
축제로 북적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느낀 점이었다. 오늘은 드라그니아의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세리안 아나미온 시르피 루오나 드라그니스' 공주의 15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축제 날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맨 처음 성안에 들어섰을 때 사람들의 들떠있는 분위기가 느껴졌었고, 엄마도 축제를 좋아하시는 듯 했지만 축제에는 참가를 안 하시려했다. 하긴.... 우리가 축제에 나가면 사람들의 시선을 너무 많이 받겠지......(참고로 엄마랑 나랑은 서 너 살 정도의 차이나는 '자매'처럼 보인다.)
"언니, 우리는 왜 축제하러 안 가는 거야?"
간드러지는 여자아이의 목소리로 엄마를 언니라고 부르는 나였다. 흑흑...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마라. 나도 이건 싫다. 하지만 이럴 수밖에 없다. 난 지금 여자아이니까. 얼마 전에 숲에서 자고 일어났더니(숲에서 자고 일어나다의 짧은 말을 까먹었다.^^;;) 엄마가 내게 이런 이상한 마법을 걸어 놓은 것이다.
물론 마나를 움직이는데는 별 무리가 없었지만 패스워드를 모르니 마법을 도저히 깰 수가 없는 것이다. 무리하게 마법을 깨는 것도 귀찮고, 또 두 달만 있으면 마법이 풀린다고 엄마가 말했다.
그래서 그냥 이대로 있기로 했다. 이 상태로 있으면서 느끼는 거지만 여자아이로 행세하는 것도 꽤나 재밌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지금 나는 정말로 여자 아이랑 신체 구조가 같다.)
하여튼 엄마랑 나는 그러한 이유로 여관의 같은 방에서 쉬고 있었다. 하지만 축제란 것을 구경하는 것도 꽤나 재밌다. 나가서 노는 것보다는 여기 가만히 앉아서 있는 편이 나을지도......
그렇게 축제하는 것을 바라보던 나를 엄마가 불렀다.
"셀리, 내려가자."
어라? 축제에서 놀려고 나가는 건가?
"쓸데없는 기대는 하지 말아, 밥 먹으러 가는 거니까."
그렇구나.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군.
"응, 알았어, 언니."
그렇게 엄마랑 나는 식당으로 내려갔다. 우리 숙소가 2층이라서 계단으로 내려갔는데, 그 곳에는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잔뜩 있었다. 우리는 얼굴을 붉히며 다가오는 종업원에게 저녁 식사를 주문한 뒤에 탁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계속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았지만, 우리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루 종일 사람들이 쳐다봐서 이제는 면역이 된 것이다.
벌컥! 끼이익!
이상하게도 또렷하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문으로 돌리고 쳐다보자 그곳에는 술을 마신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그럭저럭 생긴 청년이 서 있었다. 그 청년은 이리저리 급하게 둘러보다가 우리 쪽을 쳐다보고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지금 내가 여자라서 그런지 모든 남자의 미소가 음흉하게 보인다.) 다가왔다.
그리고는 엄마에게 한손을 내밀고는 한쪽 무릎을 굽히며 기사처럼 정중하게 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아름다우신 레이디, 밖에서 저랑 같이 춤을 추실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어라? 춤? 지금 밖에서 춤을 추는 건가 싶어서 쳐다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댄스에 심취해 있는 중이다.
아하! 그래서 아까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았구나. 하지만 엄마가 너무 예뻐서 미쳐 말을 걸지 못한 모양이군. 취객들을 둘러보자 그들은 엄마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청년은 자신의 청을 엄마가 거절할 리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화사하게 웃고 있는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웃는 엄마의 얼굴과는 다르게 엄마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를 제외한 모든 이가 굳어버리는 상황을 연출했다.
"닥치고 조용히 꺼져줄래? 지금 좀 피곤해서 말이야."
머~~~~~엉!!! 뻐끔, 뻐끔, 뻐끔, 뻐끔.
엄마의 단 한마디의 여파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멍해져서는 뻐끔거렸지만, 그 남자는 그 충격에서 깨어나서는 다시 한번 엄마에게 말했다.
"레이디의 아름다우신 입에서 그런 저질스러운 언어가 나오는 것은 지금까지 다른 이들의 시달림에 지쳐서라고 생각하겠습니다. 하지만 레이디, 전 드라그니아의 '그라드 이트'입니다. 결코 질 낮은 깡패처럼 당신께 무례를 범하진 않겠으니, 저랑 한번만 춤을 춰주시죠."
