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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기후금융] #7. 두 개의 KEPCO, 간사이전력과 한국전력, 미래가 다르다
신지윤
일본의 유틸리티 주식이 오른다! 얼마나 올랐나보다 왜 오르는지가 중요!
일본 경제는 체질 개선에 성공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우리는...
요지부동인 한국전력의 주가... 주가가 대수냐고? 주가는 대수다!
전력 이야기만 나오면 아직도 원전에 목매달고 있는 한국 언론들
산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도 기후위기의 세계적 대응을 따라잡아야 한다
기후금융 이야기가 점입가경이다. 일본증시의 상승세를 지탱하는 요인들을 분석하며 특히 전력기업들의 약진에 주목한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1년 동안 수익률이 186.8% 오른 홋카이도전력이지만, 신지윤 위원이 한국 현실과 비교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건 간사이전력이다. 일본 1위의 유틸리티 기업 간사이전력과 한국전력의 영문 약자는 공교롭게도 KEPCO로 똑같다. 두 기업이 처한 현실을 비교하며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과 기후금융 부문에서 우리가 뒤처진 지점들을 정확히 짚는다. 한국전력 팔기(sell KEPCO)가 한국 팔기(sell KOREA)로 될지 모른다는 점에 우리가 처한 위기가 얼마나 깊고 전방위적인지가 분명해진다. 낮은 전기요금과 정전율이란 과거의 자랑거리에 사로잡혀 있는 동안 시대는 전력기업에 그리고 산업계 전반에 다른 가치를 요구하고 있다. 언제까지 그 청구서를 외면할 것인가. [편집자 주]
전기요금 동결은 과연 국민을 위한 정책일까? 한국전력은 24년 2분기 적용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킬로와트시(kWh)당 5원으로 적용했다. 전력 당국은 이번에 연료비조정요금을 제외하고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도 따로 인상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2분기 전기요금을 동결시켰다. /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유틸리티 주식이 오른다
연초부터 일본 주식시장 강세 소식을 많이 접했다.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저변이 넓어졌는데, 항상 수익률을 비교하는 주식시장의 앵글에 한국시장 대비 월등한 일본시장의 수익률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국 금융당국이 일본을 벤치마크 삼아 ‘밸류업 프로그램’을 들고 나오면서 일본증시 기사가 자주 지면에 등장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일본의 주주가치 제고 성공 스토리가 신선했다. 하지만 자주 듣게되다 보니, 그리고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이 생뚱맞게 상속세를 포함한 세제 지원을 놓고 지지부진해지면서 일본증시 소식에도 피로감이 들던 차였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일본 전력 유틸리티기업의 주가 급등을 발견했다. [그림 1]은 최근 1년 주요 유틸리티 회사들의 수익률 차트다. 위에서부터 홋카이도전력 186.8%, 큐슈전력 110.7%, 도쿄전력 86.8%, 간사이전력 75.7%, 주고쿠전력 31.3% 순서다. 특히, 최근 한달 38.7% 상승한 홋카이도전력의 기세가 맹렬하다.
[그림1] 일본 주요 유틸리티 회사들의 최근 1년 주가 수익률. 보라색이 홋카이도전력, 오렌지색이 큐슈전력, 노란색이 도쿄전력, 파란색이 간사이전력, 하늘색이 주고쿠전력이다. / 출처: Google fInance
차트를 구성하고 당황스러웠다. 현역이 아닌 전직 유틸리티 애널리스트 입장이지만 직업 본능이 남아있었는지, ‘놓쳤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틸리티는 맨날 똑같아’라는 인식이 어느 틈에 필자에게도 스며들어 일본증시 오른다는 소식에도 유틸리티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밸류업과 넷제로
일본 전력 유틸리의 상승 이유를 Chat GPT에 물었다. ① 높은 LNG 재고, ② 전기요금 상승, ③ 경제개혁과 시장낙관론, ④ 기업별 전략적인 움직임이 꼽혔다.
