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요지
꽃집하는 집에서 태어난 구름. 꽃과 가깝고 잘 안다. 그런데 어느날 해바라기와 말을 하게 되고, 그래서 둘은 친구가 된다. 구름은 외동이었고 근처에 사는 아이가 없어서 항상 친구가 있었으면 했다. 둘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하지만 해바라기가 죽을 때가 다가오고, 구름은 슬퍼한다. 하지만 해바라기가 말하길, "구름아, 나는 기억만 없을 뿐이지, 그게 나니까 잘 대해줘. "라고 하고는 죽는다. 구름은 슬펐지만 다시 그 해바라기에 씨를 받아서 열심히 키운다.
정희언니가 구름이라는 이름은 어떠냐고 했는데 딱 꽂혀서 쓰게 되었다. 쓰고 보니까 구름이라는 이름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소설 제목 <해바라기>
이도연
몽글 몽글 구름이 떠다니고, 해가 반짝 떠있고, 사람들이 별로 없는 한적한 이곳, 새들마을에는 구름꽃집이 있습니다. 가게 주인 부부의 아들, 구름이도 있습니다. 구름이는 식물 친구들을 사랑하는 아이이지요.
어느 날, 엄마와 아빠가 모두 꽃 배달로 자리를 비운 날이었습니다. 구름은 평소처럼 식물에 물을 주고 안부 인사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구름의 눈 바로 앞에 있던 한 화분이 흔들렸습니다. 덜컹. ...덜컹 덜컹. ...덜컹 덜컹 덜컹! 구름은 무서웠습니다. 지진이라도 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다른 화분들은 그대로 가만히 있었습니다. 다급히 엄마와 아빠를 불렀지만 듣는 이는 없었습니다. 점점 더 큰 소리를 내며 덜컹거리는 화분. 그리고...
“안녕 구름아? 나는 해바라기야. 전혀 무서울 것 없어. 네 옆에 앉아서 네 이야기를 듣던 그 해바라기인걸.”
“ ...뭐라고?”
“네가 보고 있는 이 해바라기라고. 다만 이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지.”
말하는 해바라기를 보면서 구름은 덜덜 떨었습니다. 꽃이 말하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당연하지요. 여태까지 꽃과 말을 해보았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일을 경험하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구름은 두려웠지만 호기심이 차올라서 해바라기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어떻게 말을 할 수 있어?”
그러자 해바라기가 음... 하며 고민하다가 말했습니다.
“모르겠어. 정신을 차려보니 그냥 말을 할 수 있던 걸.”
구름은 점점 두려움보다 신기함이 커졌습니다. 오와... 정말 놀라워. 꽃과 이야기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라는 우쭐함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다른 것 다 제치고, 해바라기가 말하는 것이 신기해서 질문을 계속 던졌습니다. 음... 우리 가족 중에 누가 제일 관리를 잘 해주는 것 같아? 그건 구름이 너. 네가 물도 제일 알맞게 주고 신경을 많이 쓰잖아. 구름의 입꼬리는 기뻐서 올라갔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한 행동 중에 제일 좋은 게 뭐였어?”
“그건...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얘기 해줄 때야. 네가 고민들을 털어놓을 때면 내가 대단한 꽃이 된 것 같았거든.”
“그랬구나... 너희들은 모두 대단한 꽃이야. 나보다 아름답잖아.. 너희처럼 아름답다면 나도 친구가 많았을까?”
구름의 눈빛은 우울해졌습니다. 해바라기는 그것을 볼 수는 없었지만, 공기 중에 떠다니는 어색한 침묵으로 그것을 느꼈습니다. 해바라기는 곧 말했습니다.
“구름아, 겉모습이 예쁘다고 아름다운 것은 아니야. 네가 어떻게 우리를 돌보고, 어떻게 사랑하는지 내가 알잖아. 넌 그렇게 우리를 대할 때 아름다워. 그리고 여기 우리가 있잖아.”
구름은 눈을 들어 해바라기를 가만 바라보았습니다.