웃기네, 저 남자. 그러니까 지금 "나 그라드 이트야, 그러니 빼면 재미없다."라고 하는 말을 좋게 순화 시켜서 말한 거잖아. 하지만 우리 엄마는 저런 말에 귀기울여 듣는 성격이 아니니....
"너... 지금 나 협박하는 거냐? 그라드 이트면 그라드 이트답게 굴어."
.........엄마가 좀 취하신 모양이다. 하지만 저 남자, 좀 불쌍해 보이는데........
"그, 그럴리가요. 전 단지 아름다우신 레이디들께서 앉아 계시길래 쓸쓸하실까 싶어......"
"웃기는군. 우린 지금 밥먹어야 하니까 그만 가주면 고맙겠어."
불쌍해 지는데, 저 남자. 에휴... 어쩌겠냐. 우리 엄마를 타겟으로 찍은 니가 바보지.
"시...실례했습니다. 그럼."
음.... 맛있다. 소스가 느끼하지도 않고 담백해. 더군다나 비린내 따위도 안 나고...... 이 여관주인 아저씨가 보기와는 다르게 요리는 정말 기가 막히게 하는데.....
"언니, 여기 음식 정말 맛있다. 그지?"
"그래, 확실히 솜씨가 좋은데? 맥주도 정말 맛있네."
그렇게 엄마와 나는 밥을 먹고 우리 방으로 올라왔다. 한데 아까부터 계속 저쪽의 창문에서 누군가가 여기를 보고 있는 것 같단 말씀이야. 아무래도 기분이 영 찝찝한데 그래? 일단은....
"언니, 덥지 않아?"
밑에서 맥주를 잔뜩 마시고 올라온 엄마는 취하지는 않으셔도 덥긴 하실 것이다. 더군다나 엄마도 아까부터 짜증이 나는 눈치셨으니, 모르긴 몰라도 창문을 열라고 하실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응? 덥니? 그럼, 이 방을 얼음으로 덮어버릴까? 아님 이 도시의 기온을 당장에 내려버려?"
으윽.......... 아무래도 엄마가 시치미를 떼시는데......... 엄마께 생각이 있으시겠지라고 믿으려 했지만....
"아, 아니. 됐어. 그냥 내가 참을 게."
그렇게 엄마만 믿고 있자니 일을 크게 벌리실 것 같고, 메이를 꺼내서 알아보게 해야겠는데...
아, 그렇지. 좋은 방법이...........
"언니, 목욕탕에 갈까?“
(우히히...........^^;;)
"목욕탕?"
[너, 지금 무슨 생각이니? 네 몸은 여자라도 넌 남자잖아. 더구나 넌 아직 어리고.]
겉으로는 태연한 채 하시면서 속으로는 내게 텔레파시로 말씀하시는 엄마. 역시 밖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시는 모양이지. 좋아, 그럼 나도.
"응, 아까 여기 들어올 때 목욕탕이 있는 거 봤거든. 그러니까 가자, 응?"
[메이를 꺼내려고요, 엄마. 여기서 빼다가는 창문 쪽 나무에 매달려 있는 남자가 본다구요.]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었잖아. 나중에 가자, 알았지?"
[그럼 날려버리면 되잖아. 뭘 그리 고민하는 거니?]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날려버리고는 '치한이야~~!!!!' 라고 하면 별 상관없겠지? 하지만 조금 아쉽다(?)는 것도 사실이다.
"알았어, 언니."
[그러네요, 엄마. 그냥 날려버릴 게요.]
잠시 후, 커다란 비명 소리가 미르센의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정말 목청 좋은 남자였다.)
"음...... 눈부셔............"
잠결에 밝아오는 빛을 느끼고는 눈을 떴다.
아하암.......... 졸려..... 더 잘까?.....아냐, 더 잔다고 누워있으면 엄마가 어제처럼 날 깨울지도 몰라. 어제의 그 쓰라린 악몽이 떠오른 순간 나는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어머, 주인님. 잘 주무셨어요?"
"아함... 응, 메이. 밤새 수고 많았어."
생긋 웃는 메이의 귀여운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으윽, 인간은 왜 이렇게 시력이 나쁜 거야?
으음...... 아무튼지 잘 잤다. 나중에 야숙할 때도 메이한테 지켜달라고 해야지. 아무튼 일어났으니...
기지개 한번 켜고..... 우...뻐근해...... 엄마는.... 아직 주무시네?