LNG 재고가 먼저 꼽힌 이유는 러우전쟁 발발 이후 LNG 가격급등으로 고생한 것의 반작용이다. 두번째, 전기요금 상승도 연료가격 급등에서 출발했다. LNG 연료비용이 오르면서 전기요금이 올랐고, 이젠 저렴해진 LNG 재고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수익 개선 사이클을 탔다. 전력판매단가와 생산단가의 차이를 스파크 스프레드(Spark spread)라고 부른다. 지금 모멘텀은 스파크 스프레드 확대다. 일본은 발전원 중에 LNG가 차지하는 비중이 34%로 가장 높다(그림 2 참고).
[그림2] 일본의 전력 믹스와 2030년 계획. / 출처: 미국 EIA, 일본 METI
경제개혁과 시장낙관론은 현재 일본경제와 증시의 희망적 분위기다. 마지막, 전략적 움직임은 개별 기업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효율성 개선이다. 그런데, 경제개혁과 시장낙관론, 개별 기업의 전략적 움직임의 상승 작용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2023년 3월 발표한 “자본비용 및 주가를 의식한 경영 요구”, 즉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넷제로를 위한 설비투자 소요가 많은 유틸리티 기업의 주가가 올랐다는 점은 밸류업이 겨냥하는 자본의 효율적 사용(성장 투자 vs. 주주환원 간 균형)을 추구하겠다는 약속이 투자자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일본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재가동으로 화석연료 비중을 2022년 57%에서 2030년 40% 이하로 축소하겠다는 생각이다.
‘성장’을 불러온 AI발 전력수요
Chat GPT에만 의존할 수 없기에 일본 로컬 증권사 보고서를 찾아보니 조금 더 ‘현장스러운’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전력수요의 증가 전망이었다. 일본은 매년 향후 10년 가량의 전력수요에 대한 전망을 발표한다.* 2023년까지 발표된 전망에서 향후 10년의 전력수요는 완만한 감소세였다(그림 3 참고). *한국은 2년마다 장기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한다.
그런데, 2024년 1월에 발표된 수요 전망에서 상황이 완벽하게 바뀌었다. 우하향 트랜드가 우상향으로 바뀌었다. 수치를 비교하면 FY(회계연도) 2032 전력수요가 2023년 대비 2024년 2.4% 상향조정되었다. 큰 폭이 아니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용도별로 보면 다르다. 일본의 주거용 전력소비는 기본적으로는 인구 감소, 대지진과 러우전쟁 이후 전력요금 인상을 거치며 공고해진 전력소비 감축 트랜드, ESS 등 보존 저장기술 향상 덕분에 우하향 추세였다. 2024년의 FY 2032 주거용 전력소비 전망도 1년 사이에 2.8% 하향조정되었다. 그런데, 산업용이 무려 9.7%나 상향조정되었다.
산업용 수요전망의 변화는 AI가 이끌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신규 증설이 핵심이다. 데이터센터 러시라고 불릴 만한데, 도쿄전력과 간사이전력의 관할지역인 수도권과 한신벨트, 그리고 남쪽 끝 규슈, 북쪽 끝 홋카이도로까지 국내외 기업(글로벌 데이터센터 회사도 다수)들의 건설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공장 건설도 전일본적 현상이다. 규슈 구마모토는 대만 TSMC를 끌어들여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고, 홋카이도 치토세에는 일본 IT의 연합체인 라피더스가 대규모 증설을 시작했다. 키옥시아도 중부 미에지역에 만만치 않은 규모의 공장 증설을 추진중이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 전력회사의 산업용 전력판매량 전망이 올라갔다. AI발 전력수요가 ‘성장을 잊었던 일본과 유틸리티 회사도 성장한다’라는 강력한 인식 전환을 만들고 있다. 앞서 Chat GPT가 설명했던 주가상승 배경 중에 ③ 경제개혁과 시장낙관론, ④ 기업별 전략적인 움직임은 AI발 전력수요 증가로 더 뚜렷해진다.