“고마워... 너희들이 있어서 다행이야. ”
살살 꽃잎을 어루만지는 구름의 자그만 손가락이 따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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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구름은 언제나 해바라기와 다른 식물들 곁에 앉아 하루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계란후라이와 밥을 먹었어. 케찹에 비벼 먹는 게 정말 맛있거든. 그리고 무릎을 탁 치고는 토끼처럼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해바라기를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아 맞다! 그리고 엄마가 이제 가을이라고 책을 사다주셨어.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잖아. 너희랑 같이 읽으려고 갖고 왔어!”
구름은 저쪽 의자에 걸쳐져 있는 갈색 토끼 가방으로 달려가 책을 한아름 꺼냈습니다. 그리고 우다다다 달려오다가, 그만 꽈당 하고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아야... 신음소리가 들렸지만 해바라기는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해바라기는 가만히 자신의 몸을 느껴보았습니다. 역시 사람처럼 움직일 수는 없었습니다. 구름은 해바라기에게 자신은 괜찮다고 애써 씩씩하게 말했습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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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따뜻하면서도 추운 계절입니다. 그리고 해바라기가 지는 시기도 이맘때쯤이죠. 더운 여름에 해바라기는 온종일 해만 바라보고 삽니다. 하지만 구름의 친구 해바라기는 온종일 구름만 바라보고 있어서 더 빨리 지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의 구름은 그런 줄도 모르고 해바라기와의 시간은 좀 더 남았겠지 생각할 뿐입니다.
오늘, 해바라기는 구름에게 한 가지 말을 해주려 합니다.
“구름아, 나 할 말이 있어. ”
쫑알쫑알 종달새처럼 즐겁게 말하고 있던 구름은 말을 멈추고 해바라기를 바라보았습니다.
무슨말인데?
구름이 물었습니다.
“음... 이제 나 곧 질 거야. 다른 해바라기들보다 조금 일찍. ”
구름은 너무 놀랐습니다.
“왜? 너는 왜 다른 해바라기들처럼 조금 더 살지 않아?”
“...해바라기라면 원래 해를 바라보고 살아야 하잖아. 하지만, 나는 너랑 얘기하는 게 너무 좋아서 해를 바라보지 않고 너랑 얘기했어. 그래서인가봐. ”
구름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해바라기도 구름이 슬퍼하는 것을 압니다.
“그래도 내가 다시 꼭 찾아올게. 그때까지 친구들 잘 돌봐줘. ”
구름은 소매로 눈물을 닦고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습니다. 이제 끝이라는 사실 말고, 나중에 다시 만날 거라는 것에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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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정확히 삼일 후에 해바라기는 시들기 시작했습니다. 구름은 해줄 수 있는 게 달리 없었기 때문에, 그 옆에 앉아 꽃잎을 쓰다듬었습니다.
해바라기는 곧 완전히 죽었고, 구름은 씨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해바라기가 있었던 화분에 가장 큰 씨앗 한 알을 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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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새로운 해바라기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새 구름과 키가 비슷해졌습니다. 왜인지 이 해바라기는 이제 곧 친구가 다시 돌아올 것을 암시하는 듯 했습니다. 시간은 많이 흘러 벌써 친구 해바라기가 떠난 지 일년입니다. 그 사이에 구름은 많이 컸습니다. 조금 더 참을 줄 아는, 끈기가 생겼다는 말이기도 하면서, 실제로 물리적인 키도 컸습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매일매일 식물 친구들과 돌아올 해바라기를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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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구름꽃집에 어떤 소녀 손님이 오셨습니다. 머리에는 노랑 해바라기 꽃핀을 꽂고 있습니다. 머리 언저리를 보던 구름은 자신의 친구를 떠올립니다. 그리고는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떤 식물 친구를 찾으시나요?”
그러자 그 소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살며시 웃으며 말했습니다.