"언니, 일어나."
그렇게 말하며 엄마가 덮고 계신 이불을 걷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달랑 베게만 놓여 있었다.
"어? 어디 갔지?"
그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린 말을 들은 메이가(메이는 청각이 무척이나 좋다. 인간의 30배정도.) 내게 대답했다.
"시리아 님께서는 아침 일찍 목욕하러 가셨어요."
"엣? 날 놔두고 말이야?"
그렇게 되묻는 나를 쳐다보며 대답하는 메이.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나셔서 시리아 님께서 혼자가신 거라고요."
음.. 그랬단 말이지. 하긴... 내가 잠을 한 번 자면 못 일어나는 체질이긴 하지. 그렇지만 정말로 아쉽다.
[뭐가 그리 아쉽다는 거야? 주인.]
내게 말을 거는 [진]. 그 녀석과 나는 심령이 연결되어 있기에.....잠깐, 심령이 연결.............
헉.... 자칫했으면 내 속마음이 들킬뻔 했다. 하지만 녀석은 아직 그런 것(?)은 잘 모르니까 다행이군.
"별거 아냐, [진]."
그렇게 대답하며 고민하는 나. 음........ 목욕탕을 갈까? 아님 내려가서 밥이나 먹을까? 고민되네...
에라... 그냥 밥이나 먹으러 가자.
머리를 단정히 빗어(메이가 빗어줬다.) 포니테일로 동여매고, 옷을 차려 입었다.
"메이, 나 식당에 밥 먹으러 갔다 올게.
밥 먹으려고 아랫층으로 내려가는데 사람들이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저는 여기에 묶고 있는 마법사한테 볼일이 있다구요!!!"
아직은 앳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법사라니... 이 세상에 마법사가 한 둘이냐?
"아, 글쎄. 지금 마법사 같은 사람은 묶고 있지 않다니까 그러네."
역시나 주인 아저씨. 장사꾼답게 '소란은 미연에 방지하고, 일어나면 피해를 최소화하자.'라는 문구(가계 벽에 큼지막하게 써져 있었다.)를 확실히 지키시려 애쓰시네....
"그럼 어제 여기서 느껴진 마나는 어떻게 된 거죠? 분명히 그 마나는 2사이나스의 흐름이었다구요."
여자아이의 목소리도 들리네. 그런데 마법사나 신관 둘 중에 하나겠군. 저 녀석들 모험하려고 지금 마법사를 찾는 모양이지? 하지만 난 지금 내 몸에 [하이드 마나 포스](전동조 님, 죄송함다. ^^;;)를 펼쳐 두었으니까, 별 상관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밥을 먹으려고 아래로 내려갔다.
"언니, 식사 하실래요?"
그렇게 물어오는 미셀에게 주문을 하였다.
"응, 어제 먹은 수프하고 빵, 그리고 우유 한잔 좀 부탁해."
"네, 언니."
생긋 웃으며 미셀은 주방으로 사라졌다. 주방장인 자신의 아버지가 저렇게 다투고 있으니 자신이 음식을 준비하려고 하는 거겠지. 그런데 저 녀석들은 아직도 저러고 있네.
"아저씨, 그럼 어제 치한이라고 소리치던 사람을 만나게 해주세요."
신관 차림을 한 금발 머리카락의 여자아이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절대로 안 된다는 듯이,
"안 된다니까 그러네. 그 손님이 좋다고 하기 전에는 말이야."
그렇게 아이들에게 말하시면서 내 쪽을 은근히 바라보시는 아저씨. 정말 장사꾼은 장사꾼인데........
"이보세요. 절 찾으러 온 건가요?"
그 아이들을 불렀다. 그러자 그 아이들은 나를 한 번 보고는 아저씨를 쳐다보았고, 그 아저씨는 맞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의 행동으로 어제의 그 주인공이 나라는 것을 확인한 그 아이들은 내게 다가왔다.
"저.... 당신이... 아니, 아니, 나이도 비슷해 보이니까 말 놓을게, 저.. 네가 어제 치한이라고 소리친 사람이야?"
어쭈구리? 겨우 17세정도가 501세인 나랑 맞먹으려고 까부네? 웃기네. 또 아저씨한테 나라는 것을 확인하고서 또 내게 확인하다니.... 내가 마법사처럼 안 보인다는 소리네..... 하지만 대답은 해도 상관없겠지. 내게 그렇게 묻는 소년에게 속으로는 오만가지 욕을 다하면서 겉으로는 웃으면서 말했다.