[그림3] 일본 장기 전력수요 예측 추이. 단위: TWh / 출처: OCCTO (전력광역적운영추진기관) 데이터를 토대로 미즈호증권 리서치 작성
KEPCO는 이제 한국전력이 아닌 간사이전력
원래 이 자리의 소제목은 ‘한국 유틸리티는 왜 맨날 제 자리인가’였다. 본 칼럼 작성 중에 ‘대통령의 포항 앞바다 가스전 발언’ 뉴스로 한국의 2등 유틸리티인 한국가스공사가 이틀 사이 40% 이상 급등해버렸다. 결말은 모르겠지만 일단 주가가 오르니 소제목 수정이 불가피하다.
일본 유틸리티가 날아오르는데 한국은 어떤지, 다르면 왜 다른지 알아볼 차례다. 비교대상은 일본 간사이전력과 한국전력이다. 일본의 유틸리티 하면 원래 도쿄전력이지만 이제는 바뀌었다. 시가총액 1위의 명실상부한 일본 유틸리티 업종대표주는 간사이전력이다. 공교롭게 간사이전력과 한국전력 두 회사의 영문 약자는 KEPCO이다. 비교의 시계열은 COVID 19 이후 2019년부터가 관례가 되었기에 5년이다. 지난 5년동안 한국의 KEPCO가 21.6% 하락할 때, 일본의 KEPCO는 124.1% 상승했다. 한국의 KEPCO 주가가 5년간 거의 제자리인 반면, 일본의 KEPCO는 2023년 상반기에 크게 오르고 한 차례 호흡을 가다듬고 2024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림4] 두 개의 KEPCO 주가. 분홍색 실선이 간사이전력, 하늘색 실선이 한국전력이다. / 자료: Yahoo finance
외국인 투자자의 에너지 연관 상장기업의 지분율 변화에는 해당기업의 넷제로 전환, ESG 대응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다. 글로벌 자산운용 규모 선두를 다투는 블랙록과 뱅가드는 일본의 KEPCO 지분율을 올렸다. 세계 최대규모의 연금펀드인 노르웨이 투자은행(Norges Bank Investment Management: NBIM)은 2023년말 새롭게 주주로 등장했다. NBIM은 2017년에 석탄 투자를 이유로 한국의 KEPCO를, 2023년에 미얀마 가스전을 이유(ESG의 S 이슈)로 한국가스공사를 펀드에서 지운 바 있다. 한국 KEPCO의 외국인지분율은 2018년 6월 28.9%에서 2024년 6월 현재 14.7%로 거의 절반이 줄었다. 아시아에 투자하는 외국인들, 특히 최근 5년 여 정도의 비교적 짧은 경력을 지닌 펀드매니저들에겐 이제 아시아의 대표 유틸리티 KEPCO는 한국전력이 아닌 간사이전력이다. 서글픈 일이다.
“주가가 뭐가 중헌디?” 라는 분들께
한국전력 주가가 답답한 흐름이었던 게 최근 몇년만의 일이 아니다. 고작 1년 여 동안 일본의 비교군 회사 대비 오르지 못한 게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과장도 호들갑도 아니고 정말 대수라고 생각한다. 사실, 겁도 난다. 한국전력의 주가에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많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아서다.
일본 전력 유틸리티회사 주가상승의 이유를 다시 정리하면 i) 전력 스프레드 개선. 즉, 레벨업된 전기요금에 LNG 연료비의 안정, ii) 일본 경제와 증시의 분위기, iii) 밸류업의 역할. 즉, 넷 제로 전환 투자와 주주환원간 균형에 대한 긍정 평가, iv) AI발 전력수요 증가로 ‘성장’을 이야기할 수 있게 바뀌고 있는 환경이다. 차례로 한국에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자.
1) 전기요금
한국전력도 전기요금을 올렸다. 연매출액이 2021년 60.6조원대에서 2024년 93.2조원(예상)으로 50% 이상 점프했다. 거의 전기요금 인상 때문이다. LNG 수입가격은 일본과 유사하기 때문에 한국전력도 스파크 스프레드 개선요인은 해당된다. 하지만, 한국전력 주가는 별로 움직이지 않는다. 전기요금 운영에 대한 의심, 즉 원가변화를 체계적으로 반영할지에 대한 의심이 투자자 사이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분기실적에 조 단위 적자가 이어지니 2022-23년 마지 못해 뒤늦게 올렸을 뿐이다. 항상 앞으로가 중요한데 늘어난 부채에 대한 대책도 없고 아무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연료비 연동제를 믿고 주식을 샀다가 정부가 ‘표’를 생각하며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는 바람에 투자자들은 뒷목을 잡고 떠났다.