“구름아, 나야 나. 해바라기. ”
그녀를 보면서 해바라기 친구를 떠올렸는데. 정말로 내 친구라니... 믿겨지지 않는 구름입니다. 하지만 끝내 만났다는 사실이 구름의 마음속에 기쁨이 가득해지게 했습니다.
“해바라기야, 정말 너야?”
구름은 소녀를 앞뒤로 살펴보며 정말 자신의 친구인지를 확인합니다. 원래 꽃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봐도 겉모습으로는 알아볼 수 없겠지만요.
“하하하. 나 정말 네 친구야. 너무 보고 싶었어. ”
“나도. 정말 보고 싶었어. ”
해바라기 향기가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듯합니다. 서로 껴안고는 그리웠던 향기를 들이마시는 구름의 숨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웃음 짓습니다. 이제는 볼 수 있고 구름을 안아줄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해바라기는 생각했습니다.
첫댓글 아니 내 소설과 같은 이야기 다른 버전 같다. 구름이 어떡해야 해. 해바라기가 좋아도 바라보지 말고 관심도 기울이지 말았어야 했나. 해바라기도 어쩌나. 이럴 때 어떡해야 해. .
도연 : 그건 해바라기가 선택한 거 아닐까요.
봉실 :
일단 평소에 생각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시작 아이디어에서 좀많이 바뀌긴 했다만. 하여튼 잘 써졌고, 이런 예쁜 이야기를 다음에 또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너무 평소에 로맨스만 쓰니까... 쩝.
하여튼 피드백도 서로 주고... 이런 거 좋은 것 같다. 내 것에서 수정할 부분이나 이런 것들을 알 수 있으니까. 내가 몰랐던 부분들을!!!
나는 구름이가 꽃잎을 쓰다듬는데 따듯했던 이 부분이 좋았다. 히히
너무 귀여운 아가들...
구름이가 '내가 한 행동 중에 제일 좋은 게 뭐였어?'라고 물었을 때, 해바라기가 '그건...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얘기 해줄 때야.'라고 해준것. '오늘 하루 어땠는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사랑하는 사람과 친한 벗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사는 게 그래 어쩌면 가장 평화롭고 행복하고 따뜻한 삶이구나 싶다.
꽃들 사이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거. . . 해보고 싶다...
"서로 껴안고는 그리웠던 향기를 들이마시는 구름의 숨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웃음 짓습니다. 이제는 볼 수 있고 구름을 안아줄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해바라기는 생각했습니다."
참 따뜻하고 행복하고, . . 커다란 창문으로 햇살이 가득 비추는 느낌이야. 구름이를 볼 수 있고 안아줄 수 있어 안도하는 해바라기 마음이 가득 느껴지는 엔딩이다 꺄~!!!
누구든지 친구는 영원히 함께만 할 수는 없는 것 같아. 구름이 해바라기를 진정한 친구로 여겼듯이 해바라기도 구름이를 진정한 친구라고 여기는 걸로 보이더라. 그래서 더 구름이를 더 챙기는 걸 보았어. 뭔가 해바라기가 소중한 친구 구름이를 위해서 더 챙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해바라기가 구름이가 너무 좋아서 해를 보지 않고 얘기하는 바람에 결국 시들게 되서 죽게 되서 만나지 못하는 그 장면이 슬프게 느껴졌어. 그 장면을 듣는다면 모두 다 슬플 수도 있을 것 같아. 암튼 나중에 소녀가 구름 꽃집에 오잖아. 근데 그 소녀가' 구름아, 나야 나. 해바라기야. 하잖아. 그러면 여기서 곷집에 들어온 소녀가 해바라기라는 거네. 해바라기가 소녀가 되다니... 놀랍군. 암튼 여기서 구름이랑 해바라기랑 우정이 깊은 진정한 친구인데 다시 만나서 정말 다행이고, 기쁘네..... 아이들의 동화느낌이 나고, 아이들이 간편하게 읽어도 최고일 것 같아. 결말이 해피엔딩 좋은 쪽으로 흘러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역시 도연이 너 다운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