"네, 접니다만... 검사님과 사제님께서 제게 무슨 일로 그러세요?"
"아... 저기 있지.... 그러니까........."
내가 존댓말을 쓰자 당황한 모양이다. 얼굴이 빨개져서는 말을 더듬네........ 하지만 그 옆에 가만히 서 있던 금발의 여사제는 그 모습이 영 맘에 안 드는 모양이다.
"비켜봐, 아트. 내가 말 할 테니까."
"저, 저기 잠깐만, 레이시아."
아무래도 그 둘은 그렇고 그런 사이?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드네..........하지만 남자가 저렇게 우유부단해서야........ 어디 쓰겠어? 어라? 갑자기 날 흘끔 보고는 얼굴을 붉히네......
. 눈치 없는 내가 봐도 한눈에 알아챌 정도니까, 저 레이시아라는 소녀는 여인 특유의 감각이라는 전천후 다용도로 사용되는 여인만이 가진 어떠한 능력으로 더 확실하게 알았겠네.(그 감각의 용도? 많다. 미래 예시, 남자가 바람피우는 거 알아맞히기, 기타 등등.)
어쩐지 이거 정말 재밌는데..... 윙크나 한번 해 볼까? 후후후후후후후.......
나, 왠지 점점 더 사악해지는 것 같아....... 그래도.... 호호호... 해 볼까? 그래도 윙크는 너무 노골적이니까 생긋 웃어야겠네.
"제게 무슨 일로 그러시죠?"
그 아트라는 우유부단한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물론 당초의 예정대로 생긋 웃으면서 말이다. 냐하하하하하하하하....
역시 난 사악해.
내가 자신에게 생긋 웃으면서 묻자 당황했는지 얼굴이 빨갛게 익으면서 말을 더듬는 아트. 아무래도 이 아이 정말로 쑥맥아냐?(난 501세, 이 눈 앞의 소년은 이제 겨우 17~8세. '아이'라고 부르는게 맞다.)
그런데 저 레이시아란 소녀가 질투를 하는데.... 잔뜩 화가 나서는 나랑 아트를 번갈아가며 노려보고 있으니 말이다.
이봐, 이봐. 남자랑 남자 사이 질투해서 뭐하려고? 물론 난 지금 겉은 여자지만......
하여튼 얼른 돌려보내고 밥이나 먹어야겠다. 이 아이들이 있어서 그런지 미셀이 식당에서 안 나오네.
하아아아아.... 그럼......
"저기 있지..... 너 마법사.... 니?"
"에? 마법사요?"
전혀 모른다는 듯이 반문하자, 아트는 아닌가? 라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 레이시아라는 소녀는 사제라서 그런지 마나를 느꼈나보다.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럼 네게서 느껴지는 마나의 흐름은 어떻게 된 거지?"
으윽........ [하이드 마나 포스]의 마력을 사제들이 느낄 수 있을 줄이야........ 젠장맞을......
뭐라고 둘러대........ 그래, 난 소드 마스터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말하면 되겠다.
"전 소드 마스터거든요."
"뭐? 소드 마스터? 니가?"
갑작스레 놀라하는 아트. 이녀석은 사람 놀라게 갑작스레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네, 그런데요. 뭐 문제라도.........."
"네가 정말 소드 마스터라면 어디 그 증거를 보여줄래?"
쳇, 누가 계집아이 아니랄까봐..... 좋아, 보여주지.
"그럼 조금만....."
그렇게 다소곳이 대답하며 나. 아... 나는 내가 생각해도 정말 착한 것 같아..... 아무튼 얼른 쫓자.
우우웅...!!! 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상한 소리를 내며 허공에 맺히는 검기의 칼날. 나는 허공에다가 마나 소드를 맺었다. 그러자 놀란 듯이 나를 바라보는 아트와 레이시아. 그 아이들의 얼굴에는 비참함이.... 어? 왠 환희의 얼굴이?
마나 소드를 소멸시키고 나자 그 아이들은 내 예상과는 달리 내게 더더욱 다가오며 한가지를 제안하는 것이다.
"저... 우리랑 함께 가지 않을래? 우리는 지금 여행을 떠나려는데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레이시아. 어어....... 이건 아닌데........... 내가 곤혹스러워 한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걸까?
아아.... 엄마, 얼른 오세요. 그래야 지금 이 아이들을 떼어 놓을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