그런데, 이제는 전기요금 문제가 주주들만의 이슈가 아니라는 게 걱정이다. RE100 대응이 한국 간판 IT 제조업의 과제가 되었다. 송배전망 확대 지연이 재생에너지 보급에 부정적 역할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한국전력의 재무상황으로 인한 소극적인 투자가 앞으로도 송배전망 확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내외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겨우 적자를 면했다고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사라진 게 아니다.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기후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요금인상은 꼭 필요하다. 그리고 투자보수율과 연동제에 따른 예측가능한 제도 운영이 필요한 것도 물론이다.
2) 경제와 증시 환경
한국 경제 전반과 증시의 분위기도 썩 좋지 않다. 개선 양상인 단기 경제지표(예를 들어 수출증가율, 물가상승률)와 달리 구조적 이슈가 문제다. 일단 출산율 쇼크로 ‘큰일났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인구는 잠재성장률을 가른다. 한국 증시의 장기수급도 녹록치 않아 보인다. 한국 증시의 큰 손은 국민연금인데 연금 모수개혁이 지연되는 가운데 기금운용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주식을 적어도 적극적으로 늘리지는 않을 것 같다.
3) 밸류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약효. 자동차나 금융업종 주가가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는 걸 보면 밸류업 기대가 그래도 증시 전반에 흐르고 있다. 단지, 유틸리티 업종에서 밸류업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PBR이 낮기만 했지 ROE 예측이 안되기 때문이다. 누적된 차입금 때문에 당기 순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주주환원 정책을 구사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 넷 제로 전환을 위한 설비투자도 한국에선 유독 더 재무적 부담으로 받아들여진 다. 한국에서만 ‘투자확대→유틸리티급 RE확대→균형 발전단가 하락’ 연결이 어렵다는 그릇된 믿음*이 넷제로 전환 투자를 부정적으로 여기게 한다. *태양광, 풍력의 발전단가 하락이 한국에서 더딘 이유는 인허가 지연과 연결되는 건설 및 금융비용 증가에 주로 기인한다. 입지나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다.
4) AI발 전력수요
AI발 전력수요 증가. 한국도 해당된다. 다만, 이를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보지 않는 게 큰 차이다. 최근 산자부는 제11차 장기전력수급계획 실무안을 공개했다. 전력수요 전망치가 비교적 큰 폭으로 상향되었다. 2023년 초에 나왔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에서 예측한 2036년 전력수요는 118GW이고, 금번 제11차 전기본의 2038년 전력수요 예측은 129.3GW이다.* 129.3GW에는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전기화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 요인을 ‘추가수요’로 명명하며 16.7GW가 포함되었다. 제10차 전기본에선 데이터센터와 전기화로 인한 추가수요를 계산만 하고 사실상 반영은 하지 않았다. *실무안이라고 하나 금번 발표에 연도별 수요전망이 없어서 2036년을 기준으로 1:1 비교가 불가능하다.
금번 제11차 전기본에서는 AI발 수요전망 상향폭이 일본보다 높지만 주가는 별무 반응이다. 언제 적자가 날지 모르니 한국전력의 전력수요 증가로 인한 매출액 증가를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한편 다수의 한국 언론은 탈원전 프레임에 갇혀 있다. 제11차 전기본 발표 다음날 헤드라인은 ‘전력수요 증가로 원전과 SMR 건설’이 수놓았다. 전력수요를 어떻게 관리 감축해 나갈지, 발전소 건설을 최소화 할지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온통 원전 이야기뿐이다.
Sell KEPCO가 Sell Korea로 번지지 않기를… 거의 모든 정부 부처가 달려들어야
철강이 산업의 쌀이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AI 때문에 반도체를 산업의 쌀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늘었다. 그런데, 반도체가 잘 되려면 전력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그 전력은 탄소중립 실현, RE100 달성을 위해서 가급적이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이 되어야 한다.
