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 백신 찾는 앱, 첫날 불통사태…겨우 연결해도 0, 0, 0

[골디락스]

AZ 노쇼백신 예약 직접 해보니

네이버, 대부분 지역 수량 無
카카오는 오후 내내 '다운'

정부 "병원들 입력 안해" 해명
시민들 "시간만 빼앗겨" 허탈

일부 수량 내놨던 의료기관
"앱 안된다" 항의전화만 봇물

◆ 백신 접종률 높이기 안간힘 ◆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 27일부터 네이버와 카카오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코로나19 잔여 백신 조회·예약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곳곳에서 접속이 폭주하며 먹통 상태가 이어졌다. 이날 서울 양천구에서 한 시민이 네이버 앱을 이용해 잔여 백신 예약을 시도하고 있지만 화면에 `잔여 백신 없음`을 뜻하는 숫자 `0`이 줄줄이 표시되는 등 이용자들이 하루 종일 불편을 겪었다. [이충우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 앱으로 코로나19 잔여 백신 조회와 예약이 가능해진 27일 세종시 한 종합병원에서 간호사가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코로나19 잔여 백신 조회 시스템'이 시범운영을 시작한 27일 오후 1시. 네이버와 카카오톡을 통해 개시된 잔여 백신 조회 서비스는 곳곳에서 접속이 폭주해 먹통 상태였다. 스마트폰에는 인근 병·의원의 잔여 백신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의미의 숫자 '0'만 줄줄이 떠 있었다. 이날 점심 식사 직후 잔여 백신을 예약하려 했다는 회사원 김 모씨(37)는 "1시에 잔여 백신 접종을 예약하고 사무실에 들어가려다 30분 넘게 꼬박 날렸다"며 "정부가 전 국민을 상대로 '백신 티케팅'이라도 하려는 건가"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물론 이날 시작된 잔여 백신 조회·예약 애플리케이션(앱)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시범운영이다. 25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이날부터 2주간 시범운영을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흡한 기능을 보완해 다음달 9일부터는 정식 운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시범 기간이라 해도 국민적 관심이 컸던 만큼, 시작부터 먹통이 된 시스템에 시민들 불만이 봇물을 이뤘다.

이날 네이버로 잔여 백신을 조회하려면 스마트폰 네이버 앱, 네이버 지도앱, 네이버 웹 중 한 곳으로 접속해야 했다. 기자가 네이버 앱을 이용했던 서울 중구 일대는 물론이고 종로구, 서대문구, 동작구 등 서울 대부분의 위탁의료기관에서 잔여 백신은 예고 시간 1시간이 넘도록 0이라고만 떴다.

액정 우측 아래 업데이트창을 계속 눌렀지만 사정은 같았다. 네이버 앱이 아닌 네이버 지도앱으로 들어가 보았지만 잔여 백신은 조회되지 않았다. 각각의 병원 이름 아래 파란색으로 표기된 잔여 백신 수량은 모두 0이었고, '잔여 백신 보유 병원'을 클릭하면 '현재 접종 가능한 백신이 없습니다'라는 문구만 작게 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용자가 몰릴 것에 대비해 서버 증설·서비스 고도화 노력을 철저히 했다"며 "잔량이 0으로 뜨는 사례는 아직 접종기관에서 잔여 백신을 입력하지 않았거나 이미 당일 접종 가능한 백신 잔량이 소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네이버의 해명대로라면 온라인 백신 예약이 이뤄지는 당일까지도 잔여 백신을 입력한 위탁의료기관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날 오후 2시 이후 잔여 백신이 검색된 서울 내 위탁의료기관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서울 용산구 소재 한 의원으로, 이곳마저 뒤늦게 잔여 백신을 입력했다고 했다. 이 의원 관계자는 "오후 2시에 (잔여 백신) 10개를 입력했다"며 "그 10개를 보고 예약을 누른 사람들이 있었는데, 눌러도 예약이 안 된다는 컴플레인을 여러 번 받았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카카오톡 앱은 화면이 온통 하얗게 변하기까지 했다. 카카오톡 샵(#) 탭에 잔여 백신을 검색해 상단의 '코로나19 잔여 백신' 배너를 누르니 로딩 중이라는 안내가 떴다.

반복해서 클릭하니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에 이어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잠시 후에 다시 방문해주세요'라는 글귀가 표시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순간적으로 트래픽이 몰려서 생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카카오톡을 통한 잔여 백신 조회는 이날 오후 3시 10분 돼서야 가능해졌다. 시민들 사이에선 불만이 쏟아졌다. 몇 개 올라오지도 않은 잔여 백신을 예약하려고 클릭 경쟁을 벌여야 했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40대 직장인 신 모씨는 "예약 편의를 위한다면서 기본적인 것부터 삐걱거리느냐"며 불편을 호소했다. 30대 직장인 김 모씨는 "공연 티케팅 시스템보다 열악하다"며 "누구는 먹통인데 누구는 접속이 가능하면 형평성 문제도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그렇게 홍보하더니 무쓸모였네" "우리 동네 잔여 백신 0인데 뭘 하라는 거냐" "정부가 국민한테 장난친 건가" "마스크 악몽이 떠오른다" "이럴 거면 나중에 예약했지" "잔여 백신 전멸이네" 등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변명하기 바빴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카카오는 1시에 우리가 개통했기 때문에 접속자가 많아 서버를 재가동하는 직업을 하고 있다"며 "대부분 위탁의료기관에서 백신 접종을 하기 직전에 (잔여 백신을) 많이 등록할 것으로 보인다"고만 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날부터 2주간 위탁의료기관에서 생긴 잔여 백신을 조회, 예약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에 접속하면 인근 병·의원이 보유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잔여량을 실시간 조회할 수 있다. 잔여 백신 수량이 3개 이하로 남아 있을 경우에는 빨간색, 4∼6개까지는 노란색, 7개 이상은 초록색 표지가 각 접종기관 위에 나타난다. 당일 예약은 선착순이다. 잔여 백신이 발생한 시점마다 예약 신청을 해야 한다. 잔여 백신 물량만큼의 예약이 접수되면 추가 예약을 할 수 없다. 같은 날 중복 예약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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