전력은 원래 기간산업으로 간주되었다. 이름도 필수 공공재인 유틸리티 아니던가. 원래부터 국가의 필수 인프라였는데, 이제는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인프라가 되었다. 탄소 중립에 항상 따라 다니는 키워드가 전기화다. 여러 통계에서 한국은 전기화 대응이 늦었음을 보여주는데, 2024년 6월 대한민국 정부는 막대한 탄소배출이 따를 가스전에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하다.
에너지는 전기와 열이다. 탄소중립을 하려면 전기보다 난제인 열부문 대책도 고민해야 하는데(전기화, 히트펌프, 그린수소 저장 활용 등), 이미 태양광, 풍력이란 솔루션이 나와 있는 전기부문도 한국에서는 몇 걸음 못 나가고 있다. [그림5]를 보면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최종에너지 중 전력의 비중이 2050년에는 두 배 이상 늘어나는 걸로 되어 있다.
[그림5]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중 최종에너지원별 수요. / 자료: 비즈니스포스트 이미지, 탄소중립위원회(2021)
이러한 고민의 중심에 한국전력이 있다. 기본은 재생에너지 확대, AI 시대에 기초 인프라 확충, 기후금융과 기후기술 육성까지. 중요한 국가 아젠다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전력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는 듯하다.
꼭 전력산업 구조개편이라 부르지 않더라도 전기요금, 거버넌스, 경쟁 도입 등의 주제로 한국전력과 전력산업의 변화 필요성은 많이 개진되고 있다. 이런 논의에 추가될 수 있는 주제로 ‘한국전력이 국가의 밸류업을 막고 있지 않은가’도 생각해볼 수 있다. 유연하면서도 강건한 전력망(Grid)이 그 나라 산업의 기초 경쟁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전기요금과 정전율이란 과거의 자랑거리에 멈춰있으면 안 된다.
앞서 일본 전력회사와 비교에서 투자자들의 Sell KEPCO의 배경을 짚어봤다. 한국의 KEPCO는 전반적인 기후경쟁력 강화, 예측가능한 정책(전기요금, 주주환원) 운영과 같은 ‘시대의 가치’에 소홀했다. 지금까지는 기업 단계이지만 누군가에게 KEPCO가 한국의 응축된 현재라고 느껴지는 순간 Sell Korea로 둔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겁이 난다.
한창 기후공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기후공시 의무화의 강도를 최대한 약하게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기업들 중에는 정부와 한국전력 핑계를 대는 기업들이 꽤 있다고 들었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PPA(전력구매계약)로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시*하려고 해도 한국에 재생에너지 자원이 비싼 건 둘째치고 절대량 자체가 부족한 게 현실인데, 공시 의무화가 앞서간다는 항의다. *KSSB 기준서 초안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업의 위기와 기회를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누어 설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정하고 싶다. ‘공시도 늦었고 전력산업 대응은 더 늦었다.’ 한국전력 문제는 산자부 혼자 풀 문제가 절대 아니다. 산자부, 기재부, 금융위, 탄소중립위원회는 물론 기후금융을 사실상 도맡은 산업은행, 전환기술 기업을 키워내야 할 중소벤처기업부, 탄소배출권과 택소노미를 맡은 환경부, 한전 때문에 탈석탄 이행이 어려운 금융기관까지 모두 모여 고민해야 한다. 여기까지 기후금융에 대한 글을 싣는 연재란에 한국전력 이야기를 길게 올리는 이유였다.
글쓴이 신지윤은
애널리스트가 선망하는 리서치센터장을 7년 했다. 세상 변화를 위해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합류해, 연구조사와 전략 수립 담당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한때는 무시하지 못할 덩치였으나 한국 정부의 자책골 연발로 투자자가 버린 섹터, 그 유틸리티를 오래 본 덕분에 금융과 환경을 연결하는 눈을 갖게 됐다. 학사는 경제학, 석사는 경영학, 그리고 방향을 틀어 박사는 북한학으로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대로 ‘한반도 에너지전환